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산 사람들 4
한울산 사람들 4
이 한 목숨 이슬같이
다사함 김명식 울림글쓰미
4·3 민족 민중해방 항쟁-이어쓴 울림글(詩) 온 묶음 4
한울산 사람들 4
이 한 목숨 이슬같이
초판 인쇄・2023년 12월 1일
초판 발행・2023년 12월 12일
지은이・김 명 식
발행처・제주4·3평화재단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430(봉개동 237-2) 제주4·3평화기념관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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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처・도서출판 각 Ltd.
출판등록・등록번호 제651-2016-000013호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6길 17, 2층
ISBN 979-11-93870-02-0 04810
979-11-88339-98-3 (세트)
비매품
5
머리말
4·3 민족민중 해방항쟁은 일본 제국주의가 물러난 후 이 땅
에 들어온 제국 U.S.A의 한반도 침략정책에 대항하여 봉기한
제주도 민중의 민족해방투쟁이다.
일본은 U.S.A의 일본 본토공격에 대비해서 최종 사수지점으
로 제주도를 설정하고 반도에 있던 조선군 병력을 제주도로 이
동시킬 계획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U.S.A도 나름대로 아시아
태평양 지배전략수행을 위해서 제주도를 전략기지로 삼고자
했고 작전구상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었다. 만일 일본 본토
에 U.S.A의 원자탄 투하가 없었다면 제주도는 일본과 U.S.A의
최후의 결전장이 되었을 것이고 원자탄 투하로 인한 피해보다
도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4·3 민족민중 해방항쟁은 바로 제국의 작전적 침략공세의
와중에서 결연히 일어서 U.S.A의 선거전략을 분쇄한 최초의
민족민중 해방항쟁이다.
『한울산 사람들-이 한 목숨 이슬같이』는 인간 해방을 위해
서 살림의 문화를 일구어 온 제주민중의 해방 싸움의 큰 흐름
을 포착하려 했다. 또한 민족 해방싸움에 있어서 개인 개인의
그 위대한 투쟁을 인간 해방싸움 속으로 용해시키려 했던 제주
7
6
있는 그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이제 『한울산 사람들-이 한 목숨 이슬같이』가 출간된다. 제
주도 민중이 해방되는 새날을 바라보면서 각출판사 대표를 비
롯하여 편집부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특히 해방의 거친
행로에 함께하여 그림을 더해주신 강요배 화백께 감사드린다.
민중의 생산무기가 역사 앞에서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그
때까지 우리는 민중의 해방길을 널게 닦아갈 것이다. 여기 한
편의 시집으로 묶여진 이 모든 언어들을 4·3의 주체인 한울산
의 해방전사 여러분께 헌사하는 바이다.
1992. 4. 3.
김명식
민중의 고결한 의지를 규명하려고 했다. 그리고 해방싸움에 투
신한 모든 사람들이 해방의 새날을 마중하면서 신성한 해방의
무기로 살고자 했던 그 숭고한 의지의 흐름 속에서 총제적 민
족민중 해방사의 획을 찾으려고 했다.
역사의 주인이란 개별적으로 그 기능을 다하는 존재임과 동
시에 민간중생(民間衆生), 즉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 사이에서
자기 주체적 기능을 다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이야
말로 역사발전의 토대요, 변혁의 주체이며, 함께 일하며, 더불
어 살아가며, 나눔의 양식을 마련하는 생산자들이다. 바로 이
렇게 이름없이 일해왔고 외세에 대항하여 목숨까지 바쳐가면
서 자기해방을 위해서 몸부림쳐 온 제주도 양민들은 끝까지 제
국의 침략에 대항하여 싸우는 해방의 동력이 된다.
해방의 새날이 밝아오면 전사들은 한울산으로 오르던 바로
그 길을 따라 한울산 이 꼴짜기 저 골짜기에서 다시 일어나 당
당히 우리들 앞으로 걸어오게 될 것이다. 민족의 해방을 위하
여 자기의 삶을 해방과 일치시키며 살아온 제주도 민중은 기필
코 제국의 침략과 독재의 탄압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
민중은 기필코 제국의 침략과 독재의 탄압을 용서하지 않을 것
이다. 제주민중은 오늘도 내일도 인간해방을 위해 자기가 서
9
머리말 | 3
1 ・ 분노의 얼굴들 | 11
2 ・ 새 하늘 새 땅을 위하여 | 37
3 ・ 선전포고 | 79
4 ・ 산으로 산으로 | 119
5 ・ 죽창을 들고 | 157
6 ・ 38선 이남만 5・10선거 | 233
7 ・ 이 한 목숨 이슬같이 | 261
목 차
11
1 ・ 분노의 얼굴들
1
침략의 두목
제국-일본의 히로히토가
일본국 국체 유지를 위하여
일본국민이 전화로 죽어가는 것을
볼 수가 없어
종전을 결단한다-고
방송했다.
히로히토의 종전 방송은
우리들네 조국이 해방된다는
해방소식이 결코 아니다
2
1945년 8월 15일
환각의 해방
북받쳐 오는 만세의 함성
탐라에도
13
제국-U.S.A의 야욕도
용서하지 않는다
3
조국해방이 아닌
속 빈 만세소리에
냉철한 이성의 판단을 요구한다
한울산은
제주 바다는
침략해 들어오는 제국-U.S.A가
인민을 겨냥하여
쳐들어오는 총부리와 칼날
대포와 전투기 탱크와 군함의
폭격과 함포 사격을
용서하지 않는다
파도 품은 마을 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한다
12
산골마다 거리마다
함성 넘쳐 흐를 때
징용에 끌려간 아저씨들
위안부로 끌려간 누이들
학도병으로 끌려간 친구들
보리 공출 때 가마니 묶던 손목들
피난길에 배고파 죽어 간 어린것들
신사 참배 거부했다고 잡혀가던 어르신네
천황폐하 만세-만세를 못부른다고
정든 고향 떠나던 이웃들
뽀오얀 얼굴들 얼싸안고
이 마을 저 마을
산비탈 골짜기마다에서
쏟아져 거리를 메운 이웃들
우리는
불투명한 소식에 가리워진
제국-일본의 음모도
15
빈 하늘로 치솟는다
인민은 파도가 된다
겨울 바다가 된다
우리는 안다
우리는 분노한다
해방의 만세소리는
제국-일본의 항복도 받아내지 못하고
해방의 8・15는
제국-U.S.A의 음모
점령도
침략도
수탈도
막아내지 못한다
4
조국 하늘 아래로
제국-U.S.A의 탱크
14
파도는 거세진다
물결은 사나와진다
하늘 높이 솟구치며
친다
휘감는다
부딪친다
때린다
거품을 토한다
소리친다
인민은 파도가 된다
물결이 된다
분노한 가슴 찢으며
일어선다
응시한다
대치한다
천 년의 의지대로
바위를 친다
절벽을 때린다
17
학살뿐이다.
제국-U.S.A의 학살은
드디어 시작되고
U.S.A군 상륙한 이땅 위에
U.S.A군 사령관의 포고 1호가
학살의 명령이 된다
U.S.A군은 연합군 대표로 당군은
귀국을 민주주의 제도 하에 있게 하고
국민의 질서를 도모하는 데 있다
명령은 엄숙하게 지키고
실천해 주기 바란다
불행하게도 위반하는 일이 있으면
처벌된다
일본인 및 U.S.A 상륙군에 대한 반란 행위
재산 및 시설 기관의 파괴 등의
경거망동을 하는 행동은 피할 것이며
16
톱니바퀴가 자국을 내고
성조기가
도시의 한가운데서
마을과 마을에서
면사무소 깃대에서
리사무소 지붕 위에서
펄럭거리고
조국 땅 위로
양키의 직접 명령
그들의 웃음소리
희희낙락거리는
U.S.A의 침략은
총독부가 대사관으로
일본어가 영어로
일장기가 성조기로
일군기지가 U.S.A군기지로
병영에서
학사에로
작전 명령은 오직 하나
학살
19
<한국민에게 고함>
불행한 국민에게
자비심 깊은 민주국인 U.S.A에서
실시하는 것이니 확실한 것입니다
주민의 경솔 무분별한 행동은
의미없이 인명을 잃고
아름다운 국토도 황폐되어
재건이 지체될 것입니다
현재의 환경은 제씨의 생각에
맞지 않더라도
장래의 한국을 위하여는
평정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겠으니
국내에 동란을 발생할
행동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겠습니다(1945. 9. 9.)
5
학살의 포화는
18
여러분의 충심으로 우러나는 협력을
절망하는 바이다(1945. 9. 2.)
학살을 위해 깔아놓은
실탄은 섬사람들 여린 가슴을
조준하고
8월에 타는 해 아래서
어금니를 악물고 봉기로 일어선다
9월에 부는 산들바람 맞으며
드디어 분노의 땅 점령의 계절에
또 다시 항쟁으로 일어선다
우리는
분노의 땅 위로
동지들 가슴을 향해 날아든다
총성도 남기지 않고
U.S.A군 상륙에 제한 재조선
U.S.A군 사령관의 포고 2호가
학살의 실탄이 된다
21
상품화
소비화
퇴폐화
양키화
제국화
살해화
지배화
사람이란 모든 사람을
이웃이란 모든 이웃을
용병화
기계화
부품화
소외화
예속화
굴종화
U.S.A화
애정이란 모든 애정을
나눔이란 모든 나눔을
20
일제의 포성에서,
U.S.A제의 포성으로
바뀌었을 뿐
침략은
무조건적인 살해를 명령한다
맹목적인 굴종만을 강요한다
노린내 나는 질서를 그물친다
양키의 노래
통기타와 코카콜라
성서와 찬송가는
생동하는 한울산의 정기를
마취시킨다
거지 없는
도둑 없는
대문 없는
섬 땅의 삶의 양식을
강탈해 간다
생명이란 모든 생명을
물건이란 모든 물건을
23
노예화시켜 놓았다
제국-U.S.A의 침략은
6
U.S.A의 침략 앞에서
제주 땅 섬사람들은
맨 먼저
거친 분노를 배운다
배신의 강대국을 깨달아 간다
결코 우리가
노예가 아니라면
압제의 사슬 앞에서
학살의 음모 앞에서
지배의 전략 앞에서
결코 우리가
용병이 아니라면
뒤물러 서서
22
전쟁화
폭탄화
파괴화
물건화
정물화
껍질화
무력화
사색이란 모든 사색을
창조란 모든 창조를
무책임화
무감각화
무감동화
무비판화
무질서화
무가치화
민족의 해방과 인민의 해방
민족통일과 독립과 자주와
주체적 삶을
25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선
한울산의 후예들이
점령정책에 영합해 온
지배세력을
어떻게 용서하란 말인가
지배의 제국은
희망의 하늘을 찢어댄다
희망의 아이들을 처단한다
희망의 땅을 빼앗아 간다
하나 된 땅을 갈기갈기 쪼개 놓는다
골짜기 마다에 묻힌 조상의 넋을
오래 기려온
한울산 골짜기 사람들이
어찌 일어서 일어서
하늘을 지키고
아이들을 감싸안고
골짜기에 집을 짓고
섬 땅을 지키지 않겠는가
붉은 피 성한 피로
24
우리 어찌 보고만 있을 것인가
분노의 섬 땅에서
우리가
몽고에 항전해 온 우리가
일제에 항쟁해 온 우리가
제국에 봉기해 온 우리가
해방을 위해 싸워 온
동지들의 뜨거운 피를
계승해야 하지 않겠는가
흙이 되어 다시 일어서는
분노의 섬 땅 위에서
U.S.A의 점령 앞에서
제주 섬사람들은
해방의 섬
자주의 섬
주체의 섬
독립의 섬
27
마지막 순간 그 순간에는
끝내 돌아가야 할
산
한울산으로 어찌 올라가지 않겠는가
7
학살의 숲을 지키며
U.S.A의 총성을
감지한다
가슴을 열고 가슴을 열고
섬사람들은
우리가 바로 그 땅의 후손으로
낳고
자라서
다시 한울산의 어버이로
죽어 갈
그 땅 위에
26
어찌 눈 덮인 골짜기
어찌 저 붉은 피
더운 입김을 잊을 수 있겠는가
누가 망각을 강요하겠는가
점
점
이
이어져 내려온 분노의 투혼을
그 누가 차단하겠는가
외적이 차단하겠는가
마지막 숨결을 묻어두고
동지의 마지막 유언으로
산을 지키라고
땅을 지키라고
이 골짜기
저 바다를 지키라고
총에 맞은 몸일지라도
곧은 마음 품고 살아온 산
한울산으로 그 누가 돌아가지 말라고 강요하겠는가
29
제1조 조선 인민에 대한 통치 권한은 본관의 권한 하에
제2조 유급 무급 직원은 종래의 정상한 기능과 업무를 실행하고
제3조 주민은 발포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점령군에 대한 모든 반항 행위
공공안녕을 교란하는 행위를
용서없이 엄벌에 처할 것이다
제4조 주민은 일상의 업무에 종사한다
제5조 군정기간에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
제6조 포고·법령·규약·고시·지시 및 조례는
본관 또는 본관의 권한 하에서
발포될 것이며(1945. 9. 90.)
U.S.A 태평양 방면 육군 총사령관 맥아더 포고 제2호
발포된 모든 포고·명령·지령에 위반하는 자
혹은 U.S.A나 U.S.A 동맹국의 인민의 재산
생명의 안전 또는 보존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자, 혹은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사법,
행정을 방해하거나 고의로 연합군에
적의 있는 행위를 한 자는 군사 점령 법정의
28
U.S.A의 침략사슬은 펄쳐진다
U.S.A 태평양 방면 육군 총사령관 맥아더 포고 제1호
<조선 인민에게 고함>
일본 천황의 명령에 의하고
또 그를 대표하여
일본 제국 정부와 일본 대본영이 조인한
항복 문서의 조항에 의하여
본관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했다
조선인은 점령의 목적이 항복 문서를
이행하고
본관은···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과
조선 주민에 대하여 군정을 펴고
다음과 같은 점령에 관한 조건을
포고한다
31
〃 일본군의 수탈 재산을 몰수하고
〃 국방 경비대를 새롭게 만들고
〃 제주도를 직접 명령지구로 편성하고
〃 인민의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정당법을 만들어 내고
〃 군정명령 64호로 경무부로 재편하고
〃 군정 위반에 관한 법령 72호로 포고하고
〃 빨갱이몰이 작전으로 양심 세력을 체포하고
〃 이승만을 괴뢰정부의 두령으로 내정하고
〃 조병옥을 반공 용병대장으로 임명하고
〃 모슬포 제국-일본 군사기지에 9연대를 창설하고
〃 제주 근해에 해안경비대를 배치하고
〃 서귀포에 제2구 경찰서로 재편하고
〃 진보적 제주도 인민을 일제 검거하기 시작하고
.......고
어찌
U.S.A의 음모를 잊으랴
남조선의 유일한 정부는 U.S.A군정이다
인공이라든가 조선공화국・내각 등
이러한 괴뢰극 또한 연극을
30
재판에 의하여 사형(1945. 9. 9.)
침략의 사슬은 우리를
빨갱이로 규정한다
점령군은 빨갱이몰이 치안대를 충동하고
점령군은 좌익 견제 한울단을 조직하고
점령군은 U.S.A군 병력을 제주도로 이동시키고
〃 일본 경찰을 점령 경찰로 선포하고
〃 점령군정청을 설치하고
〃 친U.S.A 친일파를 반도민적 도구로 재편하고
〃 빨갱이 수색 경찰서를 발족시키고
〃 U.S.A군 제 6사단 20연대를 이동시키고
〃 한라단을 제주민 이간에 침투시키고
〃 제주민에게 군정재판 1호의 형벌을 내리고
〃 용병 국방사령부를 설치하고
〃 점령 유지비를 세금으로 거두어 가고
〃 제주도의 재산을 관리 수탈해가고
〃 제주도 인민의 독립 의지를 불법시하고
〃 경찰에게 M1칼빈총으로 무장토록 하고
33
열매를 맺지 못한다
스스로 출렁이지 못하는 바다는
생명을 키우지 못한다
스스로 버텨내지 못한 산은
푸르름을 발하지 못한다고
암송한다
침략의 칼날 앞에서
제국의 모략 앞에서
우리는 분노에 찬 얼굴로
해방되는 조국
새날을 위하여
이름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이름도 알 수 없이 쓰러져 간
동지들을 위해
보드라운 흙 한 삽으로 무덤을 만들고
해방의 깃발로 제사를 드리고
냉수 한 사발로 명복을 빌어줄
애인들의 숫자도 적었다고
32
조종하는 사기단이 있다-는
제국의 음모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해방의 만세소리도 사그라지고
점령군의 음모가
점령의 사슬로 더욱 날카로와질 때
제주섬 우리들은
호이호이
천 년을 지켜온 한울산의 의지를
다시 깨닫는다
호이호이
천 년을 이어온 제주 바다의 사무침을
다시 배우게 된다
제주섬 우리들은
침략의 생리 앞에서
스스로 서지 못하는 나무는
35
새날의 정부를
송두리째 다 빼앗긴 채
우리들은
하귀리로
조천으로
선흘리로
동복리로
함덕으로
종달리로
가시리로
표선리로
수망리로
서호리로
월평리로
구억리로
조수리로
동명리로
조상전을 먼저 찾기도 전에
우리들은
새날을 위하여 해방조국
34
속살거리며
고국에 계셔야 할
어머님 얼굴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한울산을 향해 걸어온
발걸음들・・・
만주에서
일본에서
U.S.A에서
중국에서
한울산을 향해 걸어온
우리들은
빼앗길 대로 다 빼앗긴
청춘을 침략전쟁에서 빼앗긴 채
애인을 침략전선에서 빼앗긴 채
재산을 침략공출에서 빼앗긴 채
부모를 침략야욕에서 빼앗긴 채
해방의 날과 독립의 날
새날의 통일과
37
2 ・ 새 하늘 새 땅을 위하여
8. 새 출발
세상, 하나도 달라진 것 없는
세상
제국의 발굽 아래서 발하던
신음소리는
신음소리 그대로
착취의 발톱 아래서
상처난 아픔은
상처난 아픔 그대로
수탈의 법률과
압제의 칼날 아래서
빼앗긴 생명은
빼앗긴 생명 그대로
4월의 보리밭
10월의 무논도 이미 우리들 논밭이
아니다
36
통일정부 그 새날을 위하여
제국의 총포 앞에서
새날을 찾아야만 한다
분노한 얼굴로
39
우리는 또 다시
조국땅에 드리워진 어둠을 걷어내기
위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하여
칼벽을 넘어
살해의 표적을 꺾고
또 다시
항쟁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적의 음모 앞에서
적의 야욕 앞에서
적의 전략 앞에서
적의 작전 앞에서
항쟁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점령유지를 위해 부과되는
세금과 공출을 거부하는
공출과 동원을 거부하는
항쟁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바로 우리들의 선택
38
하늘과 들판 강산의 풀꽃들도
이미 우리들의 하늘 땅
풀꽃들이 아니다
조국의 하늘 땅
새로운 그 천지에서
제국의 굴레 벗고
칼을 벼려 쟁기 보습을 만들고
총을 녹여 낫과 호미를 만들고
전투기와 군함을 부숴 농기구를 만들고
살해의 전략과
침략의 전술을 모두 백지화시켜
가난하지만
평화한 나라를 세우려고
몸을 눕히고
피를 쏟으며
조국 해방의 새날을
동트는 새벽을
기다려 온
41
절정
선택된 항쟁은
승리를 위한 불꽃인 것이지
모든 우리들의 선택은
우리를 온전히 새롭게 규정하는 것이지
선택은 해방전사 사명인 것이지
우리들은 다시 출발한다
선택한 이 길
항쟁의 길을
잘 가거라
그대들 제국-일본에 항쟁하다
먼저 출발한 동지들이여!
