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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산 사람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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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산 사람들 9 

한울산에 피는 꽃들

 

 
 

다사함 김명식 울림글쓰미

4·3 민족 민중해방 항쟁-이어쓴 울림글(詩) 온 묶음 9

한울산 사람들 9 

한울산에 피는 꽃들 

 

 

초판 인쇄・2023년  12월    1일 

초판 발행・2023년  12월  12일    

 

지은이・김 명 식  

발행처・제주4·3평화재단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430(봉개동 237-2) 제주4·3평화기념관 4층  

전화・064.723.4350  

팩스・064.723.4303  

홈페이지・www.jeju43peace.or.kr

 

 

인쇄처・도서출판 각 Ltd. 

출판등록・등록번호 제651-2016-000013호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6길 17, 2층 

 

ISBN    979-11-93870-09-9  04810 

           979-11-88339-98-3 (세트)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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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머리말

나는 4・3 전사들의 뼈와 살 

뜨거운 사랑과 올바른 삶의 모습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짝 

다시 격전지에서 

 

나는 듣습니다 

오늘도 4・3 전사들이 

이 땅으로 침략해 들어오는 

제국의 총과 칼을 막아야 한다고 

제국의 총과 칼에 붙어 히히닥거리는 

저자들을 막아야 한다고 

 

나라와 

이웃을 

 

산과 들, 물과 양식을 

팔아 넘기는 힘센 자들 

그리고 머리 좋은 사람들을 막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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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는 꽃잎으로 흙이 되기를 

 

1989년 12월 1일 

 

김명식

6

외치는 

외치는 

음성을 듣습니다 

 

나는  

감히 말합니다 

1948년의 침략과 점령을, U.S.A 

외세와 영합세력의 지배과 침략 

총과 칼 강제에 의한 38선 마쪽 부분적인 점령이라고 한다

면 

오늘, 1990년대 오늘, 이 땅이 점령당함은 

몸과 마음, 혼과 정신을 스스로 내어 주는 

자발적이고 총체적인 지배당함이라고 

 

이러한 지경에서 나는 다짐합니다 

여기에 『한울산에 피는 꽃들』 이 울림글 한 묶음이 

다시 견적지에서 

한울산 전사들 걸어가신 그 길 위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지는 꽃잎으로 거름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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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50 ・ 잔풀꽃  |  157 
51 ・ 네가래물풀꽃  |  159 
52 ・ 자운영 꽃무리  |  161 
53 ・ 억새풀  |  163 
54 ・ 딱지풀꽃  |  165 
55 ・ 갯매꽃  |  168 
56 ・ 고사리 무리지어  |  170 
57 ・ 뱀탈꽃  |  172 
58 ・ 제비꽃  |  174 
59 ・ 이질풀꽃  |  177 
60 ・ 무우꽃  |  179 
61 ・ 개불알꽃  |  181 
62 ・ 민들레 꽃씨  |  185 
63 ・ 금잔디  |  187 
64 ・ 쑥잎  |  189 
65 ・ 들국화  |  191 
66 ・ 하얀 띠꽃길  |  193 
67 ・ 질경이  |  195 
68 ・ 만수국  |  197 
69 ・ 나팔꽃  |  199 
70 ・ 강낭콩  |  201 
71 ・ 발풀고사리  |  202 
72 ・ 개승마 꽃대  |  204 
73 ・ 석송의 부동자세  |  206 
74 ・ 담쟁이  |  207
 
75 ・ 구름체꽃  |  209 
76 ・ 속단꽃  |  212 
77 ・ 꽃다지  |  215 
78 ・ 찔레꽃  |  217 
79 ・ 실거리낭 가시  |  220 
80 ・ 바스레기낭  |  222 

19 ・ 눈비름꽃  |  89 
20 ・ 호장근 꽃무리  |  91 
21 ・ 죽철초 꽃가슴  |  94 
22 ・ 자귀나무 꽃잎  |  97 
23 ・ 제비꽃  |  98 
24. 유채꽃 꽃밭에서  |  99 
25 ・ 연리초꽃 빛깔로  |  103 
26 ・ 나비나물  |  105 
27 ・ 범노랑이 꽃전사들  |  107 
28 ・ 주목꽃  |  109 
29 ・ 갯완두꽃  |  112 
30 ・ 순비기 꽃나라  |  114 
31 ・ 삼백초 꽃길  |  116 
32 ・ 약모밀꽃  |  118 
33 ・ 박하꽃 향기  |  120 
34 ・ 대꽃이 피면  |  122 
35 ・ 홀아비꽃  |  124 
36 ・ 소귀낭꽃  |  126 
37 ・ 표고버섯  |  128 
38 ・ 과꽃  |  130 
39 ・ 참대나무  |  132 
40 ・ 솔새꽃  |  134 
41 ・ 조개풀 꽃  |  136 
42 ・ 보리밭  |  138 
43 ・ 협죽도  |  140 
44 ・ 진달래꽃  |  142 
45 ・ 엉겅퀴  |  146 
46 ・ 동백꽃  |  148 
47 ・ 아카시아 꽃잎  |  150 
48 ・ 토끼풀 한 포기  |  152 
49 ・ 개나리꽃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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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 ・ 이름 없는 꽃깃발로 

 

 

전사들 시체 위를 

향처럼 솟아 오른다 

타다 남은 나뭇가지에서 

못 견디게 

솟아오르는 허연 연기가 

 

토벌대가 발사한 

U.S.A제 포탄에 벌집이 되어 

쓰러진 

시체들은 아무 말도 없고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짝에는 

 

조국의 신새벽을 향해 

육탄의 봉화로 자신을 태워내고 

조국의 새날을 향해 

적의 가슴 겨냥하는 무기가 되어 

5.10선거 저지할 죽창이 되어 

U.S.A의 전략 분쇄하기까지는 

전사들은 

과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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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어른신네들 다시 만나고 

산으로 산으로 

분주한 발길 조심스레 더듬던 

동지들을 다시 모으고 

우리는 다시 격전지에서 

 

세찬 보루가 된다 

제국의 음모를 막기 위하여 

영합의 괴뢰를 막기 위하여 

 

전사들은 육탄이 되어 

항쟁을 선포한다 

침략군을 향해 

한울산 허리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다시 격전지에서 

조선의 이 동네 저 마을에서 

전선을 구축하고 조국의  

명령을 따르고 있나니 

 

16

 

점령군에게 과녁이 되어 온 

한울산 전사들은 과녁이 되어 

조국의 독립 

민중의 해방 

하나될 정부를 사수한다 

U.S.A의 점령전략 앞에서 

포탄에 무너져 내리면서도 

무섬타지 않은 

조국의 아들과 딸들 

전사들은 

어머니의 인내를 따른다 

아버지의 용맹을 배운다 

 

믿음 고운 섬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몸을 모으고 

하귀 중학원에서 

조천 중학원에서 

조선의 바른 역사 가르치던 

선생님들 다시 모시고 

해방의 죽창 깎아 세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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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깃발로 휘날리나니 

 

믿음 약한 이웃들도 

제국의 칼 아래서 군화발 아래 

이 골짝 저 골짝에서는 

전사들의 맑은 혼을 쫓으며 

제국의 분단정책 

가슴으로 맨 주먹으로 거역하면서 

새로 태어나는 어린것들에게 

생생히 가르친다 

해방된 몸의 요구를 

독립된 몸의 행로를 

 

전사여! 그대들은 

미련한 후손들의 영토 위로 

쏜살처럼 부활하고 

모든 죽은 자들의 무덤을 

깨고 일어서나니 

전사여! 그대들 

봉화불로 타는 그 열정으로 

18

양과자는 먹지도 말고 

사지도 팔지도 말아야 되는 

이 국토 위에서 

전사여! 그대들 해방정신은 

삼백예순 날 쉬임없이 

혁명의 불길로 타고 있나니 

다시 격전지에서 

4・3 꽃들 피어난다 

이 골짝 저 골짝 조선의 산하에서 

싸리꽃으로 피어난다 

이 마을 저 동네에서 

조국땅 꽃깃발로 휘날린다 

 

제국의 칼날 거칠게 꽂히고 

이 국토 위로 

침략의 군화 이 강토 위로 

짓밟고 갈 때 

전사여! 그대들은 자랑스런 

해방의 혼으로 

이 산하를 자유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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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 ・ 전사의 깃발 앞으로 

 

 

밝아오는 조국 아침 햇살은 

제국 – U.S.A의 침략 총성에 

떨고만 있었다 

 

멍든 가슴 움켜 먹은 

한울산은 당당하게 

힘겨운 역사구비를 

잔잔하게 펼쳐내고 있었다 

섬사람들에게 한 장 두 장 

 

U.S.A 점령군의 작전명령은 

먼저 해상을 봉쇄한다 

중산간 마을 하늘을 찢어대는 

포탄의 굉음은 

이웃들의 고요를 자꾸만 

깨뜨려 가고 

 

4월에 피어나는 

청보리는 잎새 먼저 파르르 

산으로 산으로 

20

죽창 끝에서 솟아나는 거친 용맹으로 

무디어진 정신을 달구는구나 

예리한 몸으로 버려내는구나 

 

4・3은 계속되고 있다 

제국의 지배음모 

분단의 선거전략 

걷어내기 위하여 

다시 격전지에서 

철쭉꽃으로 피어나는구나 

잔풀꽃으로 피어나는구나 

피어나는구나 

삼백예순 날 쉬임없이 

꽃으로 꽃으로 꽃으로 

 

피어나는구나 

4・3의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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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섬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해의 표적으로 

불을 토한다 

 

U.S.A제 총칼로 경찰대는 

양민을 목적대로 살해한다 

U.S.A 점령군의 작전 명령대로 

경비대는 양민을 학살한다 

 

삼광작전 삼진작전 

롤러작전 소개작전 

선무공작 초토작전 

마을은 마을마다 

산산히 재가 된다 

뼈들은 뼈마다 백사장 

모래알로 하얗게 분해된다 

 

역사는 역사대로 

사실은 사실대로 

영혼은 영혼대로 

22

밤길을 타고 산으로 산으로 

떠나는 

이웃들의 무거운 발걸음에 

거센 물결 일으킨다 

거친 물결을 

 

제국의 음모 타고 놀아나는 

서북청년단 빨갱이 몰이는 

섬사람들의 무고한 피를 부르고 

소와 닭 돼지와 여인들은 

향연의 술상 앞에서 

전리품이 된다 

 

이승만 조병옥 박경진 

반공청년 서북청년단 

제국의 용병 경찰과 군대는 

조국을 팔아 넘긴다 

한울산에 휘발유를 뿌리고 

소이탄을 퍼부어 불을 붙이려는 

제국의 음모는 용병의 살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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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양식을 나르는 아낙네는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받아 

아기를 잠재우며 

식은 몸을 녹이고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타는 가슴 안고 

전사들은 먼저 깨어나 

새벽 포위망을 뚫고 

반역의 역사 위에서 

제국의 용병 그 가슴에 

창끝을 꽂는다 

 

젊은 전사들 앞세운 

한울산에 피는 꽃들 섬사람들 

5・10선거를 거부하기 위하여 

단정수립을 반대하기 위하여 

제국음모를 분쇄하기 위하여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먼저 떠난 

24

꽃과 나무와 바다와 산 

들풀과 보리밭 모퉁이에서 

피어나는  

노오랗게 피어나는 유채꽃은 

유채꽃대로 

목잘린 보리는 보리대로 

동백꽃은 동백꽃대로 

협죽도는 협죽도대로 

산에 들에 피어나는 꽃들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짝에서 

한울산에 피는 꽃들 

꽃들은 

4월의 햇살에  

몸을 뉘인다 

 

아, 조국의 해방을 위해 

산으로 먼저 올라 간 전사들은 

죽창을 깎아 세우고 

지아비가 세운 깃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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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석방과 학살이 

같은 말로 얼룩진 

포위당한 점령지 

제주도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짜기에서 

탄압이면 

항전으로 

강토 짓밟고 인민의 피 팔아 먹는 

반역의 매국노들 

꺼꾸러뜨리기 위하여 

당신의 아들 딸 동생들은  

무기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고난과 불행을 강요하는 

U.S.A의 학살을 제거하기 위하여 

뼈에 사무친 원한을 풀기 위하여 

종국의 승리를 위하여 

조국과 인민이 부르는 

그 길을 따르기 위하여 

전사는 

26

전사의 목숨을 방패로 하여 

U.S.A의 침략전쟁을 물리친다 

 

쌀알을 맛본 지도 하 먼 옛날 

허기진 몸으로 

쓰러진 전사의 시체를 안고 

동산에 피어나는 

아침 햇살을 받아 

밝아오는 조국의 새날을 향해 

4・3 꽃으로 

4・3 꽃으로 

다시 일어나 서면 

항전의 깃발을 오름에 

오름에 일으켜 세운다 

 

전사는 먼저 

검붉은 흙 한 움큼 

뿌리기를 잊지 않았다 

싸늘하게 식은 시체 위로 

먼저 간 전사들의 식은 몸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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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속삭인다 

지금은 무기를 들어야 한다고 

신성한 무기가 되어 

제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하여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전사는 가야 한다고 

 

밤도 밤 아닌 듯이 

낮도 낮 아닌 듯이 

산으로 산으로 

해방의 꿈을 펼치며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고 

동 터오는 새벽녘까지는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한울산 깊은 골 우리의 진지 

돌각담 울타리는 우리의 성새 

탄알을 나르는 씩씩한 해녀 

쓰러진 목동들 조국을 지킨다 

28

밝아오는 조국 아침 햇살을 받으며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이 한 몸 

이 한 몸 

이 한 몸 

신성한 무기가 되어 

일어섰다오 

 

네놈들은 우리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겠지만 

밝아오는 조국의 아침 햇살을 

쇠사슬에 묶어 둘 수는 없다 

날마다 피어나는 

민족의 4・3 꽃을 

해방의 4・3 꽃을 

투쟁의 4・3 꽃을 

묶어둘 수는 없다 

 

아, 조국의 해방을 위하여 

전사는 일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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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 ・ 전사는 이 길을 간다 

 

 

냉냉한 바람이 

조국 땅을 휘몰고 간 후 

 

풀잎처럼 

땅에 지고 

한울산 전사들은 

 

제주 바다도 입을 다문다 

제주 바람도 숨을 죽인다 

제주 돌담도 살을 허문다 

제주 사람도 몸을 감춘다 

 

슬며시 돋아나는 

한울산 푸성귀들도 

두 가지 색깔로 

시들어간다 

하나는 피멍 든 색깔로 

하나는 불에 달구어진 

총구 색깔로 

피멍 든 색깔의 사람들은 

30

 

-한울산 제주도 빨치산은 

우리의 자유를 지킨다 

한울산 제주도 빨치산은 

아, 독립 조국을 지킨다 

 

-이 목숨 다 바쳐 싸우리라 

해방의 해방의 그날까지 

이 몸을 다바쳐 싸우리라 

아, 조국 해방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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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름 석자 앞세운 적 없는 

한울산 전사들은 

풀꽃으로 피어난다 

들꽃으로 일어선다 

이 골짝 저 골짝 한울산에서 

이 들녘 저 들녘 한울산에서 

뼈들만이 널려 있을 뿐이다 

전사들의 노래 소리가 

몸 속에서 생명을 짓고 

땅속에서 역사로 사는 

한울산 허리 허리마다에서 

 

