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산 사람들 1
한울산 사람들 1
너 있는 곳 거기에
다사함 김명식 울림글쓰미
4·3 민족 민중해방 항쟁-이어쓴 울림글(詩) 온 묶음 1
한울산 사람들 1
너 있는 곳 거기에
초판 인쇄・2023년 12월 1일
초판 발행・2023년 12월 12일
지은이・김 명 식
발행처・제주4·3평화재단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430(봉개동 237-2) 제주4·3평화기념관 4층
전화・064.723.4350
팩스・064.723.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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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처・도서출판 각 Ltd.
출판등록・등록번호 제651-2016-000013호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6길 17, 2층
ISBN 979-11-88339-99-0 04810
979-11-88339-98-3 (세트)
비매품
5
머리말
한울산-한울산 4·3항쟁은
골짜기마다 굴렁마다 엉마다 궤마다
굴마다 오름마다 봉마다 산마다 내창마다
바다마다…
피 피 피
살 살 살
뼈 뼈 뼈
산 까마귀 넋을 물어 나른다
산바람이 얼을 품어 나른다
저물녘 햇살이 눈부시게 온 뜻을 편다
사람이 아닌 것들 앞에서
사랑으로 마주서는 일은
아니다 아니다
7
6
살아남으려고 어머니 아버지
삼촌으로 살아남아보려고,
이웃으로 벗으로 동무로 테우리로 고기잡이로
땔감 장시로 봄밭 갈아내는 쟁기꾼으로
매마른 씨앗지기로
살아남으려고 살아남아 보려고
우리는 우리는
마구 마구 한울산으로 한울산으로…
다시 이웃이 되고 벗이 되고 동무가 되고 삼촌이 되고
약 장시 의사가 되고 가르치미가 되고 배우는 아이들이 되고
몸 숨긴 그 자리고 온 삶 자리가 되고…
맨 처음이고…
마지막일 수 있는
항쟁일 뿐
맨 처음의 이 한 몸이 한 목숨만으로…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삼촌이 얼굴을 돌려 지나가야 하는
신내 나는
바람만 남긴 채
애비는 아들은 어쩌지 못한 채
묶여가야만 하는
헛무덤 조차 남길 수 없는
먼먼 제주바다가 무덤이 되어야 했던
경찰
서북(西北) 청년단
군인
뒤에서 조종하는
U.S.A 점령군
하수인 이씨 정치패거리들…
그들이 내린 돔베 위에서
피 묻은 살점인 채로…
9
머리말 | 5
1부
너 있는 곳 거기에 1 | 15
너 있는 곳 거기에 2 | 19
너 있는 곳 거기에 3 | 22
너 있는 곳 거기에 4 | 24
너 있는 곳 거기에 5 | 26
너 있는 곳 거기에 6 | 27
너 있는 곳 거기에 7 | 28
너 있는 곳 거기에 8 | 30
너 있는 곳 거기에 9 | 32
너 있는 곳 거기에 10 | 34
너 있는 곳 거기에 11 | 35
너 있는 곳 거기에 12 | 36
평화도 상생도 치유 아니리… | 38
함께 사는 마을 | 39
4・3은 아픔일지라도 | 40
여기 이 땅은 이 나라는 | 42
2부
나의 혁명 1 | 47
나의 혁명 2 | 48
나의 혁명 3 | 50
나의 혁명 4 | 52
나의 혁명 5 | 53
나의 혁명 6 | 54
나의 혁명 7 | 55
나의 혁명 8 | 56
목 차
8
4·3민족 민중 해방…생존 항쟁으로서
민족해방·민중해방투쟁이었으니…
가녀린, 여기 남은 우리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었다.
치우침 없는 역사의 한 가운데서는 우뚝 솟은 전사의 깃발이
되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온누리 이웃들에게…기억함만으로 거룩한
살아있는 교훈이 되었나니…
4341. 2018. 4. 3.
다사함
11
10
목숨 19 | 94
목숨 20 | 95
목숨 21 | 96
목숨 22 | 97
목숨 23 | 98
목숨 24 | 99
목숨 25 | 100
목숨 26 | 101
목숨 27 | 102
목숨 28 | 103
목숨 29 | 105
목숨 30 | 106
목숨 31 | 107
목숨 32 | 108
목숨 33 | 109
5부
사람이니까… | 113
이 길에… | 115
그 | 116
우리들의 봄은… | 117
나는 이제 겨우… | 118
또 하나의 눈빛 | 119
4・3의 길은… | 121
아사달 | 123
다시 한울산에 와 서니… | 132
오늘의 안온을 깨뜨리는 혁명의 죽비 | 135
평론 - 오늘의 안온을 깨뜨리는 혁명의 죽비 | 135
다사함(김명식) 시인이 걸어온 길 | 157
나의 혁명 9 | 57
나의 혁명 10 | 58
나의 혁명 11 | 59
3부
한울산 4・3혁명 1 | 63
한울산 4・3혁명 2 | 64
한울산 4・3혁명 3 | 66
한울산 4・3혁명 4 | 67
한울산 4・3혁명 5 | 69
4부
목숨 1 | 73
목숨 2 | 74
목숨 3 | 75
목숨 4 | 76
목숨 5 | 77
목숨 6 | 79
목숨 7 | 80
목숨 8 | 81
목숨 9 | 82
목숨 10 | 83
목숨 11 | 85
목숨 12 | 86
목숨 13 | 87
목숨 14 | 88
목숨 15 | 89
목숨 16 | 91
목숨 17 | 92
목숨 18 | 93
1부
너 있는 곳 거기에 즐거움 있는가 아름다운 만남이 있는가 저 어린 노
동자들을 위한 한 숟갈 더운 밥 남겨 둔 일 있는가 황군에 지원하라고 했
던 자들을 꾸짖던 그 입술 너는 어린 것들에게 미국을 섬기고 38선 남북
으로 갈라 긋고 동족을 죽이라고 설교하고 있는가
15
너 있는 곳 거기에 1
너 있는 곳
거기에 즐거움 있는가
아름다운 만남이 있는가
시들어 가는 꽃들
이 강산의 어린 꽃들을
위한
조금 남겨 둔 애정이 있는가
동족이 포승에 묶여
칙칙 쓰러지며
끌려가는
저 어린 노동자들을
위한
한 숟갈 더운 밥 남겨 둔 일 있는가
너 있는 곳
거기는 어떠한가
전장에 끌려가는
이 땅 위 어린 것들에게
17
너 있는 곳
거기에
한 가닥 평화의 불빛이 있는가
상처 입은 가슴 드러내어
한의 노래
원한의 이야기
털어놓을 수 있는
한 치 땅 해방 공간이 있는가
거기에
억새풀 꽃 같은 향기 넘치고 있는가
남과 북 하나로 엉킨
억새풀 꽃 같은
만남이 있는가
높은 곳 바라지 않은
이름 한 점 탐내지 않은
거기에 자유의 휘날림 있는가
너 있는 곳
거기에
아름다운 만남이 남아 있는가
16
너는 무어라고 말하고 있는가
동족을 살해하라고
꾀고 있는가
36년 긴 어둠의 때에
황군에 지원하라고 하던 자들을
꾸짖던 그 입술
너는 어린 것들에게
U.S.A를 섬기고
38선 남북으로 갈라 긋고
동족을 죽이라고 설교하고 있는가
아니 될 말이다
결코 아니 될 말이다
이 땅 위에서
누가 좌경이고 누가 우경인가
누가 좌경을 우리의 적이라 하고
누가 우경을 향해 총을 쏘아도 좋다고
명령하는가
19
너 있는 곳 거기에 2
너 있는 곳 거기에
길잡이 가르침이 있는가…
길 잃은 젊은이들에게
지푸라기 한올 건네준 일 있는가…
물에 빠진 채 허우적거리는
어린것들을 위한
너 있는 곳 거기에
길가 빈터 위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밤마다
오갈 곳 없는 이웃들에게
거친 잠자리라 하오나
손바닥만큼의 빈자리를 선뜻
내어준 일 있는가…
너 있는 곳 거기에
보란 듯이 피어나서 좋은
제자리 씨앗 남겨둔 일 있는가
터박이 씨앗 한 톨이라도
18
남과 북 하나 될
통일된 땅이 있는가
* 시집 「유채꽃 한아름 안아들고」 에 수록(1989. 8. 30.)
21
아, 홀로인 나진까지
너 있는 곳 거기에
하늘 떠도는 4・3의 아린 넋들
고요롭게 잠들어서 좋은
당당한 땅 남겨둔 일 있는가
4・3은, 오늘도, 4・3은
해방을 달구고 있다하네
평화를 벼리고 있다하네…
* 4·3과 평화 제27호에 수록. (2017.)
20
자유한 오솔길 열려 있는가
산들바람 골바람 불어오는 그 길목에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이 있는가
그리운 사람 있는가
목숨 걸어서 좋은 그 한사람
너 있는 곳 거기에
넘어진 이웃 먼저 일으켜 세워줄
작은, 작은 종교가 있는가
따슨 말 한마디 사투리가 있는가
동포를 적으로 겨냥하지 않아서 좋은
비무장평화의 땅
한 치의 조국 땅이 있는가
한라에서 백두까지 구럼비에서 봉아름까지
어디에 한 톨 벅찬 애국이 있는가…
어디에 한 줄 바른 애국이 있는가…
어디에 해맑은 모래판에서 모살밭까지
아, 홀로인 범섬에서
23
빛나라 빛나거라
꽃나라 피어나라
아사달-빛나라를
온누리-꽃나라를
너, 있는, 곳, 거기에
*안흙이-4354.2021.7.6
아침, 선이골에서
22
너 있는 곳 거기에 3
빛이 되어라!
꽃이 되어라!