우리들도 우리들의 출발을 환영해 줄
전사를 기르리라
가자! 항쟁의 길을
40
항쟁을 선택한다는 것은
죽음 뒤에 오는 모든
환희와 새 아침
희망과 새 하늘
용기와 새 땅
사랑과 애인들
먼저 생각하지 않겠다는
냉정한 결단인 것이지
바로 우리들의 선택
항쟁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최후의 순간까지
환희와 새 아침
희망과 새 하늘
용기와 새 땅
사랑과 애인
먼저 우리를 품고 애무하겠다는
최초의 맹세인 것이지
항쟁의 선택은 사랑의
43
에잇 쪽바리 개새끼들
입밖에까지는 차마 내뱉지 못한
욕지거리를
히로히토의 항복 변명을
희미하게나마
듣고 난 후
우리들의 욕지거리는 약간의 해방감을 주었고
유품으로만 간직해 온
해방의 깃발은
관덕정 대문 앞에서도
집집마다 출입문 앞에서
구겨진 그대로
해를 맞고
바람을 받고
한울산의 침묵 속에서
잔잔히 출렁거리듯
넌줄대고 있었지
아직도 패전이 실감나지 않은
42
9. 해방의 깃발
우리들은 나치 독일의 항복 소리를
멀리서 희미하게 들으며
제주와 목포간 연락선에 탄
피난의 몸을 망망바다에 내맡긴
제주 양민들 257명이
U.S.A 공군의 폭격에 의해
산산히 조각난 살점을 뿌리며
고기밥이 되었다는
소식에
흥분을 평정시킬 수가 없었다
양키・・・ 양키
쪽바리・・・쪽바리
제국의 식민지 쟁탈전은
우리들의 누이를 죽이고
무고한 양민의 꿈을 짓밟아 놓고
양키・・・양키 개새끼들
45
마을마다 고을마다
나라 세울 막일꾼이 된다
독립된 나라는 해방의 꿈
해방의 새날은
한 삶의 보람
제주 연동에서 해방의 꿈을 꾸는
하귀 조천에서 독립의 꿈을 꾸는
한림 대정에서 자주의 꿈을 꾸는
중문 서귀에서 자유의 꿈을 꾸는
수망 남원에서 평등의 꿈을 꾸는
가시 교래에서 평화의 꿈을 꾸는
성산 종달에서 안녕의 꿈을 꾸는
동복 봉개에서 노동의 꿈을 꾸는
이웃들은 나라 세울 막일꾼이 된다
자주의 나라는 주인의 희망
희망찬 새날은
한 삶의 보람
44
긴 칼 찬
일본 패전병들의 호르락 소리에
겁을 먹고 있으면서도
우리들은
거리로 거리로 나와 만세 만세
만세를 부르고
출옥을 결행한 독립투사들은
황급히 나라 건설에 괴롬을 잊고
독립될 조국땅 위에
해방의 깃발을 먼저 꽂는다
해방독립 만세 부른다
10. 희망의 나라로
친일파 무리들이 새로운 가면을 쓰기 시작하여
U.S.A군정의 끄나풀로
자리를 옮기고 있을 때
독립될 그날만을 위하여 살아온
가난한 제주혼들은
47
젊은 투사들은 학습회에서
새 나라의 내용을 점검한다
새 나라에는 평등이 깃들게 되고
새 나라에는 평화가 강물처럼 넘치고
새 나라에는 노동이 축제가 된다
에모리 우달은 고개를 틀고
우리들의 꿈을 짓밟고
U.S.A 병력은 황급히 발길을 옮기는데
정뜨르 비행장으로
모슬포 대촌 병사로
혼샤 중령은 비밀이 담긴 입술로
병력의 움직임을 재촉하는데
1945년 9월까지 확대되는
청년대 보안대
관공서 기업체 학교에서는
관리위원회・・・ 복구 위원회
제주도 인민 자치조직은
제주읍에서 면으로 리로 펼쳐진다
희망은 마치도 강물처럼 넘친다
46
이 땅의 주인들은 제국에 고한다
새 하늘 새 땅에 세워질 이 나라에
치안 유지와 건국 사업을 위한
정치 활동에 절대 간섭과 방해를 말 것
일군과 경관은 즉시 무장해제를 할 것
도 ・ 읍 ・ 면의 건준 결성과 함께 행정을
건준에 양도할 것-을
새 땅으로 모여든
젊은 투사들은 진보적 동맹을 결성하고
가슴팍에 결의를 다짐한다
새날이 오면 더 많이 가진 자도 없고
배고픈 자가 없게 되리니
새날이 오면 지배하는 자도 없고
지배 당하는 자도 없게 되리니
새날이 오면 착취하는 자도 없고
착취 당하는 자도 없게 되리니
하나둘 모여드는 뜨거운 가슴
49
우리들의 하루는
마음 가득히 뿌려질
봄밭에 피어나는 햇살 같으리니
새날이 오면 우리들은
농토에서 씨 뿌리는 주인이 되리니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인이 되리니
바다에게 고기 낚는 주인이 되리니
건국을 준비하는
인민위원회 우리들은
모두 주인이 되어
이 땅을 지킨다
이 마을 지킨다
이 동네 지킨다
건국을 위한 뜨거운 열기는
해방의 방파제가 된다
결의를 다진다
해방의 전선으로
우리는 첫발을 옮긴다
48
자주의 나라를 위하여
통일된 나라를 위하여
독립된 나라를 위하여
해방될 민족
완전히 해방될 민족을 위하여
투쟁 투쟁 투쟁 만세
이 동네 저 마을
이 입에서 저 귀로 퍼져나는
해방의 투쟁 결의는 다져진다
일제 잔재의 청산을 통해
파시스트 주구의 제거를 통해
제국-U.S.A의 철퇴를 통해
새로 건설될 조국땅 위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리니
꽃향기가 산천에 듬뿍
꽃구경하는 이웃 형제들은
창조자의 기쁨 안고
하루하루가 새날로 밝아오리니
51
11. 배움터
우리는 나랏말을 가르쳤고
화학 물리
역사 외국어
정치 사회
새 나라의 기둥이 될 일꾼들을
길러내기 위하여
하귀에서
조천에서
진실의 역사
침략의 역사를 구분해서 배우고
가르친다
우리말 우리글을 되찾은
나이 든 학생들이
초등학교 중학원에서
그날 그날 프린트해 온
교과서를 높이 펴들고
해방된 조국을 찾는다
50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는 모든 난관을 돌파한다
조국의 해방은 인민 대중의 기본적인 요구이다
U.S.A 제국주의 세력을 몰아낸다
우리의 자주독립을 방해하는 외세에 항전한다
반민주적 모든 세력에 대항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해방은
경제적 ・ 정치적 ・ 사회적 해방이어야 한다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강연장에서 학습실에서도
웅변한다 운동한다 해방춤 춘다
해방의 길은 넓어지고
조국땅에 펼쳐질
우리들의 희망은
한 삶의 보람
53
신도 ・ 은평 ・ 흥남 ・ 태평・・・에서
임시 교원양성소에서
어린 나무 어린 꽃들에게 물을 주고
밝아오는 해방의 새날을
마중하는 전사들이 자란다
전사들은 침략해 들어오는
외세 앞에서
적군의 포대 앞에서
적탄에 대항할 방패가 된다
여 ・ 몽 연합군의 침탈에
왜구의 약탈에
천주교를 앞세워 들어온 열강의 침탈에
제국-일본의 침략에
파도가 되어 파동치리니
바람이 되어 일어서리니
거센 방패들은
52
우리는 밤마다 잠을 줄이고
역사의 길고 긴 행로에서
자주의 의지를 몸으로 배운다
문맹 퇴치는 나라의 자랑
맑은 눈
고운 맘으로
해방의 전사를 기른다
건국의 주역들은 제주 제일 ・ 제주 여자중학교와
마을 어른들은 제주 중학을 세운다
하귀 ・ 애월 ・ 한립 ・ 대정에서
중문 ・ 서귀 ・ 조천 ・ 신촌에서
45년 46년 사이만 해도
강습소를 열어 발전의 역사
새 조국의 건설을 똑똑히 바라볼 수 있도록
조국의 해방정신을 배우고
가르친다
신촌 ・ 가파 ・ 제주 ・ 덕수 ・ 서광 ・ 성산
강정 ・ 토평 ・ 구좌 ・ 볼목 ・ 풍천 ・ 태흥
법환 ・ 가시 ・ 하례 ・ 수원 ・ 화순 ・ 수산
55
해안선 일주도로
중산간 마을길을 따라
나팔소리로 함성이 된다
해방 조선 만세
자주 독립 만세
U.S.A 제국주의 타도
반민주 세력 자멸
정치 해방
사회 해방
경제 해방 만만세
함성으로 이어진
강습소 배움터에서
해방 전사들은 곧은 눈으로
원수의 발길을 찾아서 간다
원수의 음모를 분쇄하러 간다
배움터 저녁 강습소는
전사의 요람
54
제주 바다 뱃노래에 평정을 싣고
제주 밭에 노동요에 원한을 싣고
청량한 곡조로
원한의 길을 향해
나란히 일어설 줄 안다
한울산의 높이를 배우며
하늘의 성좌를 이정표로 하여
다소곳이 밤길을 안내할 줄 안다
새롭게 배운 것 들은 것
양식으로 하여
허기진 배 서로 달랠 줄 안다
제국의 거친 포위망을 뚫고
전사들의 가갸소리는
바다를 타서 만방으로 울려 퍼지고
오름을 넘어 남북으로 퍼져 나가고
전사들의 독립 선언은
통일 선언은
해방 선언은
57
밀정하던 놈들
배불리 자기만 처먹던 놈들
아부하던 놈들
영합하던 놈들
고자질하던 놈들
밀고하던 놈들
친U.S.A 할 놈들
다 쫓아내고
일하면서 살아온
민족 걱정 독립 걱정
애태우며 살아온
진보인사 민주인사
바른 역사 살아온
우리들은 남원리에서
제주읍에서
애월리에서
의귀리에서
어음리에서
동광리에서
56
전사는 요람에서 곧은 뼈를 키운다
12. 인민 위원회
제국-U.S.A 군정의 강압
탄압 속에서
인민 자치기구는
이 마을 저 마을로
인민의 땅으로 뻗어나가고
새날의 질서와
새 땅의 기둥이 된다
해방 공화국이 된다
민주 정부가 된다
더불어 함께 사는 같은 동네 같은 마을
그 자리에서
항전의 지도부가 된다
새 삶의 지침이 된다
친일한 놈들
59
이 땅 위에서
우리들의 농토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들의 산
바다
이웃과 대문을 지키기 위하여
주인된 땅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들판에서 뛰노는 짐승들의 자유를 위하여
들풀의 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우리들 애정의 절정을
가장 높게 성장시키기 위하여
우리들 자유와
배움과
침략해 들어오는 모든 외세와
내부의 원수를 격퇴하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주인됨을
선언했나니
58
동명리에서
구좌 ・ 조천에서
바른 길 가고자 하는 착한 마음
한 동네 한 마을 명예를 위하여
자주적 치안을 위하여
건국의 새 질서를 위하여
인민자치기구는
우리들의 보호기구가 된다
우리들의 의결기구가 된다
우리 땅을 우리가 지키기 위하여
우리 정부 우리가 건설키 위하여
우리의 재산
우리의 공장
우리의 일터
우리의 학교
우리의 교육
우리의 운명
스스로 결정하기 위하여
주인으로 살기 위하여
61
해방의 무기이나니
누가 우리들의 희망에
녹슨 쇠사슬을 채우랴
어찌 우리들의 깃발에
가시면류관을 씌우랴
자발적 자치적으로
치안을 행정을 책임져 나아가고
식민지에 종사해 온
경찰들이 도망치고 있던 때
관료들이 몸 숨기고 있던 때
우리가 일어서
우리가 뭉쳐서
우리가 스스로
자주 독립국가 건설을 위하여
민족적 과업 앞에서
치안을 장악하기 위하여
행정을 운영하기 위하여
우리가
60
제주도 인민위원회
농업학교 교정에는
청푸른 가을 하늘이 듬뿍 들어와 있고
면에서
리에서
솟아나는 민초들의 꿈틀거림은
먼동 트는 새벽
고요함처럼 장엄하더니
제주도 인민위원회는
제주 공동체의 한 방향이 되나니
섬은 자양분이고
인민위원회는 발육이나니
해방을 위한
자주를 위한
통일을 위한
해방 깃발은 이정표이고
죽창과 호미
낫과 괭이는
63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거늘
부강한 우리 민주주의
해방공화국을 위하여
인민위원회 만세
제국-일본인 재산의 약탈 방지
재산 방매의 금지
식량 배급
치안 유지
제국-일본으로부터 벗어난
그날을 경축하고
귀국자들을 환영하고
학습회로
강연회로
우리 스스로를 묶어내는
통일의 길로 가는
인민위원회 만세
62
자주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유지의 이름으로
지식의 이름으로
진보의 이름으로
자주독립을 이루어가나니
통일국가를 건설해가나니
누가 그 일이 죄된다 하리오
어찌 그 일이 욕되다 하리오
인민의 힘으로
세워지는 그 나라는 정의의 나라
평화의 나라
평등한 나라이나니
우리가 인민의 이름으로 세우든
건준의 이름으로 세우든
자주적 통일 독립국가가
이 땅에 세워진다면
우리는 해방 깃발 아래서
65
13. 식민의 땅에서
군정 위반에 대한 범죄
제1조 열거된 범죄
1항에서 82항까지
제2조 처벌
범죄를 범한 자는 군정재판소의
판결에 의하여 처벌됨
제3조 기도 및 공모
범죄의 예비 ・ 공모 ・ 동의 ・ 권고 ・ 방조 ・ 기도 ・
야기자 또는 보고의 불이행자 ・ 범죄원조차도
주범으로 처벌함
제4조 범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
제5조 범죄
제6조 결정
제7조 시행일
본 령은 발포일시 10일 후에 유효함
(1946년 5월 4일
조선군정장관
미육군소장 아취. 엘. 러취)
64
우리는 지배의 쇠사슬을 끊던
일제 하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제국-U.S.A의 점령정책을
분쇄하기 위하여
영합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하여
우리는 뭉친다
일어선다
그리고 싸운다
제국의 무력 앞에 힘에는 약하나
정의 역사 앞에 의에는 승리한다
조국땅 동네마다 마당에서
정의의 역사가 의에 이길 때
약한 것 강한 것 구별없고
가진 것 없는 것 차별없고
평등한 나라에서
평화한 삶은 지탱되리니
제주도 인민 대표자회의 만세
67
궁극적으로
U.S.A제의 식민정책을 지워내기 위해서
3상회의 결정을 총체적으로 지지하기 위해서
반건국 이념을 꺾고
반민주 종교를 깨고
반통일 정책을 까고
민족이 하나되는
인민정권 수립을 위하여
통일전선이 불꽃으로 피어나고
청년 ・ 여성 ・ 문화,교육 ・ 노조 ・유림 ・ 불교
공산 ・ 농조 ・ 협조 ・ 소조가 하나 되는
통일전선이
읍 ・ 면 ・ 리 한가운데서
깃발은 무겁게 펄럭이는데
민주주의 민족전선의 깃발은
러취가 정탐을 하고
우달이 그물을 치고 난 후
66
아, 슬프다
우리 땅 주인들은 어디에 가고
양키 군정이 법을 만들고
주인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결정하는
아, 검은 세상이 슬프다
또 하나의 식민지의 밤
어두운 장막이 드리운다
아, 슬프다
우리들의 새날을 위하여
직격탄을 피하기 위하여
지하로 지하로
우리들은 우리들의 공화국 새길을
평탄케 한다
주인되는 땅을 다듬어 가기 위하여
우리들은 스스로
말을 삼가고 입을 조심해야만 한다
69
손에 든 무기를 던지지 마라
해방의 그날까지
잘 가거라 동지여
나도 따른다
전사의 길을
새날, 동 터오는 그 새벽에는
동지여 말해다오
잘 싸웠다고
아픔을 말하지 마라
압제의 때에
원수의 심장을 겨냥한 그때
그대여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자랑해다오
동지여 잘 가거라
나도 가련다
지하의 조국에서
68
인민의 깃발을 붉은 깃발이라 매도하기 위하여
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앞세우고
남녘 전역에 제주 땅에
압제의 사슬을 치고
검문 검색
수색 압수
검거체포
고문 징역
아, 슬프다
주인들은 침략자의 손에 묶여 나가고
하나 둘
지하에서 새날을 예비하는
전사들의 깃발은
쉽게 펄럭이지를 못한다
사슬에 묶여 있구나
슬픔을 말하지 마라
어둠의 때에
71
반역의 소리를 듣는다
이승만・・・
통일정부를 고대하나 여의케
되지 않으니
우리는 남방만이라도・・・
아, 슬프다
남방만이라도
제국의 원하는 남한만이라도
원수는 간교하게
사설을 풀고
간악한 발톱은
민주주의 민족전선을
빨갱이몰이 대상으로 상정시킨다
식민의 땅
흑암이 가득 찬
1946년
제국-U.S.A 극동전략은
살해를 목적으로 하여
70
서로 만날 때
티 없는 웃음으로
손을 잡자구
잘 싸웠다 잘 싸웠다
용감한 동지
그대여 잘 가거라
전사의 길을
식민의 땅 지하에서
우리는 진지를 세우고
다가오는 격전일을 세어 가면서
한울산 젖줄에
함께 매달려
우리는 지하로 지하로 몸을 숨긴다
우리는 몸을 숨긴다
식민의 땅에서
두 개로 쪼개지는 아픔을 안고
정읍에서 들려오는
73
육탄으로
거친 목청으로 출정을 올리고
파쇼교육 반대
반공 ・ 파쇼교원들을 반대
U.S.A 제국의 식민지교육 반대
학원에 경찰간섭 반대
총명한 머리로
맨주먹으로
뭉쳐진 함성으로 항전의 깃발을 올리고
식민지 땅에서
어두운 계절에
우리는
육탄이 되어
뼈에 사무치는 굴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아, 피를 흘리며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 민족통일을 위하여
72
강도 높게
강도 낮게
요리하면서
피의 대학살은 시작되나니
전후 45년 해방전쟁은
불을 토하기 시작한다
제국-U.S.A에 대한
선전포고는
올바른 역사 위에 자리잡는다
・ 양과자는 조선을 좀먹는
U.S.A 제국 침략자들의 독약이다
・ U.S.A 제국과 결탁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모리간신배들을 일소하자
・ 학원 자치에 대한 관권 간섭 절대 반대
・ U.S.A 제국에 추종하는 친일, 친U.S.A 반동을
단호 배격하라
・ 교육시설을 보장하라
젊은 가슴으로
75
5월의 보리밭은
심상치 않은 물결을 이루고
제주 바다에서 미역을 따는
해녀들의 손에 쥔 낫은
떨고 있다
한울산 허리에서 숯을 굽는
사람들의
조용한 검정 얼굴은
숲속의 비밀과
화산의 분화구처럼 불을 토하고 있다
아직 한울산은 말이 없고
보리밭 돌담에 걸터앉은
농부들의 허리에 찬
낫과 호미는
부르르 떨고만 있다
식민의 땅은
잉여 농산물의 처리장이 된다
원조라는 이름으로
창고에서 썩어가는
74
자주통일 독립국가를 위하여
티 한 점 없는 아침이슬이 되고자 한다
슬픈 날에
동지들과 함께 웃는 함박웃음이고자 한다
식민의 땅에서
동지여! 가자
저 어둠을 뚫고
쇠사슬 드리운
식민의 땅 위에
해방의 깃발 펄럭이게 하자
가자 동지여!
제국이 굴복할 때까지
신성한 무기가 되어
새 하늘 새 땅을 향하여
새 하늘 새 땅을 향하여
누렇게 익어가는
77
아우성이 된다
함성이 된다
투쟁동맹이 된다
앉아서 죽는 것 보다
서서 싸우자 싸우자
해방의 함성은
지축을 흔든다
식민의 땅에서
76
밀가루 우유가루와
통조림 사탕과자는
조국땅을 침식시킨다
강제로 분배받은
농민은 어민은 노동자들은
사탕 과자 우유가루 받아 안고
긴 한숨을 짓는다
긴 한숨은 식민의 땅 속으로
깊게 깊게 스며 스며든다
식민의 땅에서
우리는
대열을 짓는다
학생들을 선두로 하여
어머니 아버지가 뒤를 따른다
노동자 농민
시대의 징조를 익히 아는
양심세력은
손에 손을 잡는다
79
3 ・ 선전포고
14. 깃발
U.S.A군은 물러가라! 우리에게 쌀을 달라!
1946년 10월 대구항쟁은 계속되고
제주 인민들은 바다빛 가슴 안고
항전의 깃발을 높이 든다
항전의 깃발은 마을마다 바람을 일으키고
인민의 독립의지는
제국-U.S.A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경찰관 100명
국방경비대 제9연대
해안경비대
제국의 용병이 되어
잔악해진 군경들은 U.S.A제 군복에
U.S.A제 군화에
U.S.A제 총칼을 앞세우고
제주 섬을 섬멸할 기세로
침략해 들어온다
81
가쁘다
초조하다
인민의 붉은빛 얼굴은
물결처럼 출렁거리고
나뭇가지를 휘게 하는
산바람은
뜨거운 가슴을 충동질 한다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몰아내어
아, 엄숙한 결판장
한울산이여
제주도 인민 만세
척박한 땅 제주 섬에는
흉년이 들고
부황난 인민들은
파도가 되어 출렁인다
가슴마다
80
항전의 깃발은
제주 버스회사에서
8시간 노동제 실시
노동조건의 개선
임금인상의 함성에서
불타오른다
항전의 대열은
그리스, 터키, 중국 대륙에서
항쟁의 의지로 이어져 퍼진다
지배를 위한 U.S.A의 비전은
점점점 어두워져 가고
마지막 남은 총구와
대학살의 전략은
먼저 반도 남녘 제주에서 개시된다
아, 장엄한 결판장
제국-U.S.A를 앞에 두고
한울산의 심호흡은
83
혁명이야말로 진짜 승리이다
원수를 이긴 승리의 때에
인민은 가장 위대하나니
2 ・ 7혁명이 승리로 인도하는
안내자라면
3 ・ 1혁명은 승리를 계승하는
인민의 동력이나니
우리는 혁명의 전당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높은 자도 없고 낮은 자도 없는
한울산 인민의 이름으로
중학교 교정에서
소학교 교정에서
직장에서 길가에서
집에서 부엌에서
요람에서 논밭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숲속에서
82
가슴마다
주정공장에 쌓아 두었던
절간 고구마는
다시 민중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대용식으로 분배되어 간다
15. 혁명 정신
항전은 혁명으로
계속되나니
혁명은 먼저 인민의 가슴을 찔러
정의로 승리하고
혁명은 다음으로 원수의 가슴에서
칼빛으로 꽃 피어나고
혁명은 드디어 원수없는 일터에서
평화로 열매를 맺나니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이긴
85
가슴 떨고 있다
북소 학교와 칠성골 사이
관덕정 광장으로 통하는 연도에는
해방 깃발 휘날리는 바람결에
나뭇가지 잎새들이 합세하고
길가에 늘어선
3 ・ 1 혁명 계승의 대열은
아무도 차단할 수가 없는 물결이 된다
어찌 막으랴 혁명정신을
그 누가 차단하랴 3 ・ 1 정신을
그 누가 꺾으랴 3 ・ 1 혁명을
그 누가 부수랴 인민의 의지를
고요하게 내려앉은
제주 하늘
더욱 가까이에 스며든
한울산
더욱 무게있게 출렁이는
84
강단에서
해방 깃발 휘날리며 만세 만세
3 ・ 1 정신으로 통일독립 전취하자!
3 ・ 1 정신으로 혁명정신 계승하자!
모스크바 3상회의 절대지지 절대지지!
U.S.A군은 남조선에서 당장 물러가라!
천 명이 되고 이천 명이 되고
삼천 명이 되고 삼만 명이 된다
다소곳이 일어나는
한울산의 꽃이란 모든 꽃들은
피를 먹고
들판의 고사리 억새 모든 들풀이란
모든 들풀들은
총성에 놀라며
바닷가 모래알 조약돌
해초와 물고기
소라와 조개와 갈치들은
3 ・ 1 혁명 기념행사를
금지하는 U.S.A군정의 경계태세에
87
북편에서 용솟음치는 파도
파도는 혁명의 분출 분출
우리가 힘을 합쳐
저 간악한 외세 무리들을
싸악 몰아내고
저 사악한 U.S.A놈들을
싸악 몰아내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그런 세상이 어떠한 세상인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지
경건한 가슴에는 칼처럼
예리한 무기가 부활하고
우리가 제국-일본놈들로부터
해방된 조국을 되찾기 위하여
여태껏 싸워온
기미년 3 ・ 1혁명 정신으로
외세 무리
U.S.A놈들
이 땅에서 싸악 몰아내고
조국의 자주통일
86
제주 바다
하늘도 한울산도 제주 바다도
꽃들도 들풀들 산새와 산짐승들도
거역할 수 없는
혁명제전에 함께 출렁이는데
아이들은 어른들의 뒤를 따르고
아낙네는 남정네를 보호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앞세우고
통일독립 만세!
자주통일 만세!
1947년 3월 1일
저 동편에서 모여드는 물결
화북 ・ 삼양 ・ 조천 ・ 함덕 ・ 구좌 ・ 성산의 인산인해
저 서편에서 모여드는 물결
도두 ・ 백게 ・ 하귀 ・ 애월 ・ 한림 ・ 대정의 인산인해
저 남편에서 모여드는 물결
동광지역 농민들의 인산인해
89
왓샤 왓샤
우리들은 옷깃을 여미며
민족의 지도자는 독립의 의미를 역설했고
어른아이 남녀없이 뭉쳐진 열기는
기마병의 감시를 무시하고
북소학교 관덕정 광장을 가득 메우고
거리를 메우고
한울산을 메우고
하늘과 땅을 메우며
우리는 물결을 이루었다
우리는 해방을 위한 거친 파도로 일어선다
기마병과 경찰들은
쓰리쿼터에 기관총을 장진했고
한 발만 전진하면
쏜다고
드디어 총소리는
어린이 아기 밴 여자 이름도 알 수 없는
88
완전한 민주국가
수립하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 스스로 서야 하리니
조선 민족해방 만세!
3 ・ 1명정신 만세!
U.S.A놈들 물러가라!
산도 바다도 들판도
스물여덟 번째의 혁명의 깃발
해방의 함성을 안아 들고
산은 산의 노래를
바다는 바다의 노래를
들판은 들판의 노래를
합창한다
우리들은 도련에서 프랑카드를 들고
삼양 ・ 봉개 ・ 조천 ・ 회천 마을에서 읍내로 간다
하귀 ・ 애월 ・ 한림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가마니로 프랑카드를 만들고
91
산새들의 노래는 위로의 양식이고
풀벌레의 울음소리는
외로움 달래는 따슨 포옹이니까
바람은 해방 소식이고
빗방울은 생명의 샘이니까
항쟁의 피를 물려받은
흙도 돌멩이들도
함성을 지르고
거리마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인민혁명의 물결
파도는
해방사의 정방향으로
파동쳐 오른다
서러워 말아라
항전타가 스러져간 동지들이여!
