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문서김명식시집 5_해 질 무렵 흙살이 되려무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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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산 사람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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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산 사람들 5 

해 질 무렵 흙살이 되려무나!

 

 
 

다사함 김명식 울림글쓰미

4·3 민족 민중해방 항쟁-이어쓴 울림글(詩) 온 묶음 5

한울산 사람들 5 

해 질 무렵 흙살이 되려무나! 

 

 

초판 인쇄・2023년  12월    1일 

초판 발행・2023년  12월  12일    

 

지은이・김 명 식  

발행처・제주4·3평화재단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430(봉개동 237-2) 제주4·3평화기념관 4층  

전화・064.723.4350  

팩스・064.723.4303  

홈페이지・www.jeju43peace.or.kr

 

 

인쇄처・도서출판 각 Ltd. 

출판등록・등록번호 제651-2016-000013호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6길 17, 2층 

 

ISBN    979-11-93870-03-7  04810 

           979-11-88339-98-3 (세트)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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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머리말

 

 

 

해 질 무렵 모든 나는, 새 하늘, 

새 따앙, 새로운 사람들… 

 

제 몫을 다하며 

흙 묻은 손인 채로, 제 길을 가는다 

 

새날이 밝아지면 

웃음 짓는 얼굴로 얼싸안겠지, 모두들, 

 

따뜻한 채로, 식지 않은, 그 마음으로 

이웃들은, 모두 다, 

 

뜨거운, 믿음으로, 제 길을 따를 것을… 

 

오늘도, 나는, 해 질 무렵이면 

그날들을 곱게 다듬으며, 

오래-간직하고 싶다. 

 

 

이제 흙살이 되는, 물살이 되는, 온몸, 사그라지는, 물이, 흙

이 되옴은, 하늘, 따앙, 목숨이 한 몸으로 한울이 되는, 살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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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답게, 한울산 꽃들로, 곱게 피어나겠다는 믿음으로, 그 한 믿음

으로, 식어가는 마지막 이 몸뚱이를 세운다…고귀한 일어섬으

로, 다시… 

 

2016. 4. 3 

다사함 두 손 모음

옴은, 이제, 여기까지는, 아주, 새로운, 한울 삶을 여는, 한울 살

림살이의 비롯음이 되는, 어느 종교의 예배보다 더 거룩한, 흙

이 되는, 흙살이 되는, 물이 되는, 물살이 되는, 성찬의 때가 되

는, 어찌, 이제, 흙이 되는, 물이 되는, 나는 무엇이며, 무엇을 

해왔으며, 여기에서부터, 무엇으로 사는가,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도리어! 전사의 선언임에랴… 

 

거룩한 예배보다, 더 거룩한 순간, 그대들에게 가까이 오는, 

흙살이 되는 그 삶의 주인들이야, 나이고, 너이며 우리들 모두

여야 함을… 

흙으로 사그라지는, 물로 사그라지는 거룩한 예배이기도 하

고, 새살로 다시 살아나는, 찬란한 부활이기도 한… 

 

이제 , 흙이 되는, 흙살이 되는, 물살이 되는, 한울산-4·3 민

족민중 해방항쟁은, 겨레, 하나됨을 위함이고, 제국의 굴레 벗

어나, 우리 함께, 마노-노마끼리 오순도순 함께 살아서, 마땅

히 좋은, 그 나라를 그리는 애절한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부러우랴, 이제, 더는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순간, 이

제, 흙살이 되는, 물살이 되는, 숭고한 예전의 때이오니…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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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12 ・ 숨을 죽여야 한다  |  90 
13 ・ 누가 뭐래도…  |  91 
14 ・ 먼 먼 환상이 아니오라  |  92 
15 ・ 함께, 웃을 수 있는  |  94 
16 ・ 그 길이오니  |  96 
17 ・ 따슨 살결, 따슨 살결  |  97 
18 ・ 당당한 걸음걸이로  |  98 
 
 
제4부  결코 빼앗길 수 없는 
 
1 ・ 결코 빼앗길 수 없는  |  101 
2 ・ 어머니 산, 어머니의 산  |  102 
3 ・ 일어섬이, 일어서는 섬이니  |  103 
4 ・ 해 질 무렵  |  106 
5 ・ 따슨 웃음꽃으로 피어나는 일  |  108 
6 ・ 밥이 혁명이오니  |  109 
7 ・ 나를 일으켜 세우시는  |  110 
8 ・ 따슨 햇볕을 알게 되는  |  111 
9 ・ 이 몸이 한울이오니  |  112 
10-1 ・ 재가 되는 그리움으로  |  113
 
10-2 ・ 우리들의 희망으로  |  114 
11 ・ 산바람 산바람  |  115 
12 ・ 응답하시는 그 일  |  116 
13 ・ 살 속으로 녹아드는  |  117
 
14 ・ 사람으로 사람으로  |  118 
15 ・ 꽃잎에 내리시는  |  120 
 
 
제5부  흙살이 되려무나 (1) 
 
1-1 ・ 거룩한 산에서  |  123 
1-2 ・ 거룩한 산에서  |  124 

7 ・ 식은 몸들 일으켜 세우시는  |  52 
8 ・ 꽃춤으로 비롯되는  |  54 
9 ・ 오직, 그곳은, 그 나라는…  |  55 
10 ・ 붉은, 가슴인 채로  |  57 
 
 
제3부  제 몸 부려 놓은 그곳이 (1) 
 
1 ・ 목숨이 되시는…  |  61 
2 ・ 제 몸 부려놓은 그곳이…  |  62 
3 ・ 그리운 꽃이어라  |  63 
4 ・ 나는 나로 산다  |  65 
5 ・ 온 몸으로 온 몸으로  |  67 
6 ・ 치워버리고…더러운 것들  |  68 
7 ・ 살이오니  |  69 
8 ・ 비롯음의 자리로  |  71 
9 ・ 다시 배운다  |  72 
10 ・ 하늘 맛이 되는  |  74 
 
 
제3부  제 몸 부려 놓은 그곳이 (2) 
 
1 ・ 살아있음의 절정  |  77 
2 ・ 쪽배 위에서-이른 새벽  |  78 
3 ・ 맨살인 채로  |  79 
4 ・ 찬바람 속에서  |  80 
5 ・ 마지막 숨결로…  |  81 
6 ・ 모두 다 제자리로-돌아가라는  |  82 
7 ・ 한울님만의 일이오니  |  84 
8 ・ 정의(올바른 길, 옳은 길, 바른 길) 이끄는   |  86 
9 ・ 이 길만이, 이 길만이  |  87 
10 ・ 검붉은 무늬  |  88 
11 ・ 고요를 방패로 삼는다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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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11-2 ・ 「살리다」를, 다시, 배우는  |  181 
12 ・ 풀나무를, 다시, 가르쳐주시는  |  183 
13 ・ 홀로 배고팠을 때에  |  184 
14 ・ 아흔아홉 골  |  185 
15 ・ 스스로 깨달아, 아는…  |  186 
16 ・ 봄의 새싹으로  |  187 
17 ・ 그것을, 그것을, 알게 해주신  |  188 
18 ・ 살아남아야, 살아남아야 한다는  |  189 
19 ・ 살아 움직임  |  190 
20 ・ 산으로 산으로  |  191 
21 ・ 그 이름, 그 이름,  |  193 
 
 
제5부  흙살이 되려무나 (3) 
 
1 ・ 흙살이 되어  |  197 
2・ 흙살이 되어  |  198 
3 ・ 흙살이 되어  |  199 
4 ・ 흙살이 되어  |  201 
5 ・ 흙살이 되어  |  202 
 
 
제6부  제주 바당 물 밭에서 
 
1 ・ 제주 바당 물밭에서  |  205 
2 ・ 제주 바당 물밭에서  |  206 
3 ・ 제주 바당 물밭에서  |  208 
4 ・ 제주 바당 물밭에서  |  210 
5 ・ 제주 바당 물밭에서  |  212 
6 ・ 제주 바당 물밭에서  |  214 
 
 

2-1 ・ 잊어서는  |  126 
2-2 ・ 잊어서는  |  127 
3 ・ 아사달-빛나라  |  129 
4 ・ 먹빛 가슴만으로  |  131 
5-1 ・ 한울산 한울산  |  132 
5-2 ・ 한울산 한울산  |  134 
5-3 ・ 한울산 한울산  |  136 
5-4 ・ 한울산 한울산  |  138 
5-5 ・ 한울산 한울산  |  140 
6 ・ 그 길을 잊지 마셔요  |  142 
7 ・ 넋이여! 넋이여!  |  144 
8 ・ 4・3은 바다이니…  |  146 
9 ・ 손가락질은 나에게  |  147 
10 ・ 살아있음에 대한…  |  149 
11 ・ 그곳만이 나에게는  |  151 
12 ・ 속삭임으로 속삭임으로  |  153 
13 ・ 그윽하게 아름다움 짓는  |  155 
14 ・ 한울 제사입니다  |  157 
 
 
제5부  흙살이 되려무나 (2) 
 
1 ・ 그리움 품어내는  |  161 
2 ・ 새로운 역사로 살아살아…살아있는 역사로  |  162 
3 ・ 다 내려놓은 만남입니다  |  164 
4 ・ 거룩한 진실  |  167 
5 ・ 마주치는 눈빛만으로  |  169 
6 ・ 질막이  |  170 
7 ・ 따슨 햇살  |  172 
8 ・ 새롭게  |  174 
9 ・ 지배의 사슬  |  177 
10 ・ 당당한 걸음걸이로  |  178 
11-1 ・ 「살리다」를, 다시, 배우는  |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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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9부  따슨 햇볕인 듯이 
 
1 ・ 따슨 햇볕인 듯이  |  277 
2 ・ 따슨 햇볕인 듯이  |  278 
3 ・ 따슨 햇볕인 듯이  |  279 
4 ・ 따슨 햇볕인 듯이  |  281 
5 ・ 따슨 햇볕인 듯이  |  282 
6 ・ 온 사랑의 힘으로  |  283 
7 ・ 산에도 오롬에도  |  284 
8 ・ 큰 것에나 작은 것에나  |  286 
9 ・ 내가 너희에 참으로 참으로 이르노니  |  288 
10 ・ 살맛나는 오늘로  |  289 
11 ・ 없음에서 있음 그 깊이를  |  290 
 
 
* 또 하나의 눈빛 
 
1 ・ 정신, 차려야 사는디. 정신, 차려야 사는디…  |  293 
2 ・ 거기는 거기고, 여기는 여기지  |  295 
3 ・ 한울의 노래로  |  297 
4 ・ 뭐, 남겨둘 것 있겠나…  |  298 
5 ・ 그저, 피었다 지듯이, 왔다가 가듯이  |  300 
6 ・ 이른 아침에, 달, 눈섶인 듯이  |  301
 
7 ・ 여기 남은, 우리들의 몫이려니  |  303 
8 ・ 이, 오월에  |  304 
9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06
 
10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08
 
11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10 
12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12
 

제7부  다살이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니 
 
1 ・ 망*독새  |  219 
2 ・ 그만큼 외로운 까닭은…  |  221 
3 외롭지 않은 까닭은…  |  223 
4 ・ 고요한 몸짓으로  |  225 
5 ・ 팔아 먹는 일과 죽이는 짓  |  227 
6 ・ 이 굴 속에서…빛이 없는  |  229 
7 ・ 그저, 너에게로…  |  231 
8 ・ 나무들 그 속삭임으로-  |  233 
9 ・ 마루에  |  235 
 
 
제8부  한울산이 드디어는 되려고…드디어 
 
1 ・ 내가 이 산을 오름은  |  239 
2 ・ 결코, 거스를 수 없는  |  245 
3-1 ・ 또, 하나의, 가는 길  |  248 
3-2 ・ 또, 하나의, 가는 길  |  250 
4 ・ 온 무늬로, 온 무늬로  |  252 
5 ・ 그 따뜻한 무늬…  |  254 
6 ・ 드디어, 한울이기 때문입니다  |  258 
7-1 ・ 오산 꽃무늬  |  260 
7-2 ・ 오산 꽃무늬  |  261 
7-3 ・ 오산 꽃무늬  |  262 
7-4 ・ 오산 꽃무늬  |  263 
7-5 ・ 오산 꽃무늬  |  264 
7-6 ・ 오산 꽃무늬  |  265 
7-7 ・ 오산 꽃무늬  |  266 
7-8 ・ 오산 꽃무늬  |  268 
7-9 ・ 오산 꽃무늬-이 산을 보라하심이오니  |  269 
7-10 ・ 오산 꽃무늬  |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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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그리운 얼굴들

13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13 
14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15 
15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18 
16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19 
17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20 
18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22 
19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24 
20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26 
21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27 
22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29 
23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30 
24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32 
25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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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 ・ 살아남을- 아! 살아남을 

 

 

섬놈들 다 죽이라고 했다 

산놈들을, 이 빨갱이 놈들을…불 태워…이 산을… 

 

잡히지 않으려면 도망치는 일이지 

 

어디로… 

산으로… 

 

죽고 싶지도 다른 이웃 죽여서도 아니 되는 

 

이 길로…산으로 산으로 

 

누가 제주도를 빨갱이 섬이라고 했으며 

누가 제주도를 휘발유를 뿌려서 불 태워야 한다고 

 

내가 가는 이 길은… 

 

죽이지도 죽지 않은 

해방의 길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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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 ・ 우리들의 이름으로 

 

 

그리운 얼굴로 떠오르는 

복남이는 

뜀질로 재빠른 심부름꾼이었지 

 

우리 동네에서는 

어멍 아방의 명예였고, 

 

지들커를 헐냥이면 

동네방네 돔베 오름까지는 

눈 깜짝할 새이니 

 

4・3은 복남이에게 

단단한 제 몫이거니 

 

연기 덜 나는 멩게낭* 

마른 줄을 거두어들이는 그 일이

20

이 길로…산으로 산으로 

 

이 길만은…살아남을 길이기 때문이니 

그 믿음만으로 그 믿음만으로…

*멩게(개)낭- 청미레덩굴. 돌고리낭. 멜레기낭. 멜라낭. 맹케낭. 벨란귀낭. 

벨레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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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4 ・ 옷 맨들락이 벗은 채로 

 

 

어디 간들 잊으랴 

태 묻은 고향 등에 진 우리가 

 

우리를 겨냥할 

제국의 총이 대포가 칼이 있으랴 

 

따슨 밥 함께 나누어 먹든 

그 손길이 

 

너무나 곱게만 빛나던 

 

코흘리개 벗들이여 

옷 다 벗은 채로 

바다 물결을 타며 놀던 

 

그리운 얼굴들 

이제 다 어디로 가서 

 

다시는 그런 날이 밝아오지 않으랴 

4・3은 그날 밝히는 해가 되는…

22

3 ・ 강순이가 보고싶다 

 

 

강비치 강순이 

강하게 벌렁벌렁 

 

지지빠이 아니라는 

뜀박질 잘도 하던 

 

우리 동네 다리 진 강순이 무엇 햄신고. 

 

제주 바당 물결 새하얗게 

일렁이면 

먼 산에서 숨죽인 채로 

 

아침 미역새 광주리 가득 들고 

손 곱은 채로 마을 어귀로 들어 걸어드는 

 

강순이 더운 입김이 더욱 그립다 

 

뭘 햄신고 오늘은 어디에서 

뭘 햄신고 오늘은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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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6 ・ 김치망데기 

 

 

몸에 와 서리는 

치름쟁이 

댓 발씩 세 발 

질질 치름 흘리멍 치름 흘치멍 

 

침 탁탁 튀기멍 

 

말도 못하곡 소도리도 못하는 

김치망데기 

 

버버짝짝 버버짝짝 

 

김서방이 보고 싶다 

 

4・3은 보고 싶은 사람 

보게 하는 그 일임에랴

24

5 ・ 입 벌린 복순이 

 

 

시께 밥 같이 먹곡 

멩질 떡 한듸 한듸 먹곡 

 

입 벌린 복순이… 

 

범벅머리 그 얼굴이 보고 싶다 

 

입 큰 볼락 구워나 먹나 

입 큰 건 빈복한댕 허멍 

 

우리 동네 입 벌린 복순이 어디 가싱고게 

아이고, 아이고 

보고 싶응게, 보고 싶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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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8 ・ 혼저 크라, 혼저 크라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러주던 

 

개똥이 아방은 

그 표정 밝은 채로 

 

들일에 나서고 가끔은 

바당에 강…그물을 던졌지 

 

잔고기를 풀어주면서 

혼저 크라이 혼저 크라이 

 

혼잣말로 한바다로 도로 풀어주시던 

 

4・3은…해 질 녘으로 깊은 믿음으로… 

 

모든 개똥이 아방네 그 깊은 웃음 속에서 

 

피어나는 한없이 커져 가는… 

 

그리운 얼굴입니다.

26

7 ・ 함께 있음 

 

 

보고 싶다는 그 사람 

여기에 

나와 함께 있지 않다는 

그 말입니다 

 

4・3은 이념이 아니라 

너와 함께 살아감입니다 

 

나뉨을 거부하는 

분리를 거부하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그 길입니다 

 

어루만짐이고 달램입니다 

함께 따슨 밥 나누어 먹는 

그 일입니다 성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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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0 ・ 오직, 살아 남아야 하는… 

 

 

무엇 때문인가…? 