너 있는 곳, 거기에
제자리 꽃으로 피어라
제 나라 꽃으로 피어라
제자리 해로 빛나라
빛나라에 날로 새어라
알 달 올망 졸망
알공 달공 이골 저골
오순 도순 어랑 어랑
너, 있는 곳, 거기에
풀꽃으로 풀씨되어…
햇빛으로 참빛되어…
25
해로 빛나는
노마의 그대로, 늘, 그리움으로
마노의 그대로, 온 사랑, 그 사람으로, 그 사람으로…
너, 있는, 곳, 거기에…
*안흙이. 4354. 2021. 7.7
저물녘, 선이골에서
24
너 있는 곳 거기에 4
너, 있는 곳, 거기에서, 그곳에서,
그 자리, 그 터, 그 바탕, 그 밭에
하늘 모시고,
바람 받으며,
눈 비 이슬 받으며,
꽃으로 피어서 온빛 드리우면서,
너, 있는 곳, 거기에서, 그곳에
산새들 우짖는, 소리며…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내음, 넘치게
그래, 온 몸이 다 거룩해지는
피었다지는, 꽃인 듯이
뜨었다지는, 풀꽃인 듯이
꽃이면, 좋아라…
해이면, 해이면…
너, 있는 곳, 거기에
27
너 있는 곳 거기에 6
온 목숨, 숨 쉬는, 숨길이 되어서,
온 목숨, 살리는
살길이 되어라
살림길이 되어라
너, 있는 곳, 거기에
너를 밟고 걸어도, 결코, 아프지 않을
탓 없고, 탈도 없는
오순도순 살아갈, 수눌음-두레 함께 일하며
춤나라 열린, 활짝 열린
춤길이 되어서, 춤길이 되어라
너, 있는 곳, 거기에
천해, 만해 먹으며 자라날
씨알지기 한 사발 밥이 되어라
피고 지는 한 포기 꽃이 되어라…
26
너 있는 곳 거기에 5
그대여, 거기에
천해 만해 누릴 바위가 되거라
돌이 되거라 모래가 되거라
흙이 되거라
흙밭이 되거라
너, 있는 곳, 거기에
그대여, 길이 되거라
노마-마노 팍 뚫린
한 길이 되거라
꽃길이 되거라
빛길이 웃음길이 되거라
너 나 우리 모두 걸어가는
하나되는, 꽃길이 되거라
한결 한결, 살아가서 좋은,
한결이 되거라, 노마-마노 하나되는
아사달-빛길이 되거라, 온누리-꽃길이 되거라
29
그 길에는, 아리랑 스리랑
알알이, 슬슬이 힘을 쓰고 있는지
너, 있는 곳, 거기에…
28
너 있는 곳 거기에 7
제자리 씨앗, 한 톨이 있는가
제자리 풀꽃, 판 포기 있는가
논두렁에…암눈비앗 피어나고 있는가
밭둔덕에…는쟁이 돋아나고 있는가
흰머리 산에 우리 소나무 자라고 있는지…
한울산 오롬에 우리 꽃 피어나고 있는지…
대동 두만 가람, 넘실 넘실, 흘러, 흘러
낙동 섬진 가람, 넘실 넘실, 흘러, 흘러
어느 논으로…흘러가고,
어느 밭으로…스며들며,
우리 가람, 앞바다에…물고기는 곱게 놀며
우리 산, 우리 오롬, 우리네 골짜기에는
푸르름이 숲을 이루고 있는지…
노마 가는 길 오는 길
평화로 가는 겨레, 하나되는
31
너, 있는 곳, 거기에…샘물인 듯이, 가람으로 바다로
햇빛인 듯이…흙-땅인 듯이…바람인 듯이…
30
너 있는 곳 거기에 8
스스로, 그대여, 제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제 나로,
제 먹을 밥, 제 입을 옷, 제 몸 뉘일 집
제 일하는 일터…제 맘대로
마련되고 있는지…제 멋대로
아니면…노예 아닌가…거렁뱅이…거나
스스로, 넉넉하신지
스스로, 제자리, 제 하는 일
빛나게, 빛나게, 아, 제 꼴대로…
아니, 제 일이 있는지, 아, 제 일 떳떳하게…
아니면…없다면, 노예* 아닌가
제 몸 굽히지 않으며, 오늘은, 스스로
제자리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지…
들풀인 듯이, 산들 나무인 듯이…살아가고 있는지…
*노예(奴隸) 종, 종놈년, 송두리째 제 자리도, 제 일도, 제 말글도, 제 바라
는 바도…없는, 스스로가 옴-오감도 못하는, 다른 사람, 제도, 이념에 사로
잡혀 있거나 다스림 받으며 시키는 대로…하며 살아가는-스스로 나를 버
린 삶…
33
나는-오늘도, 나를, 어찌하려는 지는
너, 있는 곳, 거기에…
32
너 있는 곳 거기에 9
나를, 짓이기는…그 놈들에게,
나를, 짓누르는…그것들에게.
나를, 짓궂게 하는-그들에게,
내가, 스스로 나를 짓이기는, 짓누르는, 짓궂게 하는
오늘은,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하시는 지는…
스스로, 깨달을, 눈 뜨고, 귀 열고, 마음으로
깨달을, 일이니, 그 일이니…너, 있는 곳, 거기에…
크게(大) 무엇을 배웠으며(學),
높게(高) 무엇을 배웠으며(學),
그 한가운뎃(中) 무엇을 배웠으며(學),
그 비롯음(初) 무엇을 배웠으며(學),
짓밟히면서, 그 높낮이의 차례에…
위알에 짓밟히면서, 오늘은, 어느 차례에
짓눌림에, 헉헉 거리고 있는지, 헉헉 거려야 하는
21세기의 발전된, 아 문명한, 개명 천지에…
35
너 있는 곳 거기에 11
- 찾아올 것, 다, 찾아와야지요
우리는, 우리 것을
되찾아 내야 한다
얼을, 빼앗긴,
뜻을, 갈취해 간,
넋을, 빼내 간,
우리 땅을, 논밭을 되찾아야 한다,
아파트는, 제국이 재벌이 자본
돈무장 힘깨나 쓰는 놈들의 것이니,
쓸만한, 씨앗지기에 알맞은 땅은
제국의 군병에, 정확하게는 재벌에 자본에
그 검은 손아귀에, 빼앗긴 것이니…
우리가, 우리 땅, 나무며 가람이며 바다며
샘물이며, 길이며 시냇물-샘까지, 옹달샘까지…
우리가, 우리 것 다 찾아내어야 하지
우리네, 글이며 말이며, 얼이며 뜻이며 넋이며,
일터를, 땅이며 흙이며 물이며 바다를…
34
너 있는 곳 거기에 10
너, 있는 곳, 거기에,
한평, 남아 있는 거기에
들꽃이 있는가, 피어나고 있는가
산새들이 있는가, 노래소리 있는가
힘차게 뛰어 놀고, 깔깔 웃으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구, 돌아다닐 수 있는
들판이 있는가
골짜기 시냇물이 있는가
구름 한 점, 떠 있는, 하늘이 있는가,
너, 있는 곳, 거기에,
한 되 땅 오가며, 사랑 심어도 좋은,
하나된 노마-마노의 땅이 있는
한껏 걸어가도 좋은, 한 길이 있는가…
제자리 씨앗이 있는가,
너, 있는 곳, 거기에, 그대는…
37
없어지지 않은, 없애버리지 못 하는 한…
너, 있는 곳, 거기에
무슨 놈이, 겨레니, 하나됨이 있겠나,
다 헛소리, 다 개나발인 것을…
36
너 있는 곳 거기에 12
- 개나발 불지 말라
겨레, 하나됨에 온 마음 쏟아낼,
한구석 마음 비워 둔 일 있는가
날마다, 몹시, 바빠서인지
몹시, 어둠 짙어서인지,
그대여!
그대, 있는 곳, 거기에
바로 있는, 일어날 생겨날 일이지만
그대 가진 것, 조금 잘라내어
겨레, 하나됨에 거름으로
거름이 되게, 썩어지게 한 일 있는가
거름이 되게, 거름이 되게…
국가 보안법 있는, 남아있는 한…
겨레, 하나됨이란, 없는 일이오니…
없어질 것은 제국도 법률 지배자들도 그 틀도
39
함께 사는 마을
함께 사는 마을은 없나요
함께 평화를 만들고
함께 사는 그 마을에서
평화의 꽃을 심어
꽃향기 함께 맡으며
가난한 사람도 없고
지위 높은 사람도 없는
그 마을에서
평화의 양식
함께 나눠 먹으며
아름다운 작은 꿈
함께 키워내는
그 마을에서
우리들의 노동이 축제가 되는
그 날을 향하여
함께 사는 마을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
함께 사는 마을은 없나요
가르쳐 주세요
함께 사는 그 마을을
* The Imperial Yoke-제국의 굴레에 수록. 노래로 작곡된 울림글. (1986. 3. 1.)
38
평화도 상생도 치유 아니리…
- 내가 그리했노라고 뉘우침 없는
눈에 흘러내리는
피눈물이 닦여지고, 가슴에 맺힌 한
말끔하게 씻어지기까지는
아린 가슴이 풀리고,
겁난 살갗이 피어나기까지는
그 누가 또한 그 무엇이
평화니 상생이니 치유이니
입술로 입술로 되는 일이 아니니…
죽인 자들은 내가 그리했노라고,
가둔 자들 고문한 자들 물 속에 던져 놓았다
그 자들이 법률이 정책이 지배자들이
내가 그리했노라고 스스로 뉘우침 없이는…
평화도 상생도 치유는 없나니…
오늘도 전쟁이고, 오늘도 죽임이고, 오늘도 상처 뿐인데
그 누가 또한 그 무엇이
평화이고 상생이고 치유란 말인지는…
41
4・3은 물결이오니
도도한 흐름 속에서
4・3은 숨결이오니
끝없는 굽이침에서
4・3은 씨알이오니
기름질 이 땅 위에서
* 4·3과 평화 제14호에 수록. (2014.)
40
4・3은 아픔일지라도
어느 결엔가 4・3은
지나가버린 초상이 아니오니
그들의 피가
이 가슴마다에
불타고 있음은
죽어버린 4・3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4・3이오니
긴 긴 사람이 길목에서
4・3은 아픔일지라도
누구도 지울 수 없는
알 찬 이정표
따순 길잡이
4・3은 빛바랜 유물이 아니오라
4・3은 빛나는 역사로 살아있음이니
이제 나 여기에서
43
여기는, 이곳은, 이 땅은
비무장 평화 지대여야 하나니…
42
여기 이 땅은 이 나라는
- 비무장 평화 지대여야 하나니…
침략 전쟁이 다
전쟁은, 모든 전쟁은
동맹은, 동맹은, 모든 동맹은
침략군 동맹이니…
분담금, 분담금, 전쟁 분담은
침략 분담금이니…
전쟁 반대는 동맹 반대입니다
분담금 반대입니다
비무장 지대 넓히는 일입니다
전쟁 반대는…
전쟁 없는 살상무기도 장갑차도 탱크도
핵무기도 핵잠수함도 사드도 없는
평화지대, 비무장 평화지대에서
그곳에서 살고 싶으니
그렇지 않은 국가도 정부도 의회도 정치도
경제도 종교도 교육도 다 물러가라…
2부
이 길은 바람이 없는 그늘이 없는 길이 아니오라 사람의 길입니다 따슨
입김이 묻어있는 흙 묻은 손으로 저기 가는 저 길까지도 가리켜주는 그
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징역이 없는 고발도 고자질이 없는 이 길은 저
녁 햇볕 내리시는 저녁 밥상 앞에 둘러앉은 밥술 든 얼굴들이 아른거리는
길입니다 나의 혁명이 자라나는…
47
나의 혁명 1
발걸음도 없이 새겨놓은
손짓도 없이
산짐승인 듯이 어디에서 낳아서
어디에서 살다가
어디로 떠나갔는지도 알 수 없는
나의 혁명은…
이름도 없이 쌓아놓은 만나도 없어라
그저 피었다 지는 들꽃인 듯이
그저 남겨 떨어진 씨알인 듯이
그저 다시 돋아나 새싹으로
들꽃이 되고 들꽃의 씨알이 되는
나의 혁명은…
제자리 지키며 빛나는
해의 자리인 듯이…
봄여름가을겨울이나
새갈마노 어느 쪽에서도…
49
한울산 제주가 여기이고 회령 나선 선봉이 여기인데
무엇이 그리도 멀리 서서 서성거리고 있는가
모를 일이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48
나의 혁명 2
- 어찌 그리 서성거리고 있는가?
