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산 사람들 6

한울산 사람들 6 

오늘은, 아픔일지라도

다사함 김명식 울림글쓰미

4·3 민족 민중해방 항쟁-이어쓴 울림글(詩) 온 묶음 6

한울산 사람들 6 

오늘은, 아픔일지라도 

초판 인쇄・2023년  12월    1일 

초판 발행・2023년  12월  12일    

지은이・김 명 식  

발행처・제주4·3평화재단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430(봉개동 237-2) 제주4·3평화기념관 4층  

전화・064.723.4350  

팩스・064.723.4303  

홈페이지・www.jeju43peace.or.kr

인쇄처・도서출판 각 Ltd. 

출판등록・등록번호 제651-2016-000013호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관덕로6길 17, 2층 

ISBN    979-11-93870-04-4  04810 

           979-11-88339-98-3 (세트) 

비매품

5

머리말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4·3 민족민중 해방항쟁은 아픔일지라도,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따뜻한 사랑의 길이고 

녹이는 혁명의 길입니다. 

4·3은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사람다운 사람이 가야하는 이정표로서 

조국이 하나되는 길잡이입니다. 

민족민중 해방과 평화의 나라를 여는 

살아 숨쉬는 몸부림입니다. 

4·3은 아픔일지라도 

4·3의 길은 사람 사는 나라를 여는 

사람의 길입니다. 

4·3은 민족민중 해방의 길로서 온누리 민중해방 역사에 

아로 새겨진 제주 민중의 깃발입니다. 

7

머리말  |  3 
 
제1부  오늘은, 아픔일지라도 (1) 
 
1 ・ 따뜻한 체온으로   |  15 
2 ・ 아사달 온빛으로  |  16 
3 ・ 봄밭에 뿌려 놓은 씨인 듯이  |  17 
4 ・ 새날이 밝아오는  |  19 
5 ・ 어멍 어멍 우리 어멍 
     아방 아방 우리 아방  |  20 
6 ・ 빛으로 살아야만 하는  |  21 
7 ・ 보리밭에 일렁이는 숨결인 듯이  |  22 
8-1 ・ 아픔일지라도  |  24 
8-2 ・ 아픔일지라도  |  26 
8-3 ・ 아픔일지라도   |  27 
8-4 ・ 아픔일지라도  |  29 
8-5 ・ 아픔일지라도  |  30 
8-6 ・ 아픔일지라도  |  31 
8-7 ・ 아픔일지라도   |  32 
8-8 ・ 아픔일지라도  |  34 
8-9 ・ 아픔일지라도  |  35 
8-10 ・ 아픔일지라도  |  36 
8-11 ・ 아픔일지라도  |  37 
8-12 ・ 아픔일지라도  |  38 
8-13 ・ 아픔일지라도  |  39 
8-14 ・ 아픔일지라도  |  40 
8-15 ・ 아픔일지라도  |  42 
 
 
 

목 차

6

아픔일지라도 산고를 견뎌 온 한울산 사람들-제주바다-어

머니의 승리입니다.  

총칼이 대포가 미사일이 원자탄 수소탄 핵무기 

군함이 탱크가 전투기가 MD THAAD가 이긴다고, 

모두 다 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진실이 살아있고, 참다운 사랑이 우리 모두를 

살린다고, 해방시킨다고, 평화를 가져 온다고… 

이웃네는 말합니다. 

4·3은 아픔일지라도, 4·3의 길은 이웃 사람 살리는 

살림의 길이며 아픔 녹이는 사랑의 길입니다. 4·3은 따뜻한 

사랑으로 민족민중 해방이고 녹이는 민중혁명입니다.  

4·3은 우리네 모든 이웃을 살리는 따뜻한 사랑의 혁명입니

다. 

4348.2015.4.3 

다사함 김명식 두 손 모음

9

8

2 ・ 우리들의 몫으로…  |  88 
3 ・ 우리들의 몫으로  |  89 
4 ・ 우리들의 몫으로   |  90 
5 ・ 우리들의 몫으로  |  91 
6 ・ 우리들의 몫으로  |  93 
7 ・ 살림의 길이었습니다   |  95 
8 ・ 사람의 길은…  |  96 
9 ・ 흙살 밟고 가노라면  |  97 
10 ・ 길잡이  |  98 
11 ・ 이 한 몸 다하여  |  99 
12 ・ 불을 놓아 물을 불려  |  100 
13 ・ 썩은 넋을 위하여!  |  101 
14 ・ 알몸 아닌 모든 것  |  103 
15 ・ 꽃 피는 그 나라에서는…  |  104 
16 ・ 온몸으로 아는  |  105 
17 ・ 개나발 당나라 공화국  |  107 
18 ・ 헛깨비 자본주의  |  108 
19 ・ 피 말리는 자본주의  |  109 
20 ・ 따뜻한 혁명을 위하여  |  111 
21 ・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  113 
22 ・ 4・3의 길은 아이고 이제  |  114 
23 ・ 4・3의 길은 이제 아이고  |  116 
24 ・ 기다림 속에서 그리움 속에서  |  118 
25 ・ 내가 가는 이 길이  |  119 
26 ・ 따슨 밥 나누어 먹는  |  120 
27 ・ 나는 이 길을 간다  |  121 
28 ・ 나는 나에게 물을 주시는  |  123 
29 ・ 꽃을 심는 일이오니  |  124 
30 ・ 저마다의 몫으로  |  125 
31-1 ・ 내가 나를 짓는다  |  126 
31-2 ・ 내가 나를 짓는다  |  128 
31-3 ・ 내가 나를 짓는다  |  129 

제1부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2) 
 