여기에
우리가 있고 혁명의 깃발은
90
농꾼을 쓰러뜨리고 고기낚는 어른들을 쓰러뜨린다
피. 피. 피 뿌리며 쓰러져 간다
우리는 장치된 기관총을 피하여
북소학교
남문통
무근성을 지나
밤을 타고 밤을 타서
조국해방의 산길로 향한다
통일조국의 산길로 향한다
제국-U.S.A 군병들은
경찰과 함께
무릎 쏴 자세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산길은 우리를 안식처로 인도하고
한울산의 숲속은 우리의 회의장이니까
나무와 들풀과 고사리
이름 알 수 없는 들꽃들은 우리의 동지이니까
93
대지 위로 쏟아져 내린다
관덕정으로 모여든
인산인해
제주도 인민들은
가마니 거적에
혁명정신을 갈겨 써 넣었고
뚝뚝뚝 덜어지며 써 내려가는
항전의 혈서는
새하얀 헝겊 위에서
혁명처럼 번져간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을 처단하기 위하여
조국의 원수들을 몰아내기 위하여
우리는 북소학교 교정을 나와
관덕정 광장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다
전진 전진
92
꺾이지 않나니
동지들의 쏟은 피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죽지 않고 살아가는
혁명의 불꽃이랍니다
해방의 깃발이랍니다
함성은 불길로 솟아나고
3 ・ 1 혁명정신 계승하자!
조국통일 ・ 독립 쟁취하자!
파쇼세력 타도 타도 타도!
U.S.A놈은 남조선에서 싹 물러가라!
함성은 파도를 타고 물결을 이룬다
물결은 거리를 넘실거린다
나비처럼 날려드는
수천의 전단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95
물밀듯이 밀려오는 인민대중을 겨냥하고 있다
제국-일본군이 타던 군마 잔등 위에는
제국-U.S.A군의 용병이 올라앉아
전진 전진
U.S.A놈은 물러가라!
혁명정신 계승하자!
왓샤 왓샤
북소학교 정문을 나서
칠성골 입구를 채 지나기 전
비명 소리
아우성 소리
함성은 터진다
남문통 질러 왓샤 군중은 내려온다
북신작로 위에서 터져나는
함성을 가로막으러
칼로 베며 총으로 난사할 것만 같은
94
왓샤 왓샤
한 걸음 한 걸음 어깨에 어깨 걸고
한 마음 한 목소리 발에 발 맞추어
한 방향 한 방향 가슴에 가슴안고
전진 전진
왓샤 왓샤
화산도는 뜨거운 가슴열어
불을 토하고 불을 토한다
16. 쓰러진 전사들
관덕정 광장 경찰서 창틀에는
기관총이 설치돼 있다
그곳 망루에는
감시의 눈망울이 사슬처럼 걸려 있다
인민을 향한 M1총구는
97
눈앞에서 밟혀가는
생명은 파르르 떨며
대지의 품 안에 안긴다
분노의 돌이 날아간다
분노의 돌이
빗발쳐 날아간다
양키야 U.S.A 제국놈아 살인귀들아
이 아이를 살려내라
U.S.A 제국은 당장 물러가라
살인 개떼들을 일소하라
항전의 물결은 식산은행 앞을 메운다
그때, 경찰은 준비된 대로
명령에 따라서
U.S.A군의 작전명령에 따라서
무차별 발사 발사
96
기마병들은
관덕정 통로를 막고
군중은 밀고 밀리고
인민의 힘은 위대하다
총칼 앞에서
기마대 앞에서
인민의 저항은 장엄하다
비명에 비명
함성에 함성
무참하게 기마병은 인민의 등을 밟고
지나간다
쓰러져 내리는 인민의 저항을 밟아 뭉갠다
어린아이가 말발굽에
아-조국의 꿈
조국 건설의 기둥이
말발굽에 쓰러져 간다
99
발포의 명령은 인민의 가슴을
표적으로 삼는다
탕 탕 탕
싸이렌이 있는 망루에서
용병들은 정조준을 발사한다
발포의 명령대로
탕 탕 탕
우리들과 똑같은 한동네
야, 자 하던 사람들이
3 ・ 1혁명 기념식전에 참석했던
김씨와 고씨도・・・
양씨와 부씨도・・・
관덕정 댓돌 가까운 곳
햇볕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쓰러진다 다시는
일어나지를 않는다
98
중대굴 양씨가 먼저 쓰러진다
피 피 피...
인민 대중은 전진한다
전진 전진
U.S.A놈들 물러가라!
통일독립 쟁취하자!
혁명전신 계승하자!
앞으로 앞으로
인민 대중은 관덕정으로 물결쳐 들어간다
망루에
설치되어 있는 기관총은
무차별 발사한다
발포의 명령대로
하나 둘
7, 8명이 쓰러진다
101
애정 어린 따슨 손길을
무차별 학살을 명령한
U.S.A는 우리들의 피쯤에는
눈길을 두지 않는다
용병을 부릴 줄 아는
U.S.A는 우리들의 사랑을
노리개쯤으로 이용할 줄 안다
살아남기 위하여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어린것들의 애비로서
형님으로서
누님으로서
조상님네 무덤을 지켜온
아들딸로서
외적이 쳐들어온 이 식민의 땅에서
다시 대오를 짓고
항전에 모가지를 내건다
100
싸늘하게 식어가는
동지들의 시체
시체 위에 덮어진 물 젖은 가마니부대
가마니부대 아래서
흐르는 핏줄기가
한울산 발꿈치로
한울산 골짜기로
피멍 든 가슴팍 드리운 채
내를 이룬다
숲을 이룬다
제국의 총포 앞에서
떨리기만 한
벌거숭이 동지들은
떨리는 몸을 피한다
머리를 돌려 동지들의 시체를 훔쳐본다
식어가는 시체들에게 보낸다
터질 것만 같은 분노를
목 타는 원한 원한을
103
아, 분노한 인민은
U.S.A 군병의 총구 앞에서
검거 검거 검거당한다
아, 분노한 인민대중은 선택한다
총구 앞에서
적의 실탄에 맞아 쓰러져가는가
아니면 일어서
해방의 길로 달려가는가
포위망 안에서
분노한 인민대중은 선택한다
봉기의 길을
항쟁의 길을
해방의 길을
군정경찰은 사과하라
발포경찰을 파면시켜라
경찰은 무장해제하라
경찰정장을 해임시켜라
102
샘솟듯이 솟아난다
인민 대열은
17. 인민의 선택
침략의 총구는
목포로부터 군정 경찰
철도 경찰
서북청년단 ・ 민족청년단
대동청년단 ・ 대한청년단
충남 및 전남의 군정 경찰
전남북 및 인천의 군정 경찰병력
바다를 헤치며 한울산으로 총구를 연다
조병옥은 말한다
경찰의 모든 기능과 힘을 다해
대처하고
주동자를 일체 검거하라-고
105
피의 값을 보상받기 위하여
피로써
자주와 독립
해방과 통일을 지키기 위하여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로
행정기관에서 금융기관으로
산업단체에서 공장지대로
전후 조선에서는 처음 일어난
관공서의 대투쟁
총파업이다
상점과 음식점 종업원들에서
읍 ・ 면 각 지역의 경찰지서원들까지
실업단체원에서
법원공무원까지
U.S.A군과 경찰이 무고한 양민 학살
살상한 책임은 마땅히 U.S.A군정이 져야 한다
총지휘자 패트리치는 물러가라
U.S.A군정은 이미 쳐놓은
군정 법령 72호를 실험한다
104
친일경찰을 추방하자
피살자 부상자에게 피해를 보상하라
불법 검거 불법 투옥 금지하라
3 ・ 1 사태 수습책을 제시하라
U.S.A ・ 소 공동위원회를 즉시 속개하라
봉기의 길은
항쟁의 길은
직장별로 불타 오른다
3 ・ 1 사건 대책위원회
3 ・ 1 공동 투쟁위원회는
U.S.A군정의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
일어선다
탄압에 맞선 대결은
3 ・ 10 제주도 총파업투쟁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다
3 ・ 12 군청을 필두로
관공서 대중들이 일어선다
107
보안기관으로
제국-U.S.A의 명령은
제주도 총파업투쟁위원회를
강타한다
강타에는 강타로
봉기의 불길은 타오른다
항쟁의 봉화는 올려진다
근로자들에게
퍼부어지는 경찰의 총탄 앞에서
중문면 인민은
항거한다
피검된 동료 5명을 즉시 석방하라
불법체포 ・ 테러 만행 즉시 중지하라
부당 해고 반대한다
항거의 대열은
투쟁의 분노로 불붙는다
대량 검거의 선풍에
봉기는 도화선을 구축한다
106
체포 ・ 연행 ・ 투옥 ・ 심문 ・ 체형 ・ 벌금을 부과한다
제국은 제주도 인민의 민심을
파괴하고
맥아더 포고 2호를 점령 지배의
바이블로 삼는다
계엄령을 발동시킨다
제주도 민중의 발길을 묶는다
통행금지
제국-U.S.A는
용병을 파견시킨다
경찰관
서북청년회
민족청년회
대동청년회
대한청년회
용병을 배치시킨다
검찰청으로
경찰서로
109
선택한다
우리는 깨닫는다
투쟁의 대열에 선 자가
적 앞에서 떨고 있음이
그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우리가 적 앞에서
선택해야 할
최고한 값어치는
무장을
무장을
적 앞에서
우리는
무장을 선택하는 일
무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제단 앞에서
먼저 간 동지들의 가신 길을
선택한다는 것
108
해고 ・ 감원 ・ 실업
테러 ・ 폭압 ・ 착취
고문 ・ 구타 ・ 협박
공갈 ・ 강간 ・ 살해
경찰은 구금자를 고문한다
고문에 견디다 못내 죽어가
제주의 양심을
시궁창으로 내더진다
고문에 죽어간 시체 앞에서
난타 ・ 물고문 ・ 전기고문의 자죽 위에서
원한의 허우적거림은 진동한다
도민의 감정은
불에 타는 듯하다
이제는 선과 악의 선택을
적과 아군의 선택을
인민은
적이 누구이며
아군이 누구인지를
111
오름마다 봉화가 타오를
1948년 4월을 마중한다
우리는
서귀포 주민들은 경찰서로
돌을 던진다
항전의 의지를 드높인다
한경면 주민들은 경찰지서를 공격한다
고산지서를 공격한다
피검자들을 구출한다
구좌면 주민들은 세화 ・ 김녕지서를
공격하는 데 힘을 모은다
안덕면 서광리에서
주민들은 원한에 찬 주먹으로
육탄을 날린다
용병-U.S.A군정 경찰들을 공격한다
살인마 경찰에게
110
우리들의 선택은
침략해 들어오는 적군을 격퇴하기 위하여
남원리에서도
종달리에서도
북촌리에서도
화북리에서도
무기를 빼앗아오고
진지를 구축해가며
쳐들어오는
U.S.A의 지휘와 명령
명령에 복종하여
우리들의 동지를 살해하는
용병에게
U.S.A군에게
직접 항전의 불을 뿜으며
조작극을 넘어서
행정명령 제5호를 분쇄하며
가시리 주민을 습격한
U.S.A군정 경찰과
우익 청년단의 만행을 저지하며
113
이슬방울의 결의를 본다
의지를 배운다
출렁거리는 봄바다 뱃길에는
가시 돋친 마파람이 서려 있다
화산도에 솟아난
한울산은 천근 만근 무거운 짐을 진 채
하늘 이고 솟아 있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에 물결치는 보리밭은
마치도
창끝처럼 날카롭다
혁명처럼 곧게 서 있다
검거와 체포 구금과 처벌은
동지의 대열을 공고히 하고
지배의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나 음산한 U.S.A의 지배 전력은
112
1일 5홉씩 분배되는
테러리스트 집단을 살찌게 하는
강제 미곡수집정책을 공격한다
무섭다
손끝 얼어드는
꽃샘바람 불어드는 계절
이 4월에
봄볕에 검붉게 그을린
농민들은
이슬 맺힌 보리밭 고랑에서
잡초를 뽑는다
잡초의 뿌리를 힘껏 뽑는다
몸체를 패대기 친다
농민들은
청보리 잎새에 이는 바람과
영롱히 빛나는 아침이슬에서
해방전사의 자화상을 본다
떨어져 내리는
115
전쟁이다 침략전쟁이다
U.S.A는 남한 땅에서
침략의 유일한 합법성을
찾는다
5 ・ 10 단독선거를 전략으로
8 ・ 15 단독정부를 책략으로
U.S.A의 전략
전술 ・ 책략 앞에서
인민의 길을 선택뿐이다
5 ・ 10 전략 거부의 길을
8 ・ 15 책략 타도의 길을
인민의 길은
타도와 거부
인민에게 있어서
살아남아야 하는 또 하나의 선택은
입산
114
강토의 허리를 짜르기 시작한다
U.S.A ・ 소 공위를 결렬시키고
유엔을 주무르던 제국-U.S.A는
반도의 운명을
강도떼의 전략에 의해
동강 내려 한다
제국-U.S.A는 스스로
유엔헌장 제107호
헌장 2조 7항을 파괴하면서
조선 점령을 위해 명분 좋게
조선을 요리하기 시작한다
유엔 감시하에서의 조선 총선거
유엔 위원단의 설치
이것은 전략이다 전술이다
이것은 단선 ・ 단정 수립을 위한
5 ・ 10 남한만의 선거를 통해
8 ・ 15 남한만의 정부를 수립한다
이것은 제국-U.S.A의 반역이다
117
풀이란 풀 모든 풀을 밟고
새길을 만들며
숨 죽인 짐승이 되어 꼬불꼬불
몸을 숨기며 뛰어야 한다
기어야 한다
엎드려 있어야 한다
숨소리 죽여야 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간다 간다
우리는
산으로 간다
116
산으로 산으로
몸 숨겨 슬픔 잠시 달래기 위하여
빼앗긴 형제의 시체를
도로 찾아오기 위하여
잃어버린 얼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하여
나를 살리고 너를
살리기 위하여
천리 길 만리 길로 떠나야 한다
산으로 산으로
바다는 멀리서만 철썩거리고
바람은 힘없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준다
남편 잃은 아내의 가슴 품은 산
한울산으로
산으로 산으로
밤을 타고 걸어간다
나무 사이 숲 속에서
119
4 ・ 산으로 산으로
18. 살아남기 위하여
도지사 박경훈이 사임한다
그 자리를 유해진이 메꾼다
이것은 또 하나의 음모
제국의 음모이다
반공단체에 대한 살해 지원이 확대되고
학생들에게 살해활동을 지원한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제주도 출신자를 요직에서 축출한다
이것은 또 하나의 음모
U.S.A의 음모이다
한국은 U.S.A ・ 소가 직접 대결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U.S.A의) 영향력과 힘을
행사하기 위한 동서간의 투쟁과
아시아에 있어서의
121
이승만 반쪽 정부 지지는
선이고
통일정부 요구는 빨갱이 수작이라고
자주독립은 악이고
U.S.A에 영합하는 짓은 선이라고
통일은 악이고
반쪽만의 선거는 선이라고
이제 제국의 음모 뒤에 남는 것은
항쟁뿐이다
6 ・ 6 종달리 투쟁은
8 ・ 8 입산 투쟁으로
탄압이면 저항으로
해방전사 소탕이면
제국-U.S.A 축출로
입산자를 탄압하면
서북청년단을 향해
경찰과 경비대
120
(U.S.A의) 능력을 시험하는
세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상징
한국에 대한 군사점령은
이제 U.S.A의 군사적 전략 차원이 되어 있다
U.S.A은 세뇌한다
남한의 공산주의자들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위협받고 있다고
공산주의는 악이고
U.S.A만이 선이라고
U.S.A을 지지하는 기독교는 선이고
민족해방 요구는 적이라고
살해는 선이고
정의의 요구는 악이라고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123
서청판이 되어버린 제주도
서청이라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멈추어야 하는
제주도
제주도는 빨갱이섬으로
빨갛게 칠해져 간다
빨갱이는 악이고 살해의 표적이다
10월의 달 아래서
대동청년단은 빨갱이섬에서
양민들을 빨갱이로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제주도 빨갱이는
살해의 표적이 된다
누가 제주도 양민을 빨갱이라고
누가 제주도 지역을 붉은섬이라고
누가 빨갱이를 죽여야 한다고
누가 제주도 양민을 죽여야 한다고
규정하는가
재판하는가
처벌하는가
122
U.S.A군정청 침략군을 향해
폭탄을 던질 뿐이다
작은 모스크바 제주도 공산주의자를
분쇄하는 것이
U.S.A군정청 ・ 서청 ・ 경찰경비대의 목표라면
우리는 육탄이 되어
육탄이 되어
우리들의 마지막 목숨을 걸고
싸울 뿐이다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아, 입산자의 운명이여!