한울산 전사들은 

혁명의 물결을 일으켜 

영합의 역사를 심판하고 

제국의 침략을 응징한다 

한울산 

이 고을 저 고을에서는 

새날이 밝아오고 있다 

 

32

땅바닥만 바라본다 

총구 색깔의 사람들은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양민의 피를 부른다 

 

무덤도 비명도 장만 될 수 없는 

한울산 전사들은 

억새풀 삐걱이는 

산바람에도 몸은 

더욱 엄숙해야 한다 

 

한울산 허리 

이 골짝 저 골짝에는 

차곡 차곡 쏟아져 내린 

원한의 백골만 

재로 남아 있고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혼은 혼대로 

자기의 영토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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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응징의 함성으로 

오늘도 내일도 

일어서고 있다 

이 4월에 

 

신성한 무기가 되어 

영토의 주인이 되어 

거룩한 알몸이 되어 

 

열린 저 우리들의 하늘을 

마중할 수 있는 자들은 

한울산 전사들 

아, 먼저 죽어간 전사들의 

살과 피 

뼈들로 이루어진 

한 줌의 흙 뿐이다 

전사의 몸은 우주이기에 

 

이름도 모른다 

얼굴도 모른다 

34

한울산 전사들은 

예견되는 제국의 침략과 

침략 침략 침략으로 

이어지는 

영합의  

반역의 

1948년 4월을 우리의 4월로 

민족의 4월을 밝히고 있다 

 

이 4월에 

청보리 

유채꽃 

진달래 

개나리 

아,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시로미 새순으로 일어나는 

한울산에 피는 들꽃 풀꽃들 

한의 노래로 

분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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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허물어진 마을들 다시 세워지고 

지워졌던 이름들 하나 둘 분명해지고 

상처난 얼굴들 하나 둘 떠오르고 

숨 죽여 살아야 했던 발걸음엔 서서히 

힘이 돋아난다 

방향이 잡힌다 

 

낫과 호미를 든 농꾼들의 손목에도 

서서히 

근육이 붙어 손놀림이 굳세어지고 

하나 둘 동네 사람들은 

이웃의 이름 다시 부르게 되고 

이 골짝 저 골짝에서 

한울산의 전사들도 동네를 찾는다 

호르락 소리에 놀라지 말고 

총소리에 겁내지 말라고 

어린것들에게 

가슴 덜컹거리지 말라고 

파출소 앞을 지날 때마다 

초소 앞을 지날 때마다 

36

 

어디서나 서로 만날 수 있는 

한울산 전사들 

먼저 죽어간 전사들의 뼈들은 

속삭이듯이 

중얼거리듯이 

오늘도 

활짝 열린 우리들의 저 하늘을 

마중하고 있다 

당당히 

전사의 몸은 우주이기에 

 

새소리 다시 곱게 들리고 

멀리 해녀들 심호흡이 

제주 바다를 

다시 깨우고 있다 

섬사람들 

다시 일터로 나아간다 

이 골짝 저 골짝에서는 

풀꽃들이 다시 피어난다 

들꽃들이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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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한울산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총칼 총칼 총칼만이 

섬사람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섬의 고요가 이렇게 살벌하고 

아픔인 것을 

뼈속으로 느끼며 

한울산의 전사 오원권이 체포당했다는 

1957년 그 해도 

항쟁은 그 마지막이 아니다 

항쟁은 그 새로운 시작이다 

섬사람들 한울산의 전사들에게는 

 

항쟁의 시작이다 

혁명의 시작이다 

해방의 시작이다 

새몸의 시작이다 

새날의 시작이다 

 

우리는 새로운 인간으로 

38

확성기는 반복반복 토해내지만 

 

제국의 전략 아래서 

한울산을 감히 바라볼 수 없는 

우리들의 하루 하루의 운명은 

아직은 죄인이며 

아직은 총칼의 표적이다 

 

한울산에 석유가 뿌려지고 

섬사람들 자취없이 사그라지기까지는 

제국-U.S.A의 통치가 

이 땅 위에 남아 있고 

이 땅을 향한 제국-일본의 겨냥이 

사그라지기까지는 

날마다 날마다 조심스럽게 

내 몸 내가 지켜야 하는 까닭은 

제주 섬은 온통 

살해의 표적으로 

붉게 색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살해 살해 살해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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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노오랗게 

한 아름 유채꽃으로 

피어난다 

피어난 꽃가슴 가슴 마다에서 

전사들의 쏟아 낸 체온 

싸움과 희망 

꿈처럼 자유한 섬의 공화국에 

꽃향기로 넘친다 

영구히 솟아나는 풀처럼 

영원히 푸르른 곧은 줄기로 

하늘을 받들고 

물줄기 찾아 당당하게 

뻗어내리는 

거대한 뿌리는 

불멸의 전사를 

다시 잉태한다 

 

새갈마노 활짝 

열린 세상을 향해 

고동치는  

40

다시 태어나고 

주인의 깃발로 자유의 깃발로 

펄럭이기 시작하는 그날이나니 

 

한울산 전사들의 뼈와 살 

아픔만 가냘프게 품어 살아 온 

해방과 혁명의 완성으로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 되고 

우리의 자치공화국이 

조국 땅에 새로 세워지는 그날 

그날까지는 

한울산 전사들의 뼈와 살 

혼과 희망은 

하늘을 수 놓으며 

한울산 이 들녘 저 들녘에서 

풀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들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상처난 가지 그 만큼씩 

감귤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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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포옹이다 

꽃들의 사랑이다 

골짜기에 피어나는 

봄날에 피어나는 연분홍 철쭉이다 

여름에 작열하는 붉디 붉은 태양이다 

가을에 영근 노랗디 노오란 감귤이다 

겨울에 불어대는 제주 바람이다 

 

전사들은 저마다 들꽃으로 피어나고 

하늘 모시며 살아 온 그대로 

하늘 받들며 살아갈 것이고 

꽃잎이 되어 

꽃순이 되어 

별을 노래하기 전에 

꽃을 찬미하기 전에 

전사들은 저마다 살아 온 그대로 

짤린 모강지 풀잎에 실어 피어난다 

찍힌 몸둥이 꽃대에 세워 일어선다 

깨진 머리통 꽃봉에 타고 솟아난다 

뜯긴 손발 꽃뿌리와 함께 뻗어간다 

42

전사들의 가슴은 

상처투성이 아픔을 넘어 

U.S.A 침략의 총격을 넘어 

하늘 뜻 그대로 

몸의 공화국 흙빛 영토에서 자라날 

몸이란 모든 몸을 

생명을  

포옹하고 있다 

 

처형의 땅 한울산에서 

한 목숨 고이 바친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네 형님 누님 

이웃들이 걸어간 모든 발길은 

결코 무서움이 아니다 

전사들의 창끝은 거친 혁명이 아니다 

끈끈한 사랑이다 

꽃잎처럼 보드라운 입맞춤이다 

 

몸 비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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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이 동네 저 동네에서 

전사들의 혼과 넋 

제국의 총질도 칼질도 

한울산에 피는 꽃들 

4・3 꽃들 

풀꽃 들꽃들 당당한 행진을 

막을 수 있으랴 

누가 

갈라놓을 수 있으랴 

한울산에 피는 꽃들 

꽃들의 고운 행로를 

한울산 4・3 꽃들 

 

영원히 피어난다 

끝까지 피어난다 

 

먼저 쓰러져 간 

전사는 이길을 간다 

한울산 4・3 꽃들 

 

44

 

전사들의 승리는 

피어남에 있나니 

일어섬에 있나니 

마을마다 밭고랑 밑에서 

오름마다 산바위 아래서 

피어남에 있고 

일어섬에 있나니 

전사들의 승리는 

 

바람 타고 

신선한 새벽 공기로 호흡한다 

전사들의 혼과 넋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싹으로 움튼다 

잎새로 자란다 

줄기로 솟는다 

향기로 퍼진다 

씨알로 뭉친다 

샘으로 흐른다 

이슬로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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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 

깃발을 덮어다오 우리 깃발을 

그 밑에 전사는 용감한 전사 

 

-더운 피 흘리며 말하던 동지 

쟁쟁히 가슴에 

동무야 잘 가거라 원한의 길을 

빨치산 전사들은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제2부 

 

한울산에 피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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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 ・ 쇠비름 꽃 

 

 

무자년 4월 

젖먹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사형장으로 

끌려가던 그 길가에는 

어린것들의 얼굴 

자욱하게 박혀 있다 

 

시부모의 비참한 최후 

그 해 겨울과 

이듬 해 봄 

누구 하나 변호해주는 사람 없는 

그 해 그 거리에는 

피 묻은 얼굴들이 

외면당하던 

모두가 모른다고 

침묵만 범람하던 거리 

그 거리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빨래하던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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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2 ・ 물매화 

 

 

개월오름 허리를 지나 

자그리오름 능선을 타서 

산굼부리 숲길 지나노라면 

물매화 

곧은 잎새 펴고 

가느다란 줄기를 곧게 세우고 

피어나더이다 

 

하나씩 하나씩 옮겨지는 

상한 육신 

메밀쌀죽으로 원기를 돋구고 

통증과 불안 가시고 나면 

비로소 깊은 잠 잘 수 있었던 

한울산 허리에는 

물매화 해 질 녘까지 

피어나더이다 

 

생보리쌀 삶아 먹던 

한울산 전사들 따슨 체온이 

훈훈하게 한울산을 다시 지키고 

50

낫과 호미 빌려쓰던 사람들도 

아침에 인사를 나눈 사람들도 

나를  

모른다고 모른다고 해야 하던 거리 

그 거리에는 

쇠비름꽃 끈질기게 피어난다 

 

피어나는 꽃잎마다 

전사들의 호흡 

거칠게 솟구친다 

적자색 거친 숨결이 마구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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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3 ・ 개미자리꽃 

 

 

죽창 예리하게 깎아 세운 

솟발내 각수바위 

기목동 월산동 오란도에서 

호근산 허리 

궁상동 궁산에서 

한울산을 지킨다 

한울산 전사들 

 

어점이 오름 법정오름에서 

한울산을 지킨다 

몸을 숨긴 이웃들을 

지킨다 

한울산 전사들 

 

겨울 양식 나르며 

피신한 몸으로 

전사를 피신시킨다 

 

개미자리꽃 마음 포근하게 

동지들의 산 

52

물매화 매운 뜻이 

한울산을 다시 지킨다 

 

전사들 오르던 산길 

발자욱 자욱마다 

발길따라 피어나는 

 

4・3 꽃 

물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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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4 ・ 개별꽃 벗 삼아 

 

 

광평리를 돌아드니 

숨 돌릴 겨를도 없이 

토벌대를 피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들의 도망이 

작전상 필요한 행위가 아니라면… 

스무 번씩 자문하면서 

하얗게 피어나는 

5월의 개별꽃을 바라보노라면 

동지들 분주한 발길 

눈 앞에 선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들의 싸움은 

어쩌면 

동지들 분주한 발길을 지키는 

약한 불빛이고자 합니다 

 

화력 사나운 군경 토벌대 

전략 잔악한 U.S.A군 점령군 

전술 잔인한 서북 청년단 

앞에서 우리는 

54

한울산을 지킨다 

 

전사들 

몸을 숨긴 양민들을 

지킨다 

한울산 전사들 

 

전사들은 약속을 

지킨다 

개미자리꽃 마음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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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견뎌야만 했습니다 

 

개별꽃은 쉽사리 

맹세하고 

하늘의 별들을 사랑하면서 

한울산 전사들 오르던 

비탈진 골짜기 숲속에서 

피어나더이다 

맹세코 개별꽃은 맹세코

56

동지여! 용서해다오 

이 한 몸 

무서워 몸 숨길 때 

개별꽃 벗 삼아 

순결을 맹세하면서 

 

적을 겨냥할 무기를 들고 

산 

한울산 전사들을 다시 부르며 

밤 

밤 

밤을 이겨야만 했습니다 

 

비 

비 

 

바람 

바람 

눈보라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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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강제로 팔려진다 

 

양키담배 연기가 뽀얗게 솟아나는 

시흥리 골목길에  

패랭이꽃 보란 듯이 피어난다 

 

빳빳한 꽃잎 위로 

한울산 전사들 고운 의지 

아로새겨져 있고 

홍색 꽃잎에는 

절개 지켜온 

전사을 키운 어머니 

젖줄 솟아나 있더니

58

5 ・ 패랭이꽃 

 

 

‘U.S.A군 축출’ 

삐라가 바람에 날리던 

거리에는 고요한 냉기 

겨울보다 더 맵다 

왓샤부대 죽창이 섰던 그 자리 

머리띠 두른 

한울산 전사들이 

발길질 당하던 그 거리 

 

서슬 퍼어런 

100여 명 서청 응원대들 

장작개비로 

때린다 

몸을 마구 때린다 

울부짖는다 

아수라장이다 

 

피범벅이 된 사흥리 거리 가득 

이승만 사진이 

태극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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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7 ・ 나도바람꽃 

 

 

쟁쟁히 들린다 

윗무두내 물줄기가 세면 

세상이 어지럽다고 하던 

어른신네들 이야기가 

 

총살형이 다른 이름이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석방은 

우리들의 고향 

알무두내 

외왓은 

바람을 맞고 있을 뿐 

잿더미가 되어 

 

음력 7월 마을을 소각하는 

연기는 음력 10월 가시나물 이 마을 

전체를 태우는 

신호였나니 

 

교도소는 처형장이 된다 

북으로 비스듬히 피어난 

60

6 ・ 노루귀 하얀 꽃잎 

 

 

겨울에 죽지 않는 

노루귀 하얀 꽃대는 

하늘로 솟아 오르기 전에 

옆으로 먼저  

팔을 뻗는다 

 

동지여! 

