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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영화시나리오(다큐멘터리) 심사평

이번에 다큐멘터리영화 시나리오 후보로 제출된 기획서들은 대체로 깊이 숙성된 작품들이 많았다. 주제적으로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과 새로 발굴된 팩트와 이슈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표현적으로는 인터뷰와 드라마타이징, 이미지 몽타쥬와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방식이 있었다.

최종까지 경합한 작품이었던 <펠롱펠롱>은 피해자분들의 치유적인 그림과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극화라는 오브제적 장점이 큰 반면에, 이야기 구성적으로 다소 밋밋한 전개가 아쉬웠다. 이러한 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밖에도 오랜 기간 깊은 취재를 통해 4·3 사건을 면밀하게 조명하였거나 소재에 있어 신선한 접근을 하는 등 충분히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앞으로 예산이 더 뒷받침된다면, 보다 많은 작품들이 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종 선정된 <목소리들>은 제주 4·3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제주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4·3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의 개인적 비극을 담아낸, 작품 전체를 이끌고 가는 구성이 매우 탄탄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우위에 있었다. 그에 따라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추천하는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이슈가 단순한 한일간의 민족문제를 넘어서 전시하 국가폭력에 의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의 문제로 세계적 차원의 공감과 연대를 이미 이루어낸바 있다. 이 작품도 제주 4·3을 겪었던 단순한 피해자의 증언기록을 넘어서, 국가폭력에 의한 여성피해와 가부장제로 인한 여성피해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제주 4·3의 전국화와 세계화에 기여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21. 8. 19

심사위원 주진오 이창재 김동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