우리들은 서청 앞에 선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경찰 ・ 경비대 앞에 선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분명히 제국-U.S.A 앞에 선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해방조국 앞에 서 있으며
통일 독립된 내 나라 내 땅 앞에 서 있다
125
서청의 칼부림을 피하기 위하여
한울산으로
자연동굴로
은신처를 향해
다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항전의 길을 떠난다
산으로 산으로
조용한 마을에는 불안이 감돌고
쌀독의 쌀알은 저들의 배를 채우기 위하여
빼앗겨 가고
마을의 젊은이들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탈과 착취에 반대하는 말 한 마디
그 때문에
여인은 육욕의 대상으로
무참히 살해의 표적이 된다
124
처형하는가
3 ・ 1혁명 기념행사가 끝나자
U.S.A군정 ・ 군정경찰 ・ 육지 출신 관료
서북청년단에 대한 불만은
고조된다
우리가 사는 마을로
빨갱이를 잡겠다고
집집마다
사람마다
수색이 실시되고 검색이 자행되고
서청은 활동자금 조달을 위해
도민들에게 테러를 하며
금품을 갈취해 간다
우리들 마을로
죽음의 위협은 홍수처럼 넘치고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군정경찰과
127
해방조국의 아들 딸
우리들은
새나라 건설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면서
모이자 모이자
새나라 건설은
우리들 손으로
조국의 해방은
우리들 손으로
선생님의 뜻을 따라
해방조국의 아들 딸
우리들은
U.S.A군정 몰아내자
이승만 몰아내자
종이 한 장 없는 그때
우리는
다 읽은 책장 사이에 격문을 쓴다
126
우리들은
핏발 선 노랑 개 ・ 검은 개의 공격과
제국 앞에서
오욕과 굴종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항전의 길을 떠난다
산으로 산으로
항전의 길은
제국-U.S.A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하여
용병 경찰과
우익 테러집단의 박멸을 위하여
주간이 60명 야간이 40명쯤
백록학급은 리사무소 자리에서
정치사회
국어 도덕
화학 물리
역사 지리
해방된 조국의 모국어를 배운다
129
떼지어 간다
책보따리 둘러멘 채
우리는 돌팔매질을 하고
야음을 타서
잔악한 매질에 목숨 잃은
동료의 원한을 풀기 위하여
우리는 경찰지서를 공격한다
밝아오는 해방조국
그 새 아침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동료의 무덤에 흙 파 넣던
흙 묻은 삽을 들고
흙 묻은 손 부릅뜬 눈
뜨거운 가슴을 무기로 하여
제국-U.S.A 용병
서북청년단
철도경찰관을 향해
던진다
128
선생님들은 한 사람 두 사람씩
붙잡혀 가고
우리들은 책보를 든 채
지서로 줄줄이 몰려들 간다
우리 선생님 내놓으라
돌멩이를 던진다
선생님을 찾으려던
우리들도 하나 둘씩
붙잡혀 가고
잡혀 간 학생은 고문에 견디다
우리 곁을 먼저 떠난다
우리들은 리민들과 함께
3일동안 밤낮으로 호곡을 하고
조천리 리민장으로 용철이를 묻고 내려온 후
두 주먹 불끈 쥐고
검은 개 앞으로
131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적들의 총성을 들을 때마다
죽창을 곧게 세운다
오빠 제사는 음력 팔월 열흘
어느 굴 속에 묻어 버렸는지
어느 바다 속에 던져 버렸는지
뭇매에 죽었는지
산채로 죽었는지
육지 감옥에 갇혀 버렸는지
아버지는 오월 열엿새 날
총에 맞아 죽고
큰 아들은 일월 스무 날
매 맞아 죽고
1948년 정월 스무 나흩 날
첫 토벌대가 올라와서
모질게도 모질게도
도망치는 사람들을 뒤에서 총질하고
130
힘찬 근육을
삐라사건 후
우리는 신촌에 숨어 있었지
선흘에서 싸우다가
북촌으로 내렸다가
다시 선흘로 부대를 옮긴다
싸움의 주력은 용강으로 옮겨야 했고
그해 겨울쯤에
우리는 명도암으로
적의 토벌이 심해지자
우리는 다시 어승생으로 진지를 옮겨야 했다
우리는 적기에 몸을 숨기기 위하여
수상나무 숲 한가운데로
몸을 숨긴다
누더기에 모자도 만들어 쓰고
보리쌀 ・ 좁쌀 ・ 건빵 배급을 받고
주린 배 달래며
133
술 담배 닭을 안 내놓으면 빨갱이
형님 있는 곳으로 가는 아우
남편 있는 곳으로 가는 아내
아들 있는 곳으로 가는 어멈
무서워서 증오에 넘쳐
산으로 산으로
먼저 올라간 동네 사람들은
한울산을 진지로 하여
마지막 남은 산을 지키려
산을 지키려
일어선다
드디어 한울산은 우리의 진지가 된다
우리는 온 동네 리민에게
선전을 하고 삐라를 뿌린다
적들은 연설을 들으라
국민학교 교정으로
동네 사람들을 모은다
132
똑똑하다고 한 사람들을 다 잡아가 버리고
무서워서
원한에 맺힌 채
한울산은
우리의 진지가 되고
산으로 산으로
우리는 밤길을 간다
바지 저고리 입은 서청들
먹을 것 내어라
입을 것 내어라
여자 내어라
아들 내어라
술을 내어라
닭을 내어라
방에 들어 서랍 뒤져
마음대로 가져가고
먹을 것 입을 것 안 내놓으면 빨갱이
여자 아들 안 내놓으면 빨갱이
135
원수를 분간하기 시작한다
아군을 가려내기 시작한다
해변에서 우리는 모두 산으로 향한다
선거를 반대한다고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남북분단 가져오는
선거를 반대한다고
통일정부 가로막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해변에 남은 우리들은
지서로 잡혀가서
노인네 보면 아들 내놔라
여자들 보면 서방 내놔라
무릎 안쪽에 장작 끼워
무릎 밟혀 병신되고
서러운 한
원통한 한
134
무조건 이 차를 타라고 한다
군용차는 우리를 제주읍 닥그네*로
실어 나르고
우리는 손가락으로 구덩이를 판다
구덩이 파 가는 우리들 등 뒤에서
실탄은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우리는 스스로 구덩이로 꼬꾸라진다
우리가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잔인함을 확인한 후
우리는 산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산으로
한울산으로
숨 죽인 발걸음은 천근 무겁고
무겁고 다문 입과 팔의 근육은
*닥느네 : 현 제주시 용담동 -닦은 개, 다끈개, 닥그네, 다끄내. 제주 사람
들은 닥그네 포구라고 함
137
무기를 닦기 시작한다
숨었던 우리가
바로 서서 총을 겨누며
무기를 세우기에
가슴은 자긍심으로 가득 차 넘친다
9연대가 들어왔고
다음엔 2연대가 들어왔다
토벌대가 둘어와
산에 안 붙어도
붙었다고 죽이는데
어떡하겠는가
우리마을은 다 토벌대 손에 불태워지고
어떡하겠는가
산으로 산으로
이 한 목숨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
산으로
136
가슴에 안은 채
선거 반대
우리는 모두 산으로 향한다
우리는 산으로 깊게 들어갔고
굴 속에서 죽음을 배우면서
우리가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서
굴 속에서
숲 속에서
나무그늘 아래서
죽창을 깎기 시작한다
우리는 몸 숨길 굴을 판다
우리는 집 안에도 파고
산담 밑에도 파고
한울산 허리 자연굴을 찾고
우리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굴 속에서
보리밭 어구에서
돌담 아래서
139
솔잎더미에 불 질러 죽이는 적군들 앞에서
우리는 무서워서
증오스러워서
산으로
산으로
마음을 연다
저 아랫마을
아기 밴 어머니
아이 둘 데리고 숨어 있다가
이유도 까닭도 없이
다 쏘아 죽여놓는
적군 앞에서
무서워서 증오스러워서
산으로
산으로 혼을 맡긴다
함덕에서 타작당하고
신촌 ・ 조천 ・ 북촌에서
대흘 ・ 와흘 ・ 와산 ・ 선흘에서
138
한울산으로 길을 떠난다
우리들이 살 수 있는
그리고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진지
한울산으로
무거운 발길을 옮긴다
물 길러 오다가
가로막는 군인들에게
묻는 말에 대답 못한 때문에
반대한다고 얼굴을 향해 총을 쏘는
적들이 무서워서 증오스러워서
산으로
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시월 열하룻 날 우리 동네
아버님이 무서워 무서워서
솔잎더미에 숨었다는 이유 때문에
산 채로
141
연락병과 보초병
의무병과 총무과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밝아오는 조국 보드라운 아침햇살을
한껏 품어 살기 위하여
매맞고 고문당하면서
쌀을 빼앗기고
누이는 겁탈당하고
오빠와 동생이 눈앞에서 총살당하며
어머니에게는 아들을 내라
여인들에게는 남편을 내라
닭을 잡아와라
여인을 바쳐라
빨갱이를 잡아라
보초를 서라
성담을 쳐라
140
동네 사람들이 잡혀가고
고문에 정신 잃고
구타에 상처 입고
죽어 넘어지는 동네 어른들을 뒤에 두고
무서워서 증오스러워서
산으로
산으로 고향을 짓는다
우리가 죽창을 들고
산길을 걸으며
산하에 내릴 새 아침 광채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한울산 숲속
노리오름에 모인 것은
모이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닙니다
누가 모이라 해서 모인 것도 아닙니다
모여진 사람들이
죽창을 점검하기 시작하고
대열을 짓고
143
산사람으로 해방전사로 깃발을 든다
항전의 깃발은 피에 젖어들고
무거운 깃발 아래로
깃발 아래로
진보당 ・ 민족주의자 ・ 진보적 지식인
양심적인 이웃 형제들이 모여든다
조직을 개편하여 군사부가 설치된다
항전의 깃발 아래로
침략자를 쳐부수기 위하여
산에서 바다에서
고을에서 고을마다
범람하는 냇물을 이룬다
모든 물결은 합류한다 해방의 힘으로
항전의 깃발 아래로
우리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동짓달 하늬바람 맞으며
제국-U.S.A 음모에 정면으로
142
우리가 산을 선택한 것은
마지막 남은 생명
나와 나의 이웃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남은 선택입니다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가 취한 가장 가녀린 행위인 것을
우리가 산을 선택한 것은
저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해방된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소리높이 외친다
・ 조선을 조선인으로부터 빼앗아
제멋대로 하려는 U.S.A군을 몰아내자
・ 무기를 가지고 인민을 탄압하는 경찰을 타도하자
・ 조선민족의 흡혈귀, 우익 추종자들을 저주하자
우리는 삐라를 뿌리며
145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사용되며
우리들의 힘든 노동이 축제 되는
새날을 밝히기 위함이다
우리가 우리를 살려내기 위하여
우리가 우리의 희망을 지키기 위하여
밤도 무서웁고 낮도 무서운
제국-U.S.A의 점령지를 벗어나
산으로 산으로
한울산에서 우리들은 진지를 구축한다
해방의 진지로 눈 맑은 동지들이 모여들고
맨손에는 낫과 호미
목총도 죽창
우리들이 마련할 수 있는
무기란 온갖 무기를 갖추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정당한 공격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들의 무기가 정당성을 회복할 때까지
144
공격을 가한다
우리들의 이데올로기는 우리들의 사명은
자주 통일 독립국가를 건설하기 위함이다
제국-U.S.A의 점령을 배격함이다
수탈과 착취 억압과 횡포를 근절함이다
수색과 검색, 체포와 연행을 거부함이다
테러와 강간, 강탈과 강도를 거절함이다
우리들의 이데올로기는 우리들의 사명은
평화의 땅에 침략의 깃발을 분쇄함이다
평등의 땅에 착취의 장치를 제거함이다
자주의 땅에 굴종의 법률을 거부함이다
통일의 땅에 이간의 책략을 축출함이다
독립의 땅에 지배의 전략을 불태움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이념 우리들의 사명은
착취함도 착취 당함도 없는 우리 땅에서
지배함도 지배 당함도 없는 우리 땅에서
우리들의 생산물은 평등하게 나누어지며
147
그 순간을 무서워하는 것은
찾아야 되는
조국의 새날이 아직은 멀리에 있고
점점점 쇠약해지는
해방에 대한 연약한 신앙심이
가장 무서운 것이지요
우리가 산으로 떠나고
맨손에 무기를 들고
적들이 쳐들어오는
살해의 발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해방에 대한 작은 신앙심을
끝가지 지키기 위한
위안의 방법
위안의 방법이랍니다
우리가 정당한 무기로 무장하는 것은
형제 여러분!
우리가 죽창을 깎아내고
146
형제 여러분!
숲속에 숨어보면
골짜기에
굴 속에 숨어보면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몸놀림이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굴 속으로 스며 떨어지는
물방울이 내리는 이치를
알게 될 거예요
풀벌레 울음소리
산짐승들이 먼 곳을 향해
우는 소리에서
공포와 전율
막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
약간은 느끼게 될 거예요
우리가 포로가 되어
고문을 받고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149
휘날리기 전에
여태껏 우리들을 위해서 일해오신
어르신네들과
힘든 노동이 축제가 된다는
사실을 함께 느끼기 위해서
점령지를 탈출한 것이지요
산에는 먹을 것 없고
산에는 입을 것 없고
밤에 내리는 이슬 가릴
거적때기 하나 없는
빈 들임을 알아주세요
살 맞댈 애인들이 없고
얼굴 맞대어 살아갈 이웃들이 없는
오로지
원수들의 발자취를 쫓아야 하며
가능한 때가 오면
명중시킬 결의를 훈련받아야 하는
곳이랍니다
148
축 처진 어깨를 일으켜 세우며
무거운 쌀보따리를 나르고
해방의 문서를 연락할 때에
우리가 가장 무서워해야 할 일은
동지들 형제 여러분!
우리들을 외면하는 눈길이겠지요
따슨 손을 감추고
일용할 양식에 문 채우는
우리들을 밀어내는 심보이겠지요
우리는 혁명의 투사가 되기 이전에
최소한의 바른 정서가
나무와 들풀
하늘과 대지
그리고 이웃 형제들 앞에서
부끄럼 없이 발로되고
함께 나누어 먹을 양식을
독차지하지 않을 의지가
역사의 한가운데를 흐르게 하고
우리는 해방의 깃발을 먼저
151
115명이 연행
150명이 구금
국민학생들조차 체포된다
경찰서 지서
면사무소 학교 교실은 유치장이 된다
제주섬은 유치장이 되고
섬사람들은 체포의 대상이 된다
학살의 표적이 된다
우리는 유치장을 빠져 나와
각지에서
항전의 기습 훈련을 마치고
삐라를 뿌리며
시위의 대열을 짓고
학살의 근원지를 경찰서를 습격한다
U.S.A 점령군은
CIC 정탐에 따라
290명의 인민의 전사들을 체포한다
150
형제 여러분!
포로가 되어 사면이 캄캄했을 때
인간은 가장 정직한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지요
포로된 우리가 정직한 인간으로
새로 탄생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우리는
산길을 걸으며 밤에 몸 부린 곳에서
동지들의 체온을 모아 봅니다
19. 탄압하면 항쟁이다
살아남기 위하여
우리는 2월과 3월을 선택한다
경찰과 서청을 타도하기 위하여
무기를 확보해야 한다
106명이 체포
153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다
3월 14일 또 다른 동지가
경찰의 난타에 사망한다
조선위원단이 서울로 들어오고
제주도 전체 활동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지자
항쟁의 전사들은
경찰지서를 습격한다
경찰관을 공격한다
우리들은 단선반대가 우리들의 살 길이요
제국-U.S.A의 식민지화 정책을
반대하며 반공이념이 민족 분열을 책동하는
전략임을 만방에 고한다
우리들은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거부의 실천을 결행한다
유엔 조선위원단의 조선 분할계획 반대
남조선 단독 선거 ・ 단독 정부 수립 반대
152
우리는 체포의 망을 피하며
2월의 찬바람에 몸을 내걸고
3월에 움터 올 항전의 씨앗을 뿌린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봉기-우리는 일제히 일어선다
산에서 산으로
오름에서 오름으로
항전의 전사들은
단선 저지를 위한 행동지침을 세운다
3월 30일부터
단선을 위한 선거인 등록은
또 하나의 항전을 불태운다
투쟁의 방향인 반U.S.A-반경-반우익에서
항전의 방향은 선거인 등록 저지-단선 저지-자주통일로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날을 맞는다
3월 6일 21세의 김용철 동지가
155
동굴 속에서
중산간 산골짜기
바위 틈에서
숲속에서
큰 나무 아래서
잡목 사이에서
1300여 격전지에서
한울산
산에서
산에서
풀처럼 베어질 운명을
항쟁의 깃발로
혁명의 불길로
얼마 아니면 사그라질
항쟁의 전사들은
원수를 표적으로 하여
항쟁의 화살이 된다
항쟁의 육탄이 된다
154
소(련)군도 철퇴하고 U.S.A군도 철퇴하라
조선통일 민주정부 수립은 우리들의 손으로
제국주의 앞잡이 이승만 ・ 김성수 ・ 친일친U.S.A 반동 타도
노동3권 보장하라
사회보장제도 실시하라
노동임금 인상하라
정권은 인민에게
지주토지 몰수하여 농민에게 무상 분배
군 ・ 면 ・ 리에서 우리들은
쳐들어오는 경찰을 격퇴시킨다
무기를 빼앗는다
한림읍 금악리에서
안덕면 사계리에서
경찰과 교전한다
무장경찰 ・ 서청 ・ 대청의 기습을
검은오름 산기슭에서 격퇴한다
우리들은 어도리 샛별오름
157
5 ・ 죽창을 들고
20. 진격 진격
우리는 한울산 이곳 저곳에
진지를 마련한다
대정지구-세미곳 ・ 남송악 ・ 군산 ・ 다래오름 ・ 삼방산
한림 ・ 애월지구-샛별오름 ・ 노루오름 ・ 정물오름 ・ 눈오름
제주 ・ 조천지구-관음사- ・ 산천단 ・ 검은오름 ・ 어승생오름
중문지구-모라리오름 ・ 녹화오름 ・ 법정오름
남원지구-남이악 ・ 민오름
성산 ・ 표선지구-서월악 ・ 녹산봉 ・ 영추산 ・ 백약오름
골짜기 오름마다
오늘을 살아남기 위하여
내일의 꿈을 훈련시키고
경찰 서청의 공격을 격퇴하면서
제주도 해방구 건설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마을에서 마을로
결의에 찬 형제들을 대열로 세우고
156
한울산
산에서
산에서
부녀들은 양식을 나른다
학생들은 문서를 나른다
아동들은 소식을 나른다
의사들은 약품을 나른다
소녀들은 상처를 싸맨다
청년들은 죽창을 세운다
장년들은 지혜를 짜낸다
할멈들은 아이를 살핀다
어멈들은 젖먹이 젖을 물린다
159
서투른 사격연습을 계속한다
혁명의 깃발을 흔들며
우리들의 실천을
만방에 알린다
혁명정신을 따른다
친애하는 경찰관 여러분!
탄압하면 항쟁할 뿐이다 제주도 빨치산은
인민을 수호하고 인민과 함께 있다
항쟁을 원하지 않으면 인민의 편에 서라
양심적인 공무원 여러분!
하루빨리 선(조직선)을 찾아 구하고
소정의 임무를 완수하며
직장을 지키고
악질 동료들과 최후까지 용감하게 투쟁하라
양심적인 경찰, 장병, 대청원 여러분!
여러분은 누구를 위하여 피를 흘리는 것입니까
158
무기가 될 농기구를 닦고
먹을 양식을 확보하며
경계태세 훈련시킨다
통신연락
응급치료
작전명령
서로 익힌다
작전에 임할 주력부대는
무기를 점검하고
화북 ・ 조천 ・ 삼양 ・ 세화 ・ 남원 ・ 중립
애월 ・ 신암 ・ 어도 ・ 함덕 ・ 하귀 ・ 한림
서귀 ・ 모슬포 ・ 성산・・・
토벌대 무기고 습격 예비 훈련을 실시한다
경비대의 작전암호를 입수하고
제주 감찰청
제주 경찰서
U.S.A군정청을 습격하기 위해
읍 ・ 면 ・ 리 마을에서 가까운 동굴과
야산에 집결한 우리들은
무기를 지급받고
161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우리들을 원호하고
우리들과 함께 조국과 인민이 이끄는 길로
결연히 떨쳐 일어서 행진합시다
항쟁하는 위대한 조선 인민 만세!
자유스럽고 통일된 민주주의 조선
완전 독립 만세!
4월 3일 인민 무장대들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
반공멸비의 노래가 들리는 곳
경찰의 노래가 들리는 곳
나가자 가시장굴 설풍 속으로
우렁찬 노래소리 본부중대가
성판악 아침해도 등에다 지고
동쪽내 서쪽내 영실을 넘어
개미목 석파벌판 우리의 도장
160
조선인민이라면 조국과 인민을 압박하는
외적을 몰아내는 폭넓은 투쟁에 서야함이
명백하지 않은가
조국과 민족을 팔아먹고
애국자를 학살하는 반역자를 요절 내지 않으면
안된다
총구는 놈들에게 향하라
결단코 여러분들의 친형제에게
향하는 것은 안된다
경애하는 부모, 형제 여러분!
4월 3일 오늘 여러분의 아들, 딸 형제들은
무기를 손에 들고 일어섰습니다
매국적 단독선거에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여러분에게 어려움과 불행을 가져다 준
U.S.A 제국과 그 앞잡이의 학살 만행을 제거하기 위하여!
여러분의 골수에 스며든 원한을 없애기 위하여
오늘 우리는 궐기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163
아침해를 받으며
아픔을 잊은 채
인민은 굳세게 무기를 잡고
진격의 명령은
가슴 안에서 파도친다
조국 통일의 새날을 위하여
무명의 전사들은
골짜기에서 들판에서 일제히 일어선다
경찰과 서청은 무고한 양민을
무차별 살해한다
조국 해방의 깃발 앞에서
떨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죄악에 물든
민족 반역자들은 만행을 저지른다
1700명으로 구성된
비상경비사령부가 설치되고
토벌대 총지휘자 브라운 대령은
사건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162
작전명령을 발하는 U.S.A군정청
반동 친U.S.A 분자가 머무는 곳
우익집단이 호령하는 곳
제국-U.S.A에 영합하는 돈부자
거짓 지식인 인민을 파는 종교가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간다
민족 반역 ・ 인민 반역 ・ 민주 반역의 근거지를
타도하기 위하여
인민 무장대는 몸을 던진다
죽창을 의지하여 힘찬 근육을 편다
낫과 호미를 앞세워 탄압에 항거한다
탄압하면 항쟁일 뿐이다
해방의 새날이 밝아온다
성산 앞바다를 내리비치면서
솟아난다
조국의 아침 햇살은
상처 난 얼굴들이
165
본토 경찰관을 증파시킨다
제주 ・ 서귀 ・ 대정 ・ 성산 경찰서를 확대한다
총선이 임박해 오자
토벌대의 살인극은 선무공작을 편다
선무에 조종당할
인민은 없다
한울산에도 산마을에도
인민 무장대는 선무공작을 넘어
넘어서
신엄리 우익분자들을 공격하고
대동청년단을 파괴시킨다
조천리 경찰을 공격한다
인민 무장대는 산으로 밤을 타고
마을로 낮을 탄다
진보정당도 인민무장대 전열로
합류 ・ 합류, 한물결이 된다
정치투쟁을 한다
164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
본관의 계획대로라면
2주일이면 평정될 것이다
만행의 신호가 꿈틀거린다
유혈의 신호가 이글거린다
서귀포 국방경비대
서북청년단 ・ 대동청년단은
주민을 살해한다
임산부를 살해한다
고문을 가한다
빨갱이 누명을 씌운다
소나무 웅덩이에 생매장을 가한다
계엄령이 발표되고
통행증제가 실시된다
인민의 발을 묶고
총칼 아래 인민을 가두어 놓고
6연대 2대대를 배속시틴다
167
착취가 아니라
독점이나 수탈이 아니라
가난한 평등일지라도
평화한 사회에
인민을 주인으로 위치짓는다
우리들의 싸움에
중심은 인민대중이고
인민대중은 역사의 주체임을 믿으며
결기한 인민대중의 무장에
제주의 인민은 거대한 힘이 된다
인민 해방 만세
민족 해방 만세
밝아오는 조국의 새아침에
인민대중은 먼저 노동하는 주인으로
일터에서 힘찬 근육을 놀리며
생산되는 추수밭에서
웃음을 나눌 줄 안다
그리하여
166
우리들의 항쟁은
민족의 해방을 선택한 싸움이며
살해의 작전이 아니다
우리들의 항쟁은
인민 해방을 선택한 공격이며
무차별 만행의 음모가 아니다
우리들의 총부리는
원수의 가슴만을 겨냥한다
제국의 지배전략을 조준하고
U.S.A군의 작전명령을 분쇄한다
밝아오는 조국 해방을 위하여
우리에겐
밤도 없고
낮도 없이
해방의 새날을 위해
허기진 육신을 달릴 뿐이다
지배가 아니라
해방의 새날을 위하여
169
죽창이나 농기구가 전부이다
우리들의 무장대열은
산으로 피난간 형제들뿐
노인과 어린이 아녀자들뿐
그러나
우리들의 투쟁은 영구한 항쟁
영구한 항쟁은 몸으로 싸운다
우리들의 육탄이 무장의 전부가 된다
역사의 승리를 위하여!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인민의 자유를 위하여!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 되어
밤도 낮같이
낮도 밤같이
서러움과 고독이 밀려오면
나뭇가지에 걸린
별빛에게 묻는다
168
우리들의 표적은
방어를 위한 공격 대상을 먼저 찾는다
경찰서에 공격을 퍼붓고
서북청년단에 공격을 가한다
빨갱이 소탕에 참여한 인물
기관 ・ 숙소가 공격의 표적이 된다
우리들의 공격은 제한적 항쟁이며
항쟁은 반역의 논리와
만행의 주역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을 뿐이다
어쩌면 보복적 ・ 방어적 공격일 뿐이다
보라, 이호리 ・ 봉개리의 경찰과
신암리의 경찰 ・ 우익청년에게
퍼부은 보복의 총탄을
그러나 우리들의 무장은
카빈 소총
99식 소총이 중요한 무기이며
171
잘 가거라 동지여
동지의 길을
우리는 무덤을 만들고
동지를 묻고
흙 묻은 손 문지르며
허기를 달랜다
한 사발 보리밥으로
침략의 발길을 망보면서
떨리는 손으로
풀잎을 뜯어 무덤을 가리고
소리도 없이
우리는 자취를 감춘다
계엄의 총구가 사나워지고
통행의 문이 굳게 잠겨 간다
6연대 2대대가
정신교육에 철저해지고
우리는 어김없이
애월파출소를 공격하고
170
고독을 달래주려는가
서러움 녹여주려는가
부모형제가 보고 싶고
사랑하는 애인이 그리워 오면
눈물진 두 눈을 비비며
소울음 참고
내일의 과업을 위해
동지의 가슴팍 위로
쓰러진 채 따슨 체온 함께 나누며
새아침을 맞는다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 되어
기약없는 전투가
쓰라림임을 배우고
동지들의 죽음이
새날을 위한 거름이 된다는 한 믿음으로
무기를 들 줄 알게 된다
173
사람도 사람이 아니며
산도 산이 아니다
나무도 들풀도
산새들과 짐승들도
살아있는 생명이 이미 생명이 아니다
표적-살해의 표적이다
빨갱이섬 제주도는
이것은 제국-U.S.A의
작전이고
전략이고
고강도 저강도의 음모이다
제국의 음모는
・ 한국에서의 임무수행은
적국에서처럼 행하라(하지 중장)
・ 38선 이남의 조산 땅에는
172
신엄리 대동청년단을 습격한다
조천리 경찰지소를 사격한다
점점점 사나워지는
U.S.A군정 작전명령은
오라리 아라리를 수색한다
함덕 부근 숲속에 불을 지른다
21. 합류-인민의 바다로
우리들의 대열은
공격 목표를 향해 행진을 한다
살해의 음모는
제주도 전토를 포위한다
빨갱이섬 제주도는
살해 음모의 표적이 된다
제국 침략의 과녁이 된다
175
한울산 인민무장군은
모슬포 경비대를 공격하고
제주 ・ 조천 ・ 구좌
애월 ・ 한림 ・ 대정 ・ 안덕 ・ 중문
서귀 ・ 남원 ・ 표선 ・ 성산에서는
점점점
무장의 기치가 높아간다
동지들 사이에서는
창끝 같은 분노가
마을을 메운다
특공대는 적의 발길을 정찰하고
특경대는 적의 동정을 살핀다
인민무장대는 정치력을 장악하고
독립될 민족이
통일된 나라에서
자주적 정부를 건설하기 위하여
174
U.S.A군 정부가 있을 뿐이고
그 밖에 다른 정부는
존재할 수 없다(아놀드 U.S.A군정 장관)
진보적인 정치 정당도
인민의 바다로
인민의 바다로
노저어 갈
무기를 선택한다
한 물결이 된다
U.S.A군정청은 해상 교통을 차단한다
차단된 제주도에는
한울산뿐이고
한울산은 살아 움직인다
살아 움직이는 산
한울산은 분화구를 연다
177
・
.