자기 집으로부터 도망치는 그 일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그 일이 

상식이 아니랴… 

 

살아 남아야 하는 순리…오직… 

 

우리에게는 

적이 없었고 

원수를 떠올려 본 일도 없는데 

 

우리에게 나에게 갑작스럽게 

원수다 폭도다 적이다 함은… 

 

하루 아침에 까닭도 모르는 채 

 

산사람이 되었다 빨치산이란 말을 

처음 들었는데 

 

무엇 때문인가…? 결코 그 의문이 풀려지지  

28

9 ・ 빛나는 둥지를 위하여 

 

 

느린 날갯짓으로 

 

훨렁 훨렁 

 

어디로 날아가는 것인지 

 

이 해도 다지는 저물녘까지… 

 

호랑나비 한 마리가… 

 

4・3은 해 질 녘 그때까지만 해도 

살아있어야만 하는 

산 자들을 위한 저녁 축제여야만 합니다 

 

제 날개만으로 

저물녘 깃들 곳을 찾아야 하고 

지어야 하는 

 

축제의 둥지여야 합니다 

우리네 모두의 보금자리를 짓는… 

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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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1 ・ 저렇게 내리시는 고요한 하늘이 

 

 

해 질 무렵 언뜻 언뜻 

산허리 나무 줄기 사이로 내리시는 

고요한 하늘이 

 

집 떠난 지 오래인 나에게는 

온 집안 식구들 감감소식에 대한 

 

그리움의 절정입니다 

 

떠남이, 집을 고향 땅을, 오! 내 나라를 

떠남이, 떠날 수 밖에 없음이 

 

잔인한 그리움입니다 

 

나 자신에게도 너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 숨겨 있어야함이 

 

그리움의 결정입니다 

4・3은

30

않음은… 

 

살아 남아야 하는, 

산으로 산으로 이 길을 걸어가야 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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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굳센 믿음의 힘이오니 

믿음의 힘, 그 힘만으로

32

12 ・ 믿음의 힘, 그 힘만으로… 

 

 

산기슭 어느 모롱이에 

쓰러진 채로 

 

배신 당했어도 

묵묵히 지켜 주시던 

 

오래된 나무이듯이 

 

역사를 아는… 

 

이 아픔 넘어 넘어서 본 

사람인 듯이… 

 

온 역사 계승해 온 4・3은 

나에게는 나에게는 

허기진 채 쓰러진 

 

굳센 믿음의 힘으로서만 일어설 수 있는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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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3은 한 산을 한 오름 아흔아홉 골을 한 골도 

한 바다를 한 길을 하나 되는 그 나라를 

 

새겨감이니… 

 

한 물결 타고서…

34

13 ・ 하나 되는, 그 나라를 

 

 

여기도 아닙니다 위도 

저기도 아닙니다 앞도 

 

우리들의 산은 오름은 

위도 앞도 아닌 

 

온누리의 산입니다 그 오름입니다 

온 산이 온 오름이 온 들이 온 밭이 온 내가 

온 바다가 온 하늘이… 

 

4・3은… 

 

여기 저기 아닌…남북이 우리로 하나됨을 

동서가 너 나로 하나 되는 

 

산과 바다가 한 섬으로 하나 되는 

 

우리로 다같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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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15 ・ 바다가 보이는 

 

 

한울산 기슭  어느 모롱이 

앞오름 뒷오름이 집 기둥이고, 

 

어스름 해 질 무렵에는 

붉게 타는 노을이 

 

희망이오니 

 

제주 바당 새하얗게 밀려드는 

바당 물결이 나에게는 

 

위안이오니 

오늘 나 여기 살아있음에 대한… 

 

새하얀 물결 타고 

비스듬히 새겨 놓으시는 

 

가족들의 안부… 

 

4・3은 물결로 밀려드는… 

36

14 ・ 게걸음을, 걸었다… 

 

 

말더듬이 철이가 보고싶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철이는 언제나 길을 갈 냥이면 

비스듬히 몸을 

게걸음을, 걸었다 

 

이른 아침 나뭇가지 사이로 

 

샛별이  

 

철이처럼 빛나서 더욱 

 

그 얼굴, 웃어주던 말을 더듬으면서 

 

보고싶다…참 춥다 

 

몸이 다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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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6 ・ 싸늘한 채로… 

 

 

집이 보이고 폭낭이 어김없이 

휘어진 가지 마다에 

 

바람을 싣고 퍼져가는데 

개물어귀 

폭낭 휘어진 가지에 매달린 채로 

죽어간 싸늘한 시체 위에서는 

 

뜬 눈인 채로 

4・3은 자라나고 있어라 

 

가지에서도 잎사귀에서도 

목에 걸린 밧줄에서도 

 

저들의 손자국에서도 

 

해방되는 그 나라 

빛의 나라 평화나라의 

영토이라는… 

 

38

새하얗게 있는 

살아있는 숨결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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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잔풀꽃처럼 피어나는 

의 노래이오니 의 춤이오니…

40

아련하게 아련하게 

어스름 해 질 무렵이거니 

 

여기가 어디이고 

저기가 어디인가도 모르는 채로 

 

성산일출 고사리 꼼짝 

모슬포 바람코지 졸락코지 

비양도 이어도…산아 산아 

이어도 산아…송악산…산방산 

 

산방굴 방에오름 산버른내…알방에오름 

 

산세미오름 오르멍 내리멍…알착웃착 

살리멍 살멍 살림살이 이어도 산아… 

마니의 노래…가 새로 들리는 

 

4・3은…살맛나는 오늘은 

온 노래의 온 소리의 주인이오니 

산에도 들에도 내창에도 바다에도 오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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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보리밥 뜸 들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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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 ・ 보리밥 뜸 들이는 사이 

 

 

해 질 무렵이면 하얗게 하얗게 

피어나는 

저녁밥 짓는 김으로 떠오르는 

 

보리밥 내음이 솟아오른다 

 

온 몸에 묻어난 그대로 구수하게 

 

보릿대 불길에 

얼굴 벌건 순둥이가 

 

보리밥 뜸길에서 

마당으로 나와서 긴 한숨을 내쉰다 

시름인 듯이 눈길을 보냄은… 

먼 산으로 자주 자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저물녘 짙은 그리움이 있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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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역사책에도 없는 

전문가들의 연구 논문에도 없는 

 

그 뱃사람만이 아는…해 질 무렵에

46

2 ・ 방씨만이 아는 

 

 

몬딱 바당에 들이쳥 

죽여 부러시난게… 

 

다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마지막 숨결조차도 

 

잊어버린 채로… 

 

끝내 조서방은 식은 몸으로 

식은 몸으로 한물이 되었다 

 

온누리 온 이웃 이 목숨 온 물고기들에게 

바다풀과 나무 모든 벗들에게… 

 

살점 바숴서 온 피 흘려내어 온 뼈 녹여서… 

 

밥이 되었나니 

 

노 저어갔던 뱃사공만이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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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 ・ 모든 목숨에게 - 살아계시는 

 

 

거룸함인 채로 온누리 

모든 목숨에게 

 

나는 

 

거룩한 밥이 되고 

거룩한 숨결이 되는 

 

살아계시는 모든 목숨에게 

이웃이 되는 

 

4・3은 

 

빈들에서 어렴풋이 새겨 놓은 

먼저 가신 님들에 남겨 놓은 

 

그 길을 곱게 찾아가는 

 

믿음의 길입니다 

해 질 무렵임에랴…

48

3 ・ 서투른 솜씨일지라도 

 

 

이제 여기에서 

바로 오늘은 

 

해 질 무렵 우리는 

구원의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숨어 있는 모든 이웃들에게 

따슨 살김으로 

보금자리를 짓는다 

 

4・3은 따슨 가슴을 기둥 삼아 

너 나 우리 

우리 집을 지어가는 

 

우리나라를 수립하는 

해 질 녘의 설렘입니다 

 

서투른 솜씨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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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6 ・ 개밥바라기 그 별빛만으로 

 

 

느린 걸음일지라도 

어스름녘이면  

반드시 떠오르시는 

 

개밥바라기*의 별빛만으로 

 

먼저 숨진 그 자리에서 빛나게 될 

이제 숨은 그 자리에서 빛나게 될 

새날 숨은 그 자리에서 빛나게 될 

 

마니의 무무 그 때를  

마련함이오니… 

무두루의 빛의 나라 미시의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오니 

 

4・3은 느린 걸음으로…

50

5 ・ 따슨 방이 - 한참이나 그립다 

 

 

배가 고파서 배가 고파서 

그리움이 있어서 

 

님들 그려 우는 새들 편이 된다 

 

힘 다하는 그날이라 생각하면서 

해 질 무렵에는 

 

내가 더는 내가 아닌 

 

그리움으로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는 

틈새 없는 그리움으로 

 

따슨 방 그 집이 한참이나 

그립다… 

 

아무런 빛깔도 더는 없는 

타는 노을 진 가슴인냥

*개밥바라기 - 어둠별(저녁에 뜨는 금성(金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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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볕으로 따뜻하게 식은 몸들 

햇살로 온 힘 다해 세우시는 

 

하늘 힘 따앙 힘 사랑의 힘입니다

52

7 ・ 식은 몸들 일으켜 세우시는 

 

 

용솟음 치는 샘으로 솟아나는 

마니가 되시는 

꽃봉오리로 꽃술을 지으시는 

 

동틀 녘으로 온몸을 열어 놓기 시작하여 

한낮으로 작열하게 타내는 

해 질 무렵으로 제 몸 부려놓아서 거룩한 

 

4・3은 

해이고 살아계시는 몸입니다 

한울-우주입니다 

 

샘물입니다 

홍수입니다 

 

가람이고 바다입니다 

 

산이고 오름입니다 

 

빛으로 밝히시는 온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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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9 ・ 오직, 그곳은, 그 나라는… 

 

 

앞으로도 뒤로도 물러설 수 없는 

결코 움직일 수 없는 

 

옴짝달싹 

꼼짝달싹 

 

어찌할 수 없는 

 

이 한 몸 다 갇혀져 있는 

 

오직 나만이 

 

움직일 수 있는, 생각할 수 있으며 

그려낼 수 있으며 

그리워할 수 있으며 

 

시공-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고할 수 있는 

그곳은 그 나라는… 

 

오직 

54

8 ・ 꽃춤으로 비롯되는 

 

 

꽃바람이 불면 

산울 가득 물씬 꽃내음으로 

 

감히 드러내어 내다볼 수 없는 

겨우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열린 하늘이 있어서 

산울은 온통 꽃춤을 춘다 

 

4・3은 꽃춤으로 시작되는 

함박춤의 나라이거니 

 

내다볼 수 있는 그것만으로도 

고마움은 그지없는 은혜인 것을 

 

4・3은 아픔일지라도 

그 너머 그 너머에는 

 

한이 없는 그리움은 

빛의 나라로 펼쳐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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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0 ・ 붉은, 가슴인 채로 

 

 

동틀 녘 산은 오름은 

붉은 가슴인 채로 

옷을 벗는다 

 

해 질 무렵 오름은 산은 

붉은 가슴인 채로  

옷을 벗는다 

 

아주 짧은 그때 즈음은 

온누리는 말없이 고요롭고 

산새들도 

깃듦에서 깃듦을 정관하는 

그때이거니 

 

4・3은 정관의 때입니다 

총칼 무기란 모든 살생의 무기를 

 

내버리게 하는 

내놓아서 좋은 

 

56

4・3 

 

나만이 나를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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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동틀 녘 해 질 무렵 산은 오름은 

오름은 산은 4・3은…

제3부 

 

제 몸 부려 놓은 그곳이 (1) 

 

- 흙살이 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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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 ・ 목숨이 되시는… 

 

 

보드랍게시리 이른 봄이 내리시는 

은혜이거니… 

 

4・3은 씨앗입니다 

보드란 흙살에 내리시는 

 

곧은 대궁으로 바로 서시는 

윷노리나무인 듯이 

 

길잡이 지팡이가 되시는 

소 말 몰이 지휘봉이 되시는 

뼈 속 아픔 가르쳐 주시는 

거친 매가 되시는 

 

4・3은 다시 없는 

찬바람 살에는 추위로 단련된 

보드란 흙살에 심어지는 

 

알찬 씨앗입니다 

밥이 되시는 목숨이 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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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3 ・ 그리운 꽃이어라 

 

 

시께 밥도 같이 먹고 

멩질 떡도 같이 먹엉 

 

무락무락 커불게 하멍 

너 나 없이 

 

삼춘 사춘 허멍 

함께 살젠 더불엉 살젠 

 

품앗이 허멍  

말방엣 돌 끌어 가는 소리 함께 허멍 

푸성귀 같이 따다 먹으멍 

 

윗잣 아랫잣에서 쉬 는 소리 함께 허멍 

태위노 함께 젓으멍 

 

떡 갈랑 먹곡 밥 갈랑 먹으멍 

지들 컷도 같이 허멍 

시께 멩질 함께 치루멍 

 

62

2 ・ 제 몸 부려놓은 그곳이… 

 

 

이제 더는 갈 곳이 없는 

4・3은 알게 해주시는 

눈보라 세차게 밀려오는 

 

어스름 녘에는 

 

산새들도 바람에 밀려 

날개를 아예 접는 

 

그 즈음에는 

 

마지막으로 내가 박혀 있는 그곳이 

내 나라이고, 나의 집임을 알게 해주시는 

 

내 나라가 거룩하고 

내 집이야말로 침략 당할 수 없는 

 

그 자리임을 

그 자리, 거룩한 거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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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4 ・ 나는 나로 산다 

 

 

나는 나이다 

나는 나로 산다 

 

나는 

나를 

산다 

 

나는 하나님이니 

한울로 산다 

 

나는 해로 산다 

빛으로 볕으로 햇살로 

 

나는 하나님이고 하나님은 

빛 나이니… 

 

빛 나는 해-싸알이다 

나는 

 

씨알로 산다… 

64

살고 지고 

살고 지고 

 

모진 바람 이겨 내멍 

아들 딸을 키워내곡 

시집장게 다 보내어서 

 

조상님께 큰절 하곡 

부모님께 효도하멍 

동네방네 큰 웃음소리 

 

꽃으로 피곡 

싸알로 익는 

 

빛나라를 섬나라를 

키우멍 지키멍 살젠하는 

 

4・3은 아픔일지라도 

꽃이어라 

그리운 꽃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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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5 ・ 온 몸으로 온 몸으로 

 

 

살아, 살아, 움직이게 한다 

일을, 한울의 뜻을 다 이루어 내는 

그 일을 한다 

 

날이 밝아서- 

날이 밝아서- 

 

살아 살아 일어나라 

 

그 누구도 아무도 아무것도 

처들어 올 수 없는 이 한 몸으로 

 

그 몸으로 

살아 살아 일어나라 

 

영상은 우상이니 

환상은 허깨비이니 

 

나라도 통치자들 종교도 과학도 

문화예술도 이제 돈의 상품이거니… 

 

4・3은 목숨 거는 그 일이오니

66

4・3은… 

나는 나로만 살아가는 그 길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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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7 ・ 살이오니 

 

 

끝없이 한없는 뒤바뀜 속에서 

한없이 흘러내리는 

 

도도한 이 물결 속에서 

 

4・3은 또 다른 물줄기를 짓는 

흐름입니다 

흘러내림입니다 

 

풀잎 위로 내리는 햇살이 

나를 살리는 

 

사랑입니다 그리움 

배고픈 춥디 추운 산 속에서 

 

나를 살리는 

먹이 밥입니다 

 

아무도 지어낼 수 없는 

아! 4・3은 햇살이오니 

 

68

6 ・ 치워버리고…더러운 것들 

 

 

더럽다. 귀신들이라함은 

더러운 것을 말함이니 

 

덜러운 것들 

덜 된 모자란 뭘 모르는 

 

나만 나만 

나뿐 나쁜 것들을 말함이니 

 

덜러운 더러운 덜 되먹은… 

 

한울이 없는 것들 

온갖 상품이란 지배란 통치란 

 

덜러운  

목숨이 없다는 것이랍니다 

 

덜러운 더러운 것들… 

 

우상이라고 하는, 상품이 된다함은, 

4・3은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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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8 ・ 비롯음의 자리로 

 

 

홀로 짓는 하늘 외로운 

 

새 하늘입니다 

 

새 따앙입니다 

 

새 사람입니다 

 

새로운 혁명입니다 

 

4・3은 

 

새 하늘 그리움입니다 

새 따앙 그리움입니다 

새 사람 그리움입니다 

 

따뜻한 온누리 녹이는 

새로운 혁명입니다 

 

을 아는 

마니를 아는

70

나의 누이가 마니입니다 

나의 아우가 

 

나의 아버지 어머니 

마니입니다 

 

어머니의 산으로 일어서시는 

아버지의 산으로 일어서시는 

 

삼춘으로 

사춘으로 

 

4・3은 

 

맨 처음 비롯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나의 혁명입니다 

 

새 나를 짓는 

마니가 되는 

 

새로운 개념의 홍익인간세를 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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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모든 다음은 너… 

너밖에 없는 나…만 남아있는 

 

어머니 없는 아버지 없는 형제자매 

이웃 사촌도 삼춘도 벗들도 없는… 

 

다음은, 너만이 있는 

 

4・3은 이제는 더는 없는 

선택도 없는 

 

알량한 봉사도 없는 

 

차례를 기다리는 기다림도 없는 

 

4・3은 숨결인 듯이 그저 

태연하는 

 

아침 햇살이고 구름 아닌 바람에 날풀거리는 

풀잎인 듯이…그저 태연하는…

72

9 ・ 다시 배운다 

 

 

차례로 차례로 

 

다음은 

 

너… 

 

죽임 당함의 차례 

 

오직 나, 나, 나의 죽임 당함 

총살 당함 

매질, 고문 당함 

 

이 한 몸으로만 감당해야 하는 

 

4・3은 

 

차례없음을 밥 옷 집 사람 없음을 

나라 법률 종교 학교 인권 

 

평화 없음을 가르쳐 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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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10 ・ 하늘 맛이 되는 

 

 

위하여는… 

 

4・3은 

 

드디어는 나를 위함도 아닌 

 

살아있음의 아름다움 

 

그 지점 

하늘의 맛이 되는… 

고향을 묻거나 대학졸업장을 

직업을 양반이냐 쌍놈이냐를 

 

묻지 않는, 결코… 

4・3은 

살아있음으로만 달리는 숨는 

식은 밥을 나누어 먹는 먹이는… 

나눔조차도 아닌 

 