이름들 다 외울 수 없네
그대들 가는 길 다 헤아릴 수 없네
약간의 귀 기울임만으로도
마노는 가까웁고
노마는 멀지않네
삼지연이 여기이고 마식령이 멀지 않네
평창이 여기이고 평양이 가까운데
멀고 먼 외교정책 걷어치우시면
거친 통일전략 치워버리시면
나의 혁명은…
외교관님들도 논밭으로 내려오시면
통일장관님네 들녘으로 스며드시면
가로막는 U.S.A 철조망 걷어치우시면
가로막는 이념 선전망 집어치우시면
나의 혁명은…
51
나의 혁명
나의 길은…가녀린 숨결일지라도…
50
나의 혁명 3
- 가녀린 숨결일지라도
빗겨갈 수 없지요
이 길을
거친 숨결일지라도
가녀린 숨결일지라도
나의 길이니
내가 가야만 하는
그래서…친일파의 길도 나의 길 아니리
그래서…친U.S.A파의 길도 나의 길 아니리
파라다이스라 할지라도 자본의 길
가상 화폐의 길인들
그 누구의 길일지라도 나의 길이
아니리 아니리
외로 난 이 길 오솔길인들 어쩌랴
온새미길이어도 참으로 좋은
53
나의 혁명 5
- 그 길입니다
그 누구도 거들떠 보아주지 않아도
가야 할
좋다 궂다가 아니라
숨통을 어서 열어 놓아야 할
빠르게 빠르게 내달려가야 하는
먼- 길이기도 하고 또한 가장 가까운
길이기도 합니다
먼-길이라 함은 어머니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아이를 낳고 다 자라날 때까지
보살펴야 하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함은 이웃으로 서야 하는
이웃집 밥사발의 깊이쯤은 헤아릴 수 있는
그 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세차게 춥다
그 길을 걸으며…내가 가는 이 길은
나의 혁명이오니…
52
나의 혁명 4
- 이 길은 저녁 햇볕 내리시는
이 길은 바람이 없는
그늘이 없는 길이 아니오라
사람의 길입니다
따슨 입김이 묻어있는
흙 묻은 손으로 저기 가는 저 길까지도
가르쳐 주는 그 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징역이 없는
고발도 고자질이 없는
이 길은 저녁 햇볕 내리시는
저녁 밥상 앞에 둘러앉은
밥술 든 얼굴들이 아른거리는 길입니다
나의 혁명이 자라나는…
55
나의 혁명 7
- 따슨 손길로
저 높은 하늘이 보고 있지 않느냐
언제 어디서나
슬픔까지도 아시는 외로움까지도
아시는…
하늘은…끝없는 끝없는
높이이시며 가장 곁에 계시는
여기이오니…
슬픔도 하늘이 온 하늘도 때로는
외롭고 슬프지 않으랴
오늘은 할머니 엉성한 손길인 듯이
따슨 온기 내시는
언 가슴 녹이시는 따슨 손길인 듯이…
너그러워져야 한다
한껏 한껏…
54
나의 혁명 6
믿음이 아니듯이
저들의 예배당으로, 절간으로
교회당으로 가는 일이…
배움이 아니듯이
학교로 대학, 대학원
그 무슨 집단으로 가는 것이…
정치가 아니듯이 당을 만들고 의회 의원이 되고 장관 차관
비서실 대통령이 되는 그 짓거리가…
땅을 일구는 일이, 이제는 씨앗지기가
아니듯이…상품을 지어내는
제 땅에서 자라날 제자리 씨앗 한 톨 없는
이 땅 위에서, 논농사를 짓지 말라는 이 나라에서
나의 혁명은 믿음을 새로 살리는 그 길입니다
정치와 배움을 새롭게 다지는 그 일입니다
땅을 제대로 일구고 제자리 씨앗쯤을 지키는
그 일입니다 그 길입니다
나의 혁명은…
57
나의 혁명 9
나를, 나를, 온 나를
사랑함이니
숨은 빛을 볕을 햇살을
사랑함이니
나의 혁명은 사그라지는
빛일지라도 함께 빛나는
그 일이오니…숨결이 그러하오며
첫눈 같은 그리움으로
하얗게 하얗게 빛나시며
녹아내리시는
남김 없이 사그라지시는
물길임에랴
온몸에 피로, 피로 스며드심이오니…
56
나의 혁명 8
- 이 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오르며
골짜기의 옛일을 되새기며
골짜기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더듬으면서
오늘은 미끄러짐이 있겠지
눈 많이 쌓인 길 위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사랑이 깃들어 있게 되었으니
어디에 간들 이 길 걸음인 듯이
나의 혁명은…
이 길을 걸으며 이 길을 닦으며…
맨 처음 맨 첫걸음부터…
오늘은 그 첫걸음이거니…
59
나의 혁명 11
그 누가 사피엔스라고 했는가
그 어떤 사람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는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 될 말이다
사피엔스가 사피엔스를 죽이고
영장이 영장을 살해하는
살해의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팔아먹고, 돈을 챙기고
사고 팔고 팔고 사는
나의 혁명은
영장을 지우는 일이며
사피엔스를 지우는 일이며
전쟁과 무기를 지우는 일이오니
거짓 종교 과학 의학을 지우는 그 일이오니…
58
나의 혁명 10
오늘은 거침없이
낄낄새의 노랫소리를
따르는 일입니다
봄의 혁명으로 피어날
온 산에 온 들에 온 가슴에
새싹으로 봉오리로 꽃으로
샛바람에서 샛바람을 넘어서
갈바람에서 갈바람을 넘어서
나의 혁명은…
피어남의 자리가 되는
봉오리의 모임이 되는
꽃잎으로 피어남 되는
오늘은 거침없이…
60
거짓 정치 경제 복지 산업을…
사고 팔고 팔고 사는…
죽이고 또 죽이는…
발전이란 이름으로, 아! 나의 혁명은
발전을 지우는 GNP GDP를 지우는 그 일입니다
3부
비가 내리면…비의 고향을 찾는 그 일입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의 고향
을 찾는 바람이 태어남을 찾는 눈이 내리면 한울산은 4·3은 나의 혁명입
니다 한울산 4·3은 나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태어나는 일입니다
한 고향을 짓는 일입니다 나의 혁명입니다 민족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
는 민중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한울산 4·3혁명으로…빛 가운데로…
빛은 밝은 목숨입니다 목숨이 빛남입니다 볕은 따슨 목숨입니다 목숨이
빛남입니다 살아야 힘찬-힘살입니다 해가 살림의 힘입니다 오늘 기어
코…해로 살아야 하니 빛 가운데로…
63
한울산 4・3혁명 1
- 나의 혁명이오니
한울산 4・3혁명은, 오, 나의 혁명이오니…
아무것도 없이
빈 들에서
그저 저녁노을만이 따스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겨울 산
한울산에서 4・3혁명은 자라났고
그 산에 묻혔는…
한울산 4・3혁명은 아무도 거들떠 본 일 없는
거짓과 탄압의 사슬과 억압의 굴레에 묶인 채
선전
죽었고, 죽었고, 죽었다
그러나 다시 다시 일어나고 있음은
한울산 4・3혁명은
나의 혁명, 몸의 혁명은
불새의 혁명이기 때문입니다
한울산 4・3혁명은…
65
몸의 혁명으로…
나의 혁명으로…
64
한울산 4・3혁명 2
- 나의 혁명이오니
한울산 4・3혁명은
나의 혁명입니다
일어섬에서 살아감에서
완전히 완전히 사그라졌던
한울산 4・3혁명은
발걸음조차도 무덤조차도
빗물로 눈물로 흙바람으로
씻어 내려가버린 그 자리…
한울산에서
4・3은 영원히 혁명으로
혁명으로 다시 일어나는
나의 혁명이오니…
진상규명도 진실 밝힘도 명예회복도
한울산 4・3혁명은…스스로 스스로
해내는 터이니 씨알의 혁명으로
67
한울산 4・3혁명 4
- 나의 혁명이오니
지배의 DNA를 지우는 일입니다
통치의 DNA를 씻어내는 일입니다
죽임의 DNA를 살림의 DNA로 바꾸는 일입니다
사슬과 굴레 가둠의 DNA를 풀림의 DNA로…
나의 혁명은
꽃으로 피어나는 몸으로
나를 새롭게 짓는 일입니다
한 몸이 온 몸의 도움으로 살아가듯이
살아가면서 삶을 새롭게 새롭게
씨-싹, 움, 눈-가지-잎-줄기-봉오리-꽃
알…씨알로 씨알로 새로워지듯이
아, 나의 혁명은…
나라도 이념도 지역도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과학문명도…
66
한울산 4・3혁명 3
- 나의 혁명이오니
온 산의 혁명이오니
온 바당의 혁명이오니
산 오름 풀 나무 골짜기의 혁명이오니
온 마을 온 사람 풀벌레 산짐승들 벌나비의
혁명이오니
제국의 침략에 대항하는 항쟁으로
지배의 사슬에 항거하는 투쟁으로
한울산 4・3혁명은…
온 나의 혁명이오니…
아버지 어머니 형님 아우 누이 누님
삼촌 아지망의 혁명이오니…어른 아이…
모든 나의 모든 나의 혁명이오니..
69
한울산 4・3혁명 5
- 나의 혁명이오니
비가 내리면…비의 고향을 찾는
그 일입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의 고향을 찾는
바람이 태어남을 찾는
눈이 내리면
한울산 4・3은 나의 혁명입니다
한울산 4・3은 나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태어나는 일입니다
한 고향을 짓는 일입니다
나의 혁명입니다
민족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민중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한울산 4・3혁명으로…
빛 가운데로…
68
살림의 씨알 DNA로 새로워지는
몸의 혁명입니다
한울산 4・3혁명은 나의 혁명이고
몸의 혁명이오니…
70
빛은 밝은 목숨입니다
목숨이 빛남입니다
볕은 따슨 목숨입니다
목숨이 볕남입니다
살아야 하는 힘찬-힘살입니다
해가 살림의 힘입니다
오늘 기어코…해로 살아야 하니
빛 가운데로…
4부
살아있는 것 죽이지 말라 산 목숨을…산 사람을…슬픈 일이다 다 알면
서 다들 말하면서 그렇게…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말라 도둑질이 죽임이
고 싸움질이 다툼질이 죽임이니 총 쏘지 말라 칼 쓰지 말라 칼 쓰는 사람
칼에 찔려 죽는다
4000만 명을 죽인 사람들 5000만 명을 죽인 사람들 그들을 문화인 문
명국 사람들이라고 한다…
73
목숨 1
숨의 몫으로 살아가는
참으로
한울 숨 쉬는
그 몫으로
내가 살아있음은 여기에
오늘…
온 목숨 살리라는…
한울 말 따름이오니
나의 믿음은 나의 믿음은
한울 말 따르는
온 목숨 살리는
살다입니다 나의
살아있음은…이제 여기에
75
목숨 3
돈…자본을 위한
목숨 팔기 제발
오늘 이제는 그만 하세요
가장 좋은 자동차 비행기…
배를 타는
눈 깜짝 사이에
온 목숨 내던지는 그 일이오니
제발 돈-자본을 위한 함부로 목숨 내어주기는
이제 오늘도 그만 두시기를
그 무엇을 위해서도
그 누구를 위해서도
74
목숨 2
목숨 버리지 말라
제 목숨 값
그 몫은
사로잡는 무리들의 도구인 국가를 위해서도
사슬인 민족을 위해서도
허깨비 노름인 종교를 위해서도
헛된 일이거니