하나의 대열에 서서
풀처럼 몸 일으켜 세운다
풀처럼 혼 각성케 한다
제국의 총포 앞에서
정직한 동포들은 하나가 된다
물결이 된다
파도가 된다
실탄이 된다
육탄이 된다
・
・
・
22. 제국의 총포 앞에서
5 ・ 10 단독선거는
176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생산된 양식이
골고루 나누어지고
눈 비 바람 아래서 행해지는
우리들의 노동이
축제가 되는 그날을 위해서
우리는 남에서 북에서
동에서 서에서
민족주의자도
진보적 지식인도
민주적 정당도
가진 자도 없는 자도
힘 센 자도 없고
눌린 자도 없이
남녀노소 구별 없이
무식한 자도 없고
빼앗으려는 자도 없고
높아지려는 자도 없이
・
179
제주도 외에서 들어온 공산주의자들의
선동, 모략, 위협을 선전하고
U.S.A의 신문과 보도는
스탈린은 제주도에서
5 ・ 10선거를 방해키 위하여
유격전술까지 채택한다고
・ 제주놈들을 몽땅 죽여버려야(이승만)
・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제주도 전토에
휘발유를 뿌리고
거기에 불을 놓아
30만 도민을 한꺼번에
태워 없애야 한다 (조병옥)
・ 제주도의 30만 도민이 없어져도
대한민국의 존립에
아무 상관 없어 (신성모)
빨갱이 섬이 되어버린
외로운 섬
섬사람들
178
민족의 분단
이승만 정부는
제국-U.S.A의 시녀
U.S.A군은 즉시 철퇴하라!
망국적 단독선거를 절대 반대!
투옥 중인 애국자를 무조건 석방하라!
유엔 조선위원단은 빨리 돌아가라!
이승만 매국도당을 타도하라!
응원 경찰대와 테러 집단을 철수하라!
조선 통일 독립 만세!
제국-U.S.A는 침략군을 증원시킨다
5연대 2대대를
480여 경찰을
900여 경비대
181
인민무장대의 투쟁은
5 ・ 10선거를 무너뜨리는 일에 있다
밤에는 봉화를 들고
낮에는 시위를 펴고
끝없이 반복되는 우리들의 행로에는
제국의 음모를 부수어 댈
사명이
언제나 우리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인민무장대는
신성한 힘으로 제국의 용병
토벌대를 격퇴시킨다
제국-U.S.A의 통신망을
차단하고
지배의 전신주를 가루로 만든다
신촌리에서 신흥 밀림지대에서
싸움의 승리를 기록하면서도
경찰 이외에는 누구도
가로에는 있어서도 안된다
180
철저하게 외면당한 무시된
섬사람들만의 투쟁
아무도 살펴주지 않은
섬사람들만의 외침
아, 밤 ・ 밤 ・ 밤 뿐이다
아, 사방은 절벽으로
제국의 굴레로 에워싸여 있다
해상의 교통도
연락망도
이제 모든 것이 포위된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섬
제주섬 사람들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섬
제주섬 사람들
우리는 제헌 국회의원 선거
입후보자 등록 마감일을 맞이하면서
183
선관위 사무소를 습격해야 하며
얼굴 가린 채 우리들은
경찰지서 ・ 파출소 ・ 면사무소를 공격하여
단선의 음모를 저지해야 한다
아, 조국의 운명아!
상처투성이 역사여!
제국의 발 아래
세뇌당한 같은 얼굴 같은 형제들은
구걸을 하고
이미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어
용병이 되어
제국의 극동 지배 전략을
고수하고 있나니
아, 민족의 운명아!
슬픈 역사여!
한 가닥 지켜온
의병의 뜨건 가슴으로
3 ・ 1 혁명의 열기로
182
만일 이를 위반하면
누구든지 사살한다(장택상)
살벌한 총구 앞에서
우리들은 총구 사이 사이에서
민족의 운명을 지켜야 하며
통일의 새날을 가려야 하며
자주의 정부를 세워야 한다
살해의 칼날 앞에서
우리들은 칼날 사이 사이에서
선거인 명부를 불살라야 하며
단독 선거가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가른다고
죽인다고
선전 삐라를 뿌려야 하며
투표소 설치를 저지해야 하며
투표소 설치를 저지해야 하며
토평리 ・ 이호리 ・ 하모리・・・
통일리 ・ 북촌리 ・ 하귀리・・・
185
용병을 수송 배치시킨다
U.S.A식 빨갱이 토벌작전을 편다
아, 슬픔 많은 섬
제주 섬에는
토끼처럼 잡혀가는
피 토하며 살해되어가는
인민무장대의 시체가 산을 이룬다
모래사장을 메운다
냇물을 불게 물들인다
경찰은 민가를 습격하고
총성은 한울산에 가득 넘친다
우리들은 포위망을 뚫고
야음을 타서
산을 내리고
인민의 가슴에 포근히
안겨도 좋은
지원을 받으며
184
인민이여 일어서라
단독선거는 아니 되오-
단독정부는 아니 되오-
우리는 밤이면 밤마다
주민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낮이면 낮마다
제국의 음모를 폭로한다
아, 쳐들어 오는 살해의 작전명령에
우리는 가슴 떨린다
초토화 작전
제국-U.S.A의 초토화 작전
빨갱이 토벌작전
제국-U.S.A의 CIC는
첩보전을 편다
로버트(W.L. Robert) 준장이 이끄는
살해의 부대는
전함을 앞세우고
187
비밀회담은 작전의 전술이다
제주 인민의거자는
제국의 하수인과 회담을 한다
5 ・ 10선거가 제국의 침략작전이듯이
인민의거자에게
김익렬을 보내는 것도 작전상의 명령인 것이다
적의 용병 앞에서
인민의 전사는 모두 용감했듯이
인민의거자도
용감하다
전투에 용감한 인민의거지는
전술에 약한
전사로 남는다
이민의거자와 제국의 용병
김익렬은 침략전술에
이중적 효과를 안겨준다
186
분단의 원수
제국-U.S.A의 C-47을 저격한다
PX의 침략 군수물자를 불태운다
삼양리에 주둔한 원수들을 공격하고
침략을 알리는
전화선을 절단한다
경비대가 우리들 앞으로 총을 쏘기 시작한다
제국의 총구 앞에서
머리로만 작전을 구사해 온
아직은 젊은
동지는
제국의 전략-선무공작에
틈을 내어 줄 때가 있다
인민무장대의 몸싸움에
하나의 모험은
소탕의 구실이 될 때가 있다
189
을 벌이면 피해가 많고 효과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돌담이 많은 제주도에선 박격포가 유용할 것 같아 보내달
라고 위에다 요청했더니 박격포부대를 보내겠다기에 기다
리고 있는 중이다.”
“자, 이제 회담에 들어갈까요.”
“당신은 U.S.A군정하의 조선인 군인이다. 나와의 교섭 결
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연대장이 개인 자격으로 이런 회담에 나올 권한은 없다. 나
는 U.S.A군정장관의 지시에 따라왔다. 나는 군정장관 딘
의 권한을 대표하며 여기서의 나의 발언이나 결정은 군정
장관의 그것이다.”
“그러면 회담이 되겠다. 나는 폭도(김달삼은 ‘제주도 인민의
거자’라고 호칭)의 전권을 가진 대표자다.”
“연대장은 정의감이 강하고, 선악을 식별하는 분별력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당신도 민족반역자나 악질경찰처럼 자
기네 죄상을 은폐하고 우리 ‘의거’를 공산주의 소행으로 덮
어 씌우려는가.”
근처에 있던 폭도들도 일제히 김중령과 우리 당국에 대해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김달삼은 분을 참지 못해 계속 언성을
188
23. 4・28 담판-전략적 음모
인민의거자 김달삼
젊고 명석한 사람
토벌대 9연대장 김익렬 중령
U.S.A군정 장관 딘 소장의 권한 대행자
숨 막히는 담판을 벌인다
한울산 허리 구억리 고지에서
“산에서 의식주나 통신 등 불편이 많겠다.”
“그렇지 않다. 만사 OK다.”
“경비대가 당신들을 아직까지 토벌치 않은 이유를 아는가.”
“그것은 군대가 우리의 궐기 동기를 이해하여 우리를 동정
하고 있기 때문에 토벌 명령을 못 내리기 때문이 아닌가.”
“군대는 개인 의사에 관계없이 명령만 하면 복종하게 돼있
다. 만일 오늘 회담이 결렬되면 당신과 나는 다음엔 전쟁터
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당신들이 경찰과 교전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石多의 제주도에서 돌담을 끼고 사격전
191
“범법자의 명단을 제출하고 전원 즉시 자수토록 하라.”
“무슨 소린가. 우리의 살인・방화는 정당방위이며 당연한
행위다.”
“법치국가에서의 살인 ・ 방화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불
법이며 정당성 여부는 재판을 통해서 가려져야 한다. 나
의 요구는 이상 세 가지다.”
“제주도민으로 행정과 경찰업무를 수행하고 반역적인 악
질경찰과 서청을 제주도에서 추방하라.
“민족 반역행위 ・ 악질행위가 입증되면 해직 ・ 추방 ・ 처벌
하겠다. 제주도 인민으로서의 행정 ・ 경찰 구성은 정치적
인 문제이지 군의 소관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독립정부
가 들어서면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약속한다.”
“제주도민의 경찰이 편성될 때까지 군대가 치안을 맡고
지금의 경찰을 해체하라.”
“이 회담이 성공하면 자연히 군대가 치안을 맡게 되며 경
찰은 나의 지휘를 받게 된다. 따라서 해체할 필요는 없
고, 인원을 축차로 개편하겠다.”
“의거(폭동)참여자를 전원 불문에 붙이고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라.”
“교전 중이 아닌 때 범한 살인 ・ 방화 행위 외에는 전원 불
190
높였다
“당신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 이상 회담을 진행
시킬 필요가 없다. 우리는 최후의 일인까지 싸울 것이
다. 이젠 믿을 데가 없으니 이북에 연락하고 마지막엔 소
련의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당신들이 정말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면 회의를 계속하
자.”
“우리가 폭동을 일으키고 싶어서 일으켰는 줄 아는가. 살
기 위해서 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조건을 들어주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게만 해준다면 당장 집으로 돌아가겠
다.”
“오늘 즉시 지서습격 등 일체의 전투행위를 중지하도록
요구한다.”
“연락상 즉각중지는 어렵다. 전도에 연락하려면 5일 정
도는 주어야 한다.”
“무장을 즉각 해제하라”
“비무장주민을 하산시켜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자
유와 안전이 보장됐으면 3개월 후에 전원 무장해제를 받
겠다.”
193
노모와 부녀자를 모실 수가 없으니 내가 지정하는 민가
에 이주시키되 주변에 군인이나 경찰이 얼씬하지 말라.
우리가 감시하겠다.”
“좋다. 그렇게 하겠다.”
그러나
악랄한 서청과 반동의 무리
쥐같이 눈을 번뜩이다가
하산자들에게 총을 난사
기습적으로 부락에 방화
이로 인해
4 ・ 28협상은 무너지고
인민의거자들의 가슴에는
뜨거운 증오가 펄펄 끓어
다시 한울산 자락에는
적개심 토해 놓은 탄알로 가득
살과 피가 튀기 시작했으니
제국의 음모를 뚫고
인민무장대는 장전리에서
192
문에 부친다. 군에 귀순하면 생명과 재산 ・ 안전 ・ 자유를
보장하겠다. 살인 ・ 방화를 행한 범인이라도 귀순하면 극
형은 면해준다.”
“나는 지금 가야 한다. 5시까지 귀대치 않으면 내가 당신
들에게 살해된 것으로 알고 내 부하들이 전투를 개시하
기로 돼 있다.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고 다시 만나 마무
리 짓자.”
“오늘 결말이 안 나면 결렬이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범법자 명단을 제시하라.
당신과 지도급들은 중벌을 면치 못할 것이나 모든 폭도
의 귀순과 무장해제를 책임있게 해주면 내가 개인 자격
으로 배를 마련해서 희망하는 해외로 탈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겠다.”
“정말 고맙다. 귀순과 무장해제가 약속대로 잘 끝나면 나
도 자수하여 모든 책임을 질 것이고 법정에 나가 우리의
정당성을 정정당당히 밝히겠다.”
“오늘의 약속은 나의 생명과 명예를 걸고 이행하겠다. 내
가족 전원을 약속이 이행될 때까지 당신들에게 인질로
맡기겠다.”
“당신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데 불편한 이곳에서는
195
모슬포지서
무릉지서
안덕면 파출소
토산리에서
서흥리에서
하도・김녕에서
저지에서
조천・함덕・금릉에서
도선리에서
금악리에서
북촌리에서
살해의 장치
살해의 도구
살해의 하수인을 처치한다
한울산 같은 산 아래서
하나는 살해의 편에서
하나는 살림의 편에서
죽임과 소생의 교차지에서
하늘의 고운 뜻대로
194
수산리에서
경찰토벌대와 다섯 시간의 격전 끝에
승리를 기록한다
다량의 무기를 노획한다
반동적 공공기관을 습격한다
불꽃 튀기는 봉화 시위에
적들의 간담이 서늘하게 된다
인민무장대는 오라리에서
반동적 공공기관을 습격한다
연일 연야
봉화 시위에
주민들의 힘을 해방의 열기로 승화시킨다
인민무장대는 이호리에서
한림면에서
대정리에서
도두리에서
표선면에서
197
경찰토벌대를
전원 사살한다
승리라기보다 비참한
조종당한 동족상잔이다
배후에서 조종당해 온
무고한 제주민들의 순구함은
희생에 희생을 더해 가고
폭악에 폭악을 더해 간다
우리들의 인민의지가 하나씩
넓어져 간다 하지만
제국-U.S.A의 점령 만행은
세뇌된 무리들은
점령 목적에 노예가 된다
인민무장대는
점령군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침략해 들어오는
토벌대의 무장을 빼앗는다
196
역사의 바른 길 따라
인민무장대는
동지의 길을 간다
한울 섬나라에 태어나는
다시 태어나는
후손들에게
죽창을 서로 겨누고
총칼을 서로 휘두르는
칼의 공화국 종식시키기 위하여
인민무장대는
하귀리에서
동에서 어승생악-관음사-송당-당오름-신촌
서에서 성판악-웅악-산방산-창산-모록밭-남송악
해방전선을 이루며
‘물장울’ 전투를 벌인다
해방 전선지대에
전화선 설치를 위해 배치되는
199
스스로 역사의 주인 되어
마을을 지킨다
동네를 지킨다
골짜기를 지킨다
뻐꾹이 우는
산을 지킨다
밤 새워 달 지도록
울어대는 뻐꾹이 산을 지킨다
24. 어머니
피 터지게 울어대는
어머니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의
피 터지게
가슴 터지게 기다리는
198
우리들의 적은
제국-U.S.A다
서청과 경찰의 영합이다
경비대의 반역이다
끝까지 지켜야 할 지조
동족에 대해서는 총구를 돌릴 수 없는
영원히 간직해야 할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냥해서는 아니될
경비대를 환영해야 하는
인민무장대의 민족애는
열두 번씩 배반을 당한다
탄압이면 항쟁이 있을 뿐이다
인민무장대는
응포 ・ 협재 협곡에서
경비대 토벌군을 격퇴시킨다
인민무장대는
201
산으로
산으로
올라갈 때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셨지요
나 걱정일랑 하지 말고
몸 조심하고
끼니 거르지 말고
・
・
・
그리고 그리고
잘 싸우라고・・・
어머니
어머니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어머니, 이 한 목숨 이슬같이・・・
200
밤과 낮
낮과 밤을 지킨다
생명을 지킨다
인민무장대 전사는
말한다
어머니
・
・
・
어머니
울지마세요
집이 불에 타고
마을이 불에 타고
아버지가 적의 총탄에 쓰러지고
제가
어머니 곁을 떠나
203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 결의에 찬 모습
금새 떨어져
어머니 품 속 대지 안으로
스며드는
자취 남김없이
사그라지는
그 한 생을 볼 때
너무도 떳떳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이 아들은 어머니 대지 앞에서
한울산 저 골짜기에서
소리도 없이
자취도 없이
사그라질
202
오늘은
U.S.A군이 지휘하는 토벌대가
160여 명 화북 3동 주민들을
포위해서
학교에 감금한 후
고문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주민들을 구출하고
토벌대를 습격했습니다
어머니
너무 기다리지 마세요
누이는 성한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저는 내일 새벽
총을 들고
새벽길을 떠나야 합니다
새벽을 걷다가
아침 해가 떠오를 때
풀잎에 맺힌 이슬은
205
냄새도 빛깔도
드러낼 수 없는
밝아오는 조국의 아침 햇살에
티없이 맑은
한 방울 아침 이슬이로소이다
어머니
어머니
대지는 이슬을 잉태하고는
스스로의 가슴 안에로
아들을 다시 품고 산답니다
이슬은 영롱히 사그라지는
인민의 아들입니다
인민의 아들은
이 밤도 무장을 한 채
밤길을 걷고 있습니다
밝아오는
새날에 영롱한 빛깔로
204
해방된 조국의 아침 햇살에
빛나고야 말
아침 이슬이로소이다
풀잎에 영글은
아침 이슬이로소이다
어머니는 밤새껏
이 아들을 다듬어 내셨고
풀잎-인민들의 정든 가슴 위로
저를 아낌없이 키워 내셨습니다
밝아오는 새벽에
풀잎 위에 영근
아침햇살에 영롱한
이 아들은 아침 이슬이로소이다
땅 속으로 사그라질
이름도 명예도
자취도 흔적도
207
살아있는 몸으로
굳건할 것입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밤새껏
이슬을 다듬어낸
전사의 영원한 대지로소이다
어머니-
이제 제주섬에는
초토화 전술이 강행되고 있는 때
조선인민 대표자대회가 열렸다
황해도 해주에서
1948. 8. 21~8.26까지
남부지역에 할당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하기 위하여
8월 21일 황해도 해주에서
조선인민 대표자대회가 열렸다
206
피어나기 위하여
어머니
어머니
이제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이
한울산을 떠나
어머니의 아들 닮은 사람들만
이 산을 지키겠지요
그때
어머니는
어머니는
저의 옆에서
뜻 깊은 대지로 이 아들을
품게 되겠지요
그러면
어머니와 나는 하나가 되어
분리할 수 없는
209
그러나 마지막으로 죽어간
인민무장대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조선인민 대표자들은
불타는 섬 땅에는
한 사람도 나타나 주지를 않는다
우리는 모두 포로가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가을 풀잎처럼
원수의 발 아래 밟히기 시작한다
원수의 발 아래서
우리들의 승리는 시작되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면서
우리는 무장을 든 채
산으로
산으로
208
그 대회에는
총 1,080명중 1,002명이 참석했는데
제주도에서는
김달삼, 고진희, 강규찬, 문등용, 이정숙, 안세훈
수 명이 파견되었다
이 대회에서 각 지방 대표들의 활동 보고
토론이 있었다
마지막 순서로 제주도 대표 김달삼이 등단하자
장내의 대표자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환영했다
여기서 김달삼은 「제주도 인민 무력항쟁의 진상」을 보고했다
제주도 인민무장대원들은 피나는 싸움을
전개한다
제주를 떠난
조선인민대표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을 받고 있을 때에도
인민전사는 아마도 환영 받는 곳에는
설 수 없는 인격체인가 봅니다
211
이제 군인들이
인민무장대의 성원이 되어
100명의 군인이 봉기를 한다
안덕 ・ 중문에서
서귀 ・ 대정에서
경찰서를 습격한다
무기를 빼앗는다
빼앗아 온 U.S.A제 무기는
올바른 역사 방향으로 총구를 겨냥하고
카빈 소총
수류탄은
점령된 우리네 마을을 탈환한다
포로된 우리네 동지 동지를 품어온다
9연대의 진압작전이
본격화 되어 간다
진압작전의 포화는
한울산 골짜기
210
산으로 오르던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왔고
우리는 내리던 발걸음으로
한울산-우리들의 진지로
또 다시 올라간다
산으로 산으로
25. 장병들의 항거
경비대 요원들은
하나 둘 어깨를 걸고
인민의 편으로 들어온다
단선 단정 거부하기 위하여
동족의 가슴을 겨냥하지 않기 위하여
인민의 편으로 들어온다
무장한 군인들이
제국 앞에 서서
제국의 음모를 폭로한다
213
인민무장대는 호소한다
군경들의 애국 ・ 애족의 혼에
불을 지른다
경애하는 경비대원, 경찰관 여러분!
여러분이 갖고 있는 총을 보라!
그리고 그 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
그 총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산 것이다
그 총으로 그대들의 부모 형제를 쏘려는가,
아니면 보호하려는가?
그대들이 갖고 있는 총을 진정한 주인에 돌려 주라!
제주도 인민은 그대들의 살과 피를
헛되이 버리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U.S.A 제국과 그 주구 이승만과 싸우자!
여러분들은 인민의 편에 서야 한다
여러분들의 조국과, 가정과, 부모 형제들을 지키고 있는
우리 인민무장대와 함께 싸우자!
애국자이자 명예로운 인간이 되자!
212
중산간 마을을 붉게 물들인다
동네가 불에 탄다
산이 타고
구멍 뚫린 시체들이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이 들판 저 들판에서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비를 맞은 채 쓰러져 있다
우리는 교전의 대열을 점검한다
전화선을 끊고
교량을 폭파한다
제국의 선거전략에 용병이 되어가는
공무원들을 처단한다
행정 간부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대열에 함께 하는 형제들은
경찰의 만행을 폭로한다
경비대의 잔악상을 고발한다
우익집단의 노예짓을 야유한다
215
제주읍과 하귀리간 전화선을 끊고
애월리 ・ 월당리 ・ 외도리에 진을 치고 있는
인민의 적을 공격한다
함덕에서도
이호에서도
우리는 정정당당한 사격을 늦추지 않는다
인민무장대는
민족해방의 열사가 되어
인민해방의 전사가 되어
원수와 더불어 싸운 인민의 선봉대
인민의 선봉대는
경비대의 민족애를 수용코자 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인민의 의거 원칙에 따르고자 한다
수원에 주둔하고 있던
2, 3, 4연대에서
214
고요한 마을로 토벌대가 들어오면
길거리에는 공포가 가득 들어와 넘치고
고동치는 가슴은
숨을 가두어 둔 채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달래면서
우리들은
토벌대의 만행을 본다
보행하는 사람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하여도
경찰에 붙잡혀 갔다
한곳에 두세 사람 모여 있기만 해도
무조건 사살했다
제주도에서는 U.S.A 군대와 동시에
국방경비대와
반동경찰이 인민을 집단 학살한다
잔인하기만 한 경찰토벌대는
인민무장대의 주력을 강타하려 한다
우리는 강타의 총구를 교란시키면서
217
패권주의다
동족을 살해할 수 없다는
인민의 전사들은
경비대원의 옷을 입은 채
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채로
일제 때 학도병의 탈출처럼
제국의 굴레-병영을 벗어나
인민의 진지
산으로 골짜기로
한울산으로 돌아온다
제9연대 제4대대 소속
하사관 ・ 사병
350명이 제국의 병영 막사를 탈출한다
M1소총과 5,000발의 실탄을 준비한다
한 대의 트럭을 몰고
대정파출소를 공격하며
인민의 진지로
속력을 낸다
216
제국의 용병을 차출하여
제11연대를 제주도에서
창설한다
U.S.A군정은 명령한다
제주도를 초토화해서라도
반란을 빨리 진압하라-고
제9연대장 김익렬 중령은
거세된다
동족상잔을 할 수 없다며
진압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제국-일본의 용병으로 악명 높은
박진경 중령을 앉힌다
제국-U.S.A의 작전대로다
제국의 침략전술이란
달면 먹고
쓰면 뱉는
절대적 자기이익을 위한
팽창주의다
219
새로운 동지의 진지를 향해
무장을 앞세운다
당신들의 친구 ・ 형제를 살해하는
U.S.A의 용병이 되려는가?