동지들 가는 길 그러하나니 

우리들의 승리는 

이웃이 이웃들 앞에서 

한껏 따사로워질 때 

확대되는 일이나니 

 

동지들 먼저 떠나고 

텅 빈 마을에서 

마지막 공격을 막아낼 때 

죽어서 거름 되어 

그날에 다시 피어나는 

노루귀 하얀 꽃잎처럼 

우리들의 승리는 

가장 보드라운 애정이 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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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벼룩나물 작은 꽃잎 

 

 

도령마루 부근에 

시체는 누워있다 

 

베개 벤디 베개 베곡 

베개 벤디 베개 베곡 

베곡 베곡 또또 베곡 

 

돌성 아래 즐비하게 널려있는 

검은 고무신은 비를 맞고 

까마귀들 눈 파버린 

주인없는 시체들 

썩어 썩어 

땅이 된다 

거름 된다 

 

1947년 8월 

꼴 베러 가던 길에 경찰에 붙잡혀 

징역살이 10년 

조국 해방전쟁이 일어나고 

의용군에 합세했다 하여 

62

나도바람꽃은 

전사들의 넋을 달래며 

총구와 포승줄 

고문하던 토벌대의 검은 손 

살육의 눈빛을 응시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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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술패랭이 

 

 

백록담 물줄기가 

외도천으로 모여들고 

해안 마을로 스며드는 

물샘은 

촉촉이 보리뿌리 적신다 

구분동산 나무 사이로 

한울산 전사들 맑은 정기가 

산을 지키고 

언덕에서 펄럭이던 

피 묻은 헝겊 깃발 

땅 아래로 내려지던 날 

우리는 모두 한 몸이 되어 

산으로 뛰어야 한다 

 

마을은 불에 타고 

짚대기동산 

막제동산 

멋모른동산 

숲속에 사는  

산새들도 숨소리를 죽인다 

64

징역살이 20년 

도령마루 까마귀산에는 

검푸른 파도가 일고 

벼룩나물 작은 꽃잎 

한을 품고 칼을 품고 

살해 당한 세월 

가슴에 품고 피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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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큰산 장대꽃 

 

 

산천단 칼다리소는 

사람 눈길 머문적 없는 

깊숙한 산길 막다른 곳 

 

나뭇가지 사이로만 

하늘 얼굴 언뜻 비친다 

밤하늘 별 떨기가 

총구에서 

창끝에서 

하얗게 스러져 내리더니 

 

큰산 장대꽃은 

담홍 자색으로 

피어나는데 

한울산 전사들 

4월산을 지킨다 

산길을 달린다 

소산을 벗어나 

삼의양오름 오른다 

 

66

 

소개령이 내려지고 

동네 사람들은 

정처없이 

도두리로 우렝이로 

흩어져 간다 

잔솔밭 숲길따라 

술패랭이는 

전사들 창끝에서 

꽃피우고 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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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새바람꽃 

 

 

애이리내 물 마르고 

미악산 북방 1,000고지 

궂은 냇도를 지나면 

벌집처럼 구멍 뚫린 

한울산 전사들 

나란히 누워있다 

 

희뿌연 아침 기운이 

밀림속을 매우면 

푸시식 잠에서 깨어난 

새바람꽃 

전사들 꿈길 따라 

한껏 피어난다 

 

총 한자루 6만원 

몸 한 목숨 5만원 

귀 잘라 작전의 성과를 맞추고 

머리 잘라 전과를 올리던 

토벌대 피 먹은 야수들 

 

68

가느단 허리 큰산 장대꽃 

한울산에 내려 앉은 

아침 햇살을 지킨다 

달빛을 

별빛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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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난지꽃* 향기 

 

 

나의 갈 길  

가는 것이지 

 

이 산  

저 산 

어느 오름 전사들 

뼈 아니 묻힌 곳 있으랴 

 

나의 갈 길 

가는 것이지 

 

묶인 채 쓰러져 간 

96구 시체가 

중댕이굴 들녘에서 

난지꽃 향기에 

생기 돋아나고 

배고픈 이웃들 

70

4월에 피어나는 

새바람꽃잎 사이에서 

포위당한 채 

4・3 꽃 전사들은 

새바람꽃이 되어 

당당한 자태로 

키를 재며 피어난다

*제주 지역에서는 냉이를 난지 또는 난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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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이 길을 

이 오름 넘어 

저 오름 넘어 

산길을 더듬어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숲속을 헤치며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가는 것이지 

이 길 

저 길 

전사의 길 

가는 것이지 

 

난지꽃 향기로 

피어나는 것이지 

한울산 들녘 가득 

이 산 저 산 

산길따라 

나의 길 

가는 것이지 

72

주린 배를 달래던 

빈 국사발에서도 

전사들 

당당한 발걸음 소리 

솟아나더니 

 

이 길 

저 길 

나의 길 

전사의 길 

 

나의 갈 길 

가는 것이지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4월과  

5월에 

피어나는 난지꽃 

퍼져가는 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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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땅채송화 꽃웃음 

 

 

무서웠다 도두오름 방공호도 

일본 병사들 쓰다버린 

 

정뜨르 비행장 

U.S.A 병사들 침략해 들어오는 

전투기도 무서웠다 

 

어느 땅 어느 오름이 

조국의 찢긴 살 

인민의 붉은 피 

물들지 않은 곳 있으랴 

 

철썩거리는 

4월 제주 바다 흰 물결 

땅채송화 꽃봉오리에서 

전사들 옷깃 스치며 

출렁거린다 물결친다 

 

1949년 2월 20일 

제국의 총탄에 쓰러져간 

74

 

불 타는 오라리 

1948년 5월 1일 

하늘을 나는 U.S.A군 헬리콥터는 

하늘에서 불타는 오라리를 찍는다 

U.S.A를 선전하기 위하여 

 

불에 탄 자리 그 자리에서 

솟아난다 

전사들의 찢긴 몸 

바람 가르며 피어난다 

꽃대를 세우고 

 

4・3 꽃 

난지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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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피어난다 

전사들 흘린 핏빛으로 

 

불타는 지붕 위에서 

불을 끄던  

동네 할아버지가 

점령군 총탄에 쓰러진 자리 

피 먹은 땅 

불타버린 집터 모퉁이에서도 

분홍빛으로 피어난다 

땅채송화 꽃웃음으로 

4・3 꽃 

한울산 꽃전사들

76

한울산 전사들 

땅채송화 꽃웃음을 키운다 

전사들은 땅의 온기를 받고 

사랑하는 형제자매를 위해 

마지막까지 남겨둔 

땅채송화 꽃웃음 키운다 

제주 바다 봉쇄선을 넘어 

산정을 비행하던 

정찰기 감시망을 넘어 

이 마을로 

저 마을로 

땅채송화 꽃웃음 키운다 

4・3 꽃 

한울산 전사들 

살갈퀴덩굴 씨앗 

한 줌 뜯어 먹고 

하루 해를 달래던 곳 

서북청년단 

거총하고 쏘아대던 

초등학교 운동장 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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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골짜기에서 

쓰러져간 

한울산 전사들 

몸 부둥켜 안고 피어난다 

칡넝쿨꽃으로 

 

땅거미가 지듯 

피의 역사가 시들고 

꽃으로 피어나는 

금악캐 새 아침은 

먼저 밝아온다 

중동금오름에서 

문도지오름에서 

정물오름에서도 

 

홍수처럼 번지는 학살 

학살터 위에는 

보랏빛으로 피어나는 

칡넝쿨꽃이 숲을 이룬다 

보란 듯이 

78

14 ・ 칡넝쿨꽃 

 

 

정의롭게 일하다 쓰러져간 

사람들은 

거름이 되고 

꽃으로 핀다 

 

총에 칼에 점령군 법정에서 

묶인 채 쓰러져 

흙이 된 

한울산 전사들은 

봄에 다시 피어 

가을에 지고선 

꽃씨로 영근다 

 

칼끝 같은 잎사귀는 

적군의 심장을 겨냥하고 

태양열같은 꽃의 열정은 

어둠을 태운다 

사슬을 녹인다 

 

금악캐 문도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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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국까시낭꽃* 

 

 

곽지 기동대 

금성 귀덕 기동대 

한림 주둔군들이 애월지서로 

집결한다 

 

첨병부대가 선발되고 

한맞이길을 올라 

재투왓으로 어름비를 향하더니 

 

경찰 민보단 특공대가 

어음으로 댕기리왓 돈배물을 수색하고 

빌레못 굴동산을 포위하더니 

 

탕 탕 탕 

젖먹이를 엎고 쓰러지는 어머니 

할망 하르방 비명소리 듬뿍 먹은 

돌성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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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처럼 치솟는 학살 

학살터 위에는 

죽창든 전사들 

칡넝쿨꽃으로 피어난다 

보란 듯이 

4・3 꽃 

칡넝쿨꽃으로

*제주 지역에서는 구지뽕나무를 국까시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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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타는 인동꽃 

 

 

빌레못 동굴 속에 스며든 

동지들 따사한 체온이 

전사들을 키워내고 

동굴 앞 앞치마처럼 가슴 편 

인동꽃 줄기 

그 속에서 흐르는 

조국의 독립을 

인민의 해방을 

자주의 정부를 

엮어내는 애절한 절규 

불탄다 불타오른다 

아침 햇살에 

 

고문에 숨죽이며 

뭇매질에 쫓기며 

궤에 숨어서 살면서도 

빌고 빌고 

하늘에 빌며 

애원하던 모습 그 모습 그 대로 

피어나는 

82

한울산 전사들 발길을 찌르던 

국까시낭꽃 

소리없이 피어난다 

 

봉성 사람들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피 묻은 동지의 깃발 앞으로 

국까시낭 열매가 

희망의 깃발처럼 

바알갛게 영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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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방동사니 꽃잎 

 

 

속이 썩어지고 

속이 비틀어지는 

4월은 

부디 영예롭기를 

 

우물 속에 수장되어 죽어간 

아낙네들 

해방 꿈에 부풀었던 전사들 

토벌대의 총탄에 쓰러지고 

독립의 희망 

제국의 칼에 동강내어지는 

4월은 

부디 찬란하거라 

 

강제로 먹어야 했던 콩밥도 

페렴으로 죽어간 큰아들도 

1948년 8월 11일 

정뜨르 비행장에서 웅덩이 

스스로 파던 손길 

산 채로 묻혀버린 

84

인동꽃 

 

탄다 

하얗게 탄다 

아침 햇살에 

하얗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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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8 ・ 마디풀꽃 

 

 

가시천 물줄기가 

범람할 때 

가슴 뛴다 

 

가세오름을 타고 

거문오름으로 

전선은 구축되고 

보급망 세우기 분주하던 날 

한울산 전사들은 

마디풀꽃처럼 어디서나 

동지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매오름으로 다시 내릴지라도 

전사들 발걸음은 

새벽녘 날개처럼 가볍다 

 

마디풀꽃처럼 어디서나 

피어나는 

부풀었던 

86

전사들에게 

 

8월은 부디 맑게 피어나거라 

 

연미동 골목길로 스며온 

저녁 해를 받고 피어나는 

방동사니 꽃잎은 

하늘 땅 이웃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고개 숙여 피어나고 

4월을 지키며 8월을 증언하는 

소리없이 피어나는 

연미동 방동사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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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19 ・ 눈비름꽃 

 

 

왕대나무 장대를 뉘여 

토벌대의 급습을 

알리던 

 

수망리 사람들 

웅덩이 

생매장 당한 그 자리에서 

눈비름꽃 

줄지어 피어나더니 

 

7월에 죽어간 

한울산 전사들의 넋 

흑갈색 씨알로 

응어리진 원한을 품고 

 

7월에 죽어간 

한울산 전사들의 넋 

눈비름꽃으로 

섬섬히 피어난다 

피어난다 

88

한울산 전사들의 꿈 

 

싱그럽게 

피어난다 

 

전사들의 꿈 

수줍게 고개숙인 마디풀꽃 

우주만큼식 피어난다 

산 

한울산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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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20 ・ 호장근 꽃무리 

 

어머니 마실 가던 

다랏쿳 마을에도 

무두내* 돌담 어구에도 

시퍼렇게 

눈 뜬 얼굴로 

쓰러져간 

상처투성이 혼백이 

돌구멍에서도 

밭고랑에서도 

호장근 꽃무리 지어 

붉게 피어난다 

 

바닷가에서 한울산 

꼭대기까지 

붉게 붉게 

피어나는 

호장근 꽃무리가 

돌격 돌격 

90

7월의 한을 머금고 

피어난다 

한울산 전사들의 넋 

산을 품고 

오름 품고 

피어난다 

눈비름꽃 송이송이

*무두내는 90여 명(1949.2.5.)이 집단희생 당한 학살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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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숨 죽여 살아온 

점령지의 밤과 낮 

혼령이 되어도 서로 만나 

환희의 세월을 엮어가리니 

호장근 꽃무리 피어나듯이 

 

검은 개 노랑 개가 마을에 

들이닥치면 

대련소 내창에서 

쓰러져간 전사들 

그 길 그 골짜기에서 

호장근 꽃무리로 다시 

피어나리니

92

동지들이여! 앞으로 나가자 

상처진 전사들 

피 터지게 외치는 함성으로 

피어나고 

 

식은 시체가 다시 더운 피로 

소생할 그때까지는 

호장근 꽃무리가 

흑갈색 빛을 발하고 있나니 

 

벌집처럼 작살난 몸 하나로 

창문앞 가까이에서 

전사들 일어나라 

 

피 엉긴 채 말라붙은 

살점은 뼈와 

서로 만나서 

해방의 전사로 다시 

일어서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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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돌짝길마다 

숲길을 따라 일어나던 

4월의 혁명은 

해방 땅을 일구어내고 

섬의 공화국을 세운다 

전사들 어깨에 드리운 무기는 

4월을 영글게 하나니 

 

아침 햇살 듬뿍 안은 

죽절초 붉은 열매는 

전사들 가슴팍에서 출렁거리는 

4월에 빛나는 새벽별이다 

6월에 피어나는 

꽃날개는 

몸의 공화국을 환호한다 

 

피어나라 

피어나라 

영원히 피어나라 

전사들 가슴마다 피어나는 

94

21 ・ 죽철초 꽃가슴 

 

 

선흘 하선흘 논흘 대흘 와흘 와산 

가시내오름 당오름 새미오름 알밤오름 

윗밤오름 우선제비 종남밭 꾀꼬리 오름 

바늘오름 지그리오름… 

 

밤길 따라 

숲길 따라 

 

토벌대의 움직임을 알리고 

산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르던 

전사들 

쓰라린 가슴 달래주던 

죽절초 꽃 열매가 

붉게 붉게 익어간다 

 

예리한 꽃잎에서 배우던 

전사들 

고요한 순응은 

6월에 피어나고 

12월에 익어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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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22 ・ 자귀나무 꽃잎 

 

 

복오름 아래로 펼쳐진 제주 바다는 

검푸르게 뱃길 차단된 지 오래다 

 

하늘도 막힌 채 

바람만 회오리칠 뿐 

절망의 영봉 한울산은 

4월에 피어나는 

암적자색 자귀나무 꽃잎 속에서 

해방의 역사를 반추한다 

 

큰 뱀이 꼬리를 걸쳐 

하늘 향하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설을 읽던 

전사들은 

다시 비상을 예비한다 

7월에 

익어가는 자귀나무 꽃잎 속에서 

한 몸 씨앗으로 영글 때까지는 

거친 세월을 이겨야 한다

96

아, 해방의 새날에 

영근 깃발로 휘날릴 

그 새날에 

죽절초 빠알간 꽃가슴은 

몸의 공화국을 얼싸안는다 

전사들의 꽃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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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4. 유채꽃 꽃밭에서 

 

 

아침 해 곱게 

성산포구 앞바다로 솟아오르고 

창상봉 허리 사이로 

아침 햇살 뿌리면 

따산 햇살 넘쳐흐른다 

한 아름 가득히 

오조리 모래 자욱히 낀 담모롱에 

피어난 유채꽃 꽃나라로 

 

다랑쉬굴 속으로 

한수기곶으로 

동광 큰넓궤로 

낙성동돌성으로 

북촌마을로 

현의마을로 

 

하늘이 열리고 

제주 바다 넘실대는 

4월 봄밭에서 

구멍 뚫린 시체들 

98

23 ・ 제비꽃 

 

 

한울산은 깊게 침묵한다 

 

본지오름 모지오름 

모구리오름 개오름 

젖무덤처럼 보드라운 

이 오름 저 오름에서 

고동친다 

전사들 심장은 

 