목숨은 우주보다 무거운
한 번뿐인 하나 뿐인
결코 되살아날 수 없는
이 한 목숨은
제 목숨 값을 다 할 때만
77
목숨 5
유럽에서 도망쳐서
탐험이다 발견이다 하면서…
슬프고 아픈 일이지만, 참으로
유럽에서 도망쳐
인디언들의 땅 아메리카를 빼앗고
그 땅에 살게 되면서부터…
인디언들의 땅 아메리카를 빼앗고
그 땅에 살게 되면서부터…
인디언들의 땅 아메리카는
썩기 시작했습니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자리 씨앗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침략자들의 씨앗은
땅 흙을 거역하니까요
제자리 씨앗-목숨은 제 땅 흙을
76
목숨 4
목숨 걸지 마세요 거기에…
종교는 천당에 목숨 걸라 하고
정치는 주의에 목숨 걸라 합니다
과학은 발전에
경제는 돈-자본에
문화와 예술은 환상에
목숨 걸라 합니다
거짓말, 그런 나라는 없었고
결코 없을 것이오니 음모이오니
빼앗으려고…부드럽게시리
교육은 말장난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부는 국가는 집단 통치술이오니…
제발 목숨 걸지 마세요 거기에…
79
목숨 6
죽이는 일입니다 살해
살생
자연을 건드리는 것이
개발이다 발전이다 하면서
제자리 씨앗을 건드리는 일이
죽이는 일입니다 살생
살해
사람을 온 목숨 죽이는 일입니다
파괴, 파멸시키는
전쟁을 일으키는, 일삼는 그 일입니다
죽이지 마세요, 제발, 자연을 가만히
가만히 두시기를
죽이는 일은 아니 되오니
자연을 건드리는, 그 일이야말로…
78
보드랍게 기름지게 보듬어 함께
살아갑니다…만…
81
목숨 8
결코 남이 나를 어찌할 수 없는
결코 내가 남을 어찌할 수 없는
목숨
침략 전선에서도
남이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살아감이란…남이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오직 한 차례만의 기쁨이기도 하고
오직 한 차례만의 목숨인 것을
바꿀 수 없는…
대신할 수 없는…
목숨
제국으로 나를 바꿀 수 없는…
자본으로 나를 대신할 수 없는…
80
목숨 7
숨통을 막는 일이 죽이는 일입니다
일자리 빼앗는 그 일이
일자리 죽이는 그 일이
죽이는 일입니다
국경을 막는, 산길을 막는
남북을 막는
갈라놓는 그 일이 38선을 긋는
그 일이 뱃길을 막는 하늘길을 막는…
강정에 침략군의 함정을 정박시키는
성주에 침략군의 사드(THAAD)를 설치하는
남의 땅에 침략군이 왕 노릇하는
그 일이 죽이는 일입니다
날마다 살해하는 그 일입니다
잠수함, 전투기, 군함, 항공모함을
남의 바다에 띄우는 그 일이…
83
목숨 10
기적입니다
내가 숨을 쉰다는 것은
아무도 그 무엇으로도
목숨 만들 수 없음은
씨알 지을 수 없음은 기적입니다
조작할 수 있음에 슬픔 앞서지만
인간 지능 로봇을 만들겠다는
과학이 아픔 더 하지만…
들숨 날숨 숨을 쉴 수 있는
이 나의 목숨은 한울입니다
아무도 그 무엇으로도
손찌검할 수 없는 발길질도
생체 실험도 할 수 없는…목숨은…
아니 됩니다 결코
82
목숨 9
들숨 한결도 빼앗길 수 없음은
날숨 한결도 더럽힐 수 없음은
가장 곱게 빛나는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한 차례 여기에서만의 이 한 목숨
맨 처음이고 맨 마지막
결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결코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는
들숨 한결도 빼앗길 수 없는
날숨 한결도 더럽힐 수 없는
우주보다 더 무거운…
한울보다 더 거룩한…
목숨…
목숨…
85
목숨 11
어찌 말로 다 하랴마는
어찌 글로 다 쓰랴마는
목숨이 목숨답게
피어날 수 있다면
어머니의 몫인 듯이 이 땅 위에서
웃음 웃으면서 살 수 없으랴
그 누가 그대를 적이라 가르치고 있으며
그 누가 그대를 원수라고 외치고 있는가
아! 고른 목숨 고르게 살아가도 좋은
아! 고른 목숨 고웁게 피어나도 좋은
아! 고른 목숨 굳세게 뼈 박혀도 좋은
얼싸 얼싸 따뜻하게 넋맞이
노래로 춤으로 추스려서 좋은
이 한 목숨…
이 한 목숨…
84
죽임은 전쟁은 핵무기 사드는
결코 전쟁은…그 어떤 까닭으로도…
87
목숨 13
머리털 한 올도…
피 한 방울도…살 한 갗도…
뼈 한 조각도…
함부로, 마음대로, 마구잡이로
생각없이, 버릇없이
덤으로 굴어서는 아니 되는
숨결! 목숨!
그 어느 곳에서도 언제라도
쳐들어 와서 건드릴 수 없는
샅이니, 거룩한 한울집이니
한울이시니
누구인들, 그 누구인들 건드릴 수 없는
86
목숨 12
하늘 모신 자리입니다
따앙 모신 자리입니다
그냥 그대로 그처럼 그토록
그저 그되게 그답게
그렇게 모셔져야 하는
목숨! 목숨! 사람의 사람의 사랑이야…
하늘이 우려낸 들숨 날숨
따앙이 우려낸 날숨 들숨
사람이 우려낸 사랑이야
참으로 참으로 다 살아 다 살아
꽃 피고 열매이어서 이어서
씨알이 되시는
아! 씨알이 되시는
89
목숨 15
한 번뿐인 오늘 여기에서
맨 처음 숨이시고
마지막 숨이신
한 숨결로 오래인 듯
짧은 삶인 듯이
결코 다할 수 없는
결코 다 이룰 수 없는
한 가운뎃길 낳고 살다가 떠나야 하는
목숨…
이겨도 다 이길 수 없고
져도 다 질 수 없는
예서 오늘은
맨 처음이고 맨 마지막인
88
목숨 14
더 크신 것 있으랴 없는
더 높은 것 있으랴 없는
더 많은 것 있으랴 없는
더 넓은 것 있으랴 없는
더 깊은 것 있으랴 없는
이 한 목숨 앞에서
이 한 목숨 아니고
더는 살아갈 수 없는
목숨만이 목숨만이
다인 온인 한인
더 한 사랑 있으랴 없는
더 한 믿음 있으랴 없는
더 한 바람 있으랴 없는
목숨! 목숨! 목숨!
91
목숨 16
결코 값을 매길 수 없는
길이도 짧게도 길게도
많게도 적게도 작게도
결코 값이 없는, 다 넘어선
깊이도 얕음도 없는
높음도 낮음도 없는
목숨…
그것들 다 넘는 다 넘어선
결코 맞바꿀 수 없는
때울 수 없는
그만의 단 한차례
한 바다의 물결인 듯이…
목숨 목숨
핀 꽃인 듯이…
진 꽃인 듯이…
90
울음도 슬픔도 아니기를
곱디고운 숨결이었으면…
93
목숨 18
빛숨이 있습니다 볕숨이…
살숨이 있습니다
해숨이 있고
흙숨이 있고 땅숨이 있습니다
흙심이 있고
빛심이 있고 빛깔심이 있습니다
목숨이 있습니다 살갗마다 들숨 날숨이…
목숨은 빛깔마다 들숨이 다르고
날숨이 다르오니
여기 목숨이 있고 저기 목숨이 있어
살숨이 사람으로 꽃을 지으면서
꽃으로 저마다 다 피어난다 합니다
92
목숨 17
산보다 더 높으신 바다보다
가람보다 더 깊으신
골짜기의 다 알 수 없는
까닭 모른 채 낳았다가
살다가…
느닷없이 떠나버리는…
살다가 가장 거룩한
숨결은 거룩한 우러름으로만 볼 수 있는
복받치는 서러운 사랑과 같은…
오래 오래
보고싶어지는 따스한
따스한 목숨으로…
따뜻한 살결인 듯…
언듯 언듯 사그라지는…
95
목숨 20
사람은 목숨 살리는
사랑입니다
나랏 살림살이도
목숨 살리는
온 목숨 살리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살림입니다
목숨 살리는
온 목숨 살리는
온 목숨 살리는 그 일이
사람입니다
사랑입니다
첫째 가르침입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하늘도 따앙도 사람도
사랑도…
94
목숨 19
숨구멍이 있어서 숨을 쉽니다
털구멍이 있습니다
목숨은 다 받으며 살아갑니다
목숨은 다 내어주면서 살아갑니다
피 돌기라고도 합니다
새살이 돋아난다고도 합니다
새 숨이 숨을 들숨 날숨
숨을 쉰다고 합니다
한울님은 목숨이오니…
종교는 값진 목숨으로 살아가게 하는
길입니다 참숨입니다 목숨입니다
목숨 빼앗는 종교는…결코…
97
목숨 22
살림 살리 되살림
목숨
되살리미
씨알로 빛으로 되살리미입니다
볕으로 햇살로 되살리미입니다
되살리는 힘으로 살으시는
되살림입니다
하늘로 빛으로 살으시는 따앙으로 흙으로
물로 물결로 살으시는
사랑의 손길로 살으시는
사람은 살림의 숨결입니다
목숨입니다
96
목숨 21
새싹은 목숨으로
새움도
새눈도
풀도 나무도 이끼도
목숨으로
죽은 것을 먹으면 죽고
병든 것을 먹으면 병든다
새싹으로 숨을 쉰다
새싹이 된다
새움으로 숨을 쉰다
새움이 된다
목숨은 사는 만큼의 몫이거니
숨을 쉬는 들숨 날숨의 값이거니
밥값도 그러하고
목숨은 한울 다이니…
99
목숨 24
목숨…
아름다운 숨결로 오늘은
오늘 사랑의 기슭에서
저물어가는 햇볕에
등을 쬐고 있나뇨
배부르고 등 따신 목숨으로
오늘은
함께 웃을 수 있었는지…
멀리 멀리에 가버린 벗들
그리워 불러도 대답 없는 걸
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그저 아름다운 숨결로 저물어가는…
98
목숨 23
버린 자리 같은 것 아니지…
한울 목숨 버려두는 것 아니지…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제 목숨으로만
그것 지을 수 있게 하는
헐떡거리는 목숨이 아니지…
고른 숨결로
그 절정을 맞이하는
아무도 아무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놓여있어야 할 목숨…
그 자리에 바로 그 때에
제자리에 떨어지는
꽃씨인 것을…
101
목숨 26
온몸으로 숨을 쉰다
목이 몸이니
참이 참으로
그냥 그대로가 참이니
목숨은 목숨이거니
숨 덩어리가 목숨이다
숨 그대로가 목숨이다
숨 쉬지 않은 것 없다
숨이 산다는 말이다
숨 쉬지 못하게 함이다
죽임은
숨 죽여 시들어 버리게 함이다
몸 숨이게 하라…
온 숨이게 하라…
100
목숨 25
하늘 따앙 사람으로
한울이 되는 일입니다
살아있는 온몸은
하늘 따앙 사람으로
높이와 넓이 깊은 사랑으로
작디작은 몸일지라도
한울로 여겨지는 일입니다
무엇이 거대하며 무엇이 그리 위대한가요
결코 가장자리로 비켜설 일이 아닌
목숨은 목숨은…
한울이 되는 일입니다
하늘로 따앙으로 사람으로
목숨이야 그지없는 넓이입니다
그윽하게 깊어지는 깊이입니다
103
목숨 28
아버지도 먼저 가셨고
어머니도 먼저 가셨지
슬픔도 없이 울어 줄
이웃도 없이 벗들도 없어라
먼저들 가버렸으니…
고요 속에 들리는
낡은 총소리 그 울림 타고
4・3의 숨결도
6・25의 아픔도
한울산 가만히 저녁 해를 받는다
봄 바다 잔잔하게 빛놀이 한다
우리가 먼저 가게 될
그날에는,
아무 부끄럼 없기를…
102
목숨 27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목숨들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온 땅이 온 나라가
죽임당한 이웃들 벗들의 무덤
무덤이 아니랴
목숨도 녹아지는다
언 산이 그러하다
언 산이 그러하다
녹아져 녹아져 온 목숨 녹아져
산 목숨 다시 낳는가!
해도 지고
해도 다시 뜨는 것 아닌가!
거름이 되어서 온 목숨 기르는 것이려니!