애국적인 인민대중을 테러 ・ 학살하는
도구가 되려는가?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해방을 위해
용감히 싸우고 있는
제주도 인민을 방위하고
검은 공포에게로 총구를 돌려라!
친애하는 장병들이여!
조국과 민족의 강토를
우리와 함께 지키자!
제국의 용병 박진경 중령이
대령으로 진급된다
U.S.A군 토벌대가 농민 80여 명을
학교에 잡아다 테러를 가한다
감옥으로
218
달린다 달린다
인민해방 만세
민족해방 만세
동족살해 결사 반대
우리는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눌-수 없다
의로운 탈출은
인민해방사를 풍요케 한다
외로운 사명에는 희생이 따른다
잘 가거라 동지여
대정리에서 20명의 동지가
체포된다
어쩌랴 저-고난의 길을
우리는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눈물 뿌리며
동지들을 뒤에 남겨둔 채
산으로
221
제주도민의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술을 퍼마신다
술에 취한 박진경은
내일의 살해를 위해서
연대본부로 돌아간다
30만 도민의 생명을 위해서
두 발의 총탄은
박진경을 쓰러뜨린다
U.S.A CIC는 인민무장대 네 명을
체포하고
점령군 고등 군법회의에 넘겨진다
인민의 적을 처치한
인민의 전사 네 명은
전원 총살형 언도
총살형 집행
전사여! 의로운 전사여!
220
학살의 형장으로
붙잡아 간다
박진경은 말한다
한울산 일대에 휘발유를 뿌리고
항공기로부터 소이탄을 섬 땅 위에
투하함으로써 방화하여 제주 빨갱이들을
몰살할 수 있다-고
6월 18일 새벽 3시 30분경
토벌대 사령부 숙사에
30만 도민의 이름으로
문상길 중위와 병사 3명은
박진경을 저격한다
제주도 양민을 토벌한 공로로
제국-U.S.A의 용병은
대령으로 진급한다
자축한다
도내 각 기관장 연대 참모를 초청한다
223
넘어뜨리고···
폭도가 있는 곳을 안내한 양민을
그곳까지 데리고 가서
만약에 폭도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총살해 버렸다
또 매일 한 사람이 한 사람의 폭도를
체포해야 한다는 등
그는 부하에 대한 조그만 애정도 없었다(대한민보 2권 16호)
나의 생명이
30만 도민을 위한 것이며
민족을 위한 것인 만큼
달게 처벌을 받겠다(손선호)
30만 도민을 민족 상잔으로부터
건지기 위하여
경비대의 근본 이념,
국가지상
민족지상의 정신으로
원만한 해결책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222
그대 가는가 어디로 가는가
제주의 6월 하늘은
음산하고
산도 바다도 슬픔에 숨죽여 있다
전사여 가는가
어디로 가는가
먼저 가신 인민전사의 길을
인민의 이름으로 가는가
민족해방의 명에 걸고 가는가
인민의 전사 손선호는 증언한다
우리(토벌대)가 화북이란 마을에 갔을 때
15세 가량 되는 아이가 그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본
박대령(박진경)은 무조건 그 아이를 쏘아
넘어뜨렸다···
그 밖에 부하들과 사격연습을 한다고
부락의 소나 돼지를 함부로 쏘아
225
이른 새벽을 깨는
총성이 울린다
담담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분들은 조선의 군대입니다
최후의 염원은 매국노의 단독정부 하에서
U.S.A군의 지휘하에서
조선인민을 학살하는
조선군대가 되지 말기를 바라며
여러분들과
이제
・
・
・
이별을 고합니다・・・조국・・・통일・・・만세
이틀 후
인민의 전사는
묶인 몸으로 눈 가린 채
224
너희들은 누구를 위하여 싸우는가?
무엇 때문에 U.S.A 제국 살인귀들의
총마개가 되려 하는가?
오늘 네놈들은 우리의 생명을 빼앗을 수는
있겠지만, 밝아오는 조국 아침햇살을
쇠사슬에 묶어둘 수는 없다 (문상길)
네놈들이 우리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혁명의 불길은 어떤 힘으로도
막지 못한다(박남섭)
여인들은 신음한다 울고 또 울고
국방경비대 제1여단 영창에서
묶인 채 고문을 받는다
9월 23일
인민의 전사는
묶인 몸으로 눈 가린 채
수색 처형장으로
겨누어진 총구 앞에 선다
227
다 이룰 수 없는
애인들의 죽음 앞에서
원한의 숨소리만 거칠다
총소리가 터져나온 후
총을 쏜 자도
명령을 내린 자도 자취없이 사라진다
산천도 울고
민족도 운다
민족해방을 위하여 싸우다 먼저 떠나는
인민 전사들을 다시는
이 땅 위에서 만날 수 없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다
U.S.A 제국의 재판에 사형 언도를 받고
U.S.A 제국의 총탄에 쓰러진다
민족해방 만세
226
겨누어진 총구 앞에 선다
겨누어 총! 구령이 발해진다
조선인민의 전사는
여 ・ 러 ・ 분 훌륭한 조 ・ 선 ・ 인 ・ 민 ・ 의 군대가
되어 주십시오
오오! 삼천 만 민족이여
싸늘하게 식어가는
전사의 시체 위로
따사한 가을 햇살이
축복처럼 내린다
고요한 조선 땅 위에는
제국의 총성이
고요한 적막을 깨고 있다
흐느끼는 여인들이
쓰러지고
쓰러지고
229
땅 속으로 스며든다
태연자약하게
유창한 말로
저승길을 선택하는
민족해방 전사들은
하나 둘
제국-U.S.A의 점령 재판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그라진다
형장의 이슬로 사그라지는
민족해방 전사들의 길을 따라서
여수와 순천에서
경찰 타도
제주도 출동 거부
그리고
남북 통일을 위하여
인민군으로 행동하자!
228
자주독립 만세
평화통일 만세
우리의 전사들은
박진경의 명령에 복종할 수가 없다고
임인택은 진술한다
조선을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전부 희생시켜도 좋다
그리고 산사람 토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각 부락을 수색하여서
부락민을 전부 검거하여라
이때 피하는 자가 세 번 정지명령에
불응하면 총살하여라라는
박진경의 명령에 불복한 전사들은
민족을 위한 거사로
살해를 결정하였던 것이라고
고요히 사그라지는
이슬 방울들은
어머니의 땅 속으로
231
정치 행정을 장악하고
새날을 위한 투쟁을 전개한다
9,450여 명이 학살된다
23,000여 명이 체포된다
학살과 체포의 만행
제국-U.S.A의 작전명령을 거부하며
남과 북 하나 되는
그날을 위하여
몸을 던진다
한 방울의 이슬처럼 사그라질 줄 안다
해방 땅의 정기로
산 생명으로
이 한 목숨 이슬같이・・・
230
국군 14연대 장병 3,000여 명은
출동을 거부한다
우리는 동족 살해를 거부한다고
U.S.A 군사 고문단장
로버트가 직접 작전을 지휘한다
군함
전투기
전차까지 동원하여
순천 시내에서 300여 명을 검거한다
순천의 전사들은
전차와 전투기
군함의 공격을 격퇴시키며
동족 살해 거부
제주도 출동을 거부한다
여수와 순천지역
인민무장대는
233
6 ・ 38선 이남만 5・10선거
- 분단 고착전술 거부투쟁
26. 거부 거부 거부
제주도 인민의 단선 ・ 단정
5 ・ 10선거 반대투쟁을 고무한다
남조선 단선 반대 투쟁위원회의
공동성명은
단선에 반대하여 일어난
제주도 인민투쟁을 피바다에
잠그고 있다
U.S.A인들과 유엔 조선위원단이
조작해 내는 어떠한 기만과 위조에도
속지 말고・・・
남조선 단선을 결정적으로 파탄시키자
제주도 인민은
5 ・ 10선거를 거부한다
마을을 비우고
야산으로 향해 떠난다
주민들은 오름으로
동굴로
숲이나 소나무 밭으로 향해
235
우리 노동자와 함께 단선을 파탄시키는 열화같은 구국투쟁을 전
개합시다. 만일 당신들이 유구한 반만년의 우리 조국의 빛나는 역사
의 영예가 귀중하거든 U.S.A 제국주의의 치욕으로부터 우리는 역
사의 영예가 귀중하거든 U.S.A 제국주의의 치욕으로부터 우리 조
국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하여 단연코 단독선거를 배격합시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 선조들의 유골이 묻혀있는 이 귀중한 강산이 U.S.A
제국주의의 철제에 짓밟히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 결연히 단독정부
분쇄투쟁에 참가합시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의 젊은 형제들이 동족상잔의 골육전과 유혈
적인 새로운 강도적 중앙 침략정책에 피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우리 전조선 인민들이 U.S.A인의 식민지 노예의 사슬에
결박되는 것을 반대한다면 일제히 단독선거를 보이코트합시다. 만
일 당신들이 U.S.A인의 사냥개이며 우리 민족의 영원한 원수인 매
국노 이승만, 김성수 도당의 학살적 독재의 멍에 밑에서 야만적 폭
압과 테러와 기아의 지옥에서 신음하기를 싫어한다면 이 매국노들
만이 가는 투표장에 절대로 나가지 맙시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 민족의 독립과 자유와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흘린 선열들의 붉은 피가 귀중하고 가슴속에 깊이 사무쳐 있다면 망
국적인 단독선거에 결사코 참가하지 맙시다. 만일 당신들이 우리 조
국을 통일되고 자유스럽고 부강하고 민주적인 독립된 나라로 만들
234
마을을 비운다
몸을 숨긴다
단독 선거 거부!
5 ・ 10 선거 거부!
민족을 거역하는
통일을 거역하는
조선 인민을 거역하는
제국-U.S.A의 전략・전술
선거전략을
거부 ・ 거부 ・ 거부하여
주민들은 산으로 산으로
정중한 발걸음으로
해방의 길을 간다
단선 ・ 단정 반대 투쟁
총파업위원회는 호소문을 발표한다
전 근로 인민들이여!
애국동포들이여!
237
쟁하는 위대한 조선 인민 만세!
전 조선민족의 통일과 독립과 자유를 위하여 투쟁하는 백절불굴
의 민족적 공격정신 만세! 자유스럽고 통일된 민주주의 조선 완전
독립 만세!
1948년 5월 8일
남조선 단선단정 반대투쟁 총파업 위원회
인민무장대는
5 ・ 10선거 거부가 민족이 살길이요
인민의 살길
바로 그 때문이다
머리로서가 아니다
전술과 전략적 의미에서도 아니다
역사의 길
해방의 길
살림의 길
인민의 길이기 때문이다
236
려는 애국 애족심에 불탄다면 단독선거 문제를 위한 적극적인 구국
투쟁을 과감하게 전개합시다. 우리 조국의 최대의 위기가 박두한 이
엄숙한 순간 매일 우리가 조금이라도 동요, 주저하고 수수방관한다
면, 그는 우리의 국토를 양단하며 우리 조국과 우리 자신을 멸망하
고 우리 후손을 영원한 불안 가운데 몰아넣는 것입니다.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의 국토를 양단하여 우리 조국을 또다시 새
로운 식민지 예속물로 되게 하는 것을 도와주는 원수들을 민족천추
의 죄인으로 원망하고 저주할 것이며 자손만대의 반역자로 낙인할
것입니다. 남북 정당 사회단체 지도자들은 그 공동성명 중에서 ‘우
리 강토에서 외국군대가 철퇴한 후에 내전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민족 통일을 달성하려는 인민들의 불굴부단의 희망
과 남북 정당 사회단체들 간에 전취된 약속과 우리 조국의 완전한
질서를 확보하는 튼튼한 담보라고 정당하게 선언했습니다. 이와같
은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으려는 U.S.A
제국주의자의 계획을 타도합시다, 우리의 위대하고 성스러운 구국
투쟁은 민족해방독립의 역사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 인민들의 무한한 동정과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
니다. 우리의 심장에는 구국순국의 붉은 혈조가 뛰고 있으며 우리의
통일된 단결력은 위대합니다.
형제 자매들이여! 일제히 일어서 구국 전선으로 돌진합시다, 항
239
조천 ・ 중문 ・ 안덕 ・ 대정 ・ 한림 ・ 애월 등지에서
선거인 명부를 탈취하고
투표함 배치를 막는다
5월 10일 이른 새벽부터
우리는-우리는-우리는
인민무장대는-무장대는
단선을 기어이 분쇄하고
단정을 절대 부인하자
투표하면 인민의 반역자이다
단선에 참가한 매국노를 단죄하자
우리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집집마다 거리거리에서
읍사무소 세무서 등지에 설치해 놓은
투표장을 파괴한다
투표장으로 가는 선거인들에게
보이코트를 설득한다
238
인민무장대는
오라리에서 대동청년단장을 제거한다
죽임의 승리를 위한 사살이 아니다
민족을 거역하는
해방을 거역하는
인민을 거역하는
아니-민족 ・ 해방 ・ 인민을 살해하는
모든 장치는 제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민무장대는
하귀리에서 전화선을 다시 끊고
경찰부대를 공격한다
우리가 제주읍과 신엄리간의 교량
교량들을 폭파시킨 것은
반역의 길을 끊고자 하는 상징이다
우리의 거부의 표시이다
조천리지역 선거관리위원들이
사임한다
5 ・ 10선거 거부표시이다
241
모여 모여
무기를 들고 거대한 제국-U.S.A를 향해
무기를 들고 저항 저항
드디어 제국의 음모가 폭로되고
싸워서만 얻어지는 진리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민족해방
인민해방
자주독립
통일조국
우리는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운다
우리가 투표를 하면 매국노라고
인민들에게 맞아 죽는다고
선거위원들도 선거를 거부한다
U.S.A군정 요원이 면내 투표소 설비 상황을
순회 시찰한다
240
삼양 ・ 외도 ・ 고산 ・ 무릉 ・ 저지
화순 ・ 남원 ・ 위미 ・ 도순 ・ 예리
세화 ・ 중문지서와 출장소를 습격한다
방화한다
평대 ・ 안덕 ・ 조천 ・ 서광 ・ 인성 ・ 하도 ・ 금악
선거사무소 ・ 투표소를 기습한다
선거인 명부 ・ 투표용지 ・ 투표함을 소각한다
철통같은 제국-용병의 저지선을 뚫고
목숨 건 우리들의 투쟁은
제국의 전략을 깨부순다
힘없고 무장력도 아직은 없는
동방의 작은 나라
조선땅 제주섬에서
인민무장대
무지하고 힘없는 풀 같은
목숨들은
산에서 산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243
나라 파는 그릇을 짊어지고
다니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매를 주고 쫓아보낸다
부락민들은
낮에는 산에서 훈련이 끝나면
밤에는 봉화를 올린다
동민들은 부락 부락에서
시위를 한다
국방 경비대도 투표를 강요한다
그들의 총출동에
부락민들은 산으로
숲속으로 몸을 숨긴다
우리는 못 나가겠다
못 나가면 쏘겠다
쏘아도 나갈 수 없다
그러면 몰살 당해도 원망 마라
242
투표함이 면사무소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을 본다
성을 내며 문책한다
가져 간댔자 받을 사람도 없고
또 가져갈 사람도 없다
그래도 지정된 장소까지 갖다 주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부득이 소사를 시킨다
소사는 거부한다
할 수 없이 외지사람을 고용한다
4백 원에
동리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몽둥이를 들고 나와서
투표함을 가져 온 그 자에게
그것이 무엇인데
가지고 다니느냐
아무리 돈벌이라 하지만
245
무기를 들지 않은 한 노인은
당신들은 힘을 합해 가지고
도내 전지서를 일제히 처부숴라
그러면 우리 인민들은 쌀과 나무와
모든 생활 필수품을 읍내 반동 놈들에게
보내지 않음으로써 그놈들을
자멸시킬 것이다
지금 국가의 흥망을 결하고자
전조선인민이 총궐기하였고
전도민이 죽기를 한하고 싸우는
이 마당에・・・
노인도 아낙네도 용서할 수 없는
단선 ・ 단정 수립을
거부한다
제주도 인민의 위대한 애국정신과
영웅적인 투쟁은 이제 전세계 인민 앞에
유감없이 선양되었다
244
부락민들은
숲에서 나온다
가슴을 해치고
경비대의 총칼 앞에 내민다
쏘아라!
차라리 죽을 지언정
나라를 팔아 먹는 그놈의 투표를
어찌 한단 말이냐!
민족해방 만세-
인민해방 만세-
자주통일 만세-
부락민들은 9일 밤 9시 봉화를 올린다
5 ・ 10 선거 거부를 위하여
산에 모여든 부락민들은
인민의 이익과
조국의 자유를 사수한다
247
형제 자매여! 친애하는 동포들이여!
제주도 27만 동포를 구하는 투쟁에 총궐기하자!
제주도 동포들의 투쟁은 적들을 공포 속에 쳐박았다
3천만 동포의 총결속 ・ 총궐기는 반동을 완전히
제압할 날도 멀지 않다
친애하는 형제들이여!
제주도의 영웅적인 구국 투쟁을 전국적으로 연결시키고
강화 ・ 발전하여 단정음모를 완전히 분쇄하자!
U.S.A군대를 철퇴시키자!
유엔 조선위원단을 내쫓자!
이 길만이 우리 3천만이 사는 길이며
이 길만이 제주도의 우리 영웅적인 동포 형제들을
구출하는 길이다
중문 ・ 성산 ・ 표선 ・ 북촌에서도 투표소를 피습한다
투표용지를 찢어 불사른다
해방-해방
한울산은 포위망을 뚫고
해방된다
246
그러나 우리 조국을 침략하려는
U.S.A 제국주의자들과 매국 멸족으로써
사욕을 채우려는
이승만, 김성수, 조병옥 등의 매국도당들은
지금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
악질 반동경찰을 U.S.A제 무기로 무장시켜서
대량 동원하여
제주도 인민을 대량 학살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남조선 인민, 아니
전조선 인민은 이제 순국의 열정에 불타고 있다
양군 철퇴에 의한 조국의 완전독립을
전취하려고 민족의 선두에서 사투하는
제주도 애국인민들을 구하자는 전인민의 절규는
단선 분쇄 투쟁 구호와 함께 조국의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전애국인민은 이미 굳은 결심을 하고 있다
만일 U.S.A 제국의 지시로 제주도 애국인민들에게 대한
만일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남조선 인민은 총궐기할 것이다
반동은 소수이며 인민의 힘은 무진장한 것이다
249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땅
제주도
빨치산의 노래가
자유의 함성이 되고
분배의 실천은
아무도 더 많이 가지려 하지 않는다
평등을 배운다
서로 가르친다
해방공화국의 탄생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우리들 가슴에서
솟아나고 있음을 배운다
아! 제주도 인민무장대
인민의거자들이여!
북제주군 갑구, 을구 두 선거구에서
선거자체를 무효화시킨다
제국-U.S.A의 전략을 수행해 온
전국 선거관리 위원회는
248
인민도 해방된다
아! 인민무장대 만세
앞서간 동지들의 길을
한울산 골짜기
산허리를 넘어 넘어서
물보다 진한 핏빛 자유를
얻어
아! 인민무장대의 무기는
조국의 독립
민족의 통일
해방과 자주를 얻을 수 있다
손에 손 잡고 어깨 겨누며
웃음 꽃 피어나는
하산길은 넓기도 하다
출렁거리는 제주 바다에 온갖 시름을
싣고 덩실 덩실 나는 듯 달려서
하산 하산 하산한다
251
특별 경비사령부를 설치한다
U.S.A군부대, 국방경비대, 경찰, 테러단
점령에 필요한 무력을 2주 사이에
무려 50% 이상을 증강시킨다
철벽을 넘어-
칼벽을 넘어-
제주 인민무장대 만세!
제주 인민의거자 만세!
한울산도 울고
제주 바다도 울고
돌도 바람도 여자들도 울고
환희의 눈물은 산이 되고
냇물이 된다
핏물에 찌든 들판이
5월의 신록으로 푸르름을 다시 찾은 듯
아! 다시 솟아나는 한울산이여!
아! 다시 피어나는 탐라의 꽃들이여!
아! 다시 소생하는 인민의 벗들이여!
250
U.S.A 군정장관 윌리암 F ・ 딘 소장에게
본인은 북제주군 갑선거구 및 을선거구에서
실시된 선거가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선거법
제44조에 의거,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삼가
건의 드립니다
갑 선거구-총 73개 투표소 중
투표가 실시된 투표소・・・31개소
투표가 실시되지 못한 투표소・・・41개소
등록된 유권자 수・・・27,560
투표자수・・・11,912명
을 선거구-총 61개 투표소 중
투표가 실시된 투표소・・・32개소
투표가 실시되지 못한 투표소・・・29개소
등록된 유권자 수・・・20,917명
투표자 수・・・9,724명
제국-U.S.A 점령군
U.S.A군정과 이승만은
5 ・ 10선거를 앞두고
253
그 정당성이 회복되도다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
깃발을 덮어다오 둥지의 깃발을
그 밑에 전사는 용감한 전사
더운 피 흘리며 말하던 동무
쟁쟁히 가슴에 울리어 온다
동무야 잘 가거라 원한의 길을
무장대는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아, 최초의 인민 승리
제국-U.S.A 백기를 든다
우리들의 깃발은
전사들의 시체 위에서
내일의 항쟁을 기다린다
제주도 선거위원회는
중앙선거위원회 앞으로 재선거를 요청한다
252
극동을 지배하려고
조선땅을 삼키려고
조국땅에 총칼을 심어 놓은
제국-U.S.A 점령군은
포고한다
제국의 패배다 패배다
이를 간다 증오한다 칼을 품는다
포고는 또 다시 시작되는 학살의 신호이다
제주도 북제주군 선거 무효와
재선거에 관한 포고
제주도 북제주군의 갑 ・을 양 선거구는
선거 반대파의 폭동으로
투표가 전 투표구의 반수 이상 실시 못함
행정명령 제22호
제주도 재선거의 무기 연기
아! 최초의 인민 승리
이제 우리들의 무장은 제국 앞에서
점령군 앞에서
255
는 등의 이유
드디어 제국-U.S.A 점령군은
재선거 무기한 연기를 포고한다
작전상의 후퇴일 뿐이다
침략자는 영원히 버리지 않는다
기름진 땅의 생산물-
굴종의 후예들을-
전략상의 변경일 뿐이다
침략자는 영원히 잊지 않는다
자기가 받은 상처를-
자기가 받은 수모를-
전술상의 위장일 뿐이다
침략자는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잉여노동력을-
잉여가치를-
254
제주도 내 2군 1읍 12면 1,206명의 선거위원이
있었는데
그 중 15명 살해당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으므로
남제주 선거위원들은 피신 중에 있는
사람이 많고
대부분은 후환이 두려워서
오기를 싫어하고 있다
북제주군 내 133개소의 투표소에 있던
선거인 명부는 거의 그 절반 이상이
탈취 혹은 방화 등으로 말미암아
없어지고 말았기 때문에
새로이 작성하지 못할
현상에 있다
5 ・ 10선거에 입후보하였던
북제주군 갑구의 4명과
을구의 4명은 한 사람도 양보하는 사람이 없으니
무투표 선거구로 할 수도 없는 현상에 있다-
257
48년 6월 23일 새로운 선거가 실시될 것임을
포고한 바 있습니다
이는 북제주군의 갑 선거구와 을 선거구의
유권자들에게
동 선거구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를 집약하는
평화롭고 방해 받지 않는 선거를
보장하려는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며
또한 제주도의 공공안녕과 질서를
문란케 하는 폭력적 사태에 대한
지속적 노력을 전개할 필요에서
본인은
동 2개 선거구의 재선거를
무기한 연기할 것을 명합니다
이 포고는 6월 10일
침략군 윌리엄 F ・ 딘의 이름으로
조선땅에 발해진다
누구에게 발한 포고이며
누가 침략자의 포고를
256
식민지 땅 위에서
군정장관 딘은 가볍게
입술을 아주 가볍게 놀린다
본인은 1948년 3월 17일자
한국 인민의 대표 선거법 제44조에 의해
본인에게 부여된 권한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북제주군 갑 선거구와
을 선거구에서
5월 10일 실시된 선거가
파괴적인 활동과
폭력으로 인해
동 2개 선거구의 투표소 중
50% 미만의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무효임을 지난 5월 24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본인은
동 2개의 선거구에서
259
조국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민족이 하나되는 그날까지
인민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그리하여 우리들의
노동이 축제가 되는 그날까지
그리하여 그날에
우리들의 아이들과 함께
새날을 설계하며
웃음 웃을 그날까지
우리들의 해방 투쟁은
계속된다
조국 땅에서
우리가 주인되어 살아갈
그날까지・・・
인민은 역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인민 해방투쟁 만세!