살아있기만을 빌고 비는…

제3부 

 

제 몸 부려 놓은 그곳이 (2) 

 

 - 놓쳐서 아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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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1 ・ 살아있음의 절정 

 

 

최후의 심판도 여유가 있는 말이니 

 

놓쳐서 아니되는 

 

4・3은 

그때임에랴 

 

거룩함도 성스러움도 

예배도 찬미도 더는 없는 

 

도망침과 도망치지 않음 

그 사이, 그런 틈새가 없는 

 

살아있음의 절정, 

이제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음 

그때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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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3 ・ 맨살인 채로 

 

 

아침 햇살만이 나에게는 

온빛이오니 

밤의 달빛만 

 

샛별과 개밥바라기만이 

 

셀 수 없이 빛나는 

밤하늘의 별빛만이 나에게는 

 

온빛이오니 

 

4・3은 나에게는 

온빛이오니 

 

온빛 속에서 살아계시는 

맨살 맨손 맨발 

맨몸인 채로인 4・3은…

78

2 ・ 쪽배 위에서-이른 새벽 

 

 

먹돌이 목에 걸려 있는 채로 

 

발에… 

몸에… 

 

스르르 스르르 

지푸라기 한 올 없는 

민바닷물 속으로 

 

밀려 내리는 이 한 목숨이 

밧줄 긁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맨 마지막으로 

 

더는 아무것도 없는 

쪽배 위에서 나는 

 

4・3은… 

이른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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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마지막 숨결로… 

 

 

아직도 재가 되지 못한 

이웃들의 사체가 

 

검은 연기를 피우며 

 

입 벌린 침묵을 듣는 일입니다 

눈 뜬 채 역사를 펴는 일입니다 

 

4・3은  

침묵의 역사를 살아내는 일입니다 

 

내가 이제 여기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까닭은… 

 

아직도 제 몸 하나 숨겨둘 수 없는 

산길 위에 나뒹굴다가 

 

마지막 숨결 다 해야 하는 

 

4・3은…

80

4 ・ 찬바람 속에서 

 

 

여기가 어디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를 

 

알게 해주시는  

4・3은 

내가 나에 묻는 

대꾸하는 

 

내가 나에게 나를 가르치는 

가르치미인 것을… 

 

매섭게 부는 찬바람 속에서 

해맑게 빛나는 

 

새로운 날을 믿을 수 있는 

그 길을 깨달아 알게 해주시는 

 

마니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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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나무로 바다는 바다로 하늘은 따앙은 

사람은…모두 다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따뜻한 혁명 녹이는 사랑이오니…

82

6 ・ 모두 다 제자리로-돌아가라는 

 

 

살아가려고 

살아가려고 

 

내가 나로 너가 너로 

우리가 모든 우리가 우리로 

 

마을이 마을로 나라가 나라로 

 

하나가 되는 함께 함께 한 몸으로 

새로 태어나는 

 

잉태이고 

출산이니 

 

4・3은 

 

일본은 일본으로 U.S.A는 U.S.A로 중국은 

중국으로 러시아는 러시아로 

 

이웃은 이웃으로 꽃은 꽃으로 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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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한울님만의 일이오니 

 

알고 있는 이 지식이 

알고 있다는 이 기억이 

 

지워져야 하는… 

 

이웃에게 삼촌 춘에게 

벗들에게 

죽임 당하는 

죽게 만드는 

그 길을 벗어나야 하는 

그 길을 피해가야 하는 

 

4・3은 내가 알고 있는 

너에 대한 지식을 지우는… 

한울님만이 아시는 

이 한 목숨 이슬 방울이 되어도 좋은 

 

나, 한 나만을 아는, 지키는 

84

7 ・ 한울님만의 일이오니 

 

 

관덕정도 아흔아홉 골도 

산굼부리도 어승생이도 

 

뒷께도 정뜨르 알뜨르 

만벵디도 가무코지도 

 

락도 고셍이도 실어랭이도 

 

고요하게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4・3은 

지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워야 하는 

역사 따위는 문학이나 예술 

소설이나 시 나부랭이는 

 

다 지워서 

다 새롭게 

 

지어내어야 하는 

새로운 창조 유일하신 한울님만의 

그 일이어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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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9 ・ 이 길만이, 이 길만이 

 

 

우리가 가는 이 길은 

산길은 골짜기 길은 

들길은 밤길은 새벽 한낮의 이 길은 

이 오솔길은 

 

결코 너를 이기려는 

그따위 승리의 길이 아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은 

정당한 이 길을 걸어감이니 

 

정당한 이 길만이 

살길이라는 믿음이니 예배이니 

종교이고 

하나 되는 그 나라이니… 

 

4・3은 

정당하게 열린 그 길인 것을… 

걸어감이니 살아감이니…

86

8 ・ 정의(올바른 길, 옳은 길, 바른 길) 이끄는  
     새로운 개념이오니 

 

몸 부려 놓음이 그리하고, 

곶자왈에 

오름에 골짜기 큰궤 작은궤에 

걸어가는 발걸음이 

한낮의 그리움이 

한없이 보고 싶음이 

다 먹고 싶음이 다 다 다 

추위가 찬바람이 나무가 

풀이 골짜기 아래로 내리는 물이 

산이 바다가 하늘이 따앙 흙이 

돌이 바위가…나에게는 

 

4・3은 

정의이고 새로운 개념이니 

고마움으로 뜨는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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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11 ・ 고요를 방패로 삼는다 

 

 

새벽녘 골짜기 아래로 

샛별의 별빛을 

 

따른다 

 

고요로움이 두려움보다 짙다 

 

한순간이면 

 

있고 없음의 갈래길이 결정되는 

이 발걸음을  

 

거룩하게 띄어 놓음은 

거룩한 예배임에랴 

 

물길에 내리시는 하늘이 

더욱 가깝게 내리시고 

 

우리는 고요를 방패 삼아야 한다 

 

4・3은 이 고요를…

88

10 ・ 검붉은 무늬 

 

 

밤이면 밤이 무섭다 

낮이면 

 

낮이 무섭다 

 

두려움의 무늬는 

검붉은… 

 

무서움은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이 길이 정당하다는 

정당한 길이다를 아는 

 

무서움은 두려움은 

4・3은 

정당한 아픔임에랴 

 

이 길은 이 발걸음이야 

밤 사람이 무섭고… 

낮 사람이 두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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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3 ・ 누가 뭐래도… 

 

 

나를 지키는 일은 

여기를 

이제 오늘을 

 

이 땅을 이 섬을 이 산을 지키는 

이 바다를 

 

지키는 그 일입니다 

 

4・3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물 한 방울 흙 한 줌 

 

이 가슴을 뜨거운 사랑을 

지키는 그 일입니다 

 

누가 뭐래도 

이 내 고향의 늙은 팽나무를 

샘물을 지키는 그 일입니다 

 

4・3은…

90

12 ・ 숨을 죽여야 한다 

 

 

숨을 죽여야 함이다 

삶이다 

 

숨을 죽이지 않음은 

죽음이니 말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총소리는 차라리 숨 죽일 수 있는 

알림이오니 

 

새들의 노래 

새들의 날갯짓조차도 

경계해야 하는 

 

4・3은 또 하나의 

숨소리 숨소리 

모든 소리의 정지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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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결코 먼 먼 환상이 아니오라 

가장 가까운 혁명인 것을…

92

14 ・ 먼 먼 환상이 아니오라 

 

 

가까이 아주 가까이에서 

움직임조차 알 수 없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한울의 소리 그 말을  

깊게 들으면서 

 

숨결인 채로 결코 거스를 수 없는 

 

4・3은 

 

가까이 아주 가까이에서 

 

결코  

내가 너를 거스를 수 없는 

그 일임을 깨닫게 해주시는 

 

알게 해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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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누님과 누이…그 이웃과 함께 해야 하고자 하는… 

살아가고자 하는…

94

15 ・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제는 눈물도 마르고 

먹을 것도 

 

가야 할 길조차도 

 

없는 

 

바로 그곳에서 바로 

 

4・3은 

 

나의 마지막 선택입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나라… 

 

이념이 결코 아닙니다 

민족이니 자유니 민주주의니 

그따위 슬로건이 아닙니다 

 

오직 살아남아서 살아남아서 

어머니 아버지 형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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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17 ・ 따슨 살결, 따슨 살결 

 

 

우리네 할망 하르방 

삼촌 이웃촌네 

 

숨결입니다 

 

4・3은 

 

바당의 물결이듯이 

 

옹기 종기 체온 따숩게 

모여든 벹남석이듯이 

 

오은 오은 한울산은 

 

우리들에게는 

 

막은 창 아니오라 막장 아니오라 

 

언 살 함께 비빌 수 있는 

따슨 살결입니다

96

16 ・ 그 길이오니 

 

 

드디어는 홀로 남아 있음에 대한 

이름조차도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종교입니다 

 

4・3은… 

 

살아있음을 읽는 

믿는 또 하나의 발걸음으로 

 

총성을 뚫고  

포위망을… 

 

결코 맞싸움질이 아닙니다 

 

오직 살아있음으로 가야 하는 

그 길입니다 

 

우리들의 투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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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18 ・ 당당한 걸음걸이로 

 

 

이제는 먹을 양식도 없는 

풀뿌리 나무껍질도 더는 

몸 숨길 곳도 더는 없는 

 

바람 앞에서 추위 속에서 

구름과 별과 하늘 아래서 

 

이제는 더는 피할 수 없는 

그 즈음에 나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4・3은 바로 

나의 이 발걸음임을 

더는 무서움도 두려움도 없는 

 

당당한 나로 서게 되는 

그 일임을 

 

4・3은…

제4부 

 

결코 빼앗길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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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1 ・ 결코 빼앗길 수 없는 

 

 

결코, 나를, 이 나를  

빼앗길 수 없음이 

 

4・3이거니… 

 

풀잎 한 잎조차도 

마지막 잎사귀의 숨결을 

다 지킴이거니… 

 

저물녘이면 온 동네로 퍼져나는 

저녁밥 짓는 연기… 

하아얗게 피어나는 

 

그리움이니  

따스한 

 

결코 밥 짓는 연기조차도 

빼앗길 수 없음이…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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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3 ・ 일어섬이, 일어서는 섬이니 

 

 

죽창이 나무 막대기가 무장이 되며 

낫과 호미가 무기가 되겠습니까… 

 

폭도는 누구이며 

폭동은 누구에 의해서 일어나며 

 

반란은 

파르티잔* 

은 그 누구들이 지어낸 이름인가 

사태는 사건은… 

 

4・3은 

 

어떠한 이름도 붙여서는 아니되는 

하늘이 일어섬이니 

따앙이 일어섬이니 

사람이 일어섬이니 

 

102

2 ・ 어머니 산, 어머니의 산 

 

 

셀 수 없는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새하얗게 

어스름 녘 둥근 달이 떠오르면 

 

낯 익은 얼굴들이 

나 홀로 품어 살아가야 하는 

 

4・3은 

 

그리움만으로 새하얗게 

찔레꽃 새순이 되어야 한다 

 

아무도 없는 

 

어머니 산에서는

*파르티잔: 빨치산. 빠르티잔. Parti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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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당당한 몸짓으로 

당당한 몸짓으로

104

혁명은 내가 나로 다시 

일어섬이니… 

 

바람으로 제주 바다 거센 물결로 

돌고망의 눈빛으로 

 

돌하르방의 몸집으로 

한울산의 오들의 

산굼부리가 

곶자왈 너럭바위가 

바닷가 코지가… 

 

조코고리가 보릿락이 

알뜨르 정뜨르 만벵듸에서… 

 

4・3은 돌들이 일어섬이니 

 

풀들이 나무들이 

 

제 몸 일으켜 세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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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살을 생살을 녹이는 

 

그때가 바로 

해 질 무렵입니다 

동틀 무렵입니다

106

4 ・ 해 질 무렵 

 

 

동틀 무렵이 시작이면 

해 질 무렵이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나를 

꼭꼭 숨겨두어야 하는 

 

하늘도 모르게 따앙도 사람도 모르게 

나만이 나를 아는 

 

그때입니다 

4・3은 나만이 나를 일깨우는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나의 혁명입니다 

 

오을 받아 머금고 

오을 받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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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6 ・ 밥이 혁명이오니 

 

 

날쌀을 씹으며 

윗니 아랫니가 맞무는 

 

낟알이 으깨어지면서 

단맛을 내는 

 

나를 살리는 밥이  

살림입니다 

 

4・3은 

혁명은, 사랑은 

 

따슨밥 함께 나누는  

그 일입니다 

 

온 목숨 살리는 

오순도순-평화 살림살이입니다

108

5 ・ 따슨 웃음꽃으로 피어나는 일 

 

 

씨앗을 땅 속에 심는 일 

흙살 긁히지 않게시리 

 

흙살이 열려 있는 그 틈새를 

배우는 일 

그때를 

 

4・3은…씨앗으로 내려서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봄꽃으로 여름꽃 가을꽃으로 

드물게시리 겨울꽃으로 

 

따슨 웃음꽃으로 

누구에게가 아니라 

 

스스로 피어나는 일…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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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8 ・ 따슨 햇볕을 알게 되는 

 

 

불이 해가 볕이 

빛이 햇살이 

 

그대 따슨 몸 

그 가까이에서 

 

혁명은 자라난다는 것을 

 

아는, 깨닫는 

 

학습은 온몸으로 

 

불을 불빛을 아는 

따슨 햇볕을 알게 되는 

 

4・3은 그 일입니다 

4・3 혁명은…

110

7 ・ 나를 일으켜 세우시는 

 

 

밥이 뼈를 세운다 

다리를 세우고,  

주린 배를 세우는 

 

밥알, 한 알 한 알을 세어가면서 

일어나야 하는 

살아내어야 하는 

 

한 날 한 날을 세어가는 

 

4・3은 

그 일입니다 

 

밥알 한 알 한 알 세어가는 

오늘 한 날 한 날을 세어가는 

 

밥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따뜻한 혁명의 씨알입니다 

 

언 가슴 녹이는 사랑의 씨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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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0-1 ・ 재가 되는 그리움으로 

 

 

어느 해 가을 

가을 무를 얻어먹으면서 

고구마를 얻어먹으면서 

고구마 단물 무 단물을 

 

이웃 벗들이 그리워 그리워서 

달게 웃어 

달게 웃어 

 

온 가슴 온 마음 달래주던 

 

벗들이 그리워서 

 

4・3은 

어느 곳에서 언제든지 

 

그리움으로 단맛을 우려내나니…

112

9 ・ 이 몸이 한울이오니 

 

 

결코 빼앗길 수 없는 

나는, 이 땅 위에서 

한울이오니, 

 

누가, 감히, 나를, 이 한 몸, 

한울이 되는 

 

한울산, 이제, 여기에서… 

언제나, 어디에서나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늘은, 따앙은, 목숨은, 

죽어도, 살아있는 

 

얼 뜻 넋으로, 얼 뜻 넋으로, 

 

한울산 사람들인 듯이 

한울산 풀나무들인 듯이 

한울산과 함꼐 일렁이시는 제주 바다인 듯이 

 

이 몸이 한울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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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 ・ 산바람 산바람 

    - 견디는 그 일입니다 

 

어김없이 일어나는  

그 일입니다 

 

동틀 녘이면 

산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지를 

 

새들은 낌새에 밝은 

날갯짓을 하니까요 

 

살 속 깊이 파드는 

새벽 추위 1월과 2월의 

산바람을 견디는 

 

그 일이 4・3입니다 

 

4・3은… 새벽의 전령입니다 

산바람 타고 가야 하는…

114

10-2 ・ 우리들의 희망으로 

 

 

잔인함이 아니라 

거룩함을 심는 

 

멀리에서 저 멀리에서 

따슨 웃음으로 

 

예배 드리는 

큰절 올리는 

 

고마운 말 한마디 

그리운 말 한마디 

 

저들의 가슴에 살 속 뼈 속 

피 속에 심는 

 

밝은 웃음 지을 수 있는 

 

4・3의 미래는  

희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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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3 ・ 살 속으로 녹아드는 

 

 

따뜻한 그리움 

 

배 따숩게 하시는 밥은 

등 따숩게 하시는 불은 

 

빛은 

해는 

 

따뜻한 손길은 

제삿밥은 제사 떡은 

 

따뜻한 그리움으로 

살 속으로 녹아드는 

 

4・3은 

살 속으로 녹아드는 

그리움이니

116

12 ・ 응답하시는 그 일 

 

 

메아리도 치지 않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산울림도 없는 산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산길의 암시를 듣고서 

소리의 내력을 찾아서 

 

4・3은 

산의 요구를 산사람들의 희망에 

응답하는 그 일입니다 

 

포위망을 뚫고서 

총성의 틈새를 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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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4・3은… 

사람의 길잡이인 것을…

118

14 ・ 사람으로 사람으로 

    - 살아가게 하시는 

 

위대한 음모를 알게 해 주시는  

거룩한 전쟁이 

 

저들의 애국이 

저들의 국가가 

저들의 전부가 

 

총을 들고 칼을 휘두르라는 

동족을 이웃을 형제를 죽이라는 

 

위대한 음모를 

거룩한 성전을 

 

알게 해주는 

 

형제 자매를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고 마을을 불태우는 

 

그 명령, 그 집행, 그 자행을 알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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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5 ・ 꽃잎에 내리시는 

 

 

다시 봄이 돌아오고 

꽃이 피어나고 

 

시로미* 삼동이 익어가는 그 무렵 

 

동틀 녘이나 해 질 녘까지도 

 

결코 손가락 내밀어 따 먹을 수 없는 

 

꽃잎에 내리는 

 

우리 동네 순이의 이름조차도 한 번 

 

결코 부를 수 없는 

 

4・3은 

숨 죽여야 숨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살아남기를 가르쳤는 

놓칠 수 없는 역사의 현장…

*시로미: 시러미. 시르미. 시라미. 시렁개. 시럼비

제5부 

 