목숨은, 목숨은…
105
목숨 29
이 길이 이 산이 이 오롬이
살, 피, 골 스며들었던
깊이지 산이지 오롬이지
내가 어쩜 나를 밟고 가고 있다
골짝에 있었든
길가에 있었든
목숨으로 고른 땅이 되어
거름이 되어 모두 다
씻은 목숨 자라나는 흙살이 되어서
모두 다 이슬이 되어서…
목숨의 몫은…
목숨의 몫은…
104
죽는다는 것은 죽인다는 것은
다른 목숨의 길 아니랴…바탕부터가…
107
목숨 31
기쁘지 않으랴, 언제 어디서나
해로 뜨시는 달로 뜨시는
별로 뜨시는
한 목숨…
새하얗게 새하얗게 그래요
새하얗게 빛 그대로 태어나시는
한울님의 아들 딸, 씨앗은
한 목숨…
밝은 몸으로 맑은 맘으로 빛나는 불빛으로
춤을 추어서 좋은 얼싸 얼싸 일어나시는
절씨구나, 알이로구나…새싹으로
한 목숨으로…
106
목숨 30
살아있는 것 죽이지 말라
산 목숨을…
산 사람을…
슬픈 일이다 다 알면서
다들 말하면서 그렇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말라
도둑질이 죽임이고
싸움질이 다툼질이 죽임이니
총 쏘지 말라 칼 쓰지 말라
칼 쓰는 사람 칼에 찔려 죽는다
슬픈 일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다들 알면서 다들 가르치면서…
4000만 명을 죽인 사람들
5000만 명을 죽인 사람들
그들을 문화인 문명국 사람들이라고 한다…
109
목숨 33
비가 내리고
한 목숨 살리시는
바람이 분다
한 목숨 바로 세우시려고
산을 보라 하고 산마루 넘어오시는
아침해를 보라하심은
빛으로 이 한 목숨 살리시는
그 말씀 따르라 하심이오니
빛으로 이 한 목숨 살리시는
그 말씀 따르라 하심이오니
비가 눈으로 바뀐다
한울산은 온통 일어서시는 목숨이오니
나무들이 들풀이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산 물이…
108
목숨 32
여기 저기에 언제나
흩어져 있는
목숨을 모아 모아서
하나로 함께 한 몸으로
힘을 모아서 마음을
살을 피를 뼈를 모아서
하나의 몸으로 한울로
살아가게 하시는
사람이 되게 하시는
힘…아, 그 힘이
모아진 그대로 다시
하나가 되게 함께 한 몸으로
살아가게 하시는 목숨은…
110
비는 목숨이오니…
산 물이듯이…한울산에 내리시는 나는…
5부
나에게 더러 신학자라고 소리조차 내지 마라 나는 귀신을 모르고 나에
게 내리는 빛에게. 밝게 웃고 볕에게 따뜻하게 품을 열고 사느니 햇살 앞
에서 그 햇살 받으며 골짜기를 오르내릴뿐…날더러 언어학자라고 일컫
지 마오 나는 겨우 가림다한글을 되찾아 애쓰게 얼뜻넋을 기려보는 바이
니…
113
사람이니까…
사람이란, 나는 나 스스로
두 발로 제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니까, 사람이란 나는
갇힐 수 없으며 무릎 꿇고 밥 얻어먹을 수
없는
서서 살기를 원하는 나는
사람이니까…
높다 낮다는 서서 살아갈 수 있는
나의 걸음걸이인 것을…
묶인 채 목사리 목사슬 굴레 씌어진 채로
손목걸이 발목걸이 채워진 채로
GNP 3만 달러의 빈 밥 먹는 것보다는
서서 죽기를 바라는 나는
사람이니까
115
이 길에…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 길에
그냥 결 짓는 그 길이거니…
새살 지키려고
애써 결바람을 막아서 보는
새싹 돋우려고
애써 무거운 흙덤을 헤집어 보는
산들바람에 흔들흔들 설익은 춤일지라고
가지춤결 그저 가벼웠으면 해
꽃이며 열매랑은 사뭇 잊어버려도
나의 몫이 아닐런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 길에
가둠이나 비틀림 따위는 이제 더는
없어서 좋으련…
114
제 입으로는 제 말을, 제 귀로는 바른 말을…나는
제 몸으로는 웃음 웃는, 춤추는 몸짓만을…나는
사람이니까…
117
우리들의 봄은…
살 에는 결바람
쌓인 눈 눈 덮인 산울에는
숨소리조차 가늘어진다
턱수염 염소들도 산새들도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골물도
찬바람 사이로 제 길을 가는가 보다
밤하늘의 달빛도 별빛 더욱 빛나니
산허리 나무들도 곧게 서 있어서
아니 벌써 찬바람도
봄 길에 제 길을 내어 주었는지
알 수 없는 따스함이 어디에선가
스며드는데 멀지 않아서
숨결에 모두 힘이 돋치려니…
116
그
오직 나만이
그를 안다
그는 너의 바라봄이 아닌 것
그는 너의 눈여김이 아닌 것
오직 나만이
그를 안다
나 아닌 어떤 나를 섬기지 말라니
나 말고 어떤 나도 바라지 말라니
오직 나만이
나를
그리워함은…
118
나는 이제 겨우…
나에게 더러 철학자라고 부르지 마오
나는 철학은 모르지만
나를 뉘우치는 사람이거늘…
나에게 더러 시인이라고 말하지 마오
나는 울림글 쓰는
나를 느끼는 사람이거늘
나에게 더러 신학자라고 소리조차 내지 마라
나는 귀신을 모르고
나에게 내리는 빛에게, 밝게 웃고
볕에게 따뜻하게 품을 열고
사느니 햇살 앞에서 그 햇살 받으며
골짜기를 오르내릴 뿐…
날더러 언어학자라고 일컫지 마오
나는 겨우 가림다한글을 되찾아 애쓰게
얼뜻넋을 기려보는 바이니…
또 하나의 눈빛
삶의 길이오니 4·3은 민주주의 역사이며, 4·3은 평화의 대장정입니다.
4·3은 진실 된 삶이고, 진실은 4·3의 양식입니다.
121
4・3의 길은…
삶의 길이오니
4・3은 민주주의 역사이며, 4・3은 평화의 대장정입니다. 4・3은
진실된 삶이고, 진실은 4・3의 양식입니다
4・3은 세계사의 진실이고 4・3의 진실은 참되게 살려는 사람
들에게는 영혼의 양식이 될 것입니다.
4・3은 하나된 평화의 나라를 세우는 평화의 역사이며 희망
의 거센 힘입니다. 4・3은 민족의 꽃입니다. 평화의 꽃입니다.
4・3은 온누리 가난한 이웃들 모두에게 드리는 희망의 선물입
니다.
4・3은 온누리에서 피어 날 평화의 얼이고 넋이며 그 뜻입니
다. 4・3의 길은 평화의 말씀, 가르침, 평화의 살림살이입니다.
4・3의 길은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시는 참 삶의 길잡이 평화의
깃발입니다.
4・3은 장수의 길입니다, 나를 지키는…4・3은 한울굿입니다.
온오름의 굿입니다. 한울산 폭낭의 굿입니다. 4・3은 한울산의
춤입니다. 4・3은 온오름의 춤입니다. 한울산 풍낭의 춤입니다.
123
아사달
-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나의 길이고
너의
우리 모두의 길입니다
사람의 길은
자유의 길이고 해방의, 평화의…
살림의 길입니다
죽임의 길이 있기도 해왔지만
죽임의 길이 무서움이었지만…
죽임의 길은 산을 죽이고 강을
바다를 죽이는
그 길은 사람도 이웃도 형제도
남과 북 동포도 죽이는
총칼의 길입니다
그 길은 사람의 길이 아닌
122
4・3은 살풀이입니다. 4・3은 노래입니다. 아사달의 노래입니다.
마니의 노래입니다. 4・3은 온오름산 한울산의 노래입니
다. 한울 말씀입니다. 4・3은 평화의 꽃입니다.
4・3은 사랑의 절정…
한울산의 마루-꼭대기입니다.
4・3은 온누리를 비추시는 빛입니다.
볕입니다. 온누리 온 가슴 따숩게 하옵시는 햇살입니다. 힘
차게 살아가게 하옵시는 4・3은…해이오니…
125
비무장의 땅으로
산으로 오름으로 우뚝 서서
살아가자는 그 길이기 때문입니다
비무장의 땅으로
총도 없고 미사일도 사드도 없는
U.S.A 기지도 U.S.A 해군 U.S.A 공군기지도 없는
감금도 감옥도 징역도 다시는 없는…
비무장 평화의 땅으로 가는
그 길이기 때문입니다
죽이는 손도 발도 없는
죽임당하는 떨리는 목숨도…
하나도 없는
다랑쉬도 없는 바닷물 어느 물살에
쓸려 가버리는 수장도 없는
124
그 점에서 똑같은…아픔의, 쓰라림의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어떤 길을 가야 합니까?
역사여! 문화여! 평화여!
이 길을 가라는
4・3은 길잡이
사람의 길로 가야 하는
사람으로 살아서 좋은
모든 이웃 제 벗들의, 그 길입니다
온 목숨, 온 발걸음 걸어가도 좋은
그 발길입니다
4・3이 사람의 길이여야 함은
하나 되는 이 조국에
비무장의 땅으로
산으로 오름으로 우뚝 서서
살아가자는 그 길이기 때문입니다
127
제주 바다 봄 바다로 일렁이는
춤이 되는 잔칫날이 되는
꽃춤판 잔칫날이 되는
그 길입니다
그 길입니다
4・3의 길은 사람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4・3의 길은 그런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그 길이 때문입니다
4・3 해방 투쟁은 축제의 노래가 되는
덩실덩실 춤을 추는 춤사위가 되어
4월의 꽃춤으로 피어나는
꽃길이 되어야 합니다
4・3의 길은 사람 사는 그 나라 지으려는
함박웃음 피어나는
126
아!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친일파 쿠데타도 없고
총칼 든 쿠데타도 없으며
사이버 쿠데타도 없는
U.S.A 군도 황군도 노군도 중군도 없는
살해의 총칼이 전혀 없는
밭 가는 쟁기만 남고
낫과 호미만이 남는
살해의 무기는 다
사라져서 좋은…
4・3의 길은 사람의 길은
종교보다 깊고 미학보다 더 아름다운
한울산 들꽃으로 곱고
129
아사달의 마니의 길입니다
지난해도 오만그루
올해에도 오만그루
평화나무 살림나무
복숭아꽃 살구꽃산
진달래로 아름답게
살고지고 살고지고
아리라앙 살아가세
쌀이라앙 살맛나는
4・3의 길은 그 나라로 가는
온 사람의 길입니다
국가보안법 사이버 국정원법
형법도 경제살리기법 일거리 창출법
논문표절법 위장전입법 탈세법도 없는…
아! 4・3의 길은…
사람 사는 그 길입니다
128
그런 웃음 길이기 때문입니다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사람 사는 그 나라로 가는
길잡이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의 잔재를 넘어
U.S.A 제국주의 허탈한 패권주의를 넘어
러시아의 중국의 검은 손찌검을 넘어
사람이 주인 되는
조국이 하나 되는
외적이 물러나는
무장이 하나 없는
오손도손 살아가는
나누어 살면서
홍익인간 성통광명
평화 세상 재세이화
131
아틀란티스 무의 나라 빛의 나라에서 마고의, 파나루의, 환
나라 빛의 나라에서 배달의 빛의 나라에서 아사달 빛의 나라
에서 빛나는 길로 펼쳐지리니…
아! 4・3의 길은, 그 길은
살림의 길 사람 사는 그 길로
꽃길이 되리니 꽃길이 되리니
백두에서 한라까지…
동해에서 서해까지…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130
우리 모두 사람으로 살아가는 바로
그 길입니다
사나운 짐승도 없는
훔치는 도둑도 없는
잠가둘 큰 문도 없는
그 길로 가는 그 길로만 가는…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오, 그 길은, 오, 그 길은
지중해에서 흑해 카스피해 아랄해
에게해 이오니아해 홍해에서 페르시아만에서
발하시에서 바이칼에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에서
아사달의 길로 열리게 되리니…
마니의 길로 열리게 되리니
아! 그 길은 4・3의 길은
133
U.S.A군 철수, 분단과 음모의 정화는 물론, 우리의 일은 우리
가 한다는 민중의 결기에서 비롯된 자주독립 해방의 염원이
었던 것입니다.