제삿날 매밥에서 

물씬 김이 오르면 

그리운 얼굴들 되살아나는 

성읍리 

공동묘지 모퉁이에서 

4월에 피어나는 

제비꽃 꽃잎 사이로 

산을 오르내리던 

전사들의 발걸음 소리 

다시 들린다 

제비꽃 꽃잎사이로  

전사들 몸의 행로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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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이기게 되는 

전사들의 길을 따라 

밤을 지킨다 

낮을 지킨다 

산 

한울산을 지킨다 

 

대왕산 소왕산 

숲을 헤치며 

돌산 궁대악 백약이오름 

골짜기를 따라 

작은돌 임이오름 개오름 타고서 

비치미오름 

성불오름 

가문이오름 

대록산 

소록산 

영아오름 

하잣성을 넘어 넘어서 

수령산 

100

해를 받고 

까마귀 우는 소리에 겁 먹은 

온 동네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밤은 깊어만 가고 

별들이 떨기져 솟아나는 

하늘도 무서운 

4월 봄밭에 

유채꽃 꽃나라는 

화창하고  

은은히 들려오던 

전사들 목쉰 소리 

유채꽃 꽃물결 되어 

넘실거린다 

 

전사들 시체 버려진 자리 

꽃으로 매운다 

유채꽃 한 아름 안아들고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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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25 ・ 연리초꽃 빛깔로 

 

 

아침 이슬 사라지듯 

사라질 수 있어야 하며 

제사상 차림이야 후손에게 맡기고 

 

원수가 이 땅에 설 수 없을 

정당성을 획득할 때까지는 

우리들의 무기 

우리들의  

무기는 정당해야 한다 

 

연리초 자색 꽃 빛깔 

깃발 

동지의 깃발은 

전선에서 휘날린다 

 

전사여! 그대 가는 길 

우리가 따르리니 

깃발을 다오 

연리초 자색 깃발을 

깃발을 다오 

102

기인악 

동굴 속에서 비를 피하고 

바람 막으며 

눈 가리고 

몸을 단련하던 

한울산 전사들 모진 고초 

아픔을 피워내는 

4월의 원한을 토해내는 

넘실대는 꽃물결 

유채꽃 꽃밭에는 

큰 웃음도 듬뿍 들어와 출렁인다 

전사들의 숨소리도 거칠게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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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26 ・ 나비나물 

 

 

토산리*로 내린다 

토산악 바라보멍 

짚신 삼던 하르방 

토벌대 

포위망에 

표적이 된다 

과녘이 된다 

 

반항하지 못하는 

죄 없는 하르방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할 수 있으랴 

점령군의 명령을 

토벌대의 학살을 

U.S.A의 점령지에서는 

영합의 작전지에서는 

 

104

 

전사여! 그대 가는 길 

우리가 따르리니 

깃발을 다오 

깃발을 다오 

연리초 자색 깃발을 

 

젊은 전사들 

연리초 꽃나라에 

자색꽃으로 피어난다 

 

다시 격전지에서

*150여 명(음력 1948.11.18/19)이 양일 간에 학살 당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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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27 ・ 범노랑이 꽃전사들 

 

 

범노랑이가 황갈색 몸짓으로 

청수리 가마오름 

4월 들녘 

걷던 자리 그 자리에 

뛰던 자리 그 자리에 

전사들 곧은 마음 심어둔 

그 자리 그 자리에는 

피어나는구나 

범노랑이 꽃전사들 

 

황갈빛 전사들의 무장은 

저녁놀에 

더욱 빛나고 

더욱 장엄하더니 

전사들 어깨 위에서 

산허리를 휘감고 들어선 

점령군의 초토화 명령 앞에서 

 

곧은 그 눈동자 

전사들 가야할 길 위로 

106

나비나물 자홍색 꽃섶 위로 

4・3 꽃들 

한숨을 걸고 

원한을 토해 

진실은 밝혀진다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피멍 든 가슴 누리며 

원한의 세월 이겨 온 

전사들의 외침 

나비나물 자홍색 

꽃빛깔로 

피어나더니 

나비나물 4・3 꽃들 

 

다시 격전지에서 

뱀처녀 원한의 길목에서 

피어나더니 

나비나물 4・3 꽃들 

 

나비나물 4・3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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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28 ・ 주목꽃 

 

 

저지오름 마중오름으로 해서 

문도지오름 돌오름으로 해서 

정물오름 당오름으로 해서 

조근대 왕이메로 해서 

영아리오름 볼래오름으로 해서 

병풍바위 영실기암 윗새오름으로 해서 

한울산을 지키고자 

영토를 지키고자 

전사는 앞으로 간다 

 

주목나무꽃 피는 4월에 일어서서 

새빨간 주목열매로 익어가는 

10월까지 

뜨거운 가슴 열고 

전사는 무기를 들었지 

한울산 전사는 

 

식어가는 육신 달래며 

허물어져 내리는 하루 하루 

이 한 목숨 서러워하지 않을 

108

한울산의 전사들 

황갈색 무장하고 

산을 지킨다 

둥지를 지킨다 

 

범노랑이 꽃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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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저지선 뚫고서 

오늘도 

밤낮없이 

제국의 음모를 물리치고자 

자본의 착취를 물리치고자 

영합의 독재를 물리치고자 

 

전사는 무기를 들었다 

해방의 전사는 

몸의 공화국을 간다 

주목열매 영근 지조로 

몸의 요구와 행로를 따라 

 

전사는 간다 

몸의 공화국을 위하여 

하늘을 받들고 

우주의 한가운데서 

곧곧히 선다 

4・3 꽃 

주목은

110

그날을 위하여 

새빨간 주목열매 

고운 뜻 높은 이상 

온 몸으로 피워내더니 

 

전사는 앞으로 간다 

점령군 대포 앞으로 

포위망 속에서 

겨냥과 포격의 

작전명령 앞으로 

몸의 영토를 지키고자 

몸의 평화를 지키고자 

 

전사는 앞으로 간다 

 

전사는 숲속을 간다 

몸을 보호코자 

동지 지키고자 

양식 구하고자 

전사는  

능선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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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전사의 시체를 묻어둔 

마물동네에는 

 

갯완두가 꽃으로 피어나고 

홍자색 꽃잎으로 솟아나고 

토해내고 있나니 

피를  

4월의 피를 

갯완두꽃으로 피어나는 

전사들의 피를

112

29 ・ 갯완두꽃 

 

 

바닷가 모래밭에 

뿌려진 피가 

거름이 되나니 

 

바닷물에 씻겨도 

지워지지 않는 

임시수용소에 갇힌 

중산간 마을 

섬사람들의 한숨소리 

갯완두 꽃잎 끝에 머문다 

 

한 마디 명령에 따라 

한 손짓 조종에 따라 

죄인이 되어 

처형 당해도 

아무도 

무죄를 변호할 수 없는 

곽지리 모래밭 

우리들의 영토 위에서 

턱이 으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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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하늘은 바다를 키워내고 

순비기나무 꽃줄기 바라보던 

발길 막힌 

한울산 전사들 

철썩 철썩 

파도에 자유의 혼을 싣고 

먼 곳일지라도 

이어도 산아 

이어도 산아 

아무도 범접하지 못할 

몸 

의 

공화국을 세운다 

섬사람들 

한울산 전사들 

순비기나무 꽃나라를 세운다

114

30 ・ 순비기 꽃나라 

 

 

이른 아침 

파도에 밀려 온 

해초를 줍는다 

밤바다 위로 

뱃길을 놓고 

아침을 향해 

노를 젓는다 

 

순비기나무 

피워낸 꽃 

영근 흑자색 꽃열매 

바닷바람에 씻기운다 

 

바람에 휘날리는 

산방산 아래 용해마을 

자갈밭 농사꾼들은 집을 

비워둔 채 

쪽파밭에 

아침비료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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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전사들 멍든 가슴 

사뿐히  

피어난다 

삼백초 꽃길 따라

116

31 ・ 삼백초 꽃길 

 

 

구분오름 오르던 전사들 

하늘 모신 고산바다 

밤 뱃길로 

자유혼을 실어보내며 

삼백초 하얀 꽃잎에 

하얀 몸을 싣는다 

 

아무도 모르게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 온 

삼백초 꽃길 따라 

이곳으로 

돌아오고야 말 

전사를 지키며 

지금도 

한 번쯤은 보란 듯이 

피어나고야 말 

한울산 전사의 꽃 

삼백초 꽃길 따라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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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미약산에 주둔했던 

토벌대의 기습작전 

1949년 9월부터 

보급망은 차단된다 

 

전사들의 운명 

벅찬 운명을  

약모밀 꽃잎에 건다 

 

산으로 산으로 

산으로 오르던 

6월의 

7월의 

전사들 

발걸음 

오늘도 지키고 있나니 

토평리에서도 

만발하게 피어나는 

약모밀 꽃잎은

118

32 ・ 약모밀꽃 

 

 

인정오름 가는 길 

선내골에 

약모밀꽃 

곱게 

피어 

 

산으로 산으로 

산으로 오르던 

6월에도  

7월에도 

배고픈 

이름 모를 전사들 

한울산 전사들 

파르르 

떠는  

꽃잎에 

곤한 몸 

잠시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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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조롱당하고 있다 

싸하게 퍼지던 전사들 

산을 

한울산을 매운다 

박하꽃 향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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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박하꽃 향기 

 

 

모슬포 쪽에서 달려든 토벌대 

무차별 사격 

검붉은 총구가 

외삼촌을 쓰러뜨리던 

마당 한 구석에 

박하꽃 하얗게 피어 있구나 

 

한 발의 총알로 

이 세상을 하직한 숙모님 

풀지 못한 원한 깊은 

동광리 온 마을에 

박하꽃 향기 그득 차 넘친다 

한울산 전사들 체온과 함께 

 

사촌 동생의 머리를 향해 

날아 들던 

총탄은 

총성은  

박하꽃 잎새 위에서 

점 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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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바람이 되어 

다시 일어나는 

서광리  

섬사람들 

 

대꽃이 피면 

죽창든 전사들 

일어선다 

예리한 승리를 위하여 

U.S.A의 침략을 넘어 

영합의 사슬을 넘어

122

34 ・ 대꽃이 피면 

 

 

할머니 따라 몸 숨기던 

곳 

대나무 숲 

 

호루라기 소리에  

가슴 철렁 철렁 

땅도 울리고 

 

숨 죽여도 숨 죽여도 

가슴 쿵당 쿵당 

불바다가 되어버린 

옛터에는 

대순이 솟아나고 

 

칠성판도 없이 

한 구덩이에 함께 묻혀야 하는 

주인 없는 혼령들 

대나무 잎사귀 사이로 

다시 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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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홀아비꽃 전사들이 

꽃대를 세워 

삼백예순 날 

칼은 칼에게 대항하고 

총은 총에게 항전한다 

음모는 음모에게 

전략은 전략에게 

항쟁을 선포한다 

 

홀아비꽃 전사들이 

꽃대를 세워 

제국 앞에서 

분단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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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 홀아비꽃 

 

 

들오름 동굴에서 

당오름 기슬에서 

다랑쉬 동굴에서 

남송악 들녘에서 

수수악 들궤에서 

해저문 밤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울산 쪽으로 더 깊숙이 

더 올라가자 주장하던 

떨리는 전사들의 숨소리 

쟁쟁히 들려오는 목소리 

마전동에 

홀아비꽃 꽃대를 세워 

피어난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삼백예순 날 

홀아비꽃 전사들은 

원한을 갈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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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그 길 위에 가득 넘치던 

 

양민의 숨결들 

거칠게 일렁이고 있나니 

한울산 전사들 

거친 숨결이 

소귀낭꽃 핀 자리마다

126

36 ・ 소귀낭꽃 

 

 

깃대에 하얀 헝겊 달아메고 

꺾인 발걸음으로 

산을 내리고 

곶을 내리고 

 

저 큰 길 한복판을 

마음껏 활보하고 

대낮에 

한 번만 걸어볼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던 

섬사람들 

 

화순리 큰 길에 피어나는 

소귀낭 꽃잎이 유난히도 

곱구나 

오늘은 

 

가슴 떨리던 

칼의 세월 흘러가도 

백기 들고 하산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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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던 

사뿐한 발걸음 

먼저 피어난다 

한울산 전사들 

표고버섯 

몸뚱이 만큼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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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표고버섯 

 

 

해발 1,362미터 

볼레오름을 지나 

영실 기암 절벽 

한 대오름 숲 속에서 

피어나는 

표고버섯 몸뚱이에는 

아직도 

겨울산으로 몸 피신하던 

전사들 체온 따사히 

감돌고 

 

전사들 체온 

오름 아래로 마구 내리고 

마을 아래로 마구 내리고 

밥상 앞으로 마구 내리고 

표고버섯 몸둥이로 

마구 내리고 

 

겨울 산 한울산으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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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서귀리 수용소 앞뜰에는 

과꽃이  

피어나고 

 

적탄에 숨져 간 

전사들 지친 얼굴들 

다시 

피어나고 

과꽃이 

피어나듯 

 

한울산 전사들 

전사들 

피어나고 

4・3 꽃 

과꽃이 피어나듯

130

38 ・ 과꽃 

 

 

서귀리 수용소 앞뜰에는 

과꽃이  

피어나더니 

피눈물 흘리며 

 

핀다 

수용소 뜰 안에는 

토벌대 쏘아댄 총탄에 

쓰러져 간 

전사들 시체가 

과꽃이 피어나듯 

피눈물 뿌리며 

 

적군의 이름은 영예롭고 

빼앗긴 조국 땅에서 

전사들의 피가 저주스럽게 

기록되어 온 

짓밟힌 영토 위에서 

반역의 역사 위에서 

화산의 섬 남쪽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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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제국의 침략 

총과 칼 앞에서 

거름이 되어 영예로운 

전사들 음성 

승리의 노래로 

퍼져나간다 

참대나무 푸르름으로

132

39 ・ 참대나무 

 

 

수산봉에서 피어 오르던 

봉화 불꽃은 

일어서는 신호이더니 

 

참대나무 숲 속에서 

숨 죽이며 

한 몸 곱게 지켜 온 

4월의  

전사들 

봄 

참대나무 

싱그런 잎사귀 펴고 

피어난다 

 

조국의 명령대로 

숨져간 

한울산 전사들 

피어난다 

참대나무 푸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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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장대비를 맞는다 

솔새꽃이 

비를 맞는다 

 

전사들의 행로는 

보랏빛으로 

하늘 하늘  

날개를 편다 

무한히 

솔새꽃 피는 이 계절에도 

산에 

산에 

한울산에 피는 꽃 

 

4・3 솔새꽃

134

40 ・ 솔새꽃 

 

 

봉화에  

불을 붙인다 

주루동 

한울산 전사들 

손 떨린다 

 

파군봉에서 다시 피어나는 

봉화는 

전사의 길을 안내한다 

 

풍경소리 고요한 절간을 지나 

아낙네들 

양식 나르던 

숲길을 따라 

솔새꽃은 물결치며 

피어난다 

 

곧은 꽃대 

한울산 전사들 정한 의지대로 

곧게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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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여인들의 따슨 손길이 되어 

가슴을 열고 

피어난다 

조개풀 꽃잎은 

 

이름 없이 죽어간 

한울산 전사들 

사랑으로 

피어난다 

조개풀 꽃길 따라 

흙이 되어 

거름이 되어

136

41 ・ 조개풀 꽃 

 

 

고내봉에 봉화가 타오르면 

한울산 숲길은 안전하다 

 

늦은 밤 별자리 따라 

조개풀 꽃은 새벽을 열고 

숨소리를 죽이며 

식량을 나르던 

아낙네들 가느다란 손길 

해방의 전선을 지킨다 

 

목이 긴 조개풀 꽃줄기에 

묻어나는 

여인들의 사랑 

전사들에게 힘찬 용기가 된다 

 

그 때 다시 피어나는 꽃잎은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숨져간 

전사들의 싸늘한 시체를 덮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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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결국 구랭이가 죽게 되는 것이지 

죽는 자는 살고 

살려는 자는 죽는다는 이치지 

 

한 알 한 알 

헤어질 때 그때에 

청보리밭 고랑마다 

햇살은 듬뿍 들어와 넘치고 

연약한 보리잎사귀일지라도 

잎은 거기에서 

넘치는 조국하늘을 

열어 놓으리니 

 

푸르르게 

푸르르게 

 

넘치는 조국 하늘을 

보리밭에

138

42 ・ 보리밭 

 

 

보리이삭 패어가는 

중산간 마을 

마을에서는 

거친 죽창 솟아난다 

숨죽인 

섬사람들의 행로를 따라 

 

인민위원회 

산군들 

민애청 

한울산 전사들 

청보리빛 결의 

주먹을 쥔다 

 

맹마구리 사회를 위해서는 

새끼 벤 맹마구리 자신이 

구랭이 입 속으로 탁 덤벼들어야 

그때  

구랭이는 새끼 벤 맹마구리를 

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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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깃발 

피 묻은 깃발로 피어나는 

4・3 꽃이여 

 

사랑하는 님의 길을 

기어코 가아고야 말 

산에 산에 

한울산에 피는 꽃이여! 