흙살이 되려무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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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1 ・ 거룩한 산에서 

 

 

아침 해가 떠오를 때면 

넘치는 그리움으로 

보리밥 김 물씬 솟아오르는 

어머니 밥상이 눈에 선했다 

 

어승생오름 사이로 떠오르는 

따슨 마을을 그리워하면서 

 

산 넘어 산 넘어 세워질 나라를 

 

그 나라를 그린다 

 

배가 고프다 주린 배를 움켜 쥔다는 

슬픔이 아니라… 

 

따슨 손 따슨 밥 따슨 방이 더욱 

그리운 

나의 나라를 그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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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무덤조차도 없는 

4・3을…

124

1-2 ・ 거룩한 산에서 

 

 

거룩한 산 

고요롭게 말씀하시는 

산허리에 선 채로 살아가시는 

 

나무들, 그 숲속은 

우리네 이웃였습니다 

 

깊디 깊은 

 

동굴 속으로 몸을 부려놓고서는 

 

그리움으로 그리운 얼굴들만 

그려놓다가… 

 

그리움만 남겨 놓고서 오늘까지는 

뼈조차 추려낼 수 없는 

 

거룩한 산 

텅 빈 한울산만 추념하고 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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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2-2 ・ 잊어서는 

    - 잊을 수 없음은… 

 

빛으로 살아가는 그 길입니다 

빛이 되는 일은, 

 

잊을 수 없음은 

오늘도 여기에서 함께 

 

나를 

너를 

우리로 함께 살아가는 그 일입니다 

 

4・3의 때를 

잊을 수 없음은 

 

오늘도 오늘도 오늘도 

날마다 여기에서 함께 

 

그리움을 꿈을 바라는 그 나라를 

이루어 세우는 일입니다 

 

그리움을 그 나라를 그토록 바라는 

126

2-1 ・ 잊어서는 

    - 그 마지막 숨결에 담긴… 

 

4・3의 때, 그때… 

아니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모든 나를 

 

모든 죽임 당하는 그들의 

마지막 숨결을 

그 마지막 바랐던 그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됩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국가 정부 정권 

심지어는 평화의 이름으로 

 

칼로 총으로 대포로 미사일로 

지뢰로 잠수함 군함 전투기로 

 

죽임 당한 그네들의 얼굴을 

마지막 숨결, 그들의 바라고 바랐던 

그 바라는 바를 

 

잊어서는 결코 아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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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3 ・ 아사달-빛나라 

    - 4・3은, 4・3은 

 

넘어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을, 그토록 

 

사랑은 사랑은 

원수 짓지 않음이오니 

원수 맺지 않는 

 

그 일이오니 

원수 갚지 않는 그 일이오니 

 

그 너머에 평화 있음을 

4・3은 4・3은 

 

아픔일지라도 그 너머를 

슬픔일지라도 그 너머를 

 

바라보면서 밤길이었습니다 

날마다… 

 

평화의 길 가는 그 길이었음을 

128

그 꿈을…그토록 그리운 참 된 누리…나라를 

세우는 그 일입니다… 

 

4・3의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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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4 ・ 먹빛 가슴만으로 

 

 

먹빛으로 아픈 가슴이 

너무나 오래되었어도 

 

여닫는 문소리 앞에서 

차마 기다려지는 

 

그 사람은 

오늘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어느 산 숲속에서…산새가 되었나 

아니 어느 바당 물 속에서 

물고기로 사시는가… 

 

꺼멓게 타 숯이 되어버린 

속 가슴만… 

텅 빈 가슴만으로 산을 지킨다 

바다를 지킨다…

130

빛의 나라로 가는 

 

그 길이었음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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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어머니는 우리 어멍은… 

 

한 번도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으셨다 

이것이 너네 아버지 무덤이리라고…

132

5-1 ・ 한울산 한울산 

    - 어머니 땅을 밟고서 

 

한울산은 

나에게 

어머니 땅이오니 

 

그 땅은 돌짝밭이고 

검질밭이고, 

 

오그라든 손가락으로 

나의 주둥이 열어 입 가득 

따슨 젖을 먹여 주셨는 

 

어머니는… 

우리 어멍은… 

 

겨울 바닷가에서 미역새를 

뜯어 온 언 손 등으로 

나의 볼에 대면서도 

 

결코 가난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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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온갖 물고기들 곧게 살아가게 하는 

세찬 힘살이거니…

134

5-2 ・ 한울산 한울산 

    - 어머니 땅을 밟고서 

 

제주 바다 그 세찬 바람을 

맨 처음 만난 것은 

 

피난길에서 포위망 안으로 

걸어가셨던 당당하게 

 

내 땅으로 

내 땅으로 

 

그 날 어스름 녘에서 펄럭거리는 

어머니 무명 치맛바람에서 

 

였다 

 

거센 바람 뚫고서 집으로 내려가시는 

죽임 안고 걸어가시는 

 

어머니 

우리 어멍의 치맛자락은 

일렁이는 바닷물결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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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어떤 음모일지라도 제국의 음모는 

맹목을 앞세워 먼저 동족에게 

총구를 겨냥케 하나니…

136

5-3 ・ 한울산 한울산 

    - 어머니 땅을 밟고서 

 

저마다 저마다 씨이 되어 

들풀이 되고 

나무가 되는데 

 

아들을 품에 안고서 

어린 손을 잡고서 

 

-살려야 하는 어린 아이를 

-품어야 하는 어린 새끼를 

 

나라가 되어야 하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어머니는 맨몸으로 과녁이 되었다 

저들의 총구 앞에서 

 

과녁이 되어 맨몸의 어머니로부터 

비실 비실 얼굴을 숨기게 했다 

뒤틀뒤틀 뒷걸음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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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하나의 조국으로 

아사달-빛의 나라로 가는 

그 길 그 흙 땅을 밝고 가야만 했다

138

5-4 ・ 한울산 한울산 

    - 어머니 땅을 밟고서 

 

맨 먼저 맨살의 흙을 밞으며 

톨톨 튀는 가슴으로 

 

총칼 앞에서도 우리는 

촉촉하게 젖은 

 

어머니 땅을 배운다 

 

작은 돌멩이 하나에서도 

 

음모의 칼끝을 배운다 

물러가는 그 쪽에서 무엇이… 

우는 아기의 마른 목을 

빈 젖으로 달래며 달래며 

 

땅은 몸이고 

몸을 지킴은 목숨 지키는 일이니 

 

어머니와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한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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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몇 날을 며칠을 밤 밤 밤이었는지… 

밤도 무섭고 낮도 무서운 

 

시상을 시상을…

140

5-5 ・ 한울산 한울산 

    - 어머니 땅을 밟고서 

 

아, 나에게는 

한울산은 나의 조국이고 

어머니는 나에게는 

세계상이니… 

 

한울산에 눈이 쌓이면 

숨 죽였던 계절이 살아나곤 했다 

 

다시 다시 마구 

 

어머니께서는 말을 멈추었고 

손 곱아 발 곱아 

얼어 죽어간 이웃들 상아리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생지옥은 그 누구의 음모에서 

명령에서 자행되었는지… 

 

어머니께서는 징 시상 이야기 

더는 못하신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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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포위망이 더욱 세밀해진 것 그것만 

다르다 바뀌었다는 것 그것뿐…

142

6 ・ 그 길을 잊지 마셔요 

    - 제가 지켜야 하는 

 

그리 쉽게 노래하지 마세요 

그리 쉽게 말하고 글쓰지 마세요 

 

그리 쉽게 눈물로 눈물로 

제자리 덮으려고 

 

눈물 흘리지 마세요 

 

4・3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4・3은 계속되고 있고요 

 

산을 오름이 다르고 

물 속으로 바닷물 속으로 죽은 몸뚱아리 

빠뜨려 놓는 그 짓거리가 

그 꼴이 다른 것뿐이오니… 

 

제 집은 제 나라는 제 길은 

제가 지켜야 하는 

 

서러움 결코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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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저옵서… 

어서옵서…

144

7 ・ 넋이여! 넋이여! 

    - 저옵서 저옵서 

 

4・3의 얼과 넋은 

그 뜻은 

샛별로 뜬다 

 

생이 것으로 도로 온뎅 신 데 

 

개밥바라기 넋으로 다시 온뎅 신 데 

 

복 먹엉 죽은 것은 

물 뿌무멍 되살아나곡 

돌매 앙 죽은 몸은 

피는 꽃으로 피어나곡 

 

칭원한 사람들 함박웃음 웃으멍 살곡 

배고픈 사람들 배 두드리멍 먹고 

 

그 나라 세우젠 

물 헤치멍 절 헤치멍 

 

빛의 나라 빛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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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9 ・ 손가락질은 나에게 

 

 

그것이 두려운 

나 그대를 안다는 

 

얼굴을 

이름을 

고향을 

 

손가락, 손가락질이 그렇게도 

무서운 

 

온몸 얼어버린 식어버린 

정지 되어버린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의 

그 대질… 

 

오늘도 숨겨진 그 손가락질이 

지워지지 않은… 

지워지지 않은 이 땅의 역사 속에서는 

 

146

8 ・ 4・3은 바다이니… 

 

 

제주 앞바다를 바라본다 

 

봄바다를 

넘실대는 물굽이에서 

소용돌이치는 

 

살점을 본다 

 

물굽이로 온 바다 온 바다를 

살점을 녹여 살점을 풀어 놓은 

뼈마디 풀어 뼈마디 펼쳐 놓은 

마른 피 녹여 놀란 피 녹여 내어 

 

4・3의 얼은 넋은 소리 없는 

그 뜻은 새갈마노 온 바다에 

넘실넘실 

소용돌이 물굽이로 

 

굽이친다… 

굽이친다… 

 

4・3은 굽이치는 바닷물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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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0 ・ 살아있음에 대한… 

 

 

어디에도 그 어디에도… 

하늘나라 천국은 

없었으니까요 

 

무릉도원은 없었으니까요 

극락도 종교도 사찰도 교회도 

 

없었습니다 

 

오직 정막 강산 

총성만이 

 

이름도 성도 고향 같은 그런 것들 

아무것도 높다는 낮다는 

많다는 적다는 출신도 성분도 

 

더는 아닌 

더는 없는 

 

마지막까지 함께 남겨 놓은 

148

내창을 따라 어디론가 살아 남아야 하는 

길 없는 그 길을 따라 

 

손가락질을 피해서 가야만 하는 

 

나에게는 4・3은 학교입니다 종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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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1 ・ 그곳만이 나에게는 

 

 

나에게는 나에게는 

오직 그곳만이 

 

그곳 밖에는 없는 

 

갈 곳이 그곳이고 

올 곳이 그곳이니 

 

바로 그 자리가 나에게는 

 

나라입니다 

내 집입니다 

내 골입니다 

 

숲속 나무 아래가 바위틈이 

골짜기 이 한 몸 숨겨둘 굴 속이 

 

산이 오이 

 

4・3은 나에게는 

150

체온만이 온몸 비비는 그 만큼씩 

 

따스해지는…그때 그곳만이 

 

나에게는… 

 

살아있음에 대한 위안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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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2 ・ 속삭임으로 속삭임으로 

    - 중얼거림입니다 

 

홀로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속삭이는… 

 

해방의 비밀입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하나 되는 빛의 나라 

 

아사달을 다시 열어가는 

 

4・3은  

 

믿음의 손짓입니다 

나의 선언입니다 

 

역사 앞에 바로 서는 

이웃 앞에 당당히 

 

끝까지 끝까지 헝클어짐 없는 

 

152

나의 집이고 마을이고 나라입니다 

 

그 사람이 있는 곳 

 

그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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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3 ・ 그윽하게 아름다움 짓는 

    - 새로운 그리움 

 

새로운 그리움입니다 

아름다운 짓는 그 일 

 

아침 해로 뜨는 

밤 별로  달로  

 

샛별로 

 

개밥바라기로 빛나는 

 

어진 발걸음이 서시는 

 

4・3은 그윽하게 

아름다움 짓는 그 일입니다 

 

평화의 길 그 나라로만  

걸어가시는 

 

아침 해를 따름입니다 저물녘까지는 

빛으로 빛나시는… 

154

그 웃음 웃을 수 있는 

 

이 길을 가는 주인되는 

맨 처음이고 맨 마지막인 

나의 선언입니다 

 

홀로 아무것도 바랄 것 다시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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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14 ・ 한울 제사입니다 

 

 

참 된 삶의 발걸음입니다 

산으로 

골짜기 오으로 

 

아! 숲으로 소나무 숲으로 

아! 바닷물 속으로 

 

걸어가는 이 발걸음이 

참 된 숨결이기를 발고 빌었는 

기도입니다 

 

4・3은 

 

참 사제의 길입니다 

온 목숨 다해 온 목숨 살리시는 

한울 제사입니다 

 

큰절 올림입니다

156

 

온누리 살리시는 

따슨 숨결입니다 

그윽하게 새로운 그리움-아름다움 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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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흙살이 되려무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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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1 ・ 그리움 품어내는 

 

 

샛별이 곱다 

달이 밝게 빛난다 

 

어른 어른 산허리 나무들이 

제 꼴대로 

품새를 드러낸다 

 

이른 새벽으로 날이 고 

새날인 듯이 새 나라가 밝았으면 한다 

 

나 태어난 집이 식구들이 이웃들과 벗들이 

그립다 

 

4・3은, 4・3은 그리움 품어내는 

어떤 연금술인 것인지… 

 

우리가 그토록 그려온 그 나라를 짓는 

우리를, 나를, 너를 그리운 사람으로 지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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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군인들이 경찰들이…연출을 곡… 

오라리 방화는 폭도의 짓으로 

국면 알 수 없는 영화처럼 온누리에 방영되곡… 

 

4・3은…

162

2 ・ 새로운 역사로 살아살아…살아있는 역사로 

 

 

그 까닭을 간직한 역사이거니… 

 

한꺼번에 이유도 까닭도 없이 

모르는 채로 

아무것도… 

 

폭도가 되연 그내… 

적이 되연 그내… 

 

반란군이 되연 그내… 

 

산사람이 얼굴 수상한 

검은색으로 붉은색으로 

 

갑작스럽게 마을이 불에 타버리곡 

카메라로 불타는 장면을 마구 찍어 대곡 

새하얗게 꾸며 입은… 

 

손 묶인 죄수가 배우처럼 연기를 잘도 곡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날아들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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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맨살로 만나는 

 

벗으로만 만나는 

이웃으로만 만나는 

내려 놓은 것 다 다 내려놓으시는 

 

맨손으로 만나는 

맨발로서 반가운 

맨몸으로 넉넉한 

 

가득찬 만남입니다 

 

벗 앞에서 총을 내려놓은 칼을 

이웃 앞에서 살생의 무기를 내버리는 

 

명령이 결코 없는 

지배가 결코 없는 

 

4・3은 

온몸으로 하늘이 되는 

164

3 ・ 다 내려놓은 만남입니다 

 

 

내려 놓게 하시는, 

4・3은 

모든 살해의 무기를 

 

총이며 칼을 대포를 

미사일을 

전투기를 전투함을 

 

전차 탱크를 

지뢰를 

 

4・3은 내려놓게 하시는 

따뜻한 힘입니다 

따슨 볕입니다 

 

사랑입니다 

그리움입니다 

 

만남입니다 

다 내려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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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4 ・ 거룩한 진실 

 

 

동족이 동족을 죽이는 

이웃이 이웃을 죽이는 

 

4・3은 

 

벌써 그 끝을 낱낱이 아는 

 

그것이 누구의 명령이고 지령인지를 

그짓이 누구의 총질이고 칼질인지를 

 

누가 사대이고 

누가 굽실거리는 하수인인지를 

 

그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를 

낱낱이 새겨둔 

 

학습장임을… 

 

숨 죽인 채로 목격한 

숨 다함으로 새겨 놓은… 

166

그대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그대가 살아있는 

 

다 내려 놓으시는 만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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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5 ・ 마주치는 눈빛만으로 

 

 

멈춰버린 봄을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다시 

끌어당기면서 

 

너 나에게 작은 힘이 되시는 

 

함께 되살아남아 있다는 

꿈입니다 

 

꿈은 잠결에서가 아니라 

산골짜기 어느 알 수 없는 

모롱이에서 마주치는 눈빛만으로 

 

나 여기  

살아있음에 대한 

확인인 것입니다 

 

4・3은

168

 

4・3은… 

거룩한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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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아사달-마니의 작두타기… 

 

4・3은 

또 하나의 식민지로 넘어가는 

그 식민지, 그 질막음이지…질막음인 것을…

170

6 ・ 질막이 

    - 질막임인 것을… 

 

연기 나지 않게 밥을 짓는 

솥 없이도 따슨 밥 지어낼 수 있는 

 

집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이 한밤 

옷을 지어야 하는 

더는 분주함이 없는 새 나라를 짓는 

 

4・3은 갑작스런 침략 

저들로 하여금  

하나의 낡은 식민지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식민지로 넘어가는 

그 과정, 

 

그 불꽃임을 가르침이지 

깨달아…깨달아…알게 함이지 

 

결코 양과자를 먹지 말아야 함을… 

 

알림임에랴 다짐절임에랴 

달래멍 달래멍 해방길로만 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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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4・3은 

따슨 햇살입니다

172

7 ・ 따슨 햇살 

 

 

알게 하시는… 

 

아! 높은 곳이 어디이고 

낮은 곳이 어디임을 

 

살 에이는 추위 속에서 

 

따슨 곳 그리움이  

혁명이고, 

배고픈 아픔 달래주는 

김치국밥 한 그릇이 

애국이고, 

 

힘 없이 쓰러진 채로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그 사람 일으켜 주시는 그  

따슨 손길이 

종교임을 알게 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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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온몸에 새겨둔 채로 죽어가야 하는 

 

고문은…아니 그 몹쓸 짓거리는 

인간이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그 일인 것을 

 

