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고등부 대상 ‘시부분’
해원의 폭낭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2학년 고미정
언제부턴가 이맘때면
그 푸르름이 더욱 빛을 발하는 폭낭이 있다지
지나가던 하늬바람이 의아한 듯이 쳐다보아도
주위의 꽃과 풀들이 그를 보며 소곤거려도
그는 바보같이, 언제나처럼 웃었다네
평소와 다름없이 항상 그와 함께 웃었던 이들을 기다렸네
그를 보며 떠들던 이들을 알지 못했겠지
사방에서 들리는 커다란 총성에도 묻히지 못한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어 귀를 막아버린 것을
친우들의 삶의 끝자락을 차마 바라 볼 수 없어
자신의 눈을 멀게 한 것을
동백꽃이 아스라이 떨어질 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듯이 스스로 지워버린 저편의 기억
이제는 그 사실조차 잊은채 살아가는 그였던가
누구보다 밝았기에 그 안에 가려진 어둠을 보지 못했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매 괜찮다고 믿었다네
결국 바보 같았었던건 그대가 아닌 나였다네
알지 못하는 나를 부디 용서하지 말아주게나
모진 세월을 홀로 견뎌온 그대의 손을
나는 놓을 수가 없기에
그날의 아침에서 더는 흐르지 않는 그대의 시곗바늘을
지금과 같기를 바라며 움켜쥐리
세상이 내게 잘못된 일이라 해도
그대의 아픔을 덜 수 있다면 내가 그 짐을 안고 가리
나 이제 그대에게 가리라
흐르는 한줄기의 눈물을 감추려
불길로 얼룩진 아픈 과거의 상처를 감싸려
이슬비가 온 세상을 적시며 내려앉는 그날에 가리라
그대가 기다리던
그대가 지워버린 기억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웃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