한울산에 묻힌 님이여! 

님 그리며 살아가는 

여인들의 꽃 

4・3 꽃이여! 

타는 핏빛 협죽도! 

 

타는 핏빛 협죽도 

4・3 꽃이여!

140

43 ・ 협죽도 

 

 

총탄을 곱게 받아 

칼끝을 곱게 받아 

쓰러지며 품은 결의 

타는  

핏빛으로 

피어나고 

 

관덕정 광장 돌며 

왓샤 

왓샤 

검은 개를 쫓아내고 

노랑 개를 물리치며 

시체 넘어 

시체 넘어 

전사들 쏟아 놓은 

피 타는 핏빛 꽃이여 

 

하늬바람 몸으로 막고 

청보리밭 이랑 고랑에서 

휘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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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내 하늘 

내 나라 

내 이웃 

지키는 전사가 되어 

 

여기에도 죽은 사람 

저기에도 죽은 사람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였구나 

총으로 칼로 대포로 수류탄으로 

물고문 전기고문 난타로 죽였구나 

여기에도 죽은 사람 

저기에도 죽은 사람 

 

흙붉은오름 이 골짝 저 골짝에서 

피어나는 

키 작은 진달래꽃 

피를 먹고 

살을 먹고 

피어나는구나 

신음소리 타고 피어나는구나 

142

44 ・ 진달래꽃 

 

 

흙붉은오름에 비 내린다 

2월에 돋아나는 

키 작은 진달래꽃 

전사들 굳은 의지 

품고 일어난다 

하늘 먹은 빛깔이다 

땅을  

모신 자태이다 

 

토벌대장 함병선이 

거처하고 있는 

눈오름장에는 

피의 살육 

피바다다 

 

2월 추위 이겨내며 

기어코 피어난다 

흙붉은오름 진달래꽃 

 

내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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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한울산 전사들 

몸의 공화국 신성한 역사를 

꽃 피우는구나 

키 작은 진달래 꽃길 따라 

4・3 전사들 

한울산에 피는 꽃 

진달래꽃

144

 

4월  

한울산 허리 

이 골짝 저 골짝에서 

키 작은 진달래가 

섬사람들 한을 먹고 

피어나는구나 

한울산 전사들 키만큼씩 

얼굴 모습 그대로 피어나는구나 

 

전사들 체온 품고 

피어나는 구나 

키 작은 진달래꽃 

피를 먹고 

살을 먹고 

성큼 성큼 피어나는구나 

그리운 사람들 그리며 

전사를 그리며 

새날을 여는구나 

조국의 새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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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원한의 세월 

온 몸에 받고 

다시 격전지에서 

한 마음으로 살아 온 

어음리 사람들의 꽃 

하얀 어겅퀴 

돌담 따라 

피어난다 

한울산 전사들 한을 품고 

칼을 품고

146

45 ・ 엉겅퀴 

 

 

산물내 선더리궤 

빌레못 굴에서 

샛별오름 괴오름 

왕이매에서 

다래오름 발이오름에서 

 

몸  

피신하다가 

 

고운 살 흙이 되었고 

더운 피 기름이 되어 

밤마다 별을 노래하며 

날마다 해를 받아안고 

자주를 

해방을 

마중하는 하얀 엉겅퀴 

4・3 꽃은 피어난다 

다시 격전지에서 

 

굽이 굽이 넘겨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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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멀리 한울산 꼭대기 

흰눈을 바라보면 

살아나는 

피 먹은 4・3 꽃 

붉게 피는 동백꽃 

섬사람들의 발자취 

역사의 

피의 역사의 

 

흰눈 위에 

붉게 뿌려진 

섬 사람들 

죄 없는 피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활짝 피어나는 

붉게 핀 동백꽃 

피 묻은 4・3 꽃 

전사들의 하얀 넋 

동백꽃

148

46 ・ 동백꽃 

 

 

피 먹은 꽃이여! 

전사들은 꽃섬에서 

다시 피어나고 

 

흙붉은오름에서 쓰러져간 

이름 모른 사람들 

겨울산  

한울산 

붉게 피는 동백꽃으로 

핀다 

다시 격전지에서 

 

자취없이 죽어 간 

전사들 붉은 넋은 

피처럼 솟아나고 

피처럼 솟아나고 

 

동백꽃 피는 계절에 

피처럼 

솟아난다 

붉게 핀 4・3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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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지는 아카시아 꽃잎 사이로 

산  

한울산 

전사들의 산은 

아련히  

그리웁다 

 

다시 격전지에서

150

47 ・ 아카시아 꽃잎 

 

 

토벌대의 총부리보다 

영환의 손가락질이 더 무섭다고 

노형리 사람들은 

치를 떤다 

 

초봄에 피어나는 

아카시아 새하얀 꽃잎으로 

핏물을 덮는다 

 

피 먹은 땅에서는 

하얗게 새하얗게 

꽃은 피어나고 

꽃잎은 떨어지고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전사들은 청춘을 

하얗게  

아카시아 꽃잎으로 

조국 땅에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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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토끼풀은 방어를 배우며 

바람 앞에서 총탄 앞에서 

다시 격전지에서 

토끼풀 한 포기가 

죽어간 영혼을 부르며 

아무도 들어서지 않은 

무너진 돌담 아래서 

겨울 해를 만나고 

 

피 터지는 

외할머니 관통상을 아파하면서 

4・3은 항쟁이고 

학살의 총칼은 

제국의 음모임을 배운다 

 

4・3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일어서라고 

토끼풀 꽃처럼 

날아가라고 

하늘로 

152

48 ・ 토끼풀 한 포기 

 

 

군경은 

‘명예스럽게’라고 하며 

원동마을 주민들을 

살해하고 나서 

산사람들 내려오면 

‘죽여라’고 

명령을 내린다 

원동마을 

목숨 묶인 섬사람들에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군경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바로 그 자리에는 

토끼풀 한 포기 

샛별오름 바라보며 

푸르름을 지킨다 

겨울바람 이겨낼 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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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49 ・ 개나리꽃 

 

 

토성을 바라보면 알리라 

한울산 허리를 바라보면 알리라 

남편도 잡혀가고 

아내도 잡혀가고 

그냥 총살시켜버린 거라 

 

토성을 낀 우물가엔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4월의 피를 피워내며 

5월의 피를 피워내며 

고성리 

섬사람들 억울한 죽음을 

피워내며 

 

4월의 역사를 피워내며 

노오랗게 

오늘도 피어나고 

내일도 피어난다 

154

이어도 산아 내 땅으로 

자유의 땅으로 날아가라고 

자유의 땅으로 날아가라고 

외치고 있나니 

토끼풀 전사들은 

 

학살의 총칼을 

넘어서 날아가라고 

몸 

은 

지시하고 있나니 

 

토끼풀 한 포기가 

원동마을 

무너진 돌담 아래서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피어나고 있나니 

날아가고 있나니 

자유의 영토에서 

해방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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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50 ・ 잔풀꽃 

 

 

언제 어디에서 죽었느냐 

묻지 마세요 

어떻게 죽었느냐고도 

묻지 마세요 

 

들녘에 피어난 

잔풀꽃을 보세요 

누가 베어갔는지 모르지 않아요 

언제 꺾어갔는지 모르지 않아요 

 

곧게 서 피어나는 

잔풀꽃은 

동귀리에서 마지막까지 

한울산을 지키는 

전사들의 일어섬이지요 

 

곧게 곧게 

들녘 가득 

잔풀꽃* 꽃대를 세워 

피고 지고 

156

개나리꽃 

 

4・3 꽃들 

 

우물가에서도 

돌담 아래서도 

섬사람들 

시린 가슴 돋아나는 

봄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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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51 ・ 네가래물풀꽃 

 

 

새봄을 준비하는가 보다 

허연 연기 날리며 

초겨울부터 밭불이 탄다 

 

밭 주인 할머니는 

눈 비비며 

한울산만 바라본다 

아무런 말도 없이 

 

불 태워도 연기 솟지 않는 

맹개낭을 찾아야 한다던 

샛아들 음성이 먼 귀를 때린다 

 

조심스레 조심스레 

긴 긴 겨울길을 걸으며 

인내를 배우던 

네가래 담갈색 물풀 꽃잎 

바람결에 흔들린다 

예리한 창끝을 매만지던 

그을린 얼굴들 

158

피고 지고 

 

묻지 마세요 

한울산 전사들 

죽어간 까닭을 

꽃은 함께 

피어나는걸요 

 

잔풀꽃을 보세요 

4・3 꽃 

한울산 

전사들을 보세요

*잔풀꽃-한자로 ‘망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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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52 ・ 자운영 꽃무리 

 

 

여자들 임신허영 

아이 낳게 된 사람도 

자기네 눈에 걸렸다 허믄 

이건 완전히… 

 

나무에 거꾸로 매달앙 

폭도 세끼라고 죽였주 

죽였어 

 

개가죽나무 질긴 가지마다 

피 묻은 자욱이 

돋아나고 

바람부는 날이었주 

남편 

산에 갔다 죽여 죽여 

자술서 쓰라 죽여 죽여 

아들 도피했다 죽여 죽여 

현장에서 붙잡히면 죽여 죽여 

밥 내놔라 죽여 술 내놔라 죽여 

딸 내놔라 죽여 누이 내놔라 죽여 

160

섬사람들을 기다리며 

할머니는 가슴 설레인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덤불에 불을 놓고 

타는 산 

한울산을 바라본다 

오름마다 타오르던 

봉화가 타오른다 

 

네가래물풀 

꽃잎 위에 걸려있는 

발자욱 소리 거친 숨소리 

쟁쟁히 들려온다 

 

밭불이 타오른다 

덤불이 타오른다 

산불이 타오른다 

봉화가 타오른다 

산 

한울산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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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53 ・ 억새풀 

 

 

「동무야 동무야 앞으로 나아갑시다 

빛겨레 정기 타고 나온 우리 어린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시다 

복된 목숨 길이 품고 뛰어 노는 날 

오늘이 우리 어린이날 

동무야 동무야 앞으로 나아갑시다」 

 

하귀리 파군봉 항파두리 

토성을 넘어 

산을 한울산을 쟁쟁히 

울린다 

노래는 

 

적탄에 죽어 간 전사들 

쟁쟁히 되살아난다 

억새풀 잎새 위로 

죽어 간 얼굴들 환하게 떠오르고 

죽어 간 이름들 또렷이 불려진다 

 

억새풀은 빗발에 곧게 솟는다 

162

1948년 11월 10일 음력 

산으로 몸 숨긴 사람들 

이름이 앙칼지게 불려지면 

팡팡팡 쓰러져 간 

개물  

빙애기동산 아랫밭에는 

자운영 꽃무리가 

꽃밭을 이룬다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핏빝 무리져 일어나는 

자운영 꽃무리가 

몸을 온 몸을 일으켜 

 

동지야 잘 가거라 

원한의 길을 

전사는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자운영 꽃무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개물 

빙애기동산 아랫밭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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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54 ・ 딱지풀꽃 

 

 

물질하러 가던 북촌리 처녀가 

경찰이 쏜 총탄에 쓰러졌다 

동네 민심은 

저들에게 등을 돌리고 

낫과 호미를 간다 

 

쓰러지며 허우적 거리던 

섬사람들 처녀들은 

남에게로 곱게 다듬은 

몸을 풀어 

딱지꽃으로 피어나고 

제주 바다 가득 메운 

한숨 짓는 처녀 가슴 

푸른 물결 위로 넘실거린다 

총에 맞은 동네 처녀 가슴 

푸른 물결 위로 넘실거린다 

총에 맞은 동네 처녀 

겁탈 당한 동네 처녀 

섬나라 처녀들은 

딱지꽃으로 피어나고 

164

억새풀은 바람에 거칠어 진다 

 

‘남에게 빚도 지지 말자 

우리 땅을 우리가 지키자 

우리대로 생산하고 우리대로 살자’ 

 

바람에 비꺽이며 

애타게 그리던 

우리 땅 해방을 노래 부른다 

억새풀꽃 

한울산 전사들 

4・3 꽃들 

제주섬 

새갈마노* 들녘 마다에서

*새갈마노-동서남북(東西南北)의 순 우리말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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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피어난다 

딱지꽃 영혼들 

 

탕 탕 탕 쏟아지는 총탄 

살육의 땅 

공포를 부추기는 

계엄의 땅 제주도 

섬나라에 공포의 계절에 

피어난다 노오랗게 

딱지꽃 꽃길 따라 

전사들은 피어난다 

 

딱지꽃 꽃길 따라 

피어난다 

전사들 

4・3 꽃들 

다시 격전지에서

166

제주 바다 거친 물결에 

몸 

꽃잎 씻어낸다 

 

총탄 넘어 

겁탈 넘어 

파도 넘어 

 

1948년 12월 19일 

탕 탕 탕  

쏟아져 내리는 살육의 총탄 

피를 부른다 살을 부른다 

북촌 아이들 배움터 

교정에서 

섬섬히 쓰러져 간 

딱지꽃 영혼들 

섬사람들 4・3 전사들 

구멍 뚫린 가슴팍에서 

피어난다 

찢긴 가슴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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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섬나라 

섬사람들 

세워야 할 집 

몸의 공화국을 건설코자 

 

산으로 산으로 

4・3의 꽃전사로 

갯매꽃 꽃전사로 

해방춤 

방긋 방긋 

해방춤을 춘다 춤을 춘다

168

55 ・ 갯매꽃 

 

 