4・3은 

민족이 민족을 반격하는 

사람이 사람을 거역하는 

이웃이 이웃을 살해하는 

 

저들의 만행을 감추려고 

살점 남김없이 불태우는… 

 

그 일을 두 눈으로 뜬 눈으로 바라보는 

그 일입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만이 믿게 되는 

4・3은… 

 

174

8 ・ 새롭게 

    -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시는…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몹쓸 짓거리를 

 

상상은 없는 것입니다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인간이 인간인 것이 너무나 부끄러운 

차라리 나 아니기를… 

 

차라리 나 아니기를… 

 

인간으로 태어나서 저 인간이 하는 

짓거리를 본다는 것은… 

 

4・3은, 또 그 짓거리를 

두 눈 뜬채로 바라보아야 하는 

몸쓸 짓거리를… 

 

결코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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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9 ・ 지배의 사슬 

    - 그 고리를 끊는 

 

지배는 지배만이 그 목적입니다 

 

지배는 

 

적대적 공론이기도 함이니 

공론적 적대이기도 함이니 

 

지배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배 애국은 애국의 지배입니다 

지배 국가는 국가의 지배입니다 

지배 정부는 정부의 지배입니다 

지배 경제는 경제의 지배입니다 

지배 발전은 발전의 지배입니다 

지배 근대화는 근대화의 지배입니다 

지배 종교 교육은 종교 교육의 지배입니다 

지배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의 지배입니다 

 

4・3은 지배의 고리를 끊는 그 일인 것을…

176

저들의 만행을 

그 만행을 씻어내는 그 일입니다 

 

새로운 인간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바로 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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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1-1 ・ 「살리다」를, 다시, 배우는 

 

 

반역이 무엇이고 반동이 배신이 

손가락질이 

 

말 한마디 눈짓 눈빛 

몸놀림이 무엇인지를 

 

새 하늘과 새 따앙,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그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새롭게… 

가르치는 다시… 

4・3은 

 

적을 넘어서 적군을 아군을 넘어서 

종교를 넘어서 예술을 문학을… 

아! 학문을 지식…내가 아는 정보란 

모든 정보를 넘어서… 

 

178

10 ・ 당당한 걸음걸이로 

 

 

이제는 먹을 양식도 없는 

풀뿌리 나무껍질도 더는 

 

몸 숨길 곳도 더는 없는 

 

바람 앞에서 추위 속에서 

구름과 별과 하늘 아래서 

 

이제는 더는 피할 수 없는 

그 즈음에 나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4・3은 바로 

나의 이 발걸음임을 

더는 무서움도 두려움도 없는 

 

당당한 나로 서게 되는 

그 일임을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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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1-2 ・ 「살리다」를, 다시, 배우는 

    - 살아서 살아서 

 

수도원이고 절간입니다 

절골에서는 

 

잘 죽는다는 결코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단련하는, 아니, 견뎌야 하는 

 

수련장입니다 

 

4・3은… 

 

종교 따위를 학교 따위를 애국 따위를 

민족 따위를 경제…발전…진보…문화・문명… 

 

세계를 우주를 다시 새롭게 지어 내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180

살리다…를 다시 배우는… 

너 나 우리를 살리는 평화를… 

밥을 나누어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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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2 ・ 풀나무를, 다시, 가르쳐주시는 

 

 

쥐똥나무 가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섬피의 평화가 되는 

맹개낭*, 그 가시 돋힌 긴 줄기를, 

배고픔의 양식이 되는… 

 

뒷걸음으로 걸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그 길을 다시 배우며 

 

4・3은 

 

연기나지 않게 불을 지펴야 

밥을 지어내어야 하는 

 

온갖 나무와 그 껍질과 그 성질과 

무엇에 써야 꼭 알맞게 쓰여지는 지를 

가르쳐 주시는 학교입니다 

 

날마다 날마다의 교과서입니다 

한울 말입니다 사찰이고 교회입니다

182

하늘나라를 짓는 나를…이 한 몸 이 한 목숨을 

새로 지어내어야 하는…

*맹개낭-맹게(낭), 청미래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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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4 ・ 아흔아홉 골 

 

 

아흔아홉 골 9×9=81 

아흔아홉 굴  9×9=81 

아흔아홉 오롬  9×9=81 

아흔아홉 대장  9×9=81 

 

한울 말* 아로 새겨 놓은 

영주산에서 한울산에서 탐라에서 

아흔아홉 골에서… 9×9=81×81=… 

 

제주 한울산 제주 바다에서 

태평양 끝자락에서 

 

4・3은 

 

아흔아홉 골의 부활이거니…

184

13 ・ 홀로 배고팠을 때에 

 

 

산울에 눈이 내려 쌓였고, 

돌무지 굴 속에서 나는 

싯타르타가 되어 홀로… 

 

손가락으로 그리운 얼굴 

어머니의 눈물을 그려 놓습니다 

아버지의 숨 죽인 그 얼굴을 

누이와 형님의 발걸음을 

 

4・3은 

 

홀로였을 때 외로운 사람을 

일깨워주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고, 

 

배고팠을 때 배고픈 이웃을 

끌어안게 해주셨습니다 

 

최제우가 되는 전봉준이 되는…

*하늘말 天符經. 경문글자가  9×9=81자(한자)로 되어 있는 한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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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16 ・ 봄의 새싹으로 

 

 

숨을 죽여야 합니다 

소리를 

발자국을 

 

죽여야 살 수 있는 

 

4・3은 

 

모든 모든 것이 죽고 

죽여야 다시 살아나는 

 

봄의 새싹입니다 

 

붉게 붉게 물들어지고 

처형도에서 

 

파아랗게 새로 돋아나는 

새로운 탄생입니다

186

15 ・ 스스로 깨달아, 아는… 

 

 

믿음을 빼앗긴  

믿을 수 없는 

말도 눈짓도 손가락짓도 

 

이웃도 삼촌도 

 

믿을 수 없는 

 

배신을 심으려는 

제국의 함정이고 덫이며 

사슬이고 굴레임을 스스로… 

 

깨달아 아는 그때까지는 

 

4・3은 새로운 배움터 

새로운 믿음 새로운 종교의 

시작입니다 새로운 나라의 

새로운 마을의 새로운 나의 

탄생, 새로 태어나는 아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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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18 ・ 살아남아야, 살아남아야 한다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눈이 서리가 이슬이 

온 산을 덮으면 

 

손 발 심장이 멈춘다 

 

살아 남아야 한다는 

지상명령은 

 

다시 나를 일어서게 하나니 

 

4・3은 나에게 있어 

지상명령인 것을

188

17 ・ 그것을, 그것을, 알게 해주신 

 

 

새갈마노 동으로도 를 수 없는 

서로도 남으로도 북으로도… 

 

제국의 음모는  

인디안의 학살을 

이슬람의 학살을 

마야의 잉카의 학살이듯이 

 

1945년 8월은 1948년 4월은 1950년 6월은 

학살의 시작일 뿐 4・19, 5・18, 4・16…오늘까지 

 

제국에 의한, 제국을 위한, 제국의… 

 

제주섬 학살은…작전 명령이며 

침략의 시작인 것을 

 

그것을 그것을 알게 한 

4・3…은 

역사 교과서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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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20 ・ 산으로 산으로 

 

 

맨몸으로 달려 달려 

걸어 걸어서 

 

엎어지멍 엎어지멍… 

 

그 누구의 지시도 명령도 없이 

두려움도 무서움도 

 

다 나의 몫으로 끌어 안은 채 

 

산으로 산으로 

오름을 넘어 한울산으로… 

 

어멍도 없는 아방도 형제 자매도 

이웃도 벗들도 없는 

 

산으로… 

 

쌀도 없는 옷도 집도 없는 

 

190

19 ・ 살아 움직임 

    - 정지가, 또 하나의, 죽임인 것을 

 

정지 시킴은 또 하나의 죽임입니다 

정지가 두려움입니다 

 

움직일 수 없음… 

 

움직임이 죽임 당함인… 

꿈틀거림이 총살 당함인… 

 

굴 속에서 숲속 낭강 앞에서 

골짜기 바위틈에서 

 

움직이면 죽는 

 

정지시킴은 죽임, 또 하나의 죽임입니다 

감옥이 정지입니다 

 

숨다가 숨죽이다입니다 

 

온 산 온 섬 온 사람 온 이웃을 

정지케 해 놓은 그 곳에서…죽임의 사슬에서 

 

 4・3은…살아 움직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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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21 ・ 그 이름, 그 이름, 

 

 

나의 눈물은, 울음은 

 

그 해 늦은 봄날 

 

산들바람 곱게 새들이 노래하는 

 

몸 숨긴 채로 바라보면서 

이름 알 수 없는 그 꽃잎을…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그 이름 

 

포로로 포로로 산들바람에 

꽃잎 온몸 떨림인 듯이 

 

4・3은 

 

그토록 부르고 싶었는 

그 이름입니다… 

 

오늘도 계속되고 있음은 4・3이…

192

산 산 산 산만 있는… 

 

 4・3은 산으로 가는 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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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흙살이 되려무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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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1 ・ 흙살이 되어 

 

 

죽어야 썩어지는 

보드라운 흙살이 되엉 

 

씨앗을 품는다는 것은… 

 

겨우 그 일을 알아들을 수 있을 

 

그 지경까지는… 

 

4・3은 누가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4・3을 살아가는 것임을 

 

산을 오르면 거기에 있는 것 아니니 

죽임이 있는 곳 거기에 있는 것 아니니 

 

4・3은 죽어야 썩어지는 

보드라운 흙이 되엉 

 

대궁을 세우곡 고고리 내밀곡 

영근 씨알로 머리를 내려 숙일 수 있는 

 

그 지경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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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3 ・ 흙살이 되어 

 

 

나는 산을 오을 오르는 것이 아니니… 

목적지를 향해서 

 

흙살을 밟고서 

흙살이 되고자 함이니 

 

말로는 글로서는 다 를 수도 

다 써놓을 수도 없는 

 

구원의 종교 따위는 하나도 없는 

 

이 땅 위에서 

이 산에서 이 오에서 

물 한 모금 떠 마실 수도 없는… 

 

4・3은 결코 전쟁이 아니니 

목적지를 향해서 걸어가는 

숨고 가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의 대장정… 

198

2・ 흙살이 되어 

 

 

닻을 내림은 정박이 아닙니다 

목적이오니 

 

4・3은 

바로 목적입니다 

 

흙살이 됨이오니… 

씨받이 거룩한 신전이 되는 

그 일이오니… 

 

-첫째로 하늘 모시는- 

-둘째로 하늘 모시는- 

-셋째로 하늘 모시는- 

 

산에서 오에서 바닷가 어느 돌구멍에서 

골짜기 곶자왈 거친 숲속에서 

옥저의 꿈밭에서 

 

흙살이 되시는 

흙살이 되시는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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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4 ・ 흙살이 되어 

 

 

흙살이 됨이니 이 한 목숨 

다 내어줌으로 

나는 흙이 되어서… 

 

나를 곱게 묻어 

나를 곱게 묻어 

 

4・3은 나를 곱게 묻는 

흙살이오니 

흙은 거룩한 경전이오니 

 

드디어 말으로  

다시 살아낼 4・3은 

 

부활입니다 

흙살로 살아나 다시 살아나서 

 

한 씨앗 한껏 기르시는…

200

 

흙살 고운 그 나라를 향해서 

가는, 가는,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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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5 ・ 흙살이 되어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밟힘이면서 

한밭입니다 

보드라운 흙살인 채로 

 

묵묵하게 시대를 읽으면서도 

깊이를 한치도 자랑하지 않는다 합니다 

 

오름으로 산으로 

바위를 품은 채로 

풀낭에게는 제자리가 되시는 

 

4・3은 흙살인 채로 

빛을 지어내시는 

 

산의 어머니입니다 

빛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의 바다입니다 

흙살 모아 오산 짓는 

 

4・3은 생명의 어머니…

제6부 

 

제주 바당 물 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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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1 ・ 제주 바당 물밭에서 

 

 

흙밭에서와 같다 흙살이 되어 

흙밭에서는 씨앗을 기른다 

살린다 

 

물밭에서는 물고기를 기른다 

살린다 물살이 되어 

 

피로 살로 뼈로 

4・3은 

 

물밭으로 물밭으로 내리시어 

동해 서해 남해로 

태평양으로 

 

물고기를 살려보낸다 

 

무덤도 없이 물살인 채로 

온 바다를 살리시는 

온 물고기를 살리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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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온 물고기 온 물 풀낭을 먹이시는 

밥이 되시어 양식이 되시는 

 

4・3은 빠짐없이 고루고루 나눠먹는 

물밥의 밥입니다 하늘입니다 제삿밥입니다

206

2 ・ 제주 바당 물밭에서 

 

 

새벽 뱃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첨벙 첨벙… 

 

노 젓는 사람도 듣지 않은 것으로 

알지도, 본 일도 없는 것으로 해야 하는 

 

그 살, 

그 피, 

그 뼈, 

 

다시 우리가 원수도 없이 적도 없이  

남북의 경계도 없이 

법률도 헌법도 없이  

코쟁이도 쪽바리 뙤놈도 노스케도 없이 

 

새갈마노 공도에서 

봄여름가을겨울 공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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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온 생명 살리시는 밥이 되셨습니다 

값 없이 온 살림의 먹이가 되셨습니다

208

3 ・ 제주 바당 물밭에서 

 

 

물살이 되어 깊이와 넓이를 

재면서 

 

큰놈에겐 크게 주곡 

피라미에겐 그만큼씩 나눠주시는 

 

피 

살 

뼈 

 

4・3은 물살이 금척(金尺)이오니 

온 목숨 살리시는 

온 목숨 살리시는 

 

살을 먹이로 밥이 되는 종교를 들은 바 없는데 

피를 밥으로 먹이 되는 국가를 본 일 없는데 

뼈를 하늘로 내어주는 경제를 만나본 일 없는데… 

 

아! 4・3은 

첨벙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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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온 물고기 온 바당 풀낭을 살리젠 낭 

  

복 먹은 줄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물고기 밥이 되어시난… 

물풀낭 먹이 되어시난…

210

4 ・ 제주 바당 물밭에서 

 

 

놀 따랑 일어나곡 

절 따랑 솟아나곡 

 

일랑 일랑 일어나라 

절랑 절랑 일어나라 

 

조컨 아들 우리 아방 

우리 조캐 우리 삼촌 

 

첨벙 첨벙 물 알로 물 알로 들어시난 

활짝 활짝 물 위로 물 위로 일어납서 

 

제주 바당 4・3 바당 

물살 세댕 디다마는 

새봄에랑은 따슨 물살 탕 옵서 

 

아이고 아이고 4・3 바당 

제주 바당 물살이 되엉 

 

온 바당 살리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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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4・3은 - 아! 

4・3은 - 아! 

 

제주 바당 물밭에서 물살로 살으시는…

212

5 ・ 제주 바당 물밭에서 

 

 

씨가 되엉 밥이 되엉 

 

째기  모르게 

 

먹이 되엉 놈 살리잰 

 

소리 없이 첨벙 첨벙 

내도 없이 첨벙 첨벙 

자취 없이 첨벙 첨벙  

 

4・3은 소리 없으신 찬미이오니 

4・3은 내음 없으신 예배이오니 

4・3은 자취 없으신 믿음이오니 

 

그저 들꽃으로 피어나시는 

오직 아침 햇살로 빛나시는 

한층 저녁 노을로 타오르시는 

 

찬란한 희망입니다 

민중 해방의 찬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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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그 일인 것이지 

 

온 물밭 넘실대는 밀물인 듯이…

214

6 ・ 제주 바당 물밭에서 

 

 

새벽 바당에는… 

 

물살 타고 물 위를 떠도는 

 

피라미들이 제 비늘로 빛을 내면서 

 

어디론가 어디론가 함께 가는 것이 보이지 

 

4・3은 하나 하나인 내가, 여기에서 

제 빛을 밝히는 

빛바라기 별들이 있어, 

함께 빛나는 그 일이지 

 

참으로 춥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늦도록 몸을 

녹여도 좋을 그때가 마구 그립다 

 

4・3은 식은 몸 녹이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시린 몸 녹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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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다살이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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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1 ・ 망*독새 

 

 

 

내가 고망새**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가 고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고망에서 나왔으니 

고망에서 살다가 

고망으로 돌아가는 

 

나는 새이고 새는 나이니 

오랫동안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은- 

 

한 고망에서 다사리 해야 하는 일이니 

한 고망에서 낳고, 살다가 뿔뿔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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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2 ・ 그만큼 외로운 까닭은… 

    - 외롭지 않은… 

 

외로운 까닭은, 그대가… 

셀 수도 없이 모든 나를 죽이는, 깔보는, 

 

눈여겨 보지 않음으로… 

거들떠 보지 않음으로… 

 

모든 이웃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떠나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시리 

 

물이 햇빛이 산 오롬 들과 골짜기가… 

풀이 나무가 바다가 가람이 산새들이 

짐승과 벌레 

 

흙과 바위가 외롭지 않은 까닭은 

 

이웃 살리는 나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20

…죽이고, 또 죽이는 일은…

*고망. 고냥. 구녁. 구녕. 구먹. 굼. 굼기. 궁지… 

**고망새- 

고망닥새. 굴뚝새. 고냥새. 고냥생이. 그스링 새 

그스렁닥새. 그시렁 닥새. 그시렁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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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3 외롭지 않은 까닭은… 

    - 그만큼 외로운… 

 

외롭습니다 

다른 사람을 죽인 그 사람은 

도둑이든 장군이든 

 

적군이든 아군이든 

 

다른 사람을 죽인 그 사람은 

죽인 그 사람의 반경만큼 

외롭게 됩니다 

 

히틀러도, 무솔리니 동조도 

티우도, 장개석이도, 처칠이든 

맥아더든 그 누구든지… 

 

