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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4·3언론상 심사평

안녕하세요? 제1회 4·3언론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동춘입니다.

4·3의 진실을 밝히는 긴 여정에서 4·3언론상을 제정한 것은 커다란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수상작을 가리는 일은 그만큼 뜻깊은 과정이었습니다. 첫 회인 만큼 4·3 70주년을 기념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만 4년 동안 발표된 기사와 영상물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고, 모두 29편의 응모작을 꼼꼼히 검토하며 심사를 했습니다. 신문·출판 부문 9편, 방송·영상 부문 15편, 대학언론 부문 5편 등 29편의 응모작은 제1회 4·3언론상의 위상에 걸맞는 수준 높은 기사와 작품들이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4·3의 진실을 밝히고 이 나라의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 애써 주신 모든 언론인과 방송인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시상 내역은 전 부문을 통틀어서 대상 1편, 3개 부문별로 본상 1편씩 도합 3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하나 소중한 출품작들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고심과 토론을 거듭한 끝에 KCTV제주방송 <4·3특별기획 뉴스멘터리 땅의 기억>을 첫 4·3언론상의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작품은 초토화 작전으로 가족의 생명을 잃은 것도 모자라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땅까지 빼앗긴 피해 유족들의 이야기입니다. 피해 유족들은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금족령 때문에 자기 땅에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수천 가구의 이주 대상 주민들을 방치했습니다. 원래 이들 소유였던 땅은 박정희 정권 때 만든 부동산특별조치법을 악용한 일부 세력에 의해 엉뚱한 사람으로 명의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억울하게 땅을 빼앗긴 이 분들의 이야기는 제주4·3의 비극을 밝힐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으로,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커다란 과제의 첫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대상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본상 신문·출판 부문은 한겨레신문의 <제주4·3 70주년 기획 동백에 묻다>입니다. 이 기획기사는 5차례의 지면 기사와 15차례의 인터넷 기사를 통해 1947년 3·1절 발포 사건 등 4·3의 원인과 배경을 잘 정리했고, 일본으로 건너간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4·3 디아스포라를 소개했고, 지금 진행 중인 4·3 수형 행불자들의 재심까지 두루 취재한 심층성이 돋보였습니다. 인터넷판에서는 영어와 일어, 중국어 번역까지 곁들인 성의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제주의 소리 <군사재판 불법성 폭로하는 법정기록>과 <생존수형인 4·3을 말하다>, 제주4·3 기록물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취지의 제민일보 <제주4·3 제는 기록유산으로>, 2020 교과서의 4·3관련 내용을 검토한 오마이뉴스 <고교 한국사교과서, 제주4·3관련 내용 대폭 달라진다>, 인터뷰와 사진으로 4·3의 기억을 정리한 경향신문 <그날의 기억, 다시 이어가려 합니다>도 의미있는 보도였지만, 심사위원들은 한겨레신문의 <제주4·3 70주년 기획 동백에 묻다>의 심층성과 현장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방송·영상 부문은 KBS제주방송총국의 <탐사K 3부작 - 4·3과 조작간첩잊혀지는 기억들>이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재일동포 간첩사건이 대부분 독재정권의 조작이라는 점은 이미 밝혀졌지만, 이러한 조작의 희생자들 중 상당수가 제주4·3을 피해 일본으로 간 분들이었다는 점을 제대로 밝힌 역작이었습니다.

방송·영상 부문 출품작 중에는 4·3행불자들의 재심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획물이 많았습니다. KBS제주방송총국 <4·3증언 - 살아남은 자의 기억>, JIBS제주방송 <4·3수형인 잠들지 않는 남도>와 <4·3 사라진 흔적을 추적하다>, 제주MBC <희춘 수형인 재심, 3인의 기록> 등 재심을 계기로 피해 유족들을 발굴, 인터뷰한 값진 보도였습니다. 특히 KBS제주방송총국은 이 인터뷰 자료들을 축적하여 4·3을 취재하는 다른 언론인들과 공유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소중한 보도물 모두에게 상을 드리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말씀 드립니다.

방송·영상 부문 출품작들에 대해서는 몇 마디 덧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기까지 심사위원들은 치열한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모두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소중한 작품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KCTV제주방송 <4·3 73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섬의 기억>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과 제주도민의 파업, 이어진 서북청년단의 천인공노할 폭력 만행을 구체적으로 조명하여 4·3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잘 묘사했다는데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일치했지만 아깝게 수상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역시 KCTV제주방송의 <4·3 특별기획, 1948 섬의 눈물>은 트라우마와 치유의 관점에서 4·3을 조명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 바람의 집>은 4·3의 전과정을 다큐드라마로 엮은 수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이 매우 뛰어났지만 미군정을 신탁통치라고 잘못 언급하는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몇 가지 오류가 감점 요인이 됐고, 그 때문에 안타깝게도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라디오 부문의 출품작 두 편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CBS의 라디오 드라마 5부작 <대마도가 품은 제주4·3>TBN제주교통방송의 특집 다큐멘터리 5부작 <아! 4·3>은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엮은 역작이었는데,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영상물이 훨씬 많은 현실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이 상을 타기는 어려운 조건 아니냐는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음을 말씀드립니다.

신인상 대학 언론 부문은 김현경 중앙대학교 중앙문화교지 편집위원의 <특별법 개정안으로 재기억하는 4·3사건>을 선정했습니다. 9장의 현장취재 사진을 화두로 국가폭력과 재심, 그리고 희생된 여성 등의 토픽을 엮어서 작성한 중앙대 교지의 특집기사였습니다. 4·3을 제주의 지역문제가 아닌 나라 전체의 역사로 조명하고, 국가폭력의 문제와 젠더 이슈로까지 확장한 참신한 시각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안타깝게 수상에서 제외된 다른 5편의 출품작도 현장탐방, 증언채록, 노랫말에 얽힌 사연 등 젊은이다운 패기가 넘치는 신선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앞으로 4·3언론상에 젊은이들이 더욱 활발히 참여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4·3언론상이 앞으로 회를 거듭하면서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기여하고 평화, 인권, 민주, 정의를 확대하고 4·3의 전국화, 세계화에 기여하는 뜻깊은 상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합니다. 4·3평화재단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