수배당한 김한정*은 

이곳 저곳에서 

숨어 살다 

세상 뜨니 

이 마을 저 마을 인민위원들 

대포리에 모여들어 

해방굿 한 판으로 

원혼 

달랜다 

 

구천의 원혼들 

웃음 피어나는 갯매꽃 

꽃잎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 

길동무로 

산동무로 

꽃향기를 발한다 

 

오는 길 가는 길에  

갯매꽃은 웃음 짓고 

*김한정은 당시 제주도 인민위원회 치안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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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아라리 벌에 무리지어 

솟아나는 

고사리 전사들 

섬사람들 

팍 트인 세상 

제주 바다 

이어도 산아 

해방의 나라를 향하여 

솟아난다 

아침 해를 온 몸에 받고 

 

저마다 한 사람씩 

죽창으로 솟아난다 

고사리 무리지어 솟아난다 

섬사람들 한울산 전사들 

4・3의 꽃전사들 

 

하나된 조국 땅에서 

피어나야 한다 

4・3의 꽃전사들 

고사리 무리지어

170

56 ・ 고사리 무리지어 

 

 

호송차에 

묶인 채 열다섯 씩 열다섯 씩 

실려간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곳으로 

 

아라리 벌에는 

6월 하늘 듬뿍 들어선 

아라리 벌에는 

 

조국을 지키려는 

섬사람들 

산사람들 

한울산 전사들 

고운 뜻 

고사리 무리로 솟아오르고 

고사리 이파리에 응어리져 내리는 

전사들의 마지막 발걸음 

뒤돌아 볼 겨를이 없다 

 

조국은 독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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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이미 흙이 된 영혼들 

 

제주 바다 해녀들 

긴 호흡 타고 살아난다 

뱀탈꽃 영토에서 

섬 

제주섬에서 

 

총에 칼에 구멍 뚫린 

그 자리에서 

4・3의 꽃전사들 

넋은 피어난다 

다시 격전지에서 

칼바람에 할퀸 뱀탈꽃 피멍울 

붉게 타는 열정으로 

 

한울산 전사들 

뱀탈꽃 

4・3의 꽃전사들 

다시 격전지에서 

피어난다

172

57 ・ 뱀탈꽃 

 

 

1920년에 1930년에 

일제에 항거하다가 

1945년에 1949년에 

U.S.A제에 항거하다가 

산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죽어 간 전사들 

살아난다 

함덕 땅 할망 하르방 

식은 가슴팍에서 

 

수줍은 듯 벌어지는 

뱀탈꽃 잎사귀 

작은 영토에서 

4・3의 꽃전사들 

일어난다 

함덕 땅 할망 하르방 

손바닥 발바닥에서 

서우봉 기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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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이 땅 위에서 

살해의 도구가 되어도 

살육의 기계가 되어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 

웃을 수 있는 사람들 

 

제비꽃은 소리 없이 

증언하리라 

심판하리라 

 

무거운 안경을 낀 

전사의 맑은 눈동자 

듬뿍 

들어와 박힌 

제비꽃 잎사귀들 

아침 태양 아래서 

십자형틀에 매달린 

시체를 끌어 안고 

한울산 4・3의 꽃전사들 

174

58 ・ 제비꽃 

 

 

소리 없이 피었어라 

보랏빛 제비꽃이 

 

이덕구 

 

십자형으로 

관덕정 

경찰서 정문 앞 

돌비석에 

결박 당한 채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 태양 

태양을 안고 섰던 

그 자리에 

 

긴 칼 차고 지나는 경찰들 

큰 총 메고 지나는 병사들 

밀고 후 입 닦고 사는 사람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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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59 ・ 이질풀꽃 

 

 

남자란 남자 씨는 다 

죽었다 

태흥리 

이장 할 사람 없어 

타관 사람 빌어서 

이장 노릇 대신 시키고 

생전 처음 여자 이장 낳게 한 

섬  

이 땅 위에서 

4・3 꽃 

이질풀은 

꽃잎을 편다 

 

한을 품고 

아픔 품고 

베어도 베어도 

솟아나는 이질풀 

꽃섶을 편다 

 

태흥리 마을 가득 

176

끌어안고 

피 묻은 전사의 깃발 앞으로 

산  

피 붇은 한울산을 

세우고 있나니 

 

4・3 꽃 

제비꽃은  

소리 없이 

파문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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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60 ・ 무우꽃 

 

 

국민학교 교정은 

고문의 땅 

 

교정 가득 들어선 

마을 사람들 

눈 감으라 명령은 내려지고 

무서움에 

눈이 절로 열리면 

눈이 절로 열린 사람들은 

몽땅 

빨갱이가 된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시리 백사장은 

처형장이 되고 

신음하고 절규하던 

섬사람들 

전사들의 마지막 숨소리 

무꽃 흑자색 

꽃빛깔로 

178

복음처럼 피어나 

한울산  

전사들 

외로운 해방길에 

이정표가 된다 

 

살해의 제국 U.S.A 군대를 

부끄럽게 한다 

죽임의 도구 이승만 무리를 

부끄럽게 한다 

4・3 꽃 

이질풀 꽃잎을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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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61 ・ 개불알꽃 

 

 

자운당 솔밭 아래로 

피어난 

개불알꽃 

우뚝 고내오름 바라보며 

바람에 꽃잎 나부낀다 

 

사형터 아래로 

피 먹은 개불알꽃 

전사들의 하얀 마음 

토해낸다 

 

무죄한 양민의 피가 

거름이 되고 

반역의 시대를 이기고 

아픔을 웃음으로 

꽃피운다 

 

군용차는 묶인 사람들을 나르고 

같은 이웃들을 향해 

총을 겨냥하고 

180

피어난다 

 

처형장에는 눈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4・3 꽃 

무우꽃이 피어나고 

섬사람들 사랑이 피어나고 

산 

한울산 

전사들 희망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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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개불알꽃 꽃향기는 

산 

한울산에 넘치고 

살육의 총칼을 넘어 

죽임의 사슬을 넘어 

살해의 장벽을 넘어 

넘어 

제국의 총포를 

제국의 음모를 

제국의 전략을  

분쇄한다 

보랏빛 꽃향기로 

 

전사들의 꽃 

섬  

섬사람들의 땅에서 피고 지는 

4・3 꽃 

개불알꽃 

전사들 하얀 마음 

보랏빛 꽃향기 

182

마구 쏘아대던 자들 

피 토하며 쓰러진 동네 사람들에게 

발길질 하던 자들 

다시 확인 사살을 자행하던 자들 

 

그 만행 그 야만 

모두 이겨내면서 

북풍에 맨가슴 내놓은 채 

뽀오얗게 피어나는 

전사들 하얀 마음 

개불알꽃 하얀 꽃잎들 

 

눈부시게 빛나는 

4・3 꽃 

한울산 전사들의 꽃 

개불알꽃 

잘도 피워내는구나 

토해내는구나 

전사들의 하얀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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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62 ・ 민들레 꽃씨 

 

 

대구 형무소에서 

부산으로 

부산 형무소에서 

마산으로 

마산 형무소에서 

진주로 

진주 형무소에서 

제주로 

민들레 

꽃씨처럼 날아다니며 

자유의 땅을 

해방의 땅을 

찾아 

한울산 전사들 

그 때 그 뜻 

섬에  

소복하게 들어서 있는 

184

토해내는구나 

 

산 가득 섬 가득 

들 가득 길 가득 

집 가득 밭 가득 

재 가득 물 가득 

바다 하늘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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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63 ・ 금잔디 

 

 

사라봉 양지 바른 봄밭에 

4월이 오면 

바닷바람 맞으며 

금잔디 솟아난다 

 

자기가 파놓은 

구덩이로 쓰러지며 

어미를 부른다 

아들을 부른다 

아내를 부른다 

 

금잔디 풀잎은 하늘입니다 

 

전사들의 우주로 모시고 

살과 뼈를 모시고 

솟아나는 

총칼을 넘어 

제국을 넘어 

 

여자 남자 한 줄로 세워 

186

민들레 꽃씨는 

전사들의 날개 

 

산에 들에 봄이 오면 

길가 모퉁이 

빈 땅에서 

하아얗게, 노오랗게 피어난다 

도고내 가는 길가에서도 

 

민들레 꽃 

한울산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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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64 ・ 쑥잎 

 

 

동척회사 주정공장 

수용소 옛 터에는 

쑥잎이 바람에 스치운다 

 

바다로 실려가 

첨벙 첨벙 

바다 속으로 던져 내버려진 

섬사람들 

마지막 숨소리 

 

쑥물같은 사랑 

쑥대같은 의지 

솟구치던 

1948년 4월의 호흡 

쑥향은 

온 천지로 퍼져간다 

 

해방의 날개 호흡하며 

봄부터 가을 초겨울까지 

쑥잎은 의연히 

188

웅덩이 속에 몰아 넣는다 

탕 탕 탕 총탄은 날아들고 

가으니 마루 사형터에는 

제국도 U.S.A도 

지배도 학살도 

범접할 수 없는 

다시는 죽일 수 없는 

파아란 금잔디 새싹이 

돋아난다 

한울산 들녘에 

봄이 오면 

 

금잔디 풀잎은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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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65 ・ 들국화 

 

 

상귀리 길가에는 

들국화가 활짝 피었다 

 

하귀 동귀 한울산 전사들 

산을 오를 때 

밟고 가던 비탈진 길가마다 

들국화는 활짝 피었다 

갯바람에 

알몸둥이 통째로 흔들거리며 

 

‘선거는 치러져서는 안된다 

 5・10선거로 세워진 정부는 

 우리 정부가 아니다 

 우리 정부가 아니니까 선거할 수 없다’ 

 

들국화 살랑거리며 피어나는 

들꽃 세상 속에서 

민주애국 청년동맹 대원들 

울부짖던 몸짓들 

일어선다 

190

하늘을 지키며 살아간다 

 

전사들은 날쑥을 갈아 

상처난 몸에  

쑥물을 드리운다 

 

산지항 뱃고동이 

마지막 사형판결이던 

수용소 옛 터에는 

쑥잎이 바람에 

제주 바닷바람에 

알몸을 드러내고 

 

전사는  

쑥잎을 뜯는다 

다시 격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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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66 ・ 하얀 띠꽃길 

 

 

몸 숨겨 비를 피하고 

바람 피하다 

적탄에 쓰러진 한울산 전사들 

섬사람들 뼈가 묻힌 

무수냇가 궤 

붉은덩어리 곰 궤 

광령리 들녘에는 

띠꽃 새하얗게 

피어난다 

훤히 트인 

한울산을 바라보며 

사랑을 맹세하는 

 

광령리 들녘에서 

새하얗게 피어나는 

5・10선거 거부투쟁 

결의에 찬 얼굴들 

섬사람들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데 

 

192

새 조국 건설의 기둥이 된다 

 

역사 앞에서 

민주주의 

조국해방 

노래하는 4・3 꽃 들국화 꽃잎에 

전사들 거친 얼굴들 

가로 세로 엉켜 피어나고 

꽃향기 

산 한울산 들녘마다 넘쳐 넘친다 

 

비탈진 길가마다 

피어나는 

들국화 

4・3 꽃 전사들 

섬을 덮는다 

꽃섬이 된다 

그윽한 꽃향기 한껏 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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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67 ・ 질경이 

 

 

강우백은 동진을 

이재수는 서진을 

사수하던  

대정리에서 

한울산 전사들 죽창을 세운다 

다시 격전지에서 

 

머리띠 두르고 

봉기한다 

4・3을 봉기한다 

질경이를 밟으며 

 

전사들의 살을 먹고 

뼈를 먹고 자라 온 

해방의 푸른 의지 

굳게 지켜 온 

투쟁  

밟혀 밟히우며 피어나는 

전사들 

4・3 꽃 

194

하나 둘 무겁게 발을 옮겨 

싸움터로 향하는 

광령리 들녘 

들길은  

띠꽃 잎사귀 위에서 

환히 빛난다 

 

4・3 꽃 전사들 

띠꽃길 걸으며 

들길을 걸으며 

새날을 밝힌다 

새 땅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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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68 ・ 만수국 

 

 

잔잔히 

갯바람 분다 

적군의 가슴을 응시한다 

전사들의 눈빛 곱게 빛나는 

망월리 초가 담장 너머로 

만수국 

노오랗게 꽃대 세워 

죽창 닮은 모습으로 

누리를 지킨다 

 

- 어머니, 이제 날이 밝아 옵니다 

- 새날, 새날을 위해서 싸워야 합니다 

 

산으로 떠나던 

외아들 

마지막 숨소리 

쟁쟁이 들린다 

담장 안 

외아들의 키 만큼씩 쑥쑥 자란 

죽창 세운 만수국이 

196

질경이 

질경이를 밟으며 

전사들은 

산을  

한울산을 오르고 

섬을  

제주섬을 오른다 

 

섬사람들 

질긴 역사를 밟는다 

4・3 꽃 

질경이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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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69 ・ 나팔꽃 

 

 

피 붇은 협재 모래밭 

솔가지 아래 구덩이 속에서 

소리 없이 

죽어 간 

넋들 

4・3 꽃 

나팔꽃으로 피어난다 

 

밤길  

보리 서말 등에 지고 

밤산을 오르던 

아내의 가쁜 호흡 

잔잔히  

제주 바다 위로 

하얀 물결 타도 

퍼진다 

 

‘이번 선거를 

 막지 못하면 

 조국은  

198

꼿꼿이 

우리를 지킨다 

 

죽창이 되어 

전사의 죽창이 되어 

 

산 

한울산을 지킨다 

 

섬  

제주섬을 지킨다 

 

몸  

우리의 몸을 지킨다 

 

어머니 아버지 누님 누이를 

형님 아우 삼촌 사촌 동네 

어린네의 우주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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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70 ・ 강낭콩 

 

 

원당봉 아래로 내리는 

곱디 고운 햇살 

비수 품은 

한울산 전사들 

뜨건 가슴 녹인다 

 

송악 열매로 대총을 만들던 

고사리 손끝마다 

봉화는 타오르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전사들의 손과 발 키워 낸 

신촌리 사람들 

 

불타버린 집 터 

허물어진 울타리 돌담 위에서 

전사들 겨우살이 아픔으로 탄다 

이 한 몸 강낭콩 꽃빛깔로 탄다 

 

4・3 꽃 

강낭콩 꽃불로 탄다

200

 다시 식민지가 되는 거우다’ 

 

아침 햇살 아래 

나팔꽃은 

온 몸을 걸고 

몸의 공화국 

몸의 땅을 지키고 

성조기를 포위하며 

전사의 길 

꽃 피우고 있나니 

 

계속되는 4・3을  

완성하기 위하여 

조국을  

완성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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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섬사람들 

애를 태운다 

 

메마른 대지 위에 

지친 발자욱들 

아픔을 태운다 

탄다 

발풀고사리 

들녘에 탄다 

 

1948년 무자 

4월3일 새벽 

봉화가 탄다 

전사가 탄다 

죽창이 탄다 

온몸이 탄다 

 

산  

한울산이 탄다 

한울산 전사가 탄다 

발풀고사리가 탄다

202

71 ・ 발풀고사리 

 

 

맨돈지를 지나 

붉은오름 바라보며 

봉아오름에 내린다 

희뿌연 안개가 

내린다 

안생이오름으로 

발생이오름으로 

 