민족 해방투쟁 만세!
258
귀담아듣겠는가
매국노가 아니라면
영합자가 아니라면
반민족주의가 아니라면
반통일론자가 아니라면
민족의 분열을 조장하고
제국-U.S.A를 상전으로 뫼실
정권욕에 이글거리는 반역자가 아니라면
침략은 해방에 역행하며
침략은 자주에 역행하며
침략은 독립에 역행한다
우리는 침략자의 포고를
다시 무효임을 선언하노라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261
7 ・ 이 한 목숨 이슬같이
27. 초토화 앞에서
한울산 깊은 골 우리의 진지
깎아 세운 바위 절벽은 우리의 요새
우리의 자유를 지킨다
아아!
제주도 빨치산
봉쇄선 뚫고서 해녀가 온다
탄환을 나르다 피에 젖는다
조국의 자유를 지킨다
아아!
제주도 빨치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해도
육신이 찢겨진 운명이라 해도
인민의 자유를 지킨다
아아!
제주도 빨치산
263
명령한다
로버트의 지휘 하에
9연대장 송요찬
2연대장 함병선
경찰국장 홍순봉
용병대장 최천 등은
제주도를 통째로 사냥한다
초토화 작전
불 살라 죽이라
무차별 죽이라
무조건 약탈하라
삼광(三光)작전이란다
불태워 없애라
죽여서 없애라
굶겨서 없애라
삼진(三盡)작전이란다
262
소식을 전해주다 쓰러진 목동
씨도 성도 모르게 죽어가는구나
바다를 넘어 파도친다
아아!
제주도 빨치산
먼-산골짜기에서 노래소리가 유유하다
해주 조선인민 대표자대회가 끝난 후
인민무장대는
한울산 깊숙이 진지를 구축한다
제국의 총성이 드높고
무차별 난사하는
용병의 발포는
무장대와 양민을 구별하지 않는다
점령군 로버트는
토벌에 있어서는
대량학살 ・ 집단방화 ・ 주민추방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265
하귀 부락민들 60여 명을
같은 혐의로
자운당에서
도로변에서
집단 학살한다
연이어 180여 명을
집단 학살한다
한 집 한 집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사 수색 학살하는
롤러 작전이 전개된다
산사람들과 내통했다고
양식을 공급했다고
소식을 전했다고
주민은 모두 학살의 과녁이 된다
집에는 불을 지르고
곡식을 거두지 못한 채
비 ・ 바람에
264
1948년 9월에 들어서면서
제국과 용병들은
일부 해안부락을 제외하고는
295개 부락에서
1만여 호의 가옥을
불지른다
몸을 피하는 형제 자매들을
집단 학살한다
점령군과 군경토벌대는
비상 경보종을 친다
애월 주변 부락 주민을 강제로
애월 시장터에서
산사람
인민무장대를 동조했다하여
40명을 선정한다
군중 앞에서 부락민들에게
대창으로 찔러
죽이게 한다
267
자기집 시체를 찾으러 나선
아낙네들은
머리 풀린 채
송장 썩어가는 냄새를 피할 줄 모른다
길거리에는 인적이 끊긴 지 오래이고
밀고자가 울타리 넘어
눈총을 흘기면
배고픈 개들도
무서워서 꼬리를 감춘다
13세에서 60세까지로 규정된
민보단이 창설되면서
어쩌면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에배당에서 여인들이
공식적으로 남정네를 만나볼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듯이
반역의 역사 위에서
민보단에 이름을 올리고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266
선 채로 눈 뜬 채로
새싹이 뜬다
알갱이마다
이름없이 쓰러져 간
산골짜기의 인민전사들과도 같이
봄도 봄으로 마중할 수 없다
아침도 아침으로 마중할 수 없다
이웃도 이웃으로 마중할 수 없다
모든 살아 있는
짐승도 사람도 씨알갱이도
나무도 집도 산과 들판
산골짜기까지도
학살의 과녁이다
살해의 표적이다
상여소리도 없이
무덤도 없이
버려진 시체더미 앞에서
269
1949년 3월은 닫힌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략과 전술을
모을 수 있는 모든 병력과 전력을
U.S.A군과 이승만 집단은
학살의 방화의 파괴의 무기로 삼는다
학살의 원흉
방화와 파괴의 악당들
U.S.A 점령군 토벌대 이승만 집단은
양민이 낸 세금으로
양민의 모가지에 현상금을 건다
부락 ・ 마을 ・ 면 ・ 읍 ・ 시 ・ 도에서
활동하는 당원, 자위대원, 유격대원에 대해서
현상금(최고 30만원)을 건다
물적 증거로서 목을 베고
머리를 상관에게 바치면
승진 ・ 승급할 수 있다
죄 없는 산
268
자기보위인지도 모를 일이다
민보단은 노예처럼
이리 끌려간다
저리 끌려간다
점령군이 중산간부락에
소개명령을 발하니
자기집에 자기가 불을 질러야 하는
바비큐 작전에
마을사람들은 스스로 명령 집행자가 된다
이웃과 이웃을 가르고
해안 부락과 산간 부락을 가르고
애비와 아들을 가르고
에미와 누이를 가르는
점령정책은
국토를 가르고
우리들의 사랑을 가르고
1948년 10월은 열리고
271
심지어는 피난자의 가족들까지도
강제 동원하여
육지지역에 정착하고 있는
제주 사람의 집을 습격하고
빨갱이 도피자를 색출한다고
포위망은 넓게 그리고
치밀하게 좁혀 들어간다
백록 학우회 회원을 비롯하여
수많은 학생과 청년인사들을
제주도로 압송한다
그들의 재산을 깡그리 몰수한다
U.S.A 점령군의 제주도 봉쇄
토벌작전은 합동작전으로 강화된다
함병선 제2연대장은 화엄사를 기습
육 ・ 해 ・ 공 3면 연합 색출작전 개시한다
해군 함정 37미리 포로 위협 사격
제주도 연안 봉쇄로
270
화순 주변 농민 15명 이상을
화순 서쪽 모래밭에 한 밧줄로 묶어다가
이들에게 구덩이를 파게 한 다음
총살하고 거기에 몰아넣는다
너무도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죄 없는 산이라고 부른다
U.S.A 점령군의 제주도 봉쇄
초토화 작전은
고강도에서 저강도로
저강도에서 고강도로
저격에서 선무공작으로
학살에서 위장전술로
집단 학살에서 포로수용으로
세금 부과에서 색출 사살로
탄압의 포위망은
도내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수많은 군경, 간첩, 배신자, 투항자
273
그녀의 아랫배를 갈라내어
살해하는
처형되어 매몰된 시체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도
군경토벌대가 발하는
증명서, 양민증, 석방증이 필요하다
또한 시체 찾는 사람들을 조사한다
피살자와의 관계에서
심문사실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 대답만 해도
빨치산 가족으로 몰아
학살한다
시체들에 좀처럼 손을 댈 수가 없다
시체는 마을마다 고을마다
산에 들에 골짜기에
교정에 들녘에 골짜기에
교정에 들녘에 곡식밭에
돌담 어구에서 썩어썩어
산을 이루고 그 썩어가는 냄새가
온 섬을 메운다
272
해상탈출을 차단한다
공군 L-4, L-5 연락기는
공중에서 수류탄, 폭탄을 투하한다
투항전단을 살포한다
지상병력은 대전차포, 박격포, 0.5인치 기관총
로켓트포, M1소총으로 무장
제주읍 근교 일대와 한울산을 수색
제2연대는 정보수집, 선무공작을 전개
신예 무기를 시한다
소탕되기 전 하산을 종용한다
귀순을 종용한다
U.S.A 점령군과 용병은
포위 초토화 작전으로
제주도 양민을 희롱하며 만행을
즐긴다
부인에게
임산부의 국부에 막대를 찌르고
275
연설 ・ 연극 대본은
제주도 양민의 충정
자주독립 ・ 통일조국 건설을 위한
제국-U.S.A와의 싸움을
조롱이라도 하는 듯
마을에서 마을으로
산에서 산으로
비아냥거린다
하늘도 분노한다
대지도 분노한다
힘 없는 양민들은 학살의 총구를
피할 수 있을 때마다
천지신명께 빈다
손을 비빈다
죽는 어머니 가슴 위에서
젖을 짜는 어린것을 죽창으로
찌르는 일이랑 없게 허여 줍서
274
놈들에게 부탁하는
모든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거액의 돈뭉치가 얹어져야 한다
총 앞에 선 우리들은
저들의 만행을 그저 방치해 둘 뿐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이제 U.S.A 점령군 ・ 토벌대는
전략촌 작전을 실시한다
한울산 산림 수목을 짜르기 시작한다
소개령이 내려진 가운데
해안부락에는 축성명령이 내려지고
돌담 2.5미터 높이의 겹담에는
가시덩쿨을 깔아 넣는다
겨우 2개 내지 3개의 성문을 내어
농사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출입을 검문한다
검색한다
선무공작대의 노래소리와
277
포위망을 뚫고
초토화 작전의 불을 끈다
총구를 꺾는다
작전명령을 차단한다
인민무장대 만세
우리들의 산길에는
발자욱 소리가 분주하기만 하다
우리들의 발걸음 마다에는
처형의 사슬이 드높디 드높다
볼목리와 서귀리 사이
토평리와 서귀리 사이
산야에 산야에는
처형의 피로 내를 이룬다
협곡 ・ 굴 ・ 방공호 ・ 보리밭 돌담 어구
정방폭포 ・ 쌀오름
276
무고한 양민 구덩이 파게 허영
총살 허영 거기에 묻어부는
짓거리는 없게 허여 줍서
서청들은 물러나게
검은 개도 노랑 개도
양코재기 점령군도
물러나게 허여줍서
・
・
・
손 비비며 눈물 지으며
떠나가신 넋들을 달래며
가슴치며
울어대는 주민들도
총구 앞에서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
초토화 작전 앞에서
우리는 모두
다져진 결의로 포위망을 뚫는다
279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가슴을 드러낸 형제들의 몸뚱어리는
사격의 표적이 되고
총칼의 표적이 된다
죽창으로 찔러죽이고
총으로 난사하고
칼로 토막을 낸다
피살자의 시체는
산산조각이 난다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살점
부서진 뼈마디 마디는
물줄기와 함께
살덩어리와 만나서
물 밑바닥에서 언덕을 이룬다
빨갛게 뿌려진
선지 핏물은 시체와 뼈와
278
선내 ・ 베린내 ・ 사라봉 굴 속
주변오름 ・ 가은이마을 ・ 정뜨르비행장
한내 ・ 올리소 ・ 원장내 등지에는
선지피가 시체 위를 흘러내리고
성산리 터진목 모래판 처형장에는
초토화작전 명령만이
칼벽으로 치솟아 있다
역사의 휴양지와도 같은
정방폭포 물길에는
선혈로 붉게 물들어 있다
핏물은 냇물을 이루고
살대 위에는 나체로 죽어간
부인들이
살인연습을 위한 과녁이 된다
손발을 전주와 수목에 매어 달다
마치도 짐승을 희롱하듯이
281
28. 포위망 뚫고
초토화 직전에 쓰러진 전사들을
뒤에 두고 말없이
인민전사들은 격전지로 떠난다
잔악한 만행을 허락하면서
뼈에 사무치는
이 원한의 길을 가야만 한다
밤 ・ 밤 ・ 밤이 우리를 인도하고
낮 ・ 낮 ・ 낮이 우리를 안내하는
민족 해방의 길을 따라서
우리들은
칼벽을 넘어야 한다
핏빛 저녁하늘에
한번 운명을 심은 자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280
살점 살점과 함께
감돌면서 바다로 떠내려간다
살벌한 도살장
악마가 지배하는 지옥
떠내려가는 인민전사들의
살과 피
뼈와 영혼은
다시 우리들을 키워낸
양식이 된다
물고기로 살아나
뱃사람들을 위한
뱃길을 안내하리라
믿으며
우리는 또하나의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포위망을 뚫고서-
283
산에서 산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포위망을 뚫고
피곤한 무릎 일으켜 본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바다야
바람아 어쩌란 말이냐
산아 들판아
전사의 길은 포위망을 뚫고서
밝아오는 조국 아침 햇살에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빌면서
민족 해방의 길을 간다
우리들의 길은
해방투쟁의 행진
우리는 마지막 호소를
발한다
조국의 독립과 통일
282
인민의 한을 안고
살아가는 전사들에겐
용서를 배우지 않는다
잠시 몸을 숨기고
우리들이 가야 할 그 길을
다시 배울 때에는
앞서가신 외로운 전사의 길을
먼저 펼친다
해주로 떠나버린
동지들의 방치된 임무를 기억하면서
산일은 산에서 해야 하며
바다일은 바다에서
밭일은 밭에서
들일은 들에서
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배운다
우리는 인민전사의
사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85
독립은
통일은
통곡이다 아우성
투쟁의 함성이다
봉화이다
혁명정신의 계승이다
제국-U.S.A의 퇴진 요구이다
이승만 역도에 대한 심판이다
최후 통첩이다
해방전쟁의 선포이다
아, 제주도 인민전사들의
선전포고이다
친애하는 장병
경찰원들이여!
총부리를 잘 살피라!
그 총이 어디서 나왔느냐?
그 총은 우리들의 피
땀으로 이루어진 세금으로 산
284
인민의 해방을 위하여
마지막 목숨을 걸고
이것은 U.S.A제국과 이승만 역도들에 대한
제주도민의
가슴에 쌓이고 쌓인
원한과 울분의 응축된
화산의 분출이었다
빼앗긴 권리를 찾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산사람들
제국의 포위 작전
초토화 작전 앞에서
해방조국의 새날을 밝히려는
우리 모두 30만 도민 모두의
절실한 의사다
열망이다
호소이다
선전포고이다
해방은
287
자리를 차지하라!
인민전사들은
10월 24일 제주 인민의 이름으로
괴뢰정부에 대항하는
일체의 토벌군과
통치기관인 제국-U.S.A 점령군에 대항하는
선전을 포고한다
민족독립을 위하여
자주통일을 위하여
인민해방을 위하여
인민전사들은
해방 투쟁을 위해
무기를 다시 드높인다
하늘 높은 곳으로
무기를 다시 세운다
땅 속 깊이 든든하게
무기를 다시 펼친다
동서남북 하나로 묶는
286
총이다!
총부리를 당신들의 부모, 형제, 자매들 앞에
쏘지마라!
귀한 총자 총 탄알 허비 말라!
당신네 부모, 형제, 당신들까지 지켜준다!
그 총은 총 임자에게 돌려주자!
제주도 인민들은 당신들을 믿고 있다!
당신들의 피를 희생으로 바치지 말 것을!
침략자!
U.S.A 제국을 이 강토로부터 쫓아내기 위하여!
매국노!
이승만 악당을 반대하기 위하여!
당신들은
총부리를 놈들에게 돌리라!
당신들은
인민의 편으로 넘어가라!
내 나라, 내 집, 내 부모, 내 형제 지켜주는
빨치산들과 함께 싸우라!
친애하는 당신들은!
