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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시  부문)

코로나19가  시대를  관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21회  전국  청소년  4․3문예공모는  어김없

이  치러졌다.  여느  해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의  학생들이  등교가  사실

상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공모  기간을  대폭  연장하였다는  점이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전년

도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공모에  응해주었다.  등교가  불가능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

화된  시점에서도  전국의  청소년들이  제주4․3에  보여준  뜨거운  관심에  고마움을  표한다.

공모를  마감한  결과  중등부에  236명(477편),  고등부에  203명(428편)이  접수되었고,  심사는 

중등부와  고등부를  구분하여  이루어졌다.

심사에  임하면서  곤혹스러웠던  점은  비록  전년도에  비해  응모  편수는  늘었으나  특정  학교에

서  집중적으로  공모에  임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주최  측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고 

해당  학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제출된  작품을  일독한  결과  느끼는  점은  작

품으로  형상화하기에  앞서  제주4․3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또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이는  청소년  세대로  제주4․3이  자연스럽게  전승되

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등부에서는  대상작으로  「고해성사」를,  최우수작으로  「금귤」을  선정하였다.  특히 

「고해성사」에  드러나는  문학적  성취는  기성의  4․3작품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작품으로 

읽혔다.  뿐만  아니라  제주4․3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남달랐다.  알다시피  ‘고해성사’라는  어

휘는  다분히  종교적이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지난날의  역사인  제주4․3에  대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고해성사’로  읽힌다.  4․3의  아픔  혹은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제주4․3의  완전

한  해결을  위한  암시적인  시적  마무리는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한

다.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금귤」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금귤을  매개로  70여  년  전의  제주4․3과  지금,  여기를  연결시키는  시적  구성이  돋보였다.  지

나치게  내세우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추지도  않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시적  전개가  뛰어난 

작품이다.

  중등부에서는  물질작업을  하다가  숨이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와  내뿜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로  4.3당시  수장당한  희생자를  형상화  한「숨비소리-4.3  수장학살  피해자들을  기리며」를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찬  바다에  오래  있었던  희생자들에  대해,  이제  얼른  나와서  그때의 

진실을  다  뱉어내달라는  시적  전개가  예사롭지  않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오감이  알려주

는  제주도」역시  오감(눈,  코,  입,  귀,  손)을  통해  참담했던  과거사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땅

으로  변모해가는  제주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기억의  중요성을  얘기하는「성산포」

와  「역사의  공식」을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특히  ‘43’의  심장에  박힌  총알  때문에  ‘4.3’

이  되어버렸다는  표현력이  놀랍다. 

  미래세대의  제주4.3에  대한  인식의  공유와  전국화를  위해  20년  넘게  추진해  온  ‘전국  청소

년  4․3문예공모’가  그동안  축적해온  성과는  적지  않다.  그들(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표현되는 

작품들이  기성세대를  일깨우는  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