거친오름으로 향하던 

전사들의 발길 

고요 속에 묻혀가던 

봉개 들녘 돌담가에서 

발풀고사리 타는 

 

가슴은 

 

다갈색으로 

적갈색으로 

산을 태운다 

섬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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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전사의 길을 간다 

 

전사의 몸을 산다 

다시 격전지에서 

 

한락선 허리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제국의 전략 앞에서 

섬사람들 서러운 눈물을 머금고 

한의 

칼을 품고 

눈보라를 타고 온다 

 

한울산 전사들 

따슨 체온으로 온다 

4・3 꽃 

개승마 꽃대는 이정표가 된다 

전사의 길 인도하는 

해방의 길 안내하는

204

72 ・ 개승마 꽃대 

 

 

쌀손장오리 

물장울 

불칸디오름 

어후오름 

돌섶 위에는 

긴긴 한숨 베어 있다 

 

황백색 한울산 개승마 꽃대는 

마치도 겨울나기 전사들의 모습 

 

개승마 꽃대는 

골짜기를 지킨다 

잎은 잎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지킨다 

적들의 음모를 

제국의 침략을 

 

4・3 꽃 

개승마 꽃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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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74 ・ 담쟁이 

 

 

일제가 남겨 놓은 풍향계는 

칼바람의 방향을 지시한다 

 

U.S.A 점령군 병사들의  

살육작전의 명령을 따르는 

경찰과 군병의 총칼은 

섬사람들을 짐승처럼 

난사한다 도려낸다 

 

11월 초하루의 하늘만큼 

담쟁이는 

산지항구 앞 제주 주정공사 

공장의 굴뚝을 타고 오른다 

 

담쟁이 흑갈색 잎떨기 

한울산 전사들 

원한을 태워내고 

돌담따라 뻗어 올라가는 

줄기는 조심 조심 

섬사람들 아픈 상처를 싸맨다 

206

73 ・ 석송의 부동자세 

 

 

곧곧하게 일으켜 세운 

석송의 부동자세가 파아랗게 

창끝이 된다 

 

하늘 가득 넘치는 품성 

자유롭구나 해방이구나 

 

식량을 구하던 

전사의 곧은 길 지킨다 

푸르름으로 영토를 지킨다 

 

거친오름 터진 벌판에서 

4・3 꽃 한울산 전사들 

 

석송의 부동자세로 

 

제국의 바람을 막는다 

영합의 칼바람을 막는다 

 

다시 격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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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75 ・ 구름체꽃 

 

 

샛별오름으로 오르던 

상처난 발걸음 

전사들 밤길에 근육이 된다 

 

숨 죽여 보초 서던 

예리한 응시는 

전사들 단잠을 지켜준다 

 

8월에 피어나는 

구름체꽃 붉은 열정 

오늘도 

전사들 몸 부렸던 자리 

양지바른 들녘에서 

거름이 된다 

생명이 된다 

 

거친 가지 사이로 내리는 

조국의 햇살도 

전사들의 양식이 된다 

우주가 된다 

208

 

큰 추위 오기 전에 장만해야 할 

전사들의 양식을 걱정하면서 

곰곰이 뻗어 올라가는 

4・3 꽃 담쟁이는 

온 몸으로 산을 오른다 

원수와 더불어 싸울 한울산을 오른다 

 

돌담 위에서 

온 힘을 다해 겨울바람 막아내는 

제자리 지키는 담쟁이가 붉은 가슴 드리우고 

벽을 탄다 담을 탄다 집을 산을 탄다 

 

다시 격전지에서 4・3 꽃 담쟁이는 

벽을 탄다 원수의 벽을 탄다 

제국의 벽을 탄다 분단의 벽을 탄다 

오고야 말 새날을 탄다 

피 묻은 동지의 깃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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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한울산 

 

산에는 꽃이 피네 

구름체꽃이 피네 

붉게 피네 

붉은 열정으로 

전사들 꽃길따라 인도하고 

피네  

산에는 한울산에는 

 

홍자색 사랑으로 

산에는 피네 

꽃이 피네 

다시 격전지에서 

꽃이 피네 

구름체꽃 들녘에서

210

 

샛별오름은 전사들의 안식처 

밤낮 없이 

타오르는 불꽃 

일으켜 온 

산 

한울산 

상처난 전사들 신음소리 

스며들던 

산 

한울산 

 

산에는 꽃이 피네 

피네 

피에 젖은 1948년 

4월 들녘 

양지 바른 곳 

보초소마다 

침략의 총성 

아프게 밀어내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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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굽힐 줄 모르는 

속단꽃 꽃봉오리 

더위를 뚫고 

피어난다 

한울산 전사들은 

계곡을 타고 

조국의 아침 햇살에 

당당히 탄다 

피어난다 

몸이 탄다 

온몸이 꽃에 탄다 

 

속단꽃 꽃잎에 스며 

고요히 사그라지는 

7월 

섬사람들은 

거문오름 허리에서 

전사를 부르고 

전사를 일으켜 

조국의 깃발 앞으로 

212

76 ・ 속단꽃 

 

 

칼끝같은 전사들 

가슴은 

불에 탄다 

 

거문오름 숲속은 고요하다 

발소리도 

말소리도 

몸놀림도 

 

창끝같은 전사들 

심장은  

불에 탄다 

 

해방은 자기 길을 넓히는 

총명한 눈동자 앞에서 

봉화불로 피어나는 

속단꽃 꽃봉오리 

첫 맹세로 익어가는 

전사들의 청춘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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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77 ・ 꽃다지 

 

 

어머니 쓰러진 자리에 

붉은 피 흥건히 흐르고 

 

울지 말라 

울지 말라 

우리 모두 이렇게 

총 맞아 죽을 것을 

울지 말라 

울지 말라 

 

칠순 할머니가 

몸 부르르 떨며 중얼거리던 

그 자리엔 

칼날같은  

꽃다지 하늘로 솟아오르고 

U.S.A군 헬기 기총사격에 

벌집이 되어버린 시체 

싸늘하게 쓰러진 

그 자리에는 

전사들 마지막 남겨둔 체온 

214

창끝을 세운다 

 

검은 개 앞에서 

노랑 개 앞에서 

제국의 굴레를 향해 

해방전쟁을 포고한다 

 

속단꽃은 피어난다 

4・3 꽃 

전사들 꽃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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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78 ・ 찔레꽃 

 

 

‘해안부락에서 5키로 떨어진 

 중산간지대를 ‘적성지역’으로 간주 

 토벌을 강화하라’ 

 

U.S.A 점령군은 명령을 발한다 

저들 음모대로 선을 긋는다 

 

- 적성지역 

 

마을의 운명은 

불에 타는 일 

사람들은 총살당하고 

마소는 

물건은 저들의 전리품이 된다 

 

빨갱이 섬사람들 

빨갱이 아들딸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 

 

216

바람에 

하늘솟는다 

 

황색 아픔이 꽃망울을 맺고 

4월에 피어나는 

봉화로 

봉화로 

신흥 어도오름 오르막길 

전사들 마지막 가는 길에 

피어나는 

꽃다지 

 

주인없는 시체들 

무덤없는 뼈들 

이름 알 수 없는 원흔들 

6월에 내리는 햇살 받고 

피어나는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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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제주섬에서 

토벌대의 눈을 피해 

몸 숨기던 거리 

적성지대 

중산간 마을 월림 상명 

들녘에는 

하얀 찔레꽃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4・3 꽃 하얀 찔레꽃 

한울산 전사들이 

U.S.A 점령군 명령을 넘어 

총살과 강탈의 만행을 넘어 

 

피어난다 

다시 격전지에서 

하얀 찔레꽃

218

누이와 오빠 

형님과 누님 

삼촌과 사촌 

섬사람들 빨갱이 

 

침략자는 먼저 밥상을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먼저 생각을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먼저 형제를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먼저 논밭을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먼저 희망을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먼저 미래를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먼저 국토를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먼저 몸을 갈라 놓는다 

드디어 침략자는 

우리의 몸을 갈라 놓는다 

 

침략자는 드디어 

우리의 몸을 마와 노를 

새와 갈로 갈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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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우리는 실거리낭 가시조차 

빼앗긴 적이 있다 

토벌대는 동네를 차단했고 

전사들 발길을 막으려 했다 

실거리낭 가시를 

성담에 치고 

 

다시 격전지에서 

새봄에 뻗어나는 

실거리낭 날카로운 가시는 

침략의 음모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U.S.A의 전략을 할퀴는 

무기가 된다 

밭담에서도 

성담에서도 

무기가 된다 

섬 

전사들의 섬을 지키는

220

79 ・ 실거리낭 가시 

 

 

실거리낭 노오란 꽃이 떨어지고 

바람 찬 겨울 날 

한울산에 피는 여린 꽃들이 

부황난 얼굴로 

쓰러져 내릴 때 

 

동네 어른들은 지혜를 짠다 

실거리낭 늙은 등걸에서 잡은 

애벌레를 

부황난 어린것들에게 

먹인다 

 

전사는 어른들의 지혜를 먹고 

자란다 

 

새봄 실거리낭 노란 잎이 

다시 돋아나고 

예리한 가시는 겨울 침략을 막는 

방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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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먹이를 찾아야 한다 

 

바스레기낭 잉크빛 열매만 

전사들의 가슴을 품어내고 

산을 지키고 있네 

밤을 지키고 있네 

밤길 지키고 있네 

전사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지키고 있네 

 

비시락 소리까지 겨냥 당한 

11월 

늦은 

밤은 

바시레기낭 가지 사이로 

별자리를 인도한다 

전사들 밤길을 비추인다

222

80 ・ 바스레기낭 

 

 

벌거숭이 오름에 

서리가 내리고 

낙엽진 작은 굴 속에는 

식어가는 몸 

식은 몸들 뿐 

겨울나기에 분주한 

전사들의 마음은 무겁다 

 

토벌대의 총성이 

한울산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더욱 사나와지는 

겨울의 문턱은 가까와 오고 

 

피 마른 하얀 얼굴들 뿐 

안식처 

한울산은 말이 없고 

초겨울 늦은 밤 

산에서 이제 막 내려 온 

전사들은 

불 꺼진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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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피자욱 

지워지지 않는다 

침략군 총성에 숨 죽인 

섬 사람들 

연평리 사람들 

타는 가슴 

문주란 꽃향기에 

산을 

한울산을 오른다 

 

다시 격전지에서

224

81 ・ 연평리 문주란 

 

 

문주란 꽃향기 받으며 살아 온 

연평리 사람들 

넘실대는 바다도 숨을 죽인 채 

고요한 이 밤  

별빛만 예리한 이 지경에서 

계엄군 총소리에 

침묵의 하늘 본다 

침묵의 땅을 본다 

 

죄 없는 우리가 죄인처럼 

무서운 하루 하루 

해방군을 

혁명군을 

다시 부르며 

조국 땅에서 

편안히 몸 숨길 곳 찾다가 

총탄에 쓰러진다 

칼날에 짤리운다 

 

문주란 꽃섶에 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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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꽃산이 된다 

꽃섬이 된다 

온 몸으로 

온 몸으로 

식은 땅을 굳게 딛고 

피어나는 수선화 

 

한울산 전사들 

수줍은 사랑 가득 

가슴 따슨 몸이여 

 

길가마다 바닷가에 

밭모퉁이 길모퉁이 

섬사람들 가슴마다 

이어도 산 꽃이여 

 

겨울섬에 피어나는 

4・3 꽃 

수선화 

겨울바람 앞에 서서

226

82 ・ 수선화 

 

 

12월부터 

상대리 갯바람은 

굳게 다문 꽃잎을 연다 

 

수선화 

꽃향기 

언 땅을 열고 

 

산에  

들에 

 

쉽게 잠들 수 없는 

소복입은 여인 

빈 무덤 지키며 

소리 없이 울어대는 

 

수선화 

 

눈 덮힌 겨울 들녘에 

산 

한울산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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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어른 어른 떠오르는 

부황난 얼굴들을 만난다 

밤새도록 

터져나는 기침소리를 듣는다 

하늘레기 뿌리 

하늘레기 

중얼거리며 실성한 몸으로 

헛말을 한다 

제주 바다 하얀 파도에 

긴 한숨 띄어보낸다 

 

줄기 줄기 뻗어나는 

하늘래기 질긴 기운을 다시 배운다 

속으로 땅 속으로 

스며드는 

전사들 곧은 의지를 다시 만난다 

 

나뭇가지 위에서 

노오랗게 익어가는 하늘래기 열매는 

하늘 모신 듯 

4・3 전사의 몸으로 겨울해를 받고

228

83 ・ 하늘래기 

 

 

몸 숨길 곳이라면 

한울산 

이 숲 저 숲 

이 골짝 저 골짝 

이 궤 저 궤 

피신처를 찾는다 

 

배 채울 것이라면 

이 뿌리 저 뿌리 

이 열매 저 열매 

이 잎 저 잎을 

먹을 것을 찾는다 

 

하늘래기 뿌리는 

부황난 몸 가라 앉힌다 

둥근 그 열매는 

피곤한 육신 

해소 낀 기침을 잠재운다 

 

전사들은 숲속을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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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면 

무차별 난사하는 

토벌대의 총구가 

무죄한 섬사람들 

마구 쓰러뜨린다 

피바다가 된다 

 

전사들은 소리없이 길을 

떠난다 

굴 속으로 아니면 

가시내오름 넘어 

한울산 깊은 골로 

 

탕 탕 탕 

한바탕 무차별 학살이  

지나가면 

온 마을은 불바다가 된다 

 

불타버린 마을에는 

쓰러진 전사들의 넋이 

230

84 ・ 쪼로록 싸리꽃 

 

 

김이봉은 

와흘리 인민위원회 위원장 

뜻 고운 발길로 

한울산을 지킨다 

전사들을 키운다 

 

탕 탕 탕 토벌대의 총소리가 

온 마을로 쏟아져 오면 

구멍 뚫린 시체들로 

마을을 메운다 

 

산까마귀 우는 소리가 

그토록 무서웁고 

온 마을은 정지 된다 

비로소 전사의 항쟁이 빛나고 

비로소 전사의 무기가 거룩하다 

 

하나 둘 이웃들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포위 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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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즐펀히 깔리고 

쪼로록 싸리꽃 

하얀 꽃무리가 

전사들 사랑만큼씩 피어난다 

 

마을 사람들은  

해방의 영토에서 

흙이 되고 

거름 되더니 

일제히 피어나는 싸리꽃 

하얀 꽃무리는 

자기 땅을 지킨다 

 

봄마다 피어나는 

쪼로록 싸리꽃 

하얗게 무리지어 피어난다 

전사들 땅 

해방의 영토에서 

 

4・3 꽃  

쪼로록싸리꽃

제3부 

 

꽃가슴 얼싸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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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1 ・ 꽃길을 간다 

 

 

총에 맞아 죽은 넋들 

칼에 찔려 죽은 혼들 

바람 불면 꽃향기로 

한울산을 메운다 

새봄에서 늦결까지 

이 오름 저 오름 

이 골짝 저 골짝 

꽃춤을 춘다 

 

제주 바다 파도 넘어 

총소리 넘어 

칼끝을 넘어 

하늘 하늘 피어난다 

 