그 염원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입 가볍게-빈소리로-나불나불 평화다, 상생이라 함은 또 하
나의 지배 야욕이고, 음모의 위장은 아닌지…
진정한 평화는, 상생은…두리뭉실한 평화가 아닙니다. 상
생일 수 없습니다. 가해자들-U.S.A 군정-U.S.A, 이승만 정
권, 하수인들, 친일 친 U.S.A 경찰, 군인들까지도…응분의 책
임을 져야 합니다. 공식적인 사죄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났
을 때…책임져야 할 그 일까지도 온 국민, 온 도민, 온 세계에
드러내어 천명해야만 합니다.
무엇이 평화이고 무엇이 상생인가를…썩은 뿌리에서 평화
의 꽃이 피어나겠습니까. 악의 땅에서 어찌 상생의 봄이 오겠
습니까.
132
다시 한울산에 와 서니…
- 4・3은 오늘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무슨 놈이 평화이고 상생이더냐. 평화는 비롯음도 평화여
야 합니다. 꽃이여야 합니다. 오늘도 평화여야 합니다. 꽃이
여야 합니다. 끝맺음도 평화여야 합니다. 꽃봉오리도 꽃 열매
도…
일제의 자리가…
U.S.A 제국의 자리로 바뀌었을 뿐…
한울산 온 땅이 전쟁기지 아닌가…어찌 평화의 땅이라고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뜨르 비행장이 U.S.A 기지기이고, 산지
항이 U.S.A 군함 기지이고, 송악산이 U.S.A 군사 기지이고,
강정-구럼비가 U.S.A 군함 기지인데…U.S.A가 이 땅을 멋대
로 점령했음에(1945.8.15.에서 오늘날 까지) 점령하고 있는데
제주 4・3의 희생에 어떠한 책임도 지고 있지 않고 있는데(일제
의 강제 침탈과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평화이고, 그 누구와
상생해야 하는가…죽이려고 자행했던 그 만행이 희생(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이란 말인가. 모를 일입니다.
한울산 4・3은 민족의 해방이 되고 민중이 해방되는 그 나라
를 위해서 일어난 항쟁이었습니다. 그 항쟁은 일제 청산,
135
오늘의 안온을 깨뜨리는 혁명의 죽비
- 김명식의 시세계
김동현 문학평론가
1. 오늘, 사월을 묻다
무려 10권으로 집대성된 김명식의 시편들을 읽으며 우리
는 시간의 비수를 피하지 않는 시인을 목격한다. 그의 시편들
은 일관되게 제주 4·3을 민족민중해방의 차원에서 말하고 있
다. 하지만 그의 시편들은 제주 4·3 항쟁의 시적 재현에 그치
지 않는다. 민중혁명적 시각에서 제주 4·3을 말하고 있는 이
산하의 장편 서사시『한라산』이 이른바 항쟁 주체 세력의 입
장에서 제주 4·3을 말하고 있다면 김명식의 시편들은 ‘인간
해방’의 시각에서 제주의 시간을 말하고 있다. 그것을 한마디
로 표현하자면 ‘재현으로서의 4·3’이 아닌, ‘해석으로서의
4·3’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주 4·3항쟁이 침묵을 강요받았던
시절, 그것의 역사적 진실을 탐구하는 일은 제주 4·3 진상규
명 운동의 중요한 과제였다. 그렇기에 진상규명운동의 처음
은 봉기의 이유와 학살의 원인에 관심을 두었다. 그것은 ‘빨
갱이’라는 낙인에 대한 거부였다. 반공국가의 이름으로 쓰여
갔던 역사를 민중의 이름으로 다시 쓰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김시종 시인이 고백하듯 봉기의 정당성이 민중에게 있음을
134
한울산 4・3은 민족 민중해방 항쟁의 대장정입니다. 그 항쟁
은 4・3 이전부터-4・3 이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계속되는 대항쟁인 것입니다.
현 정부는, 현 도정 4・3 민족민중해방 항쟁의 역사를 교과서
로 만들어 정부의 입으로, 도정부의 입으로 온 국민, 온 도민,
온 세계에 역사의 실증을 밝힘으로써만 평화의 상생의 길은
열리기 시작될 것입니다.
진상규명은 물론, 피해보상은 물론, 명예 회복이 이루어져
야 하겠습니다, 여기에 한 다발로 묶어 놓은 작은 꽃다발 「한
울산 사람들」은 일흔 해 동안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아픈
4・3을 평화와 상생, 웃음의 4・3으로 승화시키려는 울림글쓰미
로서의 최소한의 울부짖음입니다. 부디 4・3 민족 민중해방 항
쟁 그 역사가 제자리에 올바르게 자리매김하여져야 함을 바
라고 바라며…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137
하지만 제주 4·3 진상규명의 ‘제도화’가 진정한 과거 청산
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제주 4·3특별법을 비
롯한 과거사 관련 법안들이 추상적이고 도덕적 수준의 명예
회복을 내세우면서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공허한 수
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1은 진상규명의 ‘제도화’가 지닌 근
본적 한계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제주 4·3특별법은 희
생자를 “제주 4·3 사건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후유장애가 남은 사람 또는 수형인”으로 규정하면서도
제주 4·3사건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제주 4·3 중앙위원
회)가 희생자와 유족을 심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
다. 누구를 희생자로 결정할지에 대한 권한이 제주 4·3 중앙
위원회에 있다는 사실은 희생자 선정 과정에서 배제의 논리
가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실제로 2001년 헌
법재판소의 결정은 봉기 주체 세력을 희생자로 인정하지 않
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헌재는 “수괴급 공산무장병력지휘관
또는 중간간부로서 군경의 진압에 주도적·적극적으로 대항한
자, 모험적 도발을 직·간접적으로 지도 또는 사주함으로써 제
주4·3사건 발발의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기타 무장유격대와 협력하여 진압 군경 및 동인들의 가족, 제
헌선거관여자 등을 살해한 자, 경찰 등의 가옥과 경찰관서 등
공공시설에 대한 방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자와 같은 자들
136
밝히기 위한 노력이었다. 제주 4·3에 ‘민중항쟁’이라는 이름
을 붙일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 4·3 진상규명운
동이 숨겨졌던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원동력이 된 것은 분명
하다. 그것을 제주 4·3의 역사적 복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이 제도화되면서 ‘역사적 복
원’은 제도적 퇴행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제주 4·3 유족과 도민들
에게 사과를 하고, 제주 4·3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서 법적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정부차
원의 진상조사보고서도 채택되었고, 이제는 생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48년과
49년에 실시된 군사재판의 불법성은 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해
밝혀졌고, 그에 따라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도 실시되면서
잇따른 무죄판결도 나오고 있다. 사월을 기억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했던 세월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괄목한 진전이
다. ‘완전한 해결’을 이야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의로
운 해결’이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역사적 실체에
대한 접근,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시절에서 이제는 그것의 현
재적 의미와 미래 세대 계승이 과제가 되고 있다. 누군가는 말
한다. 이만하면 제주 4·3은 과거사 해결의 세계적 모범사례
가 될 만하다고. 미국 책임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만큼
걸어온 길 자체가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었다고 할만하다.
1) 이재승, 「묘지의 정치-명예회복과 인정투쟁을 둘러싸고」, 『통일인문학』 제68
집, 2016.
139
그것은 ‘문학적 진실’에 대한 열망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열
망이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재현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현
기영이 『순이삼촌』에 이어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 『제주도
우다』등 일련의 작품들을 써내려 갔던 것은 역사적 사건의 단
순한 재현이 아니었다. 「순이삼촌」이 ‘억울한 죽음의 신원(伸
冤)’을 염두에 두었다면 90년대 이후 현기영의 소설들은 당
대적 시각에서 제주 4·3을 바라보고자 하는 해석의 욕망을 드
러낸다. 「목마른 신들」, 「아스팔트」등의 단편들은 국가폭력
과 자본주의적 개발의 폭력성을 동일선상에서 조망하고 있
다. 여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현기영은 제주적 전통의 관점
에서 항쟁의 정당성을 그려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최근 발표된 『제주도우다』다. 『지상
에 숟가락 하나』에서 현기영은 사살된 이덕구의 시신이 관덕
정 광장에 ‘전시’되었던 사실을 “관권의 불의에 저항했던 섬
공동체의 신화가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김석범 또한
『화산도』에서 일관되게 해방기 남한사회의 문제를 친일 청산
의 부재와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의한 반공주의의 폭력이
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김석범은 ‘서울정권의 지역에 대한
차별’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현기영과 김석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제주 4·3문학은 역사적 사건의 재현을 넘어선 해석
의 욕망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김명식의 시편들을 거론하는 자리에서 현기영과 김석범을
거론하는 것은 김명식 문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말하기 위
138
은 '희생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2 헌재가 이렇게 판단
한 이유는 무장 봉기 세력의 행위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며, 인민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북한 공산정권에 대한
지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재가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1972년 유
신 헌법 전문에서야 등장한다. 1948년 제헌헌법과 1954년
개정헌법에는 이러한 개념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자유민
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이 분단체제와 독재정권이라는 역사
성에서 ‘발명’된 것임을 보여준다. 제주 4·3항쟁이 해방기 남
북 분단을 반대하고, 통일정부 수립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러한 헌재의 규정이 4·3 특별법
에 제정 취지에 부합된다고 보기 힘들다. 제주 4·3의 제도화
가 오히려 법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현실에서 제주 4·3항
쟁의 역사적 복원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2. 재현의 불/가능성과 해석으로서의 역사
제주 4·3의 문학적 재현이 역사적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것이
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비롯하여
김석범의 『화산도』 등 제주 4·3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이 봉
인된 제주 4·3의 기억을 풀어내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2) 헌재 2001. 9. 27. 2000헌마238, 2000헌마302, ‘제주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의결행위 등 취소’
141
김명식은 이러한 역사적 실체를 넘어서 근대성이 식민성의
다른 이름이자, 폭력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
음을 지적한다. 이는 제주 4·3항쟁을 박제된 역사적 사건이
아닌, 여전히 현재적 문제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각이다. 이를
테면 그에게 있어 제주 4·3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그것은 운
동이며, 혁명이다. 사람을 살리고, 땅과 하늘을 살리는 살림
의 역사이다.
그것을 그는 ‘혁명’이라고 명명하는 바, 그가 말하는 혁명
은 “영장을 지우는 일이며”, “사피엔스를 지우”고, “전쟁과 무
기를 지우”고, “거짓 종교 과학 의학을 지우는” 일이다. 그것
은 ”발전을 지우는 GNP GDP를 지우는 그 일”이다. (‘나의 혁
명’ 11-1권) 제주 4·3항쟁의 혁명성을 거론하면서 ‘혁명’이
인간주의로 귀결되는 근대적 사유에 대한 전복으로까지 나아
가야 한다는 이 대목은 김명식의 시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것은 과거의 온전한 재현의 불가능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제주 4·3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오늘의 시간성에 기입하
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과거의 시간을 온전히 재현하는 일
은 불가능하다. 프리모 레비가 말했듯이 증언조차 할 수 없는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우리는 들을 수 없다. 증언은 결국 살
아남은 자들의 목소리이다. 들을 수 없는 말들, 들어야 하지
만 결코 들을 수 없는 말들을 우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김명식은 그것을 ‘혁명’의 본질을 사유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140
함이다. 김명식 시인이 제주 4·3 진상규명운동의 선두에 섰
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유학 시절 김석범 선생, 당
시 도쿄대 유학생이었던 강창일 등과 함께 40주년 제주 4·3
추모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아라리연구
원(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연구원)을 설립해, 『제주
민중항쟁』을 잇달아 펴낸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일관되
게 제주 4·3을 민족민중해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
채꽃 한아름 안아들고』(1989) 『한락산』(1992)『한락산에 피
는 꽃들』(1994) 등 초기 제주 4·3 연작시는 이러한 인식의 반
영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들은 이른바 항쟁 주체의 입장에서 제주 4·3
의 역사적 복원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제주 4·3
항쟁의 본질이 근대성에 내재된 폭력에서 비롯되었고 이러한
폭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 자체를 뿌리부터 회의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그동안 제주 4·3연구에서 대규모 학
살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은 중요한 과제였다. 그것
은 학살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일인 동시에 가해의 이유를 규
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주 4·3학살의 가해자였던 경찰과 서
북청년단, 그리고 그 배후에 있었던 미군정의 존재를 실증적
으로 밝히는 일이 진상규명 운동의 중요한 과제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일파의 등용과 반공주의를 앞세운 이승만과
미군정의 결탁이 대규모 학살의 원인이었음도 많은 자료를
통해서 드러났다.