사람을 많이 죽인 장군은 

박정희든 전두환이든… 그 누구이든 

 

죽인 장군은 외롭게 더 외롭게 죽어갑니다 

 

다른 사람을 죽인 만큼… 

222

외로운 까닭은…그대가… 

이웃을, 남을, 다른 사람을 많이, 

죽였기 때문입니다 

 

별을 달고서, 별을 더 달려고, 

더 높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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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4 ・ 고요한 몸짓으로 

 

 

이 한낮의 고요함도 

바람소리도… 

 

저들의 발걸음을 알리는 

총구멍을 어느 쪽으로 겨냥했는지를 

알리는 소리없는 손짓입니다 

 

풀잎이 오므라드는 그 일은 

무서움 타는 그 일이 아니라 

 

왐쪄 왐쪄 

이제 몸 숨기라 몸 숨기라 

검은 개들 왐쪄 노랑 개들 왐쪄… 

 

코 진 개들의 음모를 알리는 

총 든 용병 칼 든 용병 발길을 알리는 

 

무서움 타는 두려움 타는 그 일이 아니라 

 

풀잎들 오므라드는 그 일은 

224

 

산허리에 서 있는 나무들이 홀로인 채로 외롭지 않은 

길가나 들판의 들풀들이 외롭지 않은, 홀로이지만 

 

그 까닭은…남을 죽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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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5 ・ 팔아 먹는 일과 죽이는 짓 

 

 

까메기 떼로 산울을 난다 

소리도 없이 

 

저 아래쪽 피냄새가… 

살점이 피 묻은 채로… 

 

한울도 막을 수 없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피 말리는 

 

까메기 떼가 산산이 흩어지면서 

목이 긁힌 소리가…산을 덮는다 

 

저들은 총소리를 나르고, 

나를 찾는, 우리를 찾아 쫒아오는 

발걸음을 나른다, 피의 산을… 

 

나의 살코기를, 나의 생피를, 나의 살가죽을, 

먹으려고, 뾰족하게 주둥이를 갈고 있는 듯이 

 

226

 

이 한낮의 고요함 바람소리도 

한울산의 몸짓인 것을…우리네 몸짓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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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6 ・ 이 굴 속에서…빛이 없는 

 

 

나는 여기에서 이 산에서 

이 오에서 

 

결코 기대하는 것이 아니지 

기대가 없는 것이지… 

 

내가 나에게 기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 

오늘 하루도 그저… 

빛 없는 굴 속에서 

 

내가 스스로 희망이 아니고서는 

바라는 바 꾸준한 그리움이 아니고서는 

 

기대는 무너지는 것 

 

빛을 짓는 그 일인 것을… 

한울산 속에서… 

한울빛을 

 

짓는…죽음이란 빛이 사그라짐이고 

228

저들이 더욱 가까이로 좁혀 들어오는데… 

 

팔아 먹는 일은 모두- 

죽이는 그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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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7 ・ 그저, 너에게로… 

 

 

이처럼 맑게 밝게 그리고 상큼하게 

나는 나를 철저하게 숨긴 채로 

너에게로 가는 것이지…  

 

아무도 모르게 

 

해방은 항쟁은 혁명은 그저 

슬픈 너에게로 가는 그 일인 것을 

 

결코 기록조차도 느낌조차도 하지 말게나 

 

나는 전쟁하는 남을 죽이는 

총도 없도 칼도 없거니와 

 

빈 손으로 맨몸으로 그저 

나는 나를 완벽하게 숨긴 채로 

 

그저 너에게로 가는 것이지 

 

어머니에게로- 

230

죽임이란 빛을 빼앗아 가는 바로 그 짓인 것을… 

 

빛 나는…빛인 나를 

빛 나를 짓는…이 길은…이 걸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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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8 ・ 나무들 그 속삭임으로- 

 

 

산허리 나무들이 저들끼리 

평화를 나지막이 속삭이는데 

 

느닷없이 가까운 곳에서 

총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들이 이곳까지 온 것이다 

 

햇살이 곱게 빛난다 

나뭇잎들은 제 몸을 움추린 채 

입을 다물고, 

 

평화로운 고요가 헝크러진 채로 

산허리도 힘이 빠져 버렸는 듯 

 

우리에게, 오늘까지는, 남겨둔 

빛이 그리운 숲 속 땅 속으로 

 

따슨 몸김을 나른다 

 

232

아버지에게로- 

 

영원히 살아있을 그 나라 

한울산으로 마구 가는 것이지 

 

그 다음 해 넷째 달 

저토록 빛나는 

햇살 앞으로 그저 마구 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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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9 ・ 마루에 

    - 한울산 아침 해가 떠오르고 

 

레오름 뒤에 두고 

아사달-빛의 나라로… 

새벽산을 오른다 

첫 단추…첫걸음을 생각하면서- 

 

신단수 보리수가 온몸을 태운다 

 

붉게 타는 새()벽이 밝아온다 

 

해 뜨는 빛길을 다듬으면서 

 

이 땅으로 들어온 첫 발걸음을 새삼  

 

걸어본다 

 

이 땅의 아픔은 슬픔은 쓰라림과 

외로움은… 

 

우리가 첫 침략자들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 값을 다 치르기까지는 

234

어쩜 우리가 할 일은 

 

아침 해인 듯이 속삭임을 지키는 

그 일인 것이니…평화를 지키셨는 나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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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이 발걸음 떳떳할 수 있으랴마는- 

 

저토록 당당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가 

침략자가 아니었듯이 

그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서도… 

 

한울산… 

 

나 여기에서 아침 해 빛길을 걸어야 함은 

밝게 따스하게 힘차게…

제8부 

 

한울산이 드디어는 되려고…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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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1 ・ 내가 이 산을 오름은 

 

 

오 숲 속으로 나는 나를 숨긴다 

나를 지키는 일이니 

 

내가 산을 오름은 

오름은…이 오을 

 

산으로 산으로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감은 

 

나는 내가 나를 숨기는 일이니 

지키는 일이니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하게 

값진 한울을 나를… 

 

한울산 속에, 그 속에, 감추어서 

아무도 모르게 짹이 짝이 

한울이 되고자 함이니… 

 

오리 생쌀인 듯이 풋보리 내음인 채로… 

 

넷째 달 한울산으로 불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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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저들의 눈길을 빗겨가는 것도… 

 

나를 짓는 일입니다 

밥을 먹고 밥을 먹을 수 없음도… 

 

독 안에 든 쥐처럼 나를 둘러친 채로 

나를 가두고, 그들이 겨냥하는 총구멍 앞에서 

 

히틀러 나치 앞에서 

가스방 안 가스를 마셔야 하는 

 

이웃들 그 몸인 듯이 

 

어째서 우리들에게 저들의 원수라 하고 

적이라 폭도라 하고, 빨갱이라 들씌어 

겨냥하는 일도, 

 

저들의 음모와 사대를 알고, 

사대의 잔인한 살해… 

 

240

넷째 달 바닷 인 듯이 

 

한울산이 한울산이… 

 

나를 짓는 일이오니… 

오이 되는 곳자왈 너럭바위가 되는 

마지막 숨결 앞에서 

푸르게 드높은 하늘이 되고자…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발걸음도 나를 짓는 일입니다 

 

숨기다 나를… 

 

나를 숨기는 일도 아나는 일도… 

 

느린 걸음으로… 

빠른 걸음으로… 

뜀박질도… 

음질치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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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어제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나이 지긋 드신 어르신께서 

식게떡을 잘라 주시면서… 

 

날 위영 내가 죽으면  이 산에서 

누가 식게상을 차리며 

까메귀 모른 식게라도 드려줄는지… 

 

누가…허허… 

 

밧싹 식은 식게떡을 근근 씹으멍 

 

저 어르신 말이 

나의 말이고, 저 어르신을 위한 식게가 

나의 식게 되는 그 일이 바로 

 

나를 짓는 일이오니… 

 

볕 잘드는 볕자리에 묻히든… 

바람코지 얼음산에 묻히든… 

242

이웃이 이웃을 죽이는 

승리의 전과를 올리는, 

 

훈장을 받고 가슴에 어깨에 별을 

매달아 놓는 일도, 

동족이 동족을 살해하라는… 

 

제국의 음모를 두 눈으로 보게 되고, 

죄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그 일은 

 

나를 짓는 일이오니… 

 

한울산 이곳저곳으로 이 오 저 오에서 

나를 지키는 일은… 

 

바닷가에서 내창에서 큰돌 틈 무덤 속에서 

나를 숨기는 일은… 

 

그 일은 나를 짓는 일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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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 ・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제물에 대한 거역은 

인간에 대한 거역입니다 

 

인간에 대한 거역은, 참으로 

모든 생명에 대한 거역이니까요… 

 

바위 틈에서 바위는 나를 지켜 주었고, 

물은 아무런 내색하는 빛깔도 없이 

높낮이 없는 평등과 고룬 나눔으로 

 

온갖 목숨, 적도 아도 없이 

타는 목마름 적셔 주었습니다 

 

4・3은 고르게 빛 나누는 햇빛을 

햇볕을 햇살을 

 

너 나 없이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는 

한울입니다 모두 다 제자리에서 

이 제물의 길을 가르쳐 주시는 

 

244

 

죽음도…죽음도… 

 

한울산이 되려고 한울산이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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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4・3은 날더러 나에게 그따위 분단을, 붕당을, 

남북을 집어치우라는…한나 함께 한몸 되라는 

그리하여 오순도순 살아서 좋은… 

 

산맥이 되라는…꽃의 나라…빛의 나라를 지으라는… 

 

4・3은…온누리의 4・3은…살 속의 4・3은…피, 뼈, 이 한 몸 

이 한 목숨의 4・3은…초토화된 마을에서 오롬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논 밭, 온 풀로 덮인 들판에서…

246

산이고 오 자그리오름입니다 

산굼부리입니다…화산의 불길에서 영글은… 

 

4・3은  

 

화산입니다 화산의 분화입니다 불의 분출입니다 

마그마의 외침이고, 불물의 범람입니다 화산의 

불꽃이고, 화산재의 분산입니다 

 

새롭게 새롭게 탄생되는 

 

오이고 산이고, 내창이고 골짜기 만벵디입니다 

밭이고, 논입니다 샘물이고, 옹달샘 온새미의 탄생입니다 

 

4・3은…나를 나로 짓는…새로 새롭게 다시 짓는… 

창조입니다 따뜻한 혁명입니다 역사를 문화와 예술은 

교육을 나라를 마을을 하나로 지으라는 암시입니다 

손짓입니다…분단을 명제에도 청제에도 불제 유제 기제에

도 당제에도 일제에도  

U.S.A제에도 있어왔고, 또 오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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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내려야 하는 

 

선택해야 하는… 

 

4・3은 또 하나의 선택입니다

248

3-1 ・ 또, 하나의, 가는 길 

 

 

우리는, 우리는 모두 다 

하나 하나의 우리입니다 

 

가장 원초적인 나로 서야 하는 

 

걸어가야 하는 

 

거기에서 집은 나이고 

나라는 나이고 학교는 교회는 

성당은 사찰은 신전은 정부는 

당은 깃발은…정치는 경제는 문화는 

 

예술은 과학은… 

 

말은 글은 하늘은… 

 

4・3은 그 나입니다 

 

내가 나에게 지상의 

가장 거룩한 단 한번의 명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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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우리의 아사달을 짓는 

우리의 넉넉함을 짓는 

우리의 빛의 나라를 짓는 

 

4・3은 또 하나의 선택입니다 

 

내가 내가 모든 내가…

250

3-2 ・ 또, 하나의, 가는 길 

 

 

빗발치는 총탄 사이에서 

장엄한 손가락질 사이에서 

 

아! 너와 나 사이에서 

우리 사이에서… 

 

살아있음과 죽어감 그 사이에서… 

 

4・3은 또 하나의 선택입니다 

 

위와 알 

산과 마을 

 

적과 나… 

 

가장 잔인한 

천당과 지옥 가르기 아니라  

 

우리의 남과 북을 짓는 

우리의 조국을 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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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아름다움이다 4・3은 

곱게 곱게 빨주노초파남보 하앟게 검무늬로…

252

4 ・ 온 무늬로, 온 무늬로 

 

 

무질서의 질서 곱다 질서의 무질서 

아름답다 

 

흰 무늬 곱다 하아얀 꽃이 아름답다 

빨간 무늬 곱다 빠알간 꽃이 아름답다 

 

곱다 주황 무늬가 

노오랗게 피어난 노란꽃이 곱다 

노오란 무늬로 아름답다 

초록빛 꽃이 곱다 초록 무늬 그 꽃이 아름답다 

 

파아랗게 파아랗게  

온 산이 곱다 오롬이 다 아름답다 

쪽빛 하늘이 높다 남빛으로 아름답다 

 

보랏빛으로 곱다 아름답다 보랏빛 꽃무늬 

 

저물녘 산 오름이 곱다 보랏빛으로 

검게 검게 물들어 가는 밤하늘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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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그 날이거니… 

 

4・3은… 

 

검게 거기에 나 살아있음은 

흙빛으로 흙이 되어서 

 

흙무늬 곱게 빛나리라 

 

흙무덤 속에서… 

숨어서 숨 죽인 채로 흙이 되어 좋은 

 

4・3은 너 잇는 곳 거기에서 

흠집이 되는 흙마당이 되는… 

 

당당한 흙 묻은 얼굴로 손으로 

세상을 열어서 좋은… 

 

흙이 되는 일이니 

4・3은… 

254

5 ・ 그 따뜻한 무늬… 

 

 

제 빛을 맨 처음에 

알게 되는 

 

내 몸의 빛깔이야 한울-우주의 

무늬오니 

 

해 질 무렵 저 하늘 빛을 본다 

빛이란 모든 빛으로 

 

곱다 

 

4・3은 온빛으로 아름다움 짓는 

 

그 따슨 손길 

그 따슨 마음 

그 따뜻한 혁명 

 

온빛으로 아름다움 짓는 

빛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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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256

 

흙무늬 그대로 살아있는 나 

그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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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258

6 ・ 드디어, 한울이기 때문입니다 

 

 

빼앗아 갈 수 없음을 

결코 

내 마음 내 정의 자유와 평등 

평화와 화평, 이 넉넉한 나라를 

 

빼앗아 갈 수 없음을  

그 누구도 결코 

 

4・3을 빼앗아 갈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내 마음은 나의 몸은 

 

더욱 자유롭게 

더욱 평등하게 

더욱 평화롭게 

더욱 풍요하게 

더욱 사랑으로 

더욱 높아지고 넓어지고 더욱 깊어졌음은 

 

4・3은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나의 몸 

나의 한울-우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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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7-2 ・ 오산 꽃무늬 

 

 

티 없는 빛깔 아니오라 

사랑의 무늬는 

 

아픔 없는 웃음이오니 

 

빗물로 내리시어 

온몸 씻어 내리시는 

 

다시 없는 그리움의  

빛깔이오니 

 

겹무지개의 무늬인 듯이 

온 빛깔로 빛나는 

 

탓 없는 탈도 없는 

아픔 없는 그리움입니다 

 

그 빛깔인 듯이…

260

7-1 ・ 오산 꽃무늬 

 

 

아름다운 산새소리 듣고 싶으니 

어둠의 소리랑은 

이제 그만 꺼도 좋으련 

 

들풀이며 산나무 보고 싶으니 

골짜기 물소리 한껏 듣고 싶으니 

 

더운 가슴으로 

저토록 열린 하늘 품고 싶으니 

 

이제 그만 나발 불지 않아도 

당나발 개나발이랑은 

 

눈 감아야 하나? 

귀 막아야 하나? 