4・3 꽃들 피어난다 

점령자들 

명령자들 

살해자들 

섬사람들 

마구 마구 죽인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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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꽃이 되어 들꽃이 되어 

하늘 하늘 춤을 춘다 

하늘 하늘 춤을 춘다 

 

비가 오면 

뿌리내려 샘을 지키고 

바람불면 

풀잎 세워 하늘 모시고 

밟히면 밟힐수록 

온몸으로 온몸으로 

꽃잎 열고 향기 발해 

산을 메우고 

한울산 천지를 메우고 

짤리우면  

잎 지우고  

거름이 되어 

이 한 목숨 살려내는 

양식이 되어 

 

이른 봄 새날에 

236

전리품 쌓아둔 창고에서 

피어난다 

전사들 꽃길을 간다 

 

바람 불면 꽃향기로 

새갈마노 장벽 넘어 

삼천리 강산 들녘에서 

거리마다 장터에서 

앞산 뒷산 골짜기 

봄 갈 여름 없이 

꽃길을 간다 

 

죽어서도 죽어서도 

골백 번 죽어지고 

점령지에 

총에 맞아 칼에 찔려 

골백 번 죽어간 

제주 혼들 4・3 꽃들 

제주산에 

한울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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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쓰러진 자리에서 

피 쏟은 그 자리에서 

뼈 상한 그 자리에서 

상한 몸으로 피어난다 

꺾인 몸으로 피어난다 

멍든 몸으로 피어난다 

 

산에  

한울산에 

꽃이 되어 들꽃이 되어 

숲속에서 나무 사이 

풀 속에서 가지 사이 

돌구멍에서 

돌짝밭에서 

4월에 피어난다 

5월에 

8월에 

동짓달 눈보라 치는 

들녘에서 꽃길 따라 

피어난다 

238

아지랑이 피어나는 들녘으로 

푸르른 몸둥이로 

푸르른 몸둥이로 

산을 메우고 

오름 메우고 

들을 밭을 시내를 바닷가를 

메우고 

붉은 꽃 흰 꽃 

노랑 꽃으로 

벌나비 머무는 안식처 되어 

하늘 하늘 꽃춤을 춘다 

4・3 꽃 

한울산 전사들 

 

큰 마을 작은 마을 

이 동네 저 동네 

이 거리 저 거리 

총에 맞은 그 몸매 그 모습대로 

칼에 찔린 그 몸매 그 모양대로 

엎어진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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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하나될 조국 제단 위에 

고스란히 떠오른 

한울산 전사들 

온몸으로 피어난다 

 

계속되는 4・3은  

산에 산에 

한울산에 

꽃으로 피어난다 

온 몸으로 피어난다 

속살거리며 피어난다 

함성으로 피어난다 

 

제삿날 젯상 위에서 

목 짤린 꽃으로 

다리 짤린 꽃으로 

손목 짤린 

꽃으로 

고스란히 피어난다 

봄이면 봄이 오면 

240

 

총구 앞에서도 

박격포 앞에서도 

정찰기 망원렌즈 앞에서도 

피어난다 

진달래 유채꽃으로 

억새꽃으로 

협죽도 

붉은 꽃으로 

4・3 꽃 

피어난다 

 

밤낮 없이 꽃춤으로 

반역의 역사 심판하고 

제국의 굴레 절단하고 

분단의 장벽 넘어 넘어 

노녘땅에서도 마녘땅에서도 

독재의 아성을 넘어 

피어난다 

조선의 꽃들 

꽃길 따라 통일 마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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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 ・ 꽃나래를 편다 

 

 

꽃길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전사들 힘찬 호흡은 

이제 후손들 일터로 스며들고 

들길에서 

물밀 듯이 침략해 들어오는 

칼 가진 자 

총 가진 자 

제국 업고 U.S.A 업고 

국토를 가르고 몸을 가르고 

전리품을 챙기고 재물을 쌓는 

저 살육의 무리들 앞으로 

꽃들은  

소리 없이 피어난다 

꽃들은 다시 일어선다 

4・3의 꽃들은 

항쟁이 무기를 갈고 

자기 자리에서 

저물어 가는 들녘을 지킨다 

 

242

 

영영히 피어난다 

피의 세월 넘어 

밤낮 없이 피어 

피어 

꽃춤을 춘다 

어와 둥실 4・3 꽃들 

지와 덩실 한울전사 

동네 마을 지키다가 

제국 음모 

양키 전략 

독재 사슬 

지배 칼날 

넘어 넘어 

동네 마을 길목에서 

자주 조국 제단에서 

꽃길 따라 피어난다 

영영히 영영히 

4・3 꽃들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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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4・3 꽃들 

한울산 전사들 

소리 없이 꽃나래를 편다 

새벽에서 늦은 밤 별들이 빛나는 

하늘가에서 

 

가난한 집 아침밥 짓는 연기로 

피어난다 

동지나물 된장국 뜨건 열정으로 

피어난다 

산불로 피어난다 

들불로 피어난다 

우리 모두 조국땅에 주인 되는 

그날을 향해 

꽃들은 나래를 편다 

4・3 꽃들 피어난다 

이름없이 피어난다 

 

찔레꽃 

돌가시낭 하얀 꽃으로 

244

4・3은 계속된다 

이 오름 저 오름 

들녘에서  

한울산 들꽃들이 피어나듯 

이 산에서 저 골짜기에서 

전사들 

온 몸으로 피어난다 

 

총칼보다 미사일보다 

제국의 군함 

전투기보다 먼저 일어나 

총에 칼에 먼저 쓰러지고 

먼저 일어선다 

제국보다 독재보다 먼저 

소리 없이 일어선다 

꽃들은 피어난다 

4・3 꽃들 

한울산 전사들 

소리 없이 일어선다 

꽃들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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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꽃몸으로 막는다 

 

화산도 돌짝밭에  

청보리 솟아나는 

이 4월에 

낫 들고 호미 들고 

섬사람들 산을 지킨다 

한울산을 지킨다 

 

4・3은 계속된다 

꽃들은 항쟁의 무기를 

버리지 않는다 

일어서는 4・3 꽃들 

당당하게 피어난다 

이 오름에서 저 오름에서 

당당하게 피어난다 

 

우리의 무기가 

정당성을 획득할 때까지 

한울산 들꽃들 

246

돌틈 사이 

잔디밭에서도 

일어난다 

들녘을 지킨다 

 

역사를 지킨다 

4・3 꽃 무장하고 

양어깨를 기둥 삼아 

해방역사 지킨다 

인민해방 지킨다 

한 많고 설움 많은 

우리들의 꽃길 

천만 색으로 단장하고 

새벽 

뜨는 해와 함께 피어난다 

어둠을 넘어 

밤낮으로 무장하고 

갈바람을 막는다 

샛바람을 막는다 

마파람놉바람 침략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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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3 ・ 꽃가슴 얼싸 안고 

 

 

고요한 새벽 

별들도 머리 숙여 흐느적거린다 

 

소복 입은 여인네들 

억새꽃 아픔으로 

울음을 삭인다 

 

다 불타버린 

다 죽어버린 

다 떠나버린 

 

섬  

섬사람들 

 

한울산의 고요가 

꽃춤으로 피어나고 

혁명은 침묵에서 지켜지고 

해방은 창끝에서 넓어진다 

 

이 땅에 이 섬에 

248

4・3의 꽃전사들 

아, 꽃으로 피어난다 

꽃나래를 편다 

산에 

산에 한울산에 피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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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거문오름 

붉은오름 

소나무밭 흙바닥에서 

보리짚단 검불 속에서 

왕대왓 가지 사이에서 

꽃들  

한울산에 피는 꽃들 

전사들은 

피 묻은 

마지막 숨소리 곱게 

꽃잎을 편다 

꽃들은 다시 일어선다 

꽃가슴 얼싸 안고 

다시 격전지에서 

 

아픈 계절 사나운 점령지에서 

긴 긴 원한의 율동으로 

한 송이 두 송이 

전사들 꽃이름 부른다 

제삿날 찾아드는 

250

제국은 흉계를 꾸미고 

살인도구 

군인 경찰 서북청년단 

이승만 

머리 좋은 사람들 

너 나 없이 앞 다투어 

제국의 명령에 가담한다 

한울산에 피는 꽃들 모강지를 짜르는 

 

아무도 없는 이 섬에서 

돌들이 소리지르고 

아흔아홉 오름이 증언을 하고 

나무와 물 

땅이 일어서고 

무지렁뱅이 아픈 몸들이 

혁명을 쌓는다 

 

다 죽어버린 마을마다 

중산간 산허리 

굴 속에서 돌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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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한울산 조릿대 거친 열매는 

전사들 사기를 높여 준다네 

 

천마 

무릇 

당유자 

먹구슬 

꽃과 나무 들풀은 

제국의 총성을 거부하고 

독재의 칼날에 쓰러져 간 

피 묻은 동지들 가녀린 발길을 

지킨다 

바닷절 거세인 날 

제국의 칼날 

M1 

군함 

전투기의 잔악한 겨냥 아래서 

252

전사들 이름 부르며 

다시 피어난다 

다시 일어난다 

 

한울산 분화구에서 

큰 호흡 발한다 

붉은 꽃가슴 얼싸 안고 

노랑 꽃가슴 얼싸 안고 

하얀 꽃가슴 얼싸 안고 

피어난다 

상한 뼈들이 일어나 

꽃춤을 춘다 

 

빛나는 조국의 

새날을 위하여 

 

더덕꽃 향기는 

전사들의 발길을 안내한다 

도라지 뿌리는 

전사들 주린 배를 위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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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전사들 

한울산 전사들 가두어온 

모든 감옥의 침략사를 증언한다 

살해자를 심판한다 

반역의 역사를 고발한다 

 

이름 모를 들풀이 

하늘 하늘 춤을 춘다 

침략의 전략을 조롱한다 

총질 칼질 일삼던 

살육의 무리를 조소한다 

봄 갈 여름 없이 

겨울에도 

산에 산에 피어나는 

한울산에 피는 꽃들 

4・3 꽃들 꽃가슴 얼싸 안고 

춤추며 피어난다 

한울산의 꽃바람 

침략의 칼을 녹인다 

지배의 총을 녹인다 

254

한울산 전사들 

떨리는 몸 지켜준다 

아픈 가슴을 달래준다 

꽃과 나무 들풀은 

 

소와 말 제주섬 가축들에게 

먹이가 되어주던 

꽃과 나무와 들풀은 

 

바람에 휘고 

눈 비에 

꺾일지라도 

상처투성이 긴 긴 세월 

포근히 감싸준다 

꽃과 나무와 들풀은  

 

꺾인 역사를 지킨다 

상한 몸들 

죽은 시체 

체포 고문 재판 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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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산 

한울산을 지킨다 

섬 

섬사람들을 지킨다 

U.S.A제국의 흉계를 무너뜨린다 

 

침략군의 전략에 

칼에 총에 쓰러진 

땅이 되고 거름이 된 

영혼들 

전사들 

아, 먼저 일어나 꽃춤을 춘다 

꽃향기 한울산 천지를 덮는다 

마군 노군 새와 갈로 

바다 건너 만주 중국 

시베리아 천지 만지 

꽃향기는 퍼져간다 

4・3 꽃들 꽃춤을 춘다 

 

할망도 울고 하르방도 울고 

256

 

칼끝 거칠었던 

한랭한 겨울 

캄캄한 시대 

제국의 점량지에서 

한울산의 꽃들은 

꽃가슴 얼싸 안고 

당당하게 

꽃춤으로 

침략의 음모를 꺾는다 

 

침략은 언제나 야들 야들 

인민의 혼을 마비시키려 한다 

뜨거운 가슴을 식히려 한다 

아, U.S.A제국의 흉계 앞에서 

아, 동지섯달 추운 밤 

살을 에는 겨울바람 앞에서 

동백꽃 열정으로 

그 진한 색깔로 

4・3 꽃 

한울산 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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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나무로 물로 

산으로 

섬으로 

한 몸으로 일어서니 

이제사 

어와 꽃춤 만수무강 

4・3 꽃들 

한울산 전사들 여기 저기 살아나서 

덩실 덩실 꽃춤을 추고 있네 

 

어와 덩실 어와 덩실 

꽃동산에 꽃나라에 

죽인 자들 물러나곡 

총질한 자 

칼질한 자 

물러나곡 

마당에는 4・3 꽃들 

듬뿍 듬뿍 피어나니 

제주땅은 꽃나라요 

섬사람들 주인이라 

258

덩실 덩실 춤을 추며 

설워 설워 울고 지고 

기뻐 기뻐 울고 울고 

아들 잃은 그 때 일을 

큰딸 잃은 그 때 설음 

씨 멸족한 동네 어른들 

모강지 잘린 혼령도 살아나곡 

팔 다리 잘린 원혼도 살아나곡 

 

체포 고문 징역 

죽고 죽어 진토가 되어 

형체 없이 흙이 되어 

한 줌 거름으로 

사그라진 영혼 

 

풀꽃으로 살아나서 

들꽃으로 살아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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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한라 풍란 향기 뜻을 모아 

봄밭에 꽃씨 뿌려 

꽃길 따라 꽃을 피워 

바람 따라 

꽃춤 추며 

햇살 따라 빛깔 내고 

세월 따라 꽃향기로 

다시 살아 다시 살아 

베어도 베어도 

밟혀도 밟혀도 

솟아나는 꽃대 세워 

피어나는 

꽃 

한울산에 피는 꽃들 

4・3 꽃 

꽃전사여! 

 

꽃춤으로 침략 막고 

꽃춤으로 칼날 꺾고 

꽃춤으로 

260

4・3 꽃들 피어난다 

한울산에 

꽃전사들 

 

덩 덩 덩덕꿍 

얼씨구나 절씨구나 

들꽃세상 얼씨구나 

꽃나라에 

꽃주인에 

4・3혁명 이룩된다 

우리세상 넓어진다 

동박생이 촘생이들 

재갈매기 꿩 직박구리 

멧새 한국동박새 꾀꼬리 

고망독새 힘을 모아 

벌 나비 날아드는 

한울산 허리마다 

진달래꽃 돌창포 

한울부추 두루미꽃 

흰각시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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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꽃가슴 얼싸안고 

꽃춤으로 피어난다 

꽃잎으로 어우러진 

꽃마당 우주에서 

어깨 걸고 피어난다 

동네 방네 고을마다 골짝마다 

들길에서 들녘에서 숲 속에서 

어깨 걸고 피어난다 

 

4・3 꽃들 한울전사 

한울산에 피는 꽃들 

꽃춤으로 어우러져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지고 피고 

 

한울전사 4・3 꽃들 

 

다시 격전지에서

262

원한과 서러움 

빼앗김 

잃어버린 부모형제 

상처투성이  

우리들의 몸 

꽃춤으로 다시 피어나 

당당한 꽃잎으로 

꽃길을 놓고 

꽃길따라 걸어가는 

주인 세상 우리 세상 

4・3 꽃들 한라전사 

꽃가슴 얼싸 안고 

흙이 되어 거름되어 

꽃춤으로 피어난다 

다시 격전지에서 

 

제주 바다 푸른 물결 

꽃잎으로 수를 놓아 

꽃길따라 오시는 님 

한울산에 피는 꽃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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