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평
심사 구분
본심
심사 장르
논픽션
제14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에는 15편이 응모되었다. 예심을 따로 거치
지 않고, 심사위원 2인이 모든 응모작을 검토했다. 작년의 당선작이 뛰어났기에 은근
한 기대감도 있었다. 솎아내는 방식으로 심사에 임하면서 마련한 주안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4‧3문학상’의 취지에 부응하는가? 제주4‧3이라는 이름과 적잖은 상금을 내
걸고 시행하는 문학상인 만큼, 심사위원회도 거기에 걸맞은 눈높이로 작품을 겨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요체는 무엇일까? 개인의 경험담이나 회고록일지라도, 사적 토로
에 그치지 않고 공적 울림으로 확장되어 시대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다.
둘째, 소설과 별도로 논픽션 부문을 마련한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가? 논픽션은 픽
션과 다르다. 따라서 서사 기법도 달라야 한다. 그러나 그 차이와 변별에 대한 이해
조차 부족한 작품이 많았다. 실화와 허구를 뒤섞는 바람에 객관성(신뢰성)이 훼손되
는 경우도 적지 않고, 논픽션을 아예 픽션의 소재로 삼아 소설을 쓴 경우도 여럿이
다. 4‧3문학상이 논픽션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논
픽션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시대가 아닌가.
셋째, 문학적 성취를 얼마나 이루었는가? 여기서 특히 요구되는 것은 가독성을 위
한 문장력만이 아니라, 사건이나 실체에 대한 핍진성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맨눈으로, 때로는 돋보기를 들이대며 읽은 결과, 그나마 심사 테이블에 올
려놓고 논의할 만한 작품으로 <오랜 기다림>과 <부재를 기록한다는 것>을 골랐다.
<오랜 기다림>은 4‧3으로 망가진 한 집안의 내력을 이야기하고 있고, <부재를 기록
한다는 것>은 해남 보도연맹 사건으로 망가진 한 집안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처럼
기구한 가족사가 정말인가 싶을 정도로 처참하고 파란만장하지만, 그 서술된 내용이
<오랜…>은 주로 전해들은 이야기, 필자의 짐작과 상상, 《4‧3은 말한다》 같은 자료
집의 인용 등으로 채워져 있어서, 인물들이 현실을 살았던 존재가 아니라 풍문 속을
떠도는 그림자처럼 느껴진다. <부재…>의 경우는 필자가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거)과
장소(현재)를 찾아가며 마주치고 떠올리는 기분과 생각이 되풀이 표출되는 바람에,
논픽션보다는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주4‧3평화문학상의 논픽션 부문은 제7회부터 공모가 시작되어 이번이 여덟 번째
에 이른다. 그동안 네 번의 당선작을 냈고, 그때마다 4‧3문학상에 논픽션을 추가한
의미가 더욱 돋보이곤 했다. 그만큼 논픽션 부문의 권위가 어엿한 전통으로 자리잡
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심사위원회는 그간의 당선작들을 심사의 척도로
삼을 수밖에 없었고, 그 수준을 따라잡는 작품과 만나게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아
쉽게도 ‘당선작 없음’으로 심사를 마치게 되었다.
2026년 3월 12일
심사위원장 김석희 심사위원 김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