 

터지는 가슴은 어찌하려나 

 

사랑의 고운 무늬로 

온몸 아로새겨 놓고 싶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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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7-4 ・ 오산 꽃무늬 

 

 

참으로 아픈 일입니다 

아픔이 없는 사랑은 그저 꽃이거니 

 

그리움이 아픔이듯이 

 

꽃내음은 

 

속살을 짜아내어 

피를 걸러내어서 

 

벌나비 불러들이는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길잡이랍니다 

 

결코, 쉽지 않은 

따뜻한 혁명의 고갯마루인 것을 

 

사랑의 무늬 꽃내음은…

262

7-3 ・ 오산 꽃무늬 

 

 

소리 없는 웃음의 깊이입니다 

말로 하지 않으시고, 

 

온몸으로 품어내시는 

물 빛깔이오니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이 

그리워하면서도 

 

날카롭게 빛나시는 

 

사랑의 무늬 

 

따뜻한 사랑의 깃발입니다 

칼 끝을 녹이시는 

멍든 가슴을 녹이시는 

 

다 품어 내시는 혁명의 빛깔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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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 오산 꽃무늬 

 

 

저 바다를 바라보면 

그 얼굴이 일렁인다 

 

물결따라 일렁이는 

4・3의 영혼들 

 

잃어버린 그대가 아니라 

나로 예서 살아 나가는 함께 

 

힘 센 어른이 되시어 이제는 

나를 이끄시는 갈라잡이가 되시어 

 

저 바다를 바라보면 

첨벙 첨벙 

떨어지며 하늘에 새겨둔  

그 이름으로 피어나는 

 

그 얼굴이 일렁인다

264

7-5 ・ 오산 꽃무늬 

 

 

죽임의 그때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느닷없는 회오리바람인 듯이 

 

살림의 빛깔입니다 

사랑의 무늬는 

 

피 터지는 싸움터에서도 

지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죽임의 칼을 녹이는 

살림의 웃음으로 피어나는 

 

죽임의 사슬 

슬며시 내려 놓게 하시는 

지는 이김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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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266

7-7 ・ 오산 꽃무늬 

    - 빛의 자리만으로 

 

그 자리가 바로 

가진 것 아무것도 없는 

 

알몸의 위알없는 

빈몸의 더덜없는 

맨몸의 이름없는 

 

그 자리임을… 

 

이김도 없는 지는 것도 없는 

전쟁 싸움 다툼이 없는 

 

그 자리임을 

 

4・3은 그 자리입니다 

 

오산의 무늬로 빛나는 

빛만으로 가장 아름다운… 

 

새갈마노 온누리의  

중정(中正)의 자리입니다 

 

4・3은 바로 중정(中正)의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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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7-9 ・ 오산 꽃무늬-이 산을 보라하심이오니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오심은 

산을 보라하심이오니 

오 보라하심이오니 

 

바다의 깊이를… 

흙살의 넓이를… 

 

살림의 깊이를 사랑의 그리움의 넓이를 

눈으로 가슴으로 살과 뼈로 이루어지는 

 

나를 몸을 온누리…이렇게 펼쳐진 

하늘 보라 하심이오니… 

바다를 산 오의 깊이를, 그 높이를 

보라하심이오니 

 

4・3은 

거룩한 산오 오산의 말 

씨 말이오니… 

 

4・3은 

268

7-8 ・ 오산 꽃무늬 

 

 

아름답다는 곱다는 모자라다 

레지 않다 

오산 꽃무늬 

 

새갈마노 어디에서 보아도 

어쩌면 빛이다 

 

퍼지고, 피어나고 오르고 내리고 

온누리로 빛나는 

 

빛의 나라이니 

마니의 그 나라이니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 들이심은 4・3은 

 

오산 꽃무늬로 살라함이니… 

봄은 봄꽃무늬로 여름은 여름꽃무늬로… 

가을은 가을꽃무늬로 겨울은 겨울꽃무늬로… 

 

아! 오산 꽃무늬이니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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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270

저 산은 저 오은 

나의 오 나의 산이니 

 

아! 4・3은 4・3은, 4・3은 

맨 처음 비롯음의 창조의 길입니다 

나를 짓는, 온 나를 짓는… 

 

알게 되면서부터- 

 

아! 맛이니 빛깔이니…살 피 뼈 그 맛 그 빛깔이니 

4・3은 바로 나이니…나의 몸이니 나의 살 피 뼈… 

 

단신맵쓴짠…온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외로운 맛이 아픈 맛 쓰라린 맛 괴로운 

슬픈 맛 지겨운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달콤한 사랑과 그리움 

그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영글어 가는 이 길이 바로 

산으로 살라 오으로 살아라는… 

바다로 흙살로… 

 

나를 짓는, 온 나를 짓는… 

 

저 오은 저 산은 

나의 산, 나의 오이니 

 

이 골짜기 이 빌레 이 궤는 

이 내창 이 바다…물의 빛은 

 

이 빛깔은 이 무늬는 

이 나무와 들풀은 이 산짐승들과 

노루 토끼 지달이 벌레 벌과 나비… 

 

산새들은 이 꽃내음 이 무늬 이 빛깔은 

나를 짓는, 온 나를 짓는 

이제 여기에서 나와 함께 하는 

한 몸이 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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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7-10 ・ 오산 꽃무늬 

 

 

어디, 그 꽃무늬, 그저, 한울무늬니, 

다시, 다 그려낼 수 없는 

 

이 산으로, 

이 산으로, 

걸어 들어온, 이 소도로, 이 소도로, 

 

오산 꽃무늬 바라보며 

한울님을 그리워하면서, 

 

이 길, 가는 길, 가야 하는, 그 길의 끝 

다, 다, 알면서… 

그 아무도, 웃음 잃지 않았던 

오산 꽃무늬 

 

어디, 그 꽃무늬-그저 거기 계시는 

한울님의 빛, 한울님의 무늬…

272

4・3은 나의 몸을 이루는 그 길임을… 

아! 빛의 한 알맹이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빨주노초파남보 온 빛깔과 

새갈마노 봄여름가을겨울의 본질을 

깨달아 느끼게 되면서부터- 

 

4・3은 언제나 어디서나 나에게 가까이 오시는 

거룩한 빛의 성전을 보게 되면서부터- 

 

맛의 보고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바로 내가, 이 내가, 이 몸이…지쳐 쓰러져 있는… 

오늘 바로 이 골짜기 아무도 알 수 없는 이 지점에서 

4・3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 하늘 이 따앙 이 사람들 이 목숨들 이 몸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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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부 

 

따슨 햇볕인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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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1 ・ 따슨 햇볕인 듯이 

 

 

살 속 깊은 곳에서는 

한없이 

끝없이 

 

흐르는 가람이 있어 

 

그 깊이 알 수 없는 

나라가 있어서 

 

4・3은 결코 무엇으로 지울 수 없는 

 

살 속 깊은 곳에서는 

생명의 근원이 있어서 

 

4・3은 살림의 미학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침탈 당할 수 없는 

생명의 씨앗으로 자라나는… 

 

아름다움이 퍼져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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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3 ・ 따슨 햇볕인 듯이 

 

 

스며드는 일입니다 

 

따슨 손길로 

 

따뜻한 말 한마디로 

고마운 말 한마디로 

 

다급한 그때 그곳에서 

 

4・3은 

그리운 말 한마디 

짓는 그 일입니다 

 

따슨 햇살인 듯이 

 

넘어 넘어 바다를 산마루 

골짜기 내창을 넘어 

 

살며시 살며시 

 

278

2 ・ 따슨 햇볕인 듯이 

 

 

살 속 살 속 깊은 

그곳까지는 

아무도, 그 누구도 침략할 수 없는 

 

4・3은 

식민지를 점령을 

침략을 거부하는 

 

살 속 살 속 나라이니 

살 속의 나라는 

사랑의 나라입니다 

 

흙살인 듯이 감자 고구마 살 속인 듯이 

쌀이 살이고 

밥이오니 

 

살 속 깊은 따슨 사랑이오니 

4・3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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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4 ・ 따슨 햇볕인 듯이 

 

 

흙살 깊은 곳으로 

쟁기 깊게 들어가서 

 

씨밭을 일구어내는 그 일입니다 

 

오롬에서도 산마루에서도 

내창이거나 골짜기 이름 알 수 없는 

궤에서도…어느 숲속에서도… 

 

도망이 아니오라 피신이거나 

지 몸 하나 숨김이 아니오라 

 

4・3은 

 

햇살 짓는 일입니다 

따슨 햇살을 누구에게나… 

사랑으로 자라나게 될 그 사랑을… 

 

나 있는 곳 거기에서…

280

산 속 깊이로 스며드시는 

햇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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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6 ・ 온 사랑의 힘으로 

 

 

스스로 녹아나는 

따슨 햇볕인 듯이 

 

4・3은 

녹이는 사랑입니다 

따뜻한 혁명입니다 

 

소리 없이 내리시는 

 

살맛 나는 

햇살인 듯이 햇볕 속으로 

가고 옴이 똑같은… 

 

산은 오은 아사달-한울산은 

 

여기가 그곳이고 

저기가 이곳입니다 

 

4・3은 이곳이 따뜻해지는 햇볕입니다 

저곳이 녹아나는 따뜻한 사랑입니다

282

5 ・ 따슨 햇볕인 듯이 

 

 

소리 없는 그곳에서 내리시어 

온살 모으시는 

 

이름 없이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이웃네 옹기 종기 

 

깊은 웃음 지어내시는 

 

4・3은… 

 

울림만큼씩 퍼져나는 

빛의 나라입니다 

 

해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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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토령루에도 숨곡… 

연동 물막에도 숨곡… 

 

궂은 물코랑에도 숨곡… 

 

밭고랑 굴렁에도 숨곡… 

흙팡 숨곡… 

물아래 들곡…

284

7 ・ 산에도 오롬에도 

 

 

산에도 

오롬에도 내창에도 돗통시에도 

 

숨고 숨고 

 

큰 낭강 알에도 숲속에도 동굴에도… 

무덤 속에도…물 속에도 

 

고팡에도 땅굴 속에도…마룻바닥 속에도… 

 

숨고 숨고 또 숨엉 

가시 넝쿨 자왈 속에도 들어강 숨곡 

 

논오에도 숨곡… 

섯구린질에도 숨곡… 

 

아라리 오라리…에 숨곡 

꽝둥이 이숭굴에 숨곡 

바닷가 돌트멍에 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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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힘이 센 것들이, 힘 없는 몸에 대하여… 

 

문화 문명 우위에 더해서 종교우위, 경제, 정치, 

무기 우위에, 더해서, 서구(지역) 우위 등은, 침략, 점령. 

지배…억누름…에 까닭없이…힘을 더하게 되어 

버리는…기울어진-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도…또 

하나의 폭력, 폭도가 되어 버리는 까닭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286

8 ・ 큰 것에나 작은 것에나 

    - 한울은 똑같이 살아계시니 

 

힘센 것들이 힘 없는 목숨- 

개미나 새싹을…함부로…뜯지도 밟지도 마세요 

 

물이나 땅, 흙 빛을 볕을 햇살을 

함부로, 제 뜻대로 제 맘대로 제 멋대로… 

마구, 생각도 없이, 아무렇게나, 버릇없이, 

남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은 채로… 

 

함부로 덤부로, 짓이기거나 밟거나 죽이지도… 

짓누르지 마세요 

 

한울은 큰 것에나 작은 것에나 

똑같이, 살아계시니까요… 

 

온새미 다 말라버렸는데, 

어찌하면… 내가 이제 여기에서… 

 

언제나, 봄여름가을겨울에도, 

어디서나, 새갈마노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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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10 ・ 살맛나는 오늘로 

 

 

화창한 날이어서가 아니다 

살맛나는 오늘은… 

 

꿈결에서나마 

하나 되는 그 나라를 

하나 되는 그 정부를 

하나 되는 그 희망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살맛나는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4・3은 

살맛나는 그날입니다 

 

저들의 명령에 의해서 

저들의 총질에 의해서 

살해당함과 아픔일지라도…

288

9 ・ 내가 너희에 참으로 참으로 이르노니 

    - 너희로 서로 서로 살리는 삶을 살지니 

 

그래요. 이 땅덩어리 위에 

사람만 70억+5억이, 살아가고 있으니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한울은 살아가고 있지요, 

 

풀나무들 안에서 벌레들 짐승들 

가람 바닷물 속에서도 물고기들이며 

바닷물 풀나무 가람 풀나무 안에서 

 

한울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에도 모래밭에서도…목숨을 살해하는 

풀을 죽이고 나무를 죽이는 그것은… 

너를 죽이는, 그것은, 바로, 한울 죽이는 

일이오니, 싸움-다툼-전쟁은 이제 그만, 

살해의 무기는 이제 그만…, 

 

너희로, 서로, 살리는…살리는 삶 

오순도순 살림살이를, 참으로 참으로, 이르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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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11 ・ 없음에서 있음 그 깊이를 

 

 

먹을 밥 없어야 

밥의 고마움을 새로 배우는 

 

입을 옷 없어야 

옷의 무게를 그제야 깨닫게 되는 

 

해 질 녘 산오름 식은 바람 앞에서 

돌아가야, 꼭 돌아가야만 안심되는 

그 집이 

 

돌아갈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집의 안온함을 느끼게 되는 

 

4・3은 없음에서 있음의 깊이를 

넓이를 높이를…그 살맛나는 

 

오늘은, 다시 배우게 되는 

 

그날입니다 그때입니다 

그 해입니다…

* 또 하나의 눈빛 

몸은 한울이오니, 저들에게, 

빛나는 몸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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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1 ・ 정신, 차려야 사는디. 정신, 차려야 사는디… 

 

 

싸우지덜 마라, 제발, 다투지덜 마라, 

하루, 두 끼, 아니면 세 끼면 되는디, 

 

돈을 잡아 먹을 것인감 

자본 잡아 먹을 것인감 

 

주식은, 가상화폐를 잡아먹을 것인감, 

대통령을, 국무총리를, 장관을, 차관을, 과장을, 

국장을, 국정원장을, 한국은행장을… 

 

잡아먹을 것인감… 

 

야당을, 여당을 잡아먹을 것인감… 

 

노마 하나되게, 마노 하나되게 

오고가게, 가고오게, 뭣들 하는 것이여! 

 

U.S.A 그놈을, 우리 살려줄, 놈들이 아니라니깐… 

할로 할로 U.S.A 달라로 알라 기브미 해도 

눈 깜빡, 할, 놈들이 아니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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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2 ・ 거기는 거기고, 여기는 여기지 

    - 거, 뭣들 하는 거여! 목숨 건지는 일 말고서… 

 

그렇지, 참말로 말하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지, 

나라도, 겨레도, 그저 산새들의 

전승만이 있으며, 

 

종교니, 천주교니, 불교니, 유교니, 도교니,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니, 그 따위는 

없는 것이지. 마치도, 경제니, 학문이니… 

 

살아감이 있을 뿐이지, 

이 한 목숨, 그리도 값진-소중한(-무서운), 

그 뿐인 것이지, 목숨, 없으면, 

 

천당에 간들, 만당에, 극락에, 무릉도원에 

에덴에, 파라다이스에, 유토피아에 간들… 

 

거기는 거기고 

여기는 여기지… 

 

그저, 착하게는, 온 목숨 살리는,  보살피는  

294

 

제발, 싸우덜 마라, 정신 차려야, 사는디… 

제발, 다투덜 마라, 정신 차려야, 사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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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3 ・ 한울의 노래로 

 

 

산새들의 노래는 

한울의 울림이니 

울림글이고, 울림말이니, 

 

오케스트라(an Orchestra)니, 

모두가 크게 소리내어라… 

 

산새 한 마리이든, 여러 마리이든, 

한울 울림, 그날의 씨를 울림은 

한 가지이니, 

 

자랑할 것도 없이, 자랑하지도 않는, 

한울의 노래가, 

 

온 산을, 산허리 나무들, 온 들의 들풀들 

산새를, 네 발 짐승들이며, 풀벌레들에게는, 

 

복 된, 참으로, 행복한 노래가 아니랴… 

 

산새들 노래는…

296

 

그 일 뿐인 것이지, 

 

평화니, 행복이니, 복이니, 거, 뭐이여! 뭐란 말이여! 

자유주의니, 민주주의, 사회, 공산, 사민, 민사, 거, 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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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침략하면, 숫한 사람들, 목숨, 죽이면 

원수라고, 적(군)이라고, 속이려고 하는 

전략, 전술의, 이념술책인 것인데, 뭐… 

 

뭐, 남겨둘 것 있겠나 

Indians 5000만 명 넘게 죽였는데도…

298

4 ・ 뭐, 남겨둘 것 있겠나… 
    - U.S.A에 묻지 말라, 아무 것도, 

 

뭐, 남겨둘 것 있겠나, 

부질 없는, 

 

저 높디, 높은, 집들이여, 

 

모아들인 정보며, 비밀문서며, 

NATO며, CENTO며, SEATO며, 

Robert s. Mc Namara 국방장관이며 

 

뭐, 더 남겨둘 것 있겠나, 그 따위 것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이란, 

쿠바…압박이며, 남미 국가들에 대한, 침공이며,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들에 대한, 공략이며, 

 

비밀문서며, 펜타곤 페이퍼(베트남 침공에 관한 

U.S.A 정책기관의 최극비문서 모음 다발…)이며, 

 

처음부터-비롯음에,  U.S.A는 있어서는 아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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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6 ・ 이른 아침에, 달, 눈섶인 듯이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치우침이 없음은, 

가진 것이 없음은, 

 

어떤 좋아함에서도 약간 빗겨선 듯이 

어떤 싫어함에서도 슬쩍 떠나버린 듯 

 

아침 햇살에는, 

조금도 나섬없이, 수줍은 듯의, 고개 숙인 채로, 

 

이제, 더는, 달빛으로는, 없어진 채로, 

 

아, 그윽함 그대로, 

 

산마루에도, 나뭇가지 끝에서도, 

아침 햇살 그 가운데서도, 

 

자취 남기지 않으시는, 소리 없이 제자리 지우시는… 

300

5 ・ 그저, 피었다 지듯이, 왔다가 가듯이 

 

 

고요롭게, 숨소리 사그라들듯이, 

쪽달이, 그 빛깔 희미해지듯이, 

 

이 가을에, 나뭇잎 

한 잎, 두 잎, 땅 위로 떨어지듯이, 

저물녁에, 갈녘으로, 산 넘어 산 넘어, 

물 건너, 바다 건너, 먼 먼 길… 

 

해, 넘어가듯이, 

 

부디, 거친 숨 가라앉히며, 

숨 긋고, 가도, 아무 탓 없이 

탈도 없이, 

 

곱게, 들렸다, 가시는, 사랑인 듯이, 

꽃, 꽃, 꽃이 

곱게, 피었다, 지듯이, 남은 자리도 없이 

 

발자국, 말끔이, 지워지듯이…없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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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7 ・ 여기 남은, 우리들의 몫이려니 

    - 따뜻하게 익어가는 따뜻한 혁명은, 

 

산새들이, 제 멋에 겨워서, 

마구 노래하는데,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음은, 

 

온 산이, 시끄러움을, 잘, 걸러내주시어서, 

하늘이, 깊게 깊게, 품어주시어서, 

 

산허리, 키 큰 나뭇잎들이, 저토록, 

제 몸, 한껏, 놀리며 춤을 추나니, 

 

높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조명장치는 

 

서녘으로 기우는 햇살이, 제 몫이려니, 

 

텅 빈 아름다움으로, 

 

따뜻한 혁명은, 무르익어 가는가… 

 

우리들의 몫이려니, 곱게 모시고 가야지 않으랴…

302

어는 꽃섶 위에로조차, 제자리 지우시는, 한끗 스침도 없

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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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따뜻한 혁명의 기운임에랴… 

따스하게 불어오는…

304

8 ・ 이, 오월에 

 

 

앞마당에, 넘치게, 오월 바람이 

제비꽃이며 민들레 

능금꽃을 불러내어 

춤추게 함이야, 한참, 볼거리라커니, 

 

까마귀도, 먼 산,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서툴겠지만, 한껏, 노래 부르고 있음이, 