내내 조선 인민의 영예로운
289
대촌 주둔 토벌대들의 이동을
고내리 애기밴돌 부근에서
격퇴한다
인민전사의 총부리는
반역의 무리들 가슴을 향해
폭탄을 퍼붓는다
폭탄은 반역의 총칼을 태우면서
올곧은 역사의 노정에
인민을 인도하는
불기둥이 된다
빨치산의 앞잡이란 누명으로
마을 남녀노소들은
백 명씩 스무 명씩
신작로 한가운데서
토벌대의 사격연습을 위한
표적이 된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표적들은 꺾인 나무처럼
288
연대의 힘으로
무기를 다시 포갠다
우리들 모두의 믿음을 모아 모아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
민족의 해방을 위해서
인민전사들은
서귀포 토벌대인 경찰서를
맹습한다
서귀 대정간 지점에서
1개 중대의 토벌응원대를
격퇴시킨다
한림 매립지에서도
집단 학살에
구멍 뚫린 가슴은 피를 토하고
터진 배는 창자를 토하고
깨어진 머리는
용서할 수 없는
원한의 불을 토하고 있다
291
지서 ・ 면사무소 ・ 학교
토벌대의 작전지역을 기습한다
지휘계통을 마비시키며
동지들을 묶어 놓은
쇠사슬을 풀고
감옥문을 연다
한남 ・ 수망 ・ 태흥에는
해방의 노래로
위안의 밤잠을 청한다
가진 자 못 가진 자 차별이 없고
남존여비 차별 지워진 신분의 높고 낮음이 없는
해방통일의 날이 밝아오는
조국의 새날을 기다리며
높은 자도 없고 낮은 자도 없으며
일터를 더 많이 가진 자도 없고
일터를 빼앗긴 이웃들이 없는
자주독립의 날이 밝아오는
해방의 새날을 기다리며
290
대지 위로 쓰러져 내리고
마음 곧은 자들의 만세소리는
바위에
하늘에
길가에
각인되어
원한의 길을 가는 이웃들에게
정의로운 행진에
이정표가 된다
풀도 나무도 과실수의 생명도
달도 돼지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조리 소탕되는
한울산의 밤과 낮은
파아랗게 시들어간다
인민의 전사는 포위망을 뚫고
남원 ・ 위미 등지에서
전사의 사명을 다하면서
293
외로운 전사들은
꽃씨처럼 들녘에
골목길에
모래사장에
학교 교정에
꽃씨처럼 뿌려진다
우리들의 봄날에 꽃으로 피어날
우리들의 교전은
하원리 중문리에서
고갯마루에서 바다소리가
듬뿍 넘치는 그때
토벌대를 쓰러뜨린다
포위당한 부락민을 해방시킨다
토벌대의 학살은
부녀자의 국부를 난도질하고
목을 베고
가슴을 찌른다
조천에서 면장의 목을 베고
292
주린 배 움켜쥐고
우리는 제국-U.S.A의 음모 앞에서
항전하고 있나니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우리가 하는 이 일을 도와주세요
우리는 조국 해방의 그날까지
우리들의 대지를 위해서
한울산을 지키려 합니다
산의 겨울은 춥고
추위와 배고픔이
적들의 공격과 함께
전사들 곁으로 엄습해 오고 있습니다
옷과 식량이 필요합니다
저희들이 하는 이 일을 도와주세요
빗발치는 무차별 사격은
이백 명이 넘는
한울산의 전사들을 쓰러뜨렸다
295
살해를 조종하는 세상에
살해를 고무하는 세상에
한울산의 후예들은
토벌대에서 탈출한다
반미와 반이 투쟁은
소생의 꿈을 안겨준다
학살의 만행은
인민전사의 투쟁을
방조 협력하였다는 이유로
닥치는 대로 체포한다
피투성이 되도록 난타한다
손톱과 발톱을 뺀다
이에 못을 박는다
노상에서 총살한다
죽은 시체가 길가를 메운다
표선 모래판에는
100여 명 청장년이 쓰러져 있고
200명의 전사가 11월 3일
294
부락민 60명을 살해한다
신흥리 부락민 120명을 살해한다
진개동산 옆 넓은 밭에서
농어민 50여 명을 달음질시킨다
마치 도망치는 들짐승을 사냥하듯이
전원 몰살 전원 방치
피바다-모든 심장이 일제히 멈춘다
피바다-모든 소리가 일제히 멈춘다
한오름에서의 격전은
일진일퇴로
제주섬의 해방도 일진일퇴다
U.S.A 점령군은 애월면 고성리 주민
40명을 집단 살해한다
산부대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집단 살해의 증폭은 섬 전체를 뒤덮는다
살해 조종자
제국-U.S.A와
살해 집행자
이승만-집단은
297
B급 (무기징역)
C급 (20년 징역)
D급 (10년 징역)으로
즉결 판결을 내린다
결과는 어떠한가
500명이 정뜨르 비행장에서
500명이 모슬포 비행장에서
기관총과 수류탄은
살육의 잔치를 벌인다
혁명을 위해서
해방을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신성한 무기가 무엇인가
신성한 무기는 어디에서
창출되는가를 몸으로
땀으로 눈으로 코로
심장으로 발바닥으로
터득하면서
296
1,625의 전사가 11월 6일에서 20일 사이
2,383명의 전사가 체포 ・ 체포 ・・・
침략의 영구장치인 U.S.A군 주둔을
이승만 반역국회에서 통과시킨다
미마루 동산에서 다시
집단 학살의 피는 솟구친다
외로운 전사들은 필사의 투쟁을
전개한다
예리한 투쟁이 제국의 총구 앞에서
둔화되고
적의 무차별 학살은
눈에 띄는 대로 피를 부른다
양민의 피를
한림국민학교 교정에서
1,000여 명에게 군사재판을
A급(총살)
299
포위당한 삼양 주민들을 구출한다
침략의 지휘처를 포위한다
맹타한다
송당리에서 성산면 토벌지휘소를
공격해 들어간다
제2연대 제2대대 600명을 만난다
인민전사들은 특공대가 되어
토벌대의 화력을 빼앗고
반역의 무리들을 쓰러뜨린다
갇혀 있던 주민들을 해방시킨다
토벌대는 안덕면 농민을 집단 학살한다
서광 ・ 동관 일대에서
호순지서 앞 옴팡진 밭에서
빨갱이 가족 ・ 빨갱이 친척이란 구실 하에
기관총을 일제히 발사한다
양민들에게
토벌대는 19세의 마을 처녀를
298
부족한 무기에 기름칠을 한다
나사를 조인다
조준의 가늠쇠를 돋군다
인민전사들이 품고 있는 무기가
혁명의 열기를 뿜어내지 못한 채
혁명의 대지는 포위당하고 있다
인민전사들은 무기 대신에
민심을 품고 뜨거운 가슴으로
총칼을 녹인다 기관총과 수류탄을 녹인다
작전명령을 녹이고
지배와 침략의 음모를 녹인다
늦가을 태양이 조와 나락을
익게 하듯이
녹일 수 있는 민심의 가슴은
해방과 혁명의 전선에 배치된다
주민들은 인민전사들에게
침략의 전략을 제보하고
매복, 우회, 돌격작전, 기동력은
301
오등, 아라, 용강 부녀 부락, 학생, 주민
남녀노소에게도 똑 마찬가지다
U.S.A군 MP가 처형당하는 주민들 앞에서
기둥처럼 증언하는 듯
80명도 좋고 800명도 상관이 없다
검은오름 기슭에는
집단학살의 늪지가 있고
증거인멸을 위한
‘산부대가 죽었다’는
유언비어가 미리 준비되어 있다
반미와 반이 구국투쟁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외도 주둔 토벌대는
외도 ・ 내도 부락민
인근 중산간 농민들
고성 ・ 해안 ・ 도평 ・ 상귀 ・ 하귀 소개민들
좌익인자라 하여
1,500 주민들을
연대 산골짜기로 싣고 트럭은 달린다
300
끌고 간다
욕을 보인다
반항하면 칼로 찌른다
저항하면 총을 쏜다
살아도 살아 있는 몸이 아니다
죽어도 선한 죽음이 못된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제국의 총구 앞에서
야수의 밥으로 남을 수 밖에
우리들의 선한 의지는
체포되지 않은 한에서만
총살 당하지 않은 한에서만
인간적이며
살아남을 수 있다
오장육부가 지뢰처럼 분노를 품고 있다
항쟁이 아니면 살해되는
제주 섬사람들의 운명
이러한 운명은 연동, 노형 도두, 오라
303
제국의 음모도
괴뢰의 야욕도
산도 바다도 아직은 구별할 수 없는
어린 생명에게
빨갱이라 규정하여 칼질로
살해한다
상천부락 피난민 20여 명은
조근대비오름에서, 동홍리 주민
서귀리 주민은 아랫내에서
하효리 주민들은 산 채로
가마니에 싸인다
짐짝처럼 배에 실려
먼 바다속으로 던져버린다
상모리 하모리에서
부녀와 어린이들
45명을 기관총으로 사격한다
유격대에 협력했다
빨갱이 가족이다
상모리 비석거리에서
302
먼지 낀 행길가에는
개미새끼 하나도
인간의 발자욱도 찾을 길 없다
증거인멸을 위해서
시체 위에 부어질
휘발유에는 이미 검정 연기가
솟구쳐 오르고 있다
제2단계 빨갱이 소탕전이 개시된다
제11연대에 이어 제9연대가
주민의 머리를 짜른다
토벌대 대한청년 남제주군단장
강성건은 솔동산 전주에
짤린 머리를 매단다
도두리에서 공산주의자 가족이라 하여
총살한다 두 살도 못된 애기가
빨갱이 새끼라고
죽창에 찔린다
아직은 어른들의 세상을 모른다
305
안덕, 화순, 덕수에서
축성전에 매장된 식량을 찾아온다
베고픈 전사들은
식량을 찾아야 하고
추위에 떠는 몸을 감싸기 위해서
전사들은 동굴을 찾고
때묻은 낡은 옷이라도 구해야 한다
살기 위하여
살아 남기 위하여
전사들을 키운 젖줄도 마르고
전사들의 소식은
멀리에서만 아른거린다
인민의 전사가 신엄리를 공격할 때에는
벌써 국가보안법이 제정되어 가고
무차별 제국-U.S.A의 전쟁 준비는
반공정신을 심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반공은 살해의 다른 이름이다
반공은 침략의 다른 이름이다
304
묶인 주민들을 향해
학생들을 시켜 총을 쏘라 한다
학생들은 총 쏘기를 거부한다
용서없는 제국의 총구는
불을 뿜고
토벌대장의 권총은 확인사살을 한다
12월 토벌대의 양민학살은 630여 명에 이른다
인민전사들의 사명은
어느 총구를 막아야 하는지
역부족이다
간혈적 전사들의 공격은
불바다에 모래알을 세는 정도이다
인민의 전사들은
포위망을 뚫고
판포에 주둔하고 있는
토벌대를 습격한다
김준봉을 저승으로 보낸다
서광리에서
307
해방의 땅은 좁고
포위망은 점점 좁혀 들어온다
1949년 해방싸움의 조건은
양식과 부식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싸움은 양식에서 힘을 얻고
실탄에서 승리를 펼친다
해방싸움을 위해 전사들에겐
알몸뚱이
그 피곤한 육탄만이 남아있을 뿐
인민전사의 주력부대가
제주읍을 급습
도청에 불을 지른다
삼양지서를 난타한다
북촌리 넓은 송아동산 소나무밭에
매복
토벌군경의 군수품을 빼앗는다
99식 보병총 100정
M1 3정
306
인민전사들의 발길은
뜸해져 가고
매복공격으로 얻은 무기
미미한 화력을 가지고서는
포위망이 뚫어지지를 않는다
이제 인민전사들은
겨울을 나야 한다
겨울 대비 물자 공급작전을 펴야 한다
인민전사의 주력부대는
오등리 화엄사에 주둔한
제2대대를 포위 기습한다
관음사에 주둔한 토벌대를 기습한다
중문면 토벌대 2연대에 요격전을 편다
인민전사들과 농민으로 구성된
천여 명의 주민들의 외도리 해방을 위해
진격한다
성읍리를 완전 해방지구로 만든다
309
2월의 매운 바람이 온다
먹을 것 입을 것
총도 실탄도 없다
육탄만이 남아 있다
전사들의 숫자도 줄어든다
해방되어야 할 땅은
침략군에 점령되고
괴뢰의 총구는
무차별 난사다
땅이 일어서지 못한다
바람도 거세지 못하다
하늘도 분노하지 않는다
인민전사는 눈만이 예리하고
뜨거운 가슴만 애를 태운다
해방
308
카빈 5정을 빼앗는다
애월면 가시리 공격
표선리 경비초소 공격
협재 주둔 토벌대 습격
남원, 위미, 의귀 일대에서
토벌대는
중산간 부락민 전원을
빨치산 또는 그의 통보자로 몰아
집단 살육을 모의한다
인민전사들은 총무장력을 동원한다
토벌대 지휘소를 포위한다
공격한다
역부족이다 실탄이 없다
역부족이다 총도 없다
포위당한다 전원 포위당한다
전원 전사 전사・・・ 전사다
1월의 찬 바람이 지나고
311
모를 일이다
인민전사들은
성읍리에서
고내리에서
화순리에서
김녕리에서
노리오름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끈다
적들은 총공세를 음모하고
격리와 차단
집단학살과 선무공작으로
무차별 살해의 공포를
마을마다 뿌린다
불바다의 세례를
설교하는 적들의 총공세 앞에서
전사들은 최후의 전열을 가다듬는다
소수로 정예부대를 무장화시킨다
310
통일
자주
자립
아, 조국은 불타고 있는데
우리들의 무기는 어디에 있는가
전사들을 보필하는
민초들의 손과 발은 묶여 있고
가슴은 싸늘하게 떨고 있어야 한다
아, 인민은 떨고 있다
아, 조국은 불타고 있다
산도 마을도 부락민들도
제국의 총구 앞에서
떨고만 있다
해방은 어쩌면 총구에서 탄생되는가
혁명은 어쩌면 양식에서 잉태되는가
313
몸과 맘을 단련한다
전사들의 근거지 백록담 아래 큰장오리까지
습격해 온다
전사들은 숙련된 산악전을 전개
토벌대 2연대 3중대를
완전 섬멸시킨다
백록담은 알고 있다
정방도 알고 있다
최후까지 이름없이 산화해 간
인민의 아들
해방전사들의 한마음을
제국의 침략 앞에서
총부리는 누구에게 먼저
돌려져야 하는지를
식량과 옷가지는
누구에게 먼저
운반되어야 하는지를
312
부양가족 등 비전투원을
부락으로 내려 보낸다
부락민과 연대를 구축한다
인민전사들이 경비대로부터
탈출을 이행시킨다
한울산
산으로 산속 깊은 곳으로
최후의 결전의 때를 위하여
함병선 중령을 암살케 한다
경비체계를 교란시킨다
U.S.A 공군 정찰기의 정찰을 막는다
반공선전대원을 기습한다
산악전을 편다
・
・
・
최후의 일각까지 살아남은
전사들은
봉개리까지 진출
만반의 전투 태세로 토벌대 강습에 대비하여
315
29. 이 한 목숨 이슬같이
외로운 전사들은
꽃씨가 된다
밝아오는 조국의 새 봄날에
꽃으로 피어날
꽃씨가 된다
외로운 꽃씨가 된다
어딜 갔는가 인민의 전사들은
모두 어디를 갔는가
육지로 갔는가
해주로 갔는가
해외로 갔는가
귀순하여 죽고
보도연맹에 가입하여 죽고
토벌에 죽고
모두 죽어간 한울산의 꽃들은
칼에 찔리고
314
적 앞에 마지막까지 남은
자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며
누구를 위해 목숨 거는지를
한울산의 나무와 풀
억새와 고사리
돌과 바람은 알고 있다
전사를 길러낸 어머니는
아들은 왜 무기를 들어야 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인민전사는 아직은
승리의 환호보다
배고픈 봄날과 지루한 여름날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
317
전투에서의 승리에 교만하지 않고
자기가 쓰러뜨린
적의 가슴이 싸늘해지기 전에
뜨거운 흙 한 삽 덮을 줄 안다
왜,
인민전사들의 원수는 동족이 아니고
한울 전사들의 적들은 군경이 아니고
서청 ・ 대동 ・ 한울단 ・ 민보단이 아니고
제국-U.S.A이고
점령정책이고
극동전략이기 때문이다
외로운 전사들은
최후까지 대오를 지키면서
화북-삼양 격전지에서
하나의 별을 잃는다
외로운 전사는 외로운 싸움을
싸운다
시체는 십자형 마른 나무에 걸려 있고
316
총 맞아 죽고
고문에
죽고
모두 죽어간 한울산의 들풀들은
영웅을 부르지 않고
고요히 죽어도 좋은 동지를 부른다
당의 정략을 요구하지 않고
머리 좋은 이론가들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올 것이 올 때까지
자수증이 처형증명서가 되고
자수하려고 트럭에 탄 그 길이
저승길이 되고
석방이 학살되는
그 순간까지
한울의 전사들은
319
피를 흘린다
전사의 피는 통일을 키운다
자주를 세운다
해방을 이룬다
거칠어지는 제국의 총포 앞에서
도망쳐야 하는 우리가
또 한 번의 식민으로
포위당한다
총포의 공세로 우리는
유격활동의 길이와 넓이
인민 속으로 파고드는 깊이가
제한을 받는다
우리는 한울산
밀림 속 깊숙이 들어간다
인민전사의 낯익은 얼굴들은
줄어든다
빼앗길 것 빼앗길 대로 다 빼앗기고 나면
318
관덕청 앞 경찰서 입구
돌비석에 매달린 채
피 마른 시체로 죽창질을 받는다
토벌대는 외로운 전사의 가족과
친척 17명의 학살을
승리로 기록한다
반역의 역사 위에는
인민전사의 죽음도 싸움도
작전도 전략도 전술도
의로운 무기도 용서하지 않는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전사의
길은 외롭고
의로운 싸움은
마지막까지 싸운 전사들에 의해
승리를 창조한다
인민전사들이 가는 곳마다
321
환희같은 승리감을 맨 처음 느꼈을 때
적들이 쏘아대는
실탄을 먼저 마중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적들의 실탄을 받아낼 수 있으며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에
얻을 수 있는
조국의 해방과 통일은
총에 맞은 시체가 거름이 되는
그날에 피어나리니
병에 걸린 애월면 출신
전사가 정뜨르 비행장에서
학살되고・・・
북촌리 김모씨 이하 7명이
정뜨르 비행장에서 학살되고・・・
모슬포에서 이씨 이하 12명이
생매장
총살당할 때
외로운 전사 입가에는
아! 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320
우리는 참으로
자유함을 알게된다
이제 우리들의 승리는
완전히 천상으로 승화되고
8촌 형제가 학살되고
동네 학생이 확살되며
전사를 내 놓으라
혈족을 내 놓으라
피란 피
살이란 살
모든 피와 살을 살해한다
살해하는 자는 아직도
최후의 승리까지는 멀다
우리가 모슬포 굴 속에서
매몰되며
마지막으로 오씨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치도 웃음같은 미소
323
그대들이 하고픈 모든 만행을
독처럼 만연시키려무나
이 땅 위에 반도에
제국-U.S.A의 전투기가
군함이 탱크가
강토를 짓밟고 북진한다
북진이다
북진이다
잠 자지 맙서
잠 자지 맙서
그렇다 잠을 자서는 아니된다
잠을 자서는 아니된다
북진이다
북진이다
모슬포에는 육군 제1훈련소가
322
당당한 이 내 몸이
죽어져서 조국이 살아난다면
아! 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외로운 전사의 입가에는
벌써 웃음 띤 몸으로
노래가락을 흥얼대고 있나니
승리는 죽음에서 얻어지고
살려는 의지에서 굴종은 돋아나나니
부녀자 전사는 이름을 알 수 없고
50명씩
한꺼번에
노인과 어린이까지
학살되는
대정마을에는 증오보다는
제국의 총포여!
제국의 용병들이여!
그대들이 하고픈 것들을 한껏 하려무나
325
의 국민으로서 동등한 혜택과 행복을 나누는 데 있습니다
우리들은 제군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으나 하산하면 죽이리라는
공포심을 버리고 조속히 하산하십시오
귀순하는 자의 생명은 국법에 의해 보장되었으며 귀순하면 제군
들의 여생은 우리 도의회가 책임지고 보장하겠습니다
의원 일동은 평화낙토를 건설하기 위해 제군들이 무의미한 항쟁
을 포기하고 우리와 악수할 날이 있을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제주도의회 의원 일동)
누가 선한 자이고
누가 악한 자인가
우리는 무기를 들고
새롭게 기록되어져야 할
역사의 길을 걷는다
쓰러져간 동지들의 무덤 하나
짓지 못한 서글픔에
내일은 내가 동지의 길을 따라야 한다
조천면 선흘리에서
324
설치된다
작전명령 그대로
유엔군 총사령관 벤프리트와
이승만이 제주땅으로
침략해 들어온다
재산공비 하산 권고문이 발해진다
4개 정상을 험산 준령에서 간난신고하며 고향촌락의 그리운 부모
처자와의 상봉의 날을 고대하고 있는 재산동포에게 우리는 제주의
회의 명의로서 하산을 권고합니다
대한민국은 금년 4월 15일과 5월 10일을 기해 전국 일제의 지방
선거를 신시하고 완전한 지방 자치제도를 확립하게 되어 모든 권력
은 국민 대중의 손에 완전히 장악되었으며 모든 정책은 순수한 민의
에 의해 결정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은 국운이 날로 융성하여 민주주의의 본 궤도를 보무당
당히 매진하고 있는 이때 제군들은 산중에서 무의미한 항전을 계속
하여 국가의 은택과 국민된 행복을 우리와 같이 나누지 못함은 일대
유감지사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제군들을 살상하려는 데 있지 아니하고 대한민국
327
・
둘
80명의 전사들은
이슬 방울이 된다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이슬 방울이 된다
대지 안으로 스며드는
빨간 피
피는
조국의 새 봄날에 피어날
한울 조국의 꽃들의 뿌리에
거름이 된다
죽으면 살리라・・・
죽으면・・・
박창암 소령은
무지개부대는 5개월에 걸친
살해극을 연출한다
326
강동지가 당국에 넘겨졌고
아직도 소식이 없다
아우성을 듣는다
만세소리를 듣는다
통일조국 만세
자주해방 만세
제100전투 경찰 사령부가 조직되고
살해단 무지개부대가 한울산을 범접하고
경찰병력 6개 대대가
소탕작전을 벌인다
김동지의 마지막
작전명령에 우리는 원수 앞으로
총구를 돌린다
・
하나
・
329
수행한다
무지개부대의 제1,2,3,4,5,6,7호 작전
싹쓸이 작전
토끼몰이 형식
포위지역 절단 분리 형식작전이 병행된다
김일성 장군과
제국-U.S.A군 사이에
휴전협정이 조인됐어도
4 ・ 3은 계속된다
한울산의 전사들은 오늘도 숲속을 누빈다
외로운 전사의 길을
외롭게 간다
한병두 경감
필승중대는
인민의 전사
우리의 형제
2명을 살해한다
328
포로수용소가 설치된다
동족이 동족으로 하여금
감시케 한다
질시케 한다
싸우게 한다
죽이게 한다
제국의 전략이 계속된다
용병의 살해가 계속된다
COG ( 비밀작전부대 )
U.S.A군 소속 군사학교에서
특수전을 훈련받은
무지개부대 제9172부대는
비밀작전 ・ 유격전술 침투
공중낙하 ・ 산악전술 ・ 공작
심리전 ・ 도피전술 ・ 전이 ・ 태업
생존훈련 ・ 첩보 ・ 유격 ・ 방범
반첩보를
반방범을
331
물장올진지는 무너지고
한 걸음 한 걸음
흩어져 간 동지들의 거처지는
아카시아 꽃잎처럼
바람에 흩날린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핏물 진 냇물을 손바닥에 담는다
달밤이 지나고
칠흑같은 밤 ・ 밤
풀벌레 울음소리가 위안되고
산짐승들 발걸음 그 자취가 안도를 주는
인민의 전사는 머리 둘 곳 하나
없다
한울산은
적과 동지를 함께 잠재우고
제주 바다는 적군과 아군의 배를
함께 띄운다
한울산의 전사는 외로움에
330
인민의 전사 고씨가 체포된다
또
하나
・
・
・
둘
인민의 전사 김씨가 박씨가
부씨가 양씨가
전사의 길을 따른다
인민의 전사 김씨가 체포된다
김씨가 살해된다
10명에서 20명
30명에서 80명
두 명에서 네 명이
열 명에서 열네 명이
체포된다
333
전사의 몸체는 뛴다
대지 위에서
뛴다
해방춤으로 뛴다
자유 몸짓으로 뛴다
자주의 깃발로 펄럭인다
어머니의 땅에서
한울의 전사는
뛴다 뛴다・・・
30. 한울산 4 ・ 3 꽃
날아가는 까마귀야
시체보고 울지 마라
몸은 비록
죽었어도
혁명정신 살아있다
332
가슴 설레인다
잔인한 밤과 낮
적을 향한 표적이 너무도
범람하는
한울산 전사의 진지에는
동지도 없다
동새벽 백록 중대는
소를 몰고
길을 가던
신씨를 사살한다
피 뿌리며
총탄에 맞은 부서진 다리를
버려둔 채
몸을 날린다
점점히 상승 하강
끝까지 붙어 있는
335
동지들의 피는 대지를 적시고
산에 들에 골짜기에 쏟아놓은
뜨거운 가슴은 상처투성이
시체가 계곡을 메운
원격조종자
제국의 대학살극
동포가 동포에게 칼질을 한
죽창을 꽂고
총질을 해버린
부끄러운 역사의 길을 걸으며
서산에 지는
해를 보면
세계는 핏빛으로 물들고 있다
아 아
이 내 몸이 죽어져
조국이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334
우리는 산길을 걸으며
메아리 없는
혁명가를 중얼거린다
조용히 죽어간 전사들이
부르던 노래소리가
귓가에 쟁쟁히 들리어온다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
・
・
・
더운 피 흘리며 말하던 동무
쟁쟁히 가슴에 울리어온다
・
・
・
동무야 잘 가거라 원한의 길을
337
이 반역의 역사를
새벽녘까지 뜬 눈으로
적의 동태를 살피면서도
공격할 수 없는
우리들은 소리 내지 않고
적의 눈에 발각되지 않은
그것이
우리들 삶의 전부이나니
검은오름 밀림지대에서
한울중대의 사격은
또 한 사람의 전사를 쓰러뜨린다
앗-도망치는 몸으로
쓰러진 동지를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앗-살아남기 위하여
적의 총구를 피한다
우리는 구좌면 송당리 비자림에서
적들의 발길을 응시하고 있다
336
여기 이렇게 이슬같이
죽어가는 동지들은
죽음 그 자체가
시체 그 자체가
제국-U.S.A 침략의 결과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준
제국의 만행인 것을
우리는 승리했고
우리의 승리는 제국의 침략정체를
폭로한 것이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뼈는 뼈마디대로
해골은 해골대로
허옇게 드러나 있음이
우리들의 승리인 것을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해를
339
귀순은 삶을 연장시켜 준다
투항은 배불리 먹을 수는 있다
귀순과 투항은 끝까지
이용당할 것이다
이동자가 체포되고
전쟁의 잔해가 한울산 깊숙이
아픔으로 저며든다
신상묵 경찰국장은
나머지 동지들을 섬멸코자
동계작전을 편다
소탕을 위해
관음사 옛터에 신선대를 둔다
6개 요소에 각각
중대병력을 배치한다
소슬한 가을바람에
가을잎이 떨어진다
338
정동지는 부하들을 먼저 후퇴시킨다
엄청난 화력 앞에서
먼저 나선다
후퇴하는 대원들의 안전을 기뻐하면서
총탄은 동지의 가슴을 뚫고
앞으로 뒤로 휘청거리는
구멍 뚫린 육신에
벌집을 낸다
마지막까지 용서하지 않는다
승리이다
용서없는 동지의 길은
무덤이 없어도 떳떳하다
무덤에 들 때에도 떳떳하다
승리이다
귀순하고
투항한다
341
속삭이던 꿈을 덮는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람을 가른다
가지마다
서리를 받는다
한울산에 눈이 내리고
눈은 산을 덮는다
총과 칼을 덮는다
죽은 자들을 덮는다
죽은 시체를 덮는다
짤린 다리를
허리를
동강난 사랑을 덮는다
한울산 영봉에 쌓인 흰 눈이
잔인했던
제국의 침략정책을 덮는다
송당리를 덮는다
340
시체를 덮는다
뼈를 덮는다
먹다 남은 양식과
실탄이 없는 총과
끝이 무딘 죽창을 덮는다
인민전사들이 마지막 호흡처럼
신창지서를 공격
토벌대와의 전투에서
한 여자대원을 잃는다
제주바다 파도소리가
산을 덮는다
들을 덮는다
이슬처럼 사그라진
동지들의 발자취를 덮는다
애인들의 뜨거운 가슴을 덮는다
밤의 애무와
343
밝아오는 아침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
・
・
온몸에 총탄을 받으며
한울산의 전사는
오늘도
제국의 학살전략을 용서하지 않는다
파쇼의 분단정책을 용서하지 않는다
전사는 온몸에
아침햇살을 받으며
신성한 무기가 되어
전사는 전사의 길을 간다
4 ・ 3은 계속되고 있기에
오는 봄
4월에
342
1957년 오동지의 체포가 있던
밤 ・ 밤
고요한 산에는 마지막
호흡이 산을 덮는다
나무와 돌
다시 피어날 꽃줄기를 덮는다
바람은 산을 흔들고
나무를 흔들고
침략자의 사악한 마음을 흔든다
이 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한울산
인민전사들은
조국의 해방
자주독립
통일된 조국
344
한울산에
4 ・ 3 꽃은 다시 피어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