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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0(월), 11:30

제주4‧3평화재단 제7대 이사장

양 조 훈 취 임 사

<취임사>

4‧3아픔 치유하고 4‧3가치 세계로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그리고 4·3가족 여러분!

72년 전, 아름다운 섬 제주는 냉전과 분단의 광풍에 수만 명의 선량한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후 금기와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4‧3의 진실을 찾기 위한 제주도민의 노력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유족과 제주도민의 헌신적인 진실규명운의 의지는 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4‧3은 비로소 어둠에서 나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08년 제주4‧3평화재단의 창립은 누가 뭐래도 이런 4‧3운동의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유족들을 위무하며, 4‧3의 진실을 올곧게 알리는 사명을 안고 탄생했습니다. 4‧3의 세계사적인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서서, 지난 2년 동안 이사장직을 맡아서 이런 평화재단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되돌아봅니다. 4‧3운동의 구심점으로의 위상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 소통과 협치에 역점을 두겠으며, 종내는 제주4‧3이 온 국민이 공감하는 역사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얼마만큼 지켰는지 자성해 봅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면, 저에게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제가 평화재단 제6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던 2018년은 4‧3 70주년이었습니다. 분명 4‧3의 전국화, 세계화의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4‧3가족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4‧3알리기 열기가 들불처럼 일어났고, 드디어 4‧3은 이념적 누명을 벗고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역사가 되었습니다.

2017년 23만 명에 머물었던 4‧3평화공원 방문객은 2018, 2019년 연속 4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제 50만 명 시대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제주4‧3에 대한 국민 인식도 역시 2017년 68.1%에서 2019년 82.9%로 2년 새 14.8%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과분하게도 다시 2년 동안 평화재단을 이끄는 선장이 되었습니다. 잘못된 것은 보완하고, 잘된 일은 더 개선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재단 전 직원과 함께 평화재단의 존재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유족회를 비롯한 4‧3단체, 기관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가겠습니다. 화해정신을 확산시켜가기 위해서 그동안 거리감이 있었던 검찰, 경찰, 군사령부, 더 나아가 보훈단체와 대화하고 유대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최근에 제주에 새로 부임하는 검사장, 지방경찰청장, 군지역사령관 등이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는 사례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재단에서 올해부터 정부와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서 4‧3트라우마센터를 시범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트라우마센터 건물은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유해 발굴과 발굴된 유해에 대한 신원확인사업도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에 의뢰했던 유전자 감식을 통해 또다시 12명의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분들은 70여년만에 가족들과의 만남이 이뤄집니다. 모레(22일) 오전 10시 4‧3평화센터에서 발굴유해 신원확인 보고회가 있게 되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그동안 난제였던 4‧3추가진상조사보고서 발간사업도 곧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달 선보이게 될 추가진상보고서에는 마을별 피해실태, 집단희생사건 전모, 수형인 행방불명 및 예비검속 피해실태, 유해 발굴사업, 교육계 피해실태 등을 다루었습니다. 아울러서 군인과 경찰, 우익청년단체원 피해실태도 함께 소개됩니다. 추가진상보고서는 이번을 제1권으로 여기고, 앞으로 제2권, 제3권 등을 계속 발간할 예정입니다.

4‧3미국자료 조사도 꾸준히 추진해 갈 생각입니다. 지난해 미 국무부, 극동군사령부 등 상위 기관 문서 등을 대상으로 수집활동을 한 결과, 의미있는 결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미국자료 수집은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서 4‧3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준비하면서 자료의 체계적 정리 시스템도 구축하겠습니다.

지난해 성황을 이룬 4‧3 UN 인권심포지엄에 이어서, 올 가을에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4‧3행사를 갖고자 합니다. 4‧3에 대한 미국의 역할과 책임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펼치는 화해운동도 함께 소개할 것입니다. 아울러서 이런 기회를 통해 미주 4‧3기념사업회탄생도 모색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2월 13일, 저는 중국정부의 초청을 받고 난징대학살 국가추도식에 다녀왔습니다. 중국정부가 공식초청한 한국 인사는 독립기념관장과 4‧3평화재단 이사장이었습니다. 현재 대만 타이페이 2‧28기념관에서는 4‧3기록물 전시회가 작년 11월부터 금년 4월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북아시아 국제교류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4‧3과 같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 관계기관과의 교류도 확대해갈 계획입니다.

금년에 특별히 관계기관의 협조아래 4‧3오페라 공연과 영화제작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4‧3의 대중화를 위한 것입니다. 4‧3오페라는 북촌학살사건을 소재로 한 <순이삼촌>을 올 가을 제주와 서울에서 공연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내년에는 가능하면 일본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끔 준비해 보겠습니다.

4‧3평화공원은 물과 음악이 흐르는 공원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금년에는 화단을 만들어 꽃을 피울 것입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동백나무 캠페인을 올해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것이 희생자의 안식과 방문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사업들입니다.

4‧3가족 여러분!

그럼에도 지난해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한으로 남습니다. 올해도 포기하지 않고, 유족회 등 관련기관단체와 힘을 합쳐 반드시 4‧3특별법 개정을 이뤄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대중 대통령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취임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월 20일

제주4‧3평화재단 제7대 이사장 양 조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