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최우수상 ‘시부문’
그리움
탐라중학교
2학년 강다원
학교에 다녀오면
꽃놀이 가자던
우리 오빠
오늘도 순이는
꽃밭 앞에서
오빠를 기다립니다
곶자왈의 총소리가
오빠를 데려간것 같습니다
오늘도 순이는
꽃밭 앞에서
오빠를 기다립니다
오빠야 오빠야
보구정한 우리 오빠야
나랑 같이 꽃놀이 가자
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우수상 ‘시부문’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다시 되돌아본다
신엄중학교
3학년 신다인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다시 되돌아본다
제주도의 맑고 투명한 물을 마시면서
먼 훗날 제주도에 고여있던 피들을 생각하지 못 한다
제주도의 흩날리는 벚꽃 잎들을 보면서
먼 훗날 제주도에 흩날리고 치솟았던 불길들을 떠올리지 못 한다
제주도의 푸른바다에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면서
먼 훗날 제주도에 잠들어버린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 한다
제주도에 몸과 마음을 딛고 살면서
먼 훗날 제주도의 역사 한 편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물을 마시면서
벚꽃 잎들을 보면서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면서
제주도에 살면서
역사 한 편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역사 한 편을 다시 되돌아본다
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우수상 ‘시부문’
꽃
안덕중학교
2학년 감다교
붉은 꽃이 피었다.
엄마의 몸에 아빠의 몸에
붉은 꽃이 피었다.
동생의 몸에 생명을 품은 언니의 몸에
붉은 꽃이 피었다.
이마에 주름이 써진 할머니 할아버지의 몸에
붉은 꽃이 피었다.
옆집 아줌마의 몸에, 친구들의 몸에
붉은 꽃이 피었다.
나의 몸에
4월 3일 이후 우리들은 한송이 붉은꽃이 되어 흘러내렸다.
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장려상 ‘시부문’
할머니가 어릴적에
제주동여자중학교
2학년 고나현
할머니!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 해주셔요
얼릉 해주셔요
오냐 이 할미가 꼭 너 나이만 했을 때...
쨍! 쨍! 쨍! 지붕 밑에 걸어둔 찌그러진 주전자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누가 짜기라도 한 듯이 모두 숨죽이며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누가 볼세라
항아리 속에, 닭장 속에 숨었단다
이 할미가 꼭 너 나이만 했을때
해도 고개를 감추어 달빛만이
우리를 비추고 있을 때
어둑어둑해진 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식 손 놓칠세라
자식 넘어져 울세라
손 꼬오옥 잡아 산을 올라,
고개도 못펴는 낮은 동굴에서 살았단다
배가 고프면 어떻게 해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누가 볼세라 눈치를 보며
달빛만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조심조심 산을 내려와
집 여기저기 숨겨둔
지슬을 우둑우둑 허겁지겁 먹었단다
산에서 내려오면 여기저기서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여기저기서 남편 잃은 부인
부모 잃은 어린 자식들이
목 놓아 울고 있었단다
할머니, 그런데 왜 그런거예요?
글쎄다. 그건 아무도 모른단다
너무 이유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행복 대신 슬픔을 얻었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원하지만
그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구나
또 다시 그런일이 일어날까요?
아니. 우리가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우리의 일을 잊지 않는다면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비둘기처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서로 미워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거야
우리가 손을 맞잡고 서로 배려를 한다면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럼, 슬픔과 불행은 저 멀리에 있지만
행복 그리고 평화는 손에 잡히는
아주 가까운 곳, 바로 앞에 있거든...
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장려상 ‘시부문’
생명의 꽃
함덕중학교
2학년 김하얀
고요한 아침
젖은 숲속엔 회색빛 안개로
꽃을 감싸가네
꽃은 한잎 두잎 말없이
떨어져 붉게 산을 덮어가네
꽃은 산이 되어
활화산처럼 솟아 오르네
4ž3의 꽃이여
나는 다시 태어났네
열매 맺혔네
생명의 꽃이여
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장려상 ‘시부문’
사월의 그날
서귀중앙여자중학교
3학년 박소현
동무의 안식처에
동무가 좋아하던 이름 모를 풀꽃들을 한 아름 살포시 놓으며
사월의 그날을 생각하네
어린 나날 중 핏빛으로 젖었던 사월의 그날을
사월이 핏빛을 몰아
땅과 강물과 사람이 핏빛으로 뒤덮었던 그날
날이 선 총성이 울리고
사람들이 아우성이 귓가에 울렸던 그날
그 때,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었네
눈부시도록 푸르른 하늘을
소름끼치도록 평온했던 하늘을
나는 지금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네
그러고 생각하네
이 바람은 푸른빛을 실어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노라고...
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장려상 ‘시부문’
그날의 아픔
귀일중학교
3학년 양지원
왜 이렇게
도망쳐야 했는지
몰랐던
그 날의 나
왜 이렇게
숨어 살아야 했는지
몰랐던
그 날의 우리
왜 이렇게
죽어야 했는지
몰랐던
그 날의 사람들
지금까지도
생각하면
힘겨워지는
그 날의 기억
제1회 학생4.3문예백일장
중등부 장려상 ‘시부문’
제주의 메아리
한라중학교
2학년 지민주
여전히 봄은 오고
바람은 시리다
바람에 날려온 감귤꽃향이
거리를 덮을 때
낡은 저고리 소매 끝 적시며
부르르 오열하던
그들의 피비린내는
하늘 끝에 닿는다
차디찬 총구아래
목덜미의 싸늘한 공포보다
헤어진 가족소식에
더 미어졌을 가슴
차마,
처절한 삶의 끈을 버리지
못한 건
참혹한 역사를 안고 가려했던
꿈틀거리는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제주는 빛을 얻는다
부디
따사로운 햇살만큼
아름다운 평화가
제주를 적셔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