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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만에 가족품으로
  • 작성자 : 제주4·3평화재단 작성일 : 2020-01-27 조회수 : 1454

70여년만에 가족품으로

[현장]43평화재단 122일 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보고회

감사합니다. 우리 아버지 이제라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골함에 가족의 이름표를 붙이려는 순간, 강당은 유족들의 오열로 채워졌다.

70여년전 43의 광풍속에서 불법 군법회의, 예비검속 등으로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던 부모형제가 유골단지로 돌아오게 된 것, 할아버지할머니가 돼서야 그리운 가족을 만나게 된 이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난 122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43희생자 신원확인보고회 현장이다.

이날 보고회는 지난해 43 발굴 유해 유전자 감식으로 12명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되고, 2명의 가족관계가 확인됨에 따라 추진됐다.

신원확인된 12명 중 5명은 1949년 군법회의 사형수, 나머지 7명은 1950년 예비검속 희생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과 동북쪽에서 발굴된 유해다. 이후 201910년만에 유족 291명의 추가 채혈과 유전자 분석법 등으로 신원을 확인해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확인된 희생자는 고완행(1917년생대정 무릉), 고주만(1929년생서귀 서홍), 김영하(1932년생서귀 토평), 김재철(1930년생남원 의귀), 양덕칠(1918년생남원 신례), 양지홍(1921년생남원 의귀), 오관형(1920년생성산 수산), 임공화(1920년생안덕 동광), 정옥주(1891년생남원 신례), 현봉규(1920년생서귀 상효), 현춘공(1924년생서귀 상효), 현행주(1925년생서귀 서홍)씨 등 12명이다.

허남익(1921년생조천 선흘), 허남섭(1923년생조천 선흘) 형제의 경우는 2018년 신원이 확인됐지만 관계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다가 이후 유가족 추가 채혈로 정립시켰다.

 

<이승덕 교수>

유전자 감식을 담당했던 이승덕 서울대 교수는 다양한 유전자 검사기법을 진행해 정보를 모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채혈에 참여한 유가족수가 많아서 희생자들의 신원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앞으로도 신원을 찾지 못한 분들을 위해 유가족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625전쟁 전사자의 신원확인율이 2%도 채 되지 않는 것에 비해 제주4·3 희생자의 신원확인율이 33%에 이른다는 것은 국내에서 기록할 만한 성과라며 그러면서 유해를 찾지 못한 제주북부예비검속유족 등 아픔은 지속되고 있다. 유족들의 한을 달랠 수 있도록 신원 확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족들이 각자 가족 유골함에 이름표를 다는 자리가 마련됐고 여기저기서 울음이 함께 터져나왔다. 이름표를 달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으며 한때 고인과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흐느꼈다.

너무나 오랜 세월 꿈에 그리던 형님이 돌아왔습니다. 비록 유해로 돌아왔지만 너무 기쁘기도 하고 또 열아홉 어린 나이에 억울한 죽임을 당한 형님 생각에 애통하기도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저희 형님뿐만 아니라 43으로 희생당한 억울한 영혼들이 편히 영면할 것입니다. 좀 더 많은 희생자 유해가 발굴되고 신원 확인이 하루빨리 이루어져 유족들의 맺힌 한을 달래주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유족대표 김영호씨 감사의 말)

이어 김성언 제주도 정무부지사,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송승문 43희생자유족회장,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의 헌화분향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4·3평화공원내 봉안관에 유골함을 운구한 뒤 안치시키고 합동제례를 통해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