여유로운지, 산새들이야, 오죽 하리요마는, 

 

어서, 노녘으로 가세, 

마녘으로 가세, 어서, 

 

얼싸 얼싸, 하나됨의 춤을 추지 않으려우 

무엇이 두려우랴마는, 마음 다 추수르지 못하는 

 

이, 오월에, 꽃술이 없어서, 

 

탓일까, 미련함인가, 어리석고, 둔한, 탓인가 

 

앞마당에, 넘치게, 오월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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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내가 없는 나, 무한제국의 용병으로 

무턱대는, 무턱대고, 무턱대는, 나는…

306

9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나는, 나를 마구 부려먹는… 

 

자본주의의 쟁투가 끝나기도 전에, 

제국주의의 지배가 끝나기도 전에, 

 

이제 무한제국은, 

모두 나의, 나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무한제국은, 나는 

없어서가 아니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넓게, 더 편안하게 

더 맛있게, 더 부드럽게… 

 

무한제국에서, 나는, 

 

모든 나는, 더, 더, 더의 용병(傭兵)*이 

(더 많이, 더 높이, 더 넓이, 

더 맛있게, 더 부드럽게…) 

되어, 이제 무한제국의 용병이 되어… 

*a marcenary. soldier. hired troops. subdiarytro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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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무대 위에서 연기하시는 예술가로서 

TV, H Phone, 전자신문, 컴퓨터에서… 

상당한 예술가로서, 무한제국의 용병들은, 

 

어린이도, 젊은이, 어른들도, 늙은이들도 

새갈마노…넘치게 

 

휘황찬란하게, 비닥거리는 

제국의 용병들은, 남용병, 여용병 

어린이, 젊은이, 어른이나, 늙은이 할 것 없이, 

 

비닥거리는…언제, 어디서라도 그 누구와 더불어서 

국경을 넘어서, 제 나라, 따위는 이제 더는 없는 

국경을 넘어서, 

 

무한제국의 용병은 가장 용감한 그 무엇, 

그 어떤 것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는…

308

10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개싸움판에서  

 

어미, 애비, 한테서, 배운 대로, 

선생님에게서, 배운 대로, 

교수, 박사, 석사에게서, 배운 대로ㅡ 

 

무한제국의 용병은, 나는, 너는, 우리는 

어린이는, 젊은이, 어른은, 노인-늙은이는 

남자는, 여자는… 

 

목사님, 스님, 신부님, 도사님, 한테서, 

배운 바 그대로, 

 

더 많이, 

더 높이, 

더 넓게, 

더 맛있게, 

더 부드럽게, 

더 멋있게, 

 

무한제국의 용병은, 나는, 너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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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이상한 부호, 기호까지도 마구 쓰는 

 

마구잡이 용병으로서…

310

11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모든 것을 죽이는, 아, 죽이는 

 

나, 없는, 나는 

무한용병이니, 

 

게다가 무한제국에 

 

사람-목숨 죽이는 무한전쟁은 

국경도 없이, 한계도 없이 

 

마구 마구, 벌어지는데 

이념도 없이, 선악이나 종교, 

도덕, 윤리 따위는…없지… 

 

나, 없는, 나는, 이제, 더는 

착할 수 없는, 

 

무한제국의 무한용병으로, 

한없이 용감할 수 밖에 없는… 

 

컴퓨터 글자란…이 산의 암호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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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13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오늘은, 눈 앞이 캄캄할 때까지 

 

아니, 해 지고, 밤이 되어 

온누리 캄캄할 그때까지 

 

개판 제국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용병들은, 

 

배달의 민족 안에서, 

 

노오랗게 멍드는, 가슴 안에서 

 

온누리 캄캄할, 그때까지 

쉬지 않고 달려 달리면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오늘은, 

아니, 날마다, 날마다, 

 

피가 머리 꼭대기까지 떠오르는, 

피가 썩고, 살이 썩고, 애가 썩어 가는, 

피 터지게, 용감한, 잘 싸우는 

개판 제국의 용병들이라 하는… 

312

12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그 길을 마구 달리고 있음은… 

 

그 길은 곤죽이 되고 진흙탕이 되어, 

그 길은 개흙탕이 되어, 

결코 헤어나기 어려운 늪이니, 

 

물구덩이에 빠진, 

진창에 떨어져 버린, 

 

그 제국에, 그 용병들이니까, 

개싸움판인 듯이, 

물고, 찢고, 먹고, 

서로 다투는, 서로 싸우는 그 일인 것이지, 

 

개판이 개들의 싸움판인 듯이, 

사나운 개들의, 이리나 승냥이들의 싸움판인 듯이,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물고, 뜯고, 찢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면서, 제국은 용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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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14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결코, 개목사리(살, 줄)로, 묶어 놓을 수도 없이, 

날뛰고, 날뛰고, 날뛰어도, 다 할 수 없는, 

 

오늘은 

개판의 제국에서, 

피 터지게, 잘 싸우는, 개판의 용병들은,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오순도순이란 말조차, 아예, 지워져버린, 

여유롭게라든지 행복하게… 따위의, 부드럽게 

라든지, 그 따위의 수식어는, 사라진 지, 지워진 지 

오래인, 오래되어버린, 처음부터 없는,  

 

개판에서, 낳고, 개판에서 자랐고, 개판에서 

아주 용감, 용맹해진, 개판의 용사, 용병들은… 

어쩌랴, 어쩌랴, 개판이, 참, 좋은 걸… 

 

피 터지게, 잘 싸울 수 있는 걸, 

 

겨레니, 정의, 자유, 해방이니, 혁명 따위는, 아예, 

314

 

오늘은 눈 앞이 캄캄할 때까지, 

개소주, 한 병 정도로는, 결코, 풀리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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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의 제국을, 개판의 제국을…끊임없이, 

사수할 뿐이니, 그것도, 오늘만, 이제만 

 

여기까지만, 내일은 내일이니까… 

여기에서만, 내일은 내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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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발전이니, 평화니, 해방이니, 통일 따위는 없는… 

 

거룩함이니, 예쁘다느니, 멋지다, 아름답다라느니, 

예술이니, 문화니 문명이니, 그 따위는, 아예, 없는,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잘, 싸우는, 개판의 용병일 뿐, 

 

그, 어떠한, 개념도, 이념도, 규정 따위에는, 

얽혀 들어가고 싶지 않은… 

 

직장이니, 

대학이니, 

 

일자리니, 취직이니, 

멋대가리 없는, 잡식인 

도덕이니, 윤리, 그 따위는… 

 

없는, 없다, 찌꺼기쯤으로, 참으로 거추장스럽기만 

한, 그제, 개판의 용사, 용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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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아무도, 피 터지게, 싸우는, 

그 싸움을, 말리려 하지 않는, 

 

그 싸움을, 말리려, 그리할 겨를도 없는, 

 

나는, 그 싸움에, 용감히 싸우는 

피 터지게, 싸우는, 개판의 용병이니까… 

 

날마다, 피 터지게, 잘싸워야 하는, 개판의 용병들은, 

 

개거품 내면서, 싸워야 하는, 

 

개판 다음에는, 반드시 칠성판이겠지만, 오늘은, 

결코, 칠성판에서, 튀어나올 수 없는… 

 

화장터로 갈 수 밖에 없는… 

 

싸움, 싸움, 싸우다가, 피터지게 싸우다가… 

가도, 가도, 숨 가쁜, 숨 가쁘게, 쉴 수도 없는, 

 

그저, 바쁘게, 달릴 수 밖에, 다른 길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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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피 터지게, 싸우는, 이를 악물고, 

앞뒤 가리지 않고, 공격해야 하는 

뒷골인 듯이, 댓글인 듯이, 덧글인 듯이, 뎃글인 듯이 

마구, 마구, 퍼부어야 하는… 

 

개판의 제국에서 

개판의 용병들이… 

 

그저, 돈, 돈, 돈, 자본, 개판 자본을 벌려고 하는 

그 개판을 위한, 용병들이 살아갈 아파트를 위하여! 

 

아파트 대학, 아파트 교회, 사찰, 예배당, 암자, 

단독, 오피스텔, PC방, CAFE, 사무실, 복덕방, 부동산, 

학원…쪽방, 홀로원…아파트가 용병들의 집인 것을… 

SNS, 유튜브, 오늘도, 

 

피터지게, 싸우는, 개판의 용병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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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니, 복지니, 인권이니, 평화니… 

 

개판이에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니까요… 

 

남성은 남자 구실을 못하고, 

여성은 여자 구실을 못하고, 

 

어린이, 아이들, 젊은이, 어르신네들, 늙은이… 

개판이에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니까요… 

 

코로나 백신 싸움까지 벌리고 있으니까요 

 

재산 싸움, 시체 싸움, 사랑 싸움, 남편 싸움 

여편 싸움, 새끼 싸움, 집 싸움, 밭 싸움 

사랑도 재산이 되면 치열한 싸움은 벌어지고… 

 

개판인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는, 개판의 용병들 

이제, 곧, 칠성판을 지고 가야 하는디…

320

17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큰일났어요, 큰일이, 뭐가요? 

큰일이 났어요, 큰일이, 

 

국회도, 사법도, 판사도, 검사도, 군인도, 장군도, 

의원도, 도의회도, 군의회도, 면의회도, 리장도, 반장도, 

개판이여!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니까요… 

 

대학도, 연구도 개판이고, 농협도 산림협 축산도, 

사찰도, 사철탕이고요, 제철도 콩씨도 없으니… 

교회도, 개판이고요, 

 

장로파, 예수파, 천주파 

그리스도파, 안식일파, 선결, 감리파… 

요셉 스미스-몰몬파, 루터, 칼빈파 

개판이라니까요 

로마파, 영국파, 쯔윙글리파, 독일파, 파리파… 

 

경제도, 회사도, 재벌도, 주식회사도, 가상화폐도 

은행도, 신용이니, 마을 거시기니…개판이에요 

라이온스클럽이니, 그거, 무슨, 거시기 로터리 클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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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화장터에서, 불에 태워져 

재가 되는 것이나, 거름도 되지 못하는, 

 

탄생에서 시장에서 화장터에서 

재로 사그라지는, 

 

결코, 역사에는 기록되지도 않을, 

역사도 없는, 진실도 없는… 

 

탄생을, 아무도, 기뻐하지조차 않는 

피 터지게 살아가는 일을, 아무도 

박수치지 않는, 

죽음을, 아무도, 슬퍼조차하지 않는, 

 

그저 개판인 제국에서, 오늘도 

그저, 잘, 싸우는, 개판의 용사들은 

 

피 터지는, 

피 터지는,

322

18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까닭없이, 용감하고, 까닭없이, 분주하기만 

한, 개판의 용병들,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한 치의 도움도 되지 못하는 

그 일이, 서글퍼서,  

한 걸음의 앞날도 밝히지 못하는 

그 일이, 어설프기만 한 

 

개판의 제국에서, 너무도, 용감한 

빌 게이츠도, 용병 대장도,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는 쿠데타대로, 

U.S.A의 두목은, 두목의 음모대로, 

차이나도, 일본도, 러시아도, 유럽도, 우크라이나에서도… 

 

개판의 제국으로서 개판인 것을, 어쩌랴마는, 

전장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나, 

시장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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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결코, 재판장, 판사님,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나, 

결코, 목사님, 신부님, 중놈이 새끼들이나, 

결코, 사장님, 재벌님, 시인이나 소설가 

수필가들, 연예가들, 선호하지도 않은, 되지도, 되려고도 

못하는,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개판의 용병들… 

무골호인(無骨好人)의 길을, 잘도, 걸어가시는…

324

19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결코, 성공도, 성공할 생각도, 아예, 성공의 용예가 

없는, 결코, 실패도, 실패한다는 생각조차도, 

아예, 실패의 까닭도, 없는… 

 

그래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아무도, 무엇도, 어떻게도 모르는 

기쁨도, 웃음도, 슬픔도, 눈물 흘리지도 아니하는,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고 계시는 

개판의 용사들은… 

 

무척, 아주, 매우, 바쁘게 분주하기만 하고, 

약속도, 했다가, 취소했다가, 다시, 했다가… 

 

그저, 그렇게, 집사님이 되시는, 

 

결코,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 의원님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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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21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그래요, 무덤조차도 남겨둘 수 없는, 

박물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가 문서기록관에서도, 기록조차도 없는, 

 

재판도 없이, 자취, 사그라져버린, 

그때, 그 사람들인 듯이, 

 

결코, 부끄럽지도 않은, 잘못을 용서해달라는 

시늉조차도 없는, 

제국의, 장군의 이름조차도 없는,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용병들이시여! 

 

도대체, 어디로 가면, 도대체, 무엇을, 그리도 

분주하게, 바쁘게, 섬기고 계시오는지요… 

 

창백하게, 허얘진 얼굴 앞에서, 날마다 

웃음은, 어찌도, 그리도 헤프신지요 

 

그리도, 마디지 못한, 버릇, 생겨난 까닭을, 

326

20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나쁘지도, 나빠하지도 않은, 

좋지도, 좋다고 할 수 없는, 

 

그저, 오늘은, 아주 쉽게, 편하게 

살아가시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검지도, 희지도, 않은, 

붉지도, 잿빛도, 보랏빛도, 아닌, 

 

분홍빛인 듯, 연분홍빛인 듯, 

슬며시 웃으면서,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용병으로서 

안성맞춤인, 딱, 똑, 그래서… 

 

맞지도, 옳지도 않은, 틀리지도, 아주 어긋나지도 

않은, 중도파도, 그렇다고 중용파도 아닌, 

 

아직은, 분류하기 어려운, 못하는, 

이속이 밝으나, 아주, 밝지도 못하는, 

 

주장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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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22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어쩌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즈음 되어서, 

 

철이 든 어르신네처럼 

캄캄한 밤길을 찾아나선 것인지도 

몰라, 모르지… 

 

결코, 알 수도 없는, 이 길을, 

개판 제국의 길을… 

 

이렇게, 어려움을 겪어서, 

새벽을 맞이하게 되려는지도 몰라… 

 

밤은, 그래서, 있는지도, 

밤, 어째서, 있는지도 모르는… 

 

개판 제국의 용병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 

그 까닭도, 

그저, 알 수 있는 길은 없으며 

대가 없는, 대답이, 어찌 있으리요…

328

결코, 알 수는 없지만, 

 

「오늘도 피 터지게」 까지는, 

헤아려 볼 수 있지만, 

 

그리도, 잘 싸우시는, 용병의 기개(氣槪)는, 

결코, 그 깊이를 알 수는 없지만,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그리도, 목숨 걸고, 잘 싸우시는, 

용병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훈련 받으셨는지… 

 

미칠 것만 같은, 쪽방, 옥탑에서, 

그리도 분노도, 분개도, 화도 나오지 않은,  

불타는 애간장은, 어찌, 다스리는지는… 

애 타는, 속 타는, 오늘을, 

어찌 그 불을 끄시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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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드디어는, 아프거나 병들어 죽거나, 

어쩌면 화장터로도 갈 수 없는, 

 

고려장으로도 갈 수 없는 

 

피 터지게, 잘, 싸우는 용병들은… 

텅 빈 껍데기, 아니면 살아있는 로봇… 

 

결코, 내가 없는, 

결코, 자유가 없는, 

결코, 창조할 수 없는, 

 

그저, 오늘도, 너무나,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개판 제국의 용병들은, 로봇인 채로… 

 

모든 학교는, 조직은, 용병을 생산하는 

로봇인 채로, 노예화하는… 

 

물론, 학교도, 개판 제국의 용병조직(조직용병)인 

것을…교회도, 사찰도, 공장도, 회사도, 시장도, 

모든 기계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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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싸디, 싼, 임금 노동으로, 힘겹게 

싸우시는, 길거리에서, 노점상으로, 

재래-전통 시장에서, 

판매원, 장사꾼, 장돌뱅이로, 

좌판대 앞에서, 

 

아니, 마구잡이, 온누리 오지란 오지, 

구석이란 구석지까지, 싸돌아 다녀봐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지친 몸뚱이뿐으로, 

돌아오는 빈 자리에서,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용병으로 돌아가서 

상품을 만들거나, 팔거나, 나르면서, 

날품팔이, 임금으로, 나와 싸우고, 날마다 

제국-그들과는 날마다 지면서도, 

잘, 싸우시는… 

 

갈 곳도 없이, 빈자리만 돌아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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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 길을, 아차, 잘못 들었는지… 

 

이제, 더는, 그리워할 

상상이라도 할, 

 

아기 진달래도 없는, 

살구꽃도, 복숭아꽃도 없는, 

 

그저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돈, 돈, 돈-자본가의 노래를 

부르다가, 그것도, 껍데기 반쯤 정도는 

부르다가, 지쳐도, 결코 쉴 수조차 없는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용병들은, 

개판의 제국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빼앗길 수 없는, 먹잇감이려니… 

 

가쉬가르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였는지… 

타클라마칸을 지나, 롭노르사막을 지나, 투르판에서, 

둔황에서 막고굴에서 머물렀던 게, 잘못이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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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개판의 제국에서, 오늘도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저 용병들을… 

 

나, 태어난 곳도 없는 

모르는, 

고향도 없는, 모르는, 

어쩌면, 뿌리가 없는 

빛깔도, 선명치 못하는, 느닷없이, 

 

개판의 제국에, 편입된 채로, 

오늘은,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용병은, 

어쩌면, 그 길 밖에, 다른 길도 없는, 

 

살림살이도 없는, 애인도 없는, 일터도 없는, 

아르바이트가, 날품팔이가 전부인, 운명처럼, 

 

흔들릴 수밖에, 바람 앞에서, 개판의 제국, 그 칼바람 

앞에서, 이미, 승복한 채로, 태어났음에… 

 

제국의 길에서, 벗어나려면… 

어쩌랴, 어찌해야 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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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저, 피 터지게, 잘, 싸우시는, 용병이 되어서… 

그저, 개판의 제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