143
있는 ‘나’의 극복을 노래한다.(‘너 있는 곳 거기에 9’) 이는 ‘너’
와 ‘나’의 존재가 분절된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자, ‘나’와
‘너’를 가로막는 시간성을 극복하면서 오늘을 충만한 어제의
기억으로 채우는 시적 상상력이다. 그것은 제주 4·3의 재현
불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그것을 박제된 불모의 대지로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오늘의 시간으로 제주 4·3의 역사적 순
간을 붙잡기 위한 모험이다. 그에게 역사는 과거에 고착된 사
건이 아니다. 일회적이며 우연한 시간도 아니다. 재현 불가능
성과 온몸으로 대결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창안하
는 발견의 시간이다. 그렇게 김명식에게 있어 제주 4·3은 여
전히 오늘이다.
3. 사상으로서의 제주 4·3
이번에 집대성된 그의 시편들은 그의 시가 문학적 발화를
넘어서 하나의 사상으로서 제주 4·3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김명식은 『우리들의 봄』
(1983)을 시작으로 18권의 시집과, 『지문거부의 사상』, 『몸
의 사상과 미학』(1991) 등 7권의 저서 등 왕성한 저작 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제주 4·3을 문학적 화두로 삼고 있다. 제주 4·3
에 대한 그의 시편들은 단순히 항쟁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차
원을 넘어선다. 1998년 이후 강원도 화천군 선이골에 정착한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제주 4·3을 화두로 근대성의 폭력
142
말한다. 그에게 혁명은 폭력적 체제 전복이 아니다. 참된 혁
명은 문명을 바꾸는 일이며, 새로운 법을 창안하는 과정의 연
속이다.
김용옥은 「조선사상사대관」에서 서구 근대성에 기반하지
않는 조선사상의 출발점으로 동학혁명을 거론하고 있다. 그
는 오랜 시간 우리의 사상을 지배해왔던 서구의 근대성이 합
리적 이성중심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이성이라는 서구 근대성
의 대전제가 비이성적 존재에 대한 배타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3 서구적 근대성이 식민과 식민 이후, 조선
의 역사에 기입되어갔던 과정들이 기실 근대적 폭력성의 이
식에 다름아니라는 그의 지적은 김명식의 시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김명식에게 제주 4·3항쟁은 반공주의적 근대의 기획에 대
한 저항이자, 해방의 시공간을 민중의 역사로 만들고자 했던
시도였다. 그것을 그는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힘의 분출이
자,(‘너 있는 곳 거기에 8’), “온 목숨, 살리는”, “살림길”의 지
향으로 인식한다.(‘너 있는 곳 거기에 6’) 그것은 현기영이 「마
지막 테우리」에서 말했듯이 ‘해변의 법’에 맞서 ‘초원의 법’을
세우고자 했던 주체적 시도였다. 그렇기에 김명식은 제주 4·3
항쟁의 시간을 살았던 존재들을 “너 있는 곳”이라고 명명하
면서 “21세기의 발전된, 아 문명한, 개명 천지”에 짓밟히고
3) 김용옥, 「조선사상사대관」, 『동경대전』 1, 통나무, 2021.
145
범박하게 말하자면 ‘데모크라시’, 즉 민중의 자기결정권, 주
권자로서의 민중의 주체성을 긍정하는 태도이다. 그것을 김
명식은 ‘자기 살림’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그가 말하는 ‘자기
살림’이란 생명주의로 귀결된다.
생명이란 모든 생명을
물건이란 모든 물건을
상품화
소비화
퇴폐화
양키화
제국화
살해화
지배화
사람이란 모든 사람을
이웃이란 모든 이웃을
용병화
기계화
부품화
소외화
예속화
굴종화
144
과 대결하고 있다. 그는 제주 4·3항쟁의 역사적 복원을 넘어
선 생명사상으로 확장하면서 근대의 모순을 예리하게 간파하
고 있는데. ‘한울산 사람들’ 연작은 이러한 사상의 근원을 잘
보여준다. 『한울산 사람들-이 한 목숨 이슬같이』(전집 3권)에
서 김명식은 창작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한울산 사람들-이 한 목숨 이슬같이』는 인간 해방을 위해서 살림
의 문화를 일구어 온 제주민중의 해방 싸움의 큰 흐름을 포착하려 했
다. 또한 민족 해방싸움에 있어서 개인 개인의 그 위대한 투쟁을 인
간 해방 싸움 속으로 용해시키려 했던 제주민중의 고결한 의지를 규
명하려고 했다. 그리고 해방 싸움에 투신한 모든 사람들이 해방의 새
날을 마중하면서 신성한 해방의 무기로 살고자 했던 그 숭고한 의지
의 흐름 속에서 총체적 민족민중 해방사의 획을 찾으려고 했다.(강조
인용자, 3권)
그에게 있어 제주 4·3항쟁은 “인간 해방”을 위한 싸움이었
다. 그리고 이러한 싸움을 가능하게 했던 동인을 그는 “살림
의 문화를 일구어 온 제주민중”이라고 규정한다. 제주 4·3항
쟁을 ‘인간해방’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보는 시각은 ‘민족민중
해방’이라는 그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가 말하
는 ‘민족민중해방’은 단순히 좌파적 입장을 옹호하는 관점이
아니다. 해방정국에서 벌어졌던 ‘나라 만들기’에 대한 열망을
이념적 대립으로 바라보는 역사적 해석과도 다르다. 그것은
147
그가 말하는 “살림”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민중적 주
체성의 구현이다. 그것은 “나와 너가 우리로 하나”라는 인식
이자, “하늘과 나”, “땅과 나”가 “한울”이자 “한우리”로 확장
된다는 자각이다. 김명식은 그것을 “하나되는 살림살이”이
자, 홍익인간의 길이라고 부른다.(‘하나되는 살림살이를 위하
여-홍익인간지도’ 7권)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민족민중항
쟁으로서의 제주 4·3을 말하면서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민
족의 사상의 뿌리를 환기하는 이 대목은 그가 말하는 ‘인간 해
방’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김명식의 인식은 서구 철학이 데카르트 이래로 추
구해왔던 근대적 합리성이 그 자체로 태생적 모순을 지니고
있음을 간파하는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것은 자유민으로 한
정되어 왔던 데모스demos의 서구적 개념을 진정한 민본주
의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 그것은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등
장하는 ‘한울’로 확장되면서, 제주 4·3을 주체와 객체에 대한
근대적 구분을 부정하는 민족사상의 출발점으로 지정한다.
이는 기존 제주 4·3문학이 추구해온 해석으로서의 발화를 넘
어선 것이며, 제주 4·3을 민족 사상의 원점이자, 인간 사상의
출발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제주 4·3문학은 역사적 사실로 기입될 수 없었던 역
사적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탐구해왔다. 그것은 실증이 외
면한 진실과 마주하고자 한 문학적 상상력이었으며, 형해화
된 사실 너머의 진실을 말하기 위한 방법론이었다. 김명식의
146
U.S.A화 (중략)
민족의 해방과 인민의 해방
민족통일과 독립과 자주와
주체적 삶을
노예화시켜 놓았다
제국-U.S.A의 침략은 (‘분노의 얼굴들’ 4권)
해방 이후 조선 반도를 점령한 미군의 존재를 그는 새로운
침략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단순히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민
중의 열망을 짓밟는 폭력만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웃과 이웃의 관계를 “노예화”하는 폭력이었다. 그것을 “소
비화/퇴폐화/양키화/제국화/살해화”이자, “용병화/기계화/
부품화/소외화/예속화/굴종화”라고 명명하는 그에게 제주
4·3항쟁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지금-여기
우리의 존재를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억압과
폭력에 대한 항쟁이다. 제주 4·3항쟁이 역사를 넘어서 현재
적 관점에서도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그는
“스스로 서지 못하는 나무는/열매를 맺지 못”“하고, “스스로
출렁이자 못하는 바다는/생명을 키우지 못”하며, “스스로 버
텨내지 못한 산은/푸르름을 발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제주에서의 항쟁이 “살림의 문화를 이루어온 제주민중”
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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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그에게 있어 제주 4·3의 비극은 단순히 인간 생명의 말
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의 죽음이자, 자연의
죽음이다. “마을은 마을마다/산산히 재가”가 되었고, “뼈들은
뼈마다 백사장/모래알로 하얗게 분해”되었다.(‘전사의 깃발
앞으로’ 9권) 사월의 비극은 공동체의 상실이자, 그 모든 죽
음을 목격해야 했던 제주 땅과 하늘의 울음이었다. 그것은 인
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종언이자, 생명을 품어왔던 땅의 통
곡이었다. 김명식의 시편들이 생명주의로 귀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밥을 짓는다. 목숨 지키는 밥을//땅 흙을 지킴입니다/빛을
해를 지킴입니다//물을 비를, 빗물을 지키는/가람을/바다를
//한울-우주를 지키는 일이옵니다//밥을 짓는다/쌀을 익힌
다/물을 데운다/불을 지핀다//밥은 목숨(命)이고/짓는다, 익
힌다, 데운다, 지핀다는/딱음(革)이니, 나를, 날마다,//드디어
뜸 들이는 일까지…/또한 밥 먹는 일까지 (‘5·그 날마다의 혁
명’ 7권2)
“밥”은 “목숨”이자, “땅 흙을”을 지키고, “빛을 해를” 지키
는 근원이다. 목숨이 “한울-우주를 지키는 일”이 될 때 생명
은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지 않는다. 김명식은 혁명을 목숨
(命)을 지피는 딱음(革)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것은 이성
과 비이성을 나누는 근대적 환원주의를 거부하는 울림으로
148
제주 4·3 연작들은 그동안 제주 4·3문학의 성과를 한 걸음 더
진전시키고 있다. 그에게 제주 4·3 항쟁은 모든 폭력적 억압
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고자 했던 인간 해방 사상의
기원이다.
4. 생태영성으로의 제주 4·3
제주 4·3의 비극성을 말할 때 우리는 늘 죽음을 거론한다.
당시 희생의 규모가 3만 명에 달했으니, 죽음은 제주 4·3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다. 현기영이 이야기했듯이 그 죽음은
3만 명이 한꺼번에 몰살당한 단일한 사건이 아니다. 한 생명
이 무려 3만 번이나 죽어갔던 비극의 역사다. 한라산에서, 바
다에서, 그리고 육지로 끌려가 이름도 알 수 없는 골짜기에서
죽어갔던 생명들이 부지기수다. 제주 4·3평화공원에 새겨진
각명비와 위령제단의 위패들은 그 개별적 죽음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제주 4·3의 비극이 인간의 죽음에만 국
한되어 왔던 것만은 아니다. 김명식이 그의 시에서 끊임없이
환기하듯이 인간의 죽음은, 땅의 죽음이고, 하늘의 죽음이었
다. 그는 살림으로서의 제주 4·3항쟁을 말하고 있는 바, 그가
말하는 살림이란, “참으로, 빛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자,
“참으로, 흙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함께 살아가는…그
일은’ 8권) 인간이 빛과 흙으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환기
151
이 세상의 운수는 개벽의 운수라. 천지도 편안치 못하고, 산
천초목도 편안치 못하고, 강물의 고기도 편안치 못하고, 나는
새 기는 짐승도 다 편안치 못하리니, 유독 사람 만이 따스하
게 입고 배부르게 먹으며 편안하게 도를 구하겠는가. 선천과
후천의 운이 서로 엇갈리어 이치와 기운이 서로 싸우는지라,
만물이 다 싸우니 어찌 사람의 싸움이 없겠는가. (斯世之運開
闢之運矣 天地不安 山川草木不安 江河魚鼈不安 飛禽走獸皆不
安 唯獨人 暖衣飽食安逸求道乎 先天後天之運 相交相替 理氣相
戰 萬物皆戰 豈無人戰乎)5
최시형이 개벽의 운수를 말하며 인간과 천지만물이 아픔을
공유하고 있음을 말하는 대목은 인간의 상실이 곧 땅의 상실
이며, 한울의 상실이라고 말하는 김명식의 사상적 원류가 어
디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김명식은 그의 시에서 참된 ‘한울’
의 복원, 인간이 곧 한울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가 사
월의 혁명을 인간 해방의 원점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날마다의 혁명
제주 4·3 민족민중 해방항쟁은
그 날마다의 혁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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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다. 근대적 합리성이 자연을 대상화하고, 인간중심주
의라는 폭력의 역사였다는 점을 그는 분명한 목소리로 지적
한다.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을 ‘지구’라는 대지라고 말했던
것도 이러한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지구소외’를 문제삼으면서 기술문명이 인간의 대
지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을 염두에 둔다면 김명식
의 생명주의는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을 넘어선 진정한 살림
의 혁명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살림의 혁명은
‘지구살림’으로서의 신학을 주장했던 토마스 베리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토마스 베리는 ‘지구공동체’를 바탕으
로 인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지구법학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생명과 무생명을 포함한 모든 존재
가 존재할 권리, 거주 혹은 어떤 장소에 있을 권리, 지구공동
체의 과정들 안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의 필요성
을 제기하고 있는 그의 시각은 결국 영성으로서의 새로운 신
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다.4 이러한 토마스 베리
의 시각은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토마스 베리의 지구신
학의 개념과 동학 사상의 유사성은 여러 논의에서 거론되기
도 했다. 이를테면 해월 최시형은 개벽 사상을 말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4) 토마스 베리, 박만 옮김, 『황혼의 사색』, 한국기독교연구소, 2015.
5) 최시형, 『해월신사법설』
153
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혁명은 일회적
사건으로서의 혁명이 아니라, 혁명을 혁명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연속혁명이다. 지젝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명식은 혁명
을 부정하는 혁명성의 연속이 진정한 혁명이라고 말하고 있
다. 그래서 그것은 죽음이자 살림이며, “어머니의 땅”에서 “다
시 태어난”, 진정한 부활이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으며 인
간과 비인간을 나누지 않으며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그는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는 사월을 박제된 역
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대지를 생명으로 충만하게 만드
는 원동력으로 인식하는 생태적 시각이자, 영성적 성찰이다.
그래서 그에게 사월은 거룩한 혁명이며, 사랑과 살림을 가능
하게 만드는 ‘따뜻한 혁명’으로 각인된다. 그의 시편들이 단
순히 역사적 재현을 넘어서 사랑과 살림의 생명으로 가득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거룩함으로 함께 살기’를
사유하는 실천사상, 실천적 신학으로서 사월의 의미를 환기
한다. 그렇기에 “참 삶은 그 날마다의 혁명”을 오늘의 삶으로
실현하는 구도의 사유로 이어질 수 있다.
5. 명사에서 동사로, 제주 4·3의 의미를 묻다
10권으로 집대성된 그의 시편들은 분량은 물론이거니와 그
사유의 깊이 또한 만만치 않다. 제주 4·3문학에서 김명식의
삶과 시가 본격적으로 조명되지 못한 것은 그의 시가 지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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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마다의 혁명은,
그 날마다의 죽음이었습니다
그 날마다의 죽음은
그 날마다의 살림입니다
나를
너를
우리를
모두를, 이제 여기에서
다 살림의, 다 사랑의, 따뜻한 혁명입니다
(중략)
그 날마다의 혁명은 그 날마다의
죽음-죽임당함입니다
하나 되는 어머니 땅에서
다시 태어난
오순도순 살아가게 될
어머니 땅에서 (16·그 날마다의 혁명 7권 2)
“제주 4·3 민족민중 해방항쟁은”, “그 날마다의 혁명”이었
다고 말하는 이 대목은 그의 시편들이 일관되게 지향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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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이라는 해방기의 열망은 나와 우리라는 존재가 ‘스스로 살
림’을 구현하기 위한 혁명이었다. 자본주의적 개발이 여전히
제주 땅에서 ‘스스로 살림살이’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
주 4·3은 계속된 운동이자, 혁명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4·3혁명탑을 세우자’라는 시에서 그는 이러한 혁명론을 “느
닷없”는 것이 아닌 “여러 해 여러 해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
하고 있는 바, “3 ·1혁명 기념일, 동학농민 혁명 기념일/4 ·19
혁명 기념일도 있고 불란서 혁명 기념일도 있는데/마땅히 제
주 4·3 혁명기념탑이 있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가 말하는 혁
명을 사회주의 혁명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의 시에 대한 명
백한 오독이다. 그의 혁명은 동학이 그러했듯이 인간과 자연
에 대한 모든 억압를 거부하는 사상적 혁명이다. 진정한 인간
해방이라는 이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그 누가 또한 그 무엇이/평화니 상생이
니 치유이니/입술로 입술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며 “스
스로 뉘우침 없이는”, “평화도 상생도 치유도 없”다고 단언한
다. (‘평화도 상생도 치유 아니리..- 내가 그리했노라고 뉘우
침 없는’ 1권)
강요된 화해와 상생이 아닌, 스스로를 살리는 살림의 혁명
으로서의 제주 4·3을 말하는 그의 일관된 입장은 오늘 우리에
게 또 다른 4·3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의 시편들을 읽
어가면서 우리는 오늘의 평안과 안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
다. 오늘 우리의 평온은 망각의 증거다. 우리는 어제를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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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 폭과 깊이 때문이다. 이번 전집 발간이 김명식 문학 연
구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짧은 글에서 그의 문학세
계를 온전히 조명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
다. 그의 시편들을 읽어가면서 사상과 생태영성의 사유라는
부분에 집중한 것도 방대한 시적 사유를 읽어내기 위한 방편
이었다.
특히 그의 문학을 논의할 때 명사로서의 제주 4·3이 아니라
동사로서의 제주 4·3을 말하고 있는 점은 앞으로 그의 문학
연구에서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그는 제주 4·3을 일관되
게 혁명이라고 말하는 있는데 그가 말하는 혁명이란 “결코,
불란서 사람들의 혁명”도 “볼세비키혁명”도, “트로츠키 혁명
도”, “스탈린 혁명도” 아닌, “꽃의 혁명”이다. 그 꽃은 “한울산
사람들이 피워낼/웃음꽃”이며, “마지막 숨결로, 입술만으로/
다 잊어도,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꽃으로 피어나는...다시, 그
날마다의 혁명”이다.(24·그 날마다의 혁명 7권2)
“그 날마다의 혁명”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혁
명을 과거의 사건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늘을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힘, 살림과 사랑의 대지에서 오늘의 꽃을 피워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혁명이다. 그래서 그에게 혁명은 어
제가 아닌 오늘이다.
제주 4·3의 제도화 이후 화해와 상생이 제주 4·3의 정신인
양 여겨지고 있지만 김명식은 이러한 언어 뒤에 숨겨진 제주
4·3의 현재성을 문제삼고 있다. 단독정부 반대, 통일정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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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함정에서 부패한다. 도처에 악취지만 아무도 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도 오늘을 질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명식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시는 진작에 던
져야 했을, 하지만 아무도 던지지 않는 질문의 언어들이다.
명사가 아닌,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동사로서의 제주 4·3. 그
찬란한 혁명을 상상하게 하는 차가운 죽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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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함(김명식) 시인이 걸어온 길
다사함(김명식) 시인은 1976년에 일본 「世界誌」에 「십 장
의 역사연구」를 발표함(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로 3년
의 징역형을 받았다.). 「실천문학」 등 다양한 문학지에
「평화시장」, 「광풍」, 「별」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 시집
「우리들의 봄은」 (1983. 일월서각)
「제국의 굴레」 (1986. 소나무) (일본어, 영어판 출간)
「빛 가운데로」 (1987. 일본정의평화협의회 바오로회 출판
부) (일본어판 출간)
「유채꽃 한 아름 안아들고」 (1989. 동광출판사)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 (1989. 학민사)
「돌담 넘어 태양은 떠오르고」 (1989. 힘)
「낫과 호미」 (1989. 눈)
「벼는 결코 자기 땅을 물러서지 않는다」 (1990. 지양사)
「한락산-이 한목숨 이슬같이」 (1992. 신학문사) (일본문학
잡지「子午線」 에 번역 소개.)
「썩은 대지 위에 하얀 소금을 뿌린다」 (1992. 힘)
「김명식 詩 100선」 (1993.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몸」 (1993.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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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연재중)
「나랏말미가림다한글 전4권」 (2010. 홍익재)
「가림다한글 나랏말미」 (2013. 홍익재)
□ 자료집
「제주민주항쟁 전3권」 (1988~1991. 소나무)
□ 논문
「민중주체 평화연구」
「제3세계 민주화과정 연구」 (1987. 기독사상)
「점령기 미국의 농업 정책 연구」
□ 잡지
「통일문화 통일예술」 (1~6호 발행 현재 휴간)
「세계와 평화」 (ALLARI연구소 기관지. 휴간)
□ 번역
「예수라는 사나이」 (1983. 한울림)
「전후 일본이 보수정치」 (1983. 한울림)
「마가복음과 민중해방」 (1983. 사계절)
158
「한락산에 피는 꽃들」 (1994. 우리한몸)
「전사의 깃발 앞으로」 (1994.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여울의 노래」 (2007. 푸른나무)
「살아가면서」 (2008. 하나울림)
「사랑의 깊이」 (2011. 각)
「흙 묻은 손 아니어든」 (2016.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나의 꽃밭에서」 (2017.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 저서
「지문 거부의 사상」 (日本, 明石出版社)
「몸의 사상과 미학」 (1991.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몸의 사상과 미학」 (2010. 홍익재)
「텅 빈 넉넉함으로」 (2012. 모시는 사람들)
「평화의 미학」 (2016.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 공저
「제3세계의 역사와 현실」 (AALARI. 1990. 한길사)
□ 한글관련 저서
「몸의 나라 하늘말-가림다한글 나랏말미1~50」 (한글
160
「동지를 위하여」 (1988. 형성사)
「우리들의 희망-토콜로시」 (1990. 소나무)
「산을 움직인 여성 도이 타카코」 (1992. 동문사)
□ 1998년 이후 강원도 화천군 선이골에서 우리 씨앗, 자연
평화, 우리말 우리글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학교, 연구
기관,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 및 강연을 하고 있으며 자
연 속에서 울림글(詩)을 쓰면서, 명상과 묵상에 전념하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