1 ・ 평화의 나라   |  45 
2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46 
3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47 
4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48 
5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49 
6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0 
7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1 
8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2 
9 ・ 한울산을 이렇게 말했다  |  53 
10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4 
11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6 
12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7 
13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8 
14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59 
15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1 
16-1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2 
16-2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3 
16-3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4 
16-4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5 
16-5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7 
16-6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8 
17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69 
18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72 
19 ・ 고마움으로…고마움으로  |  80 
20 ・ 우리가 산으로 산으로 가는 까닭은…  |  82 
 
 
제2부  우리들의 이 작은 몫으로 
 
1 ・ 우리들의 몫으로  |  87 

11

10

제4부  동 틀 녘 샛별로 빛나는 
 
1 ・ 산마루조차 오를 수 없는…  |  169 
2 ・ 오늘은, 빌레왓길을 걷는다  |  171 
3 ・ 그러나 몰라야 한다…  |  172 
4 ・ 한울산 느비로 가는…  |  174 
5 ・ 안온함 때문이니…  |  175 
6 ・ 한울산 배움글이다  |  176 
7 ・ 내 말로 내 발로…  |  177 
8 ・ 이를 악물고…  |  178 
9 ・ 깃털만큼일지라도…  |  180 
10 ・ 따슨 손길 먼저…  |  182 
11 ・ 누가 먼저…사람이 아닌 짓을-  |  183 
12 ・ 몸 숨긴 채로…  |  185 
13 ・ 생풀 언 주앙 먹으멍…  |  186 
14 ・ 나무 뿌리가 며칠째…  |  187 
15 ・ 새롭게 나를 지어내는…  |  188 
16 ・ 아픔이 결코 없는…  |  189 
17 ・ 타는 불길인 채로…  |  190 
18 ・ 작은 힘이 되어서…  |  191 
19 ・ 바람길 짐짓 빗겨서면서  |  192 
20 ・ 외로워지는 나를-  |  194 
21 ・ 온 목숨 살리는 이 길을…  |  196 
22 ・ 이 한 몸 피투성이인채로…  |  198 
23 ・ 몸의 나라 한울 말 그대로  |  200 
24-1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05 
24-2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07 
24-3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08 
24-4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09 
24-5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10 
24-6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12 
24-7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14 

31-4 ・ 내가 나를 짓는다  |  130 
31-5 ・ 내가 나를 짓는다  |  131 
31-6 ・ 내가 나를 짓는다  |  132 
31-7 ・ 내가 나를 짓는다  |  133 
31-8 ・ 내가 나를 짓는다  |  134 
31-9 ・ 내가 나를 짓는다  |  135 
31-10 ・ 내가 나를 짓는다  |  136 
32 ・ 4・3은 평화의 길이었음을…  |  137 
33 ・ 살림의 길 아니어든…  |  138 
34 ・ 순결한 숨결이오니…  |  140 
 
 
제3부  이 길을 걸으멍 
 
1 ・ 소도가 되어  |  145 
2-1 ・ 소도가 되어  |  146 
2-2 ・ 소도가 되어  |  147 
3-1 ・ 이 작은 씨이  |  148 
3-2 ・ 이 작은 씨이  |  149 
3-3 ・ 이 작은 씨이  |  150 
3-4 ・ 이 작은 씨이  |  151 
3-5 ・ 이 작은 씨이  |  153 
3-6 ・ 이 작은 씨이  |  155 
3-7 ・ 이 작은 씨이  |  156 
3-8 ・ 이 작은 씨이  |  157 
3-9 ・ 이 작은 씨이  |  158 
3-10 ・ 이 작은 씨이  |  160 
4-1 ・ 이 길을 걸으멍  |  161 
4-2 ・ 이 길을 걸으멍  |  163 
4-3 ・ 이 길을 걸으멍  |  165 
 
 

제1부 

 오늘은, 아픔일지라도 (1)

12

24-8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15 
24-9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16 
24-10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17 
24-11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19 
24-12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20 
24-13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22 
24-14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23 
24-15 ・ 그리운 나라에서는  |  224 
25-1 ・ 해로 빛나는 사람들  |  226 
25-2 ・ 해로 빛나는 사람들  |  227 
25-3 ・ 해로 빛나는 사람들  |  229 
25-4 ・ 샛별로 빛나는 사람들  |  230 
25-5 ・ 밥  |  231 
25-6 ・ 숨은 채로 뛰는 이 발길이…  |  233 
25-7 ・ 마니 꽃무늬의 산…  |  234 
25-8 ・ 살아있는 말으로 살리시는…  |  235 
25-9 ・ 빼앗기지 않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  236 
26-1 ・ 산으로 산으로  |  238 
26-2 ・ 산으로 산으로  |  239 
26-3 ・ 산으로 산으로  |  241 
26-4 ・ 산으로 산으로  |  242 
26-5 ・ 산으로 산으로  |  243 
27 ・ 한울산에서  |  244 
28 ・ 이 마지막 숨결…  |  245 
29 ・ 이 길이 아픔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  246 
30 ・ 몸 숨겨 살아있음으로  |  248

15

1 ・ 따뜻한 체온으로  

여기 나 홀로 흥얼거리는 

이 소리가 

‘이어도 산아 이어도 산아…’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을 그려 운다’ 

이 노래가 4・3이… 

아사달 온누리에 울려 퍼질 것이고 

칼 든 자에게도 총 든 자에게도 

침략의 음모와 살해의 명령은… 

병든 몸인 듯이 썩은 내음을 풍길 것이고… 

4・3은 영롱하게 새벽 별로 

이 온 산을 들녘을 골짜기를 

몸 숨겨둔 곳에 새겨 놓은 따슨 

체온으로 온 영혼 따뜻하게 되리니…

17

3 ・ 봄밭에 뿌려 놓은 씨인 듯이 

신단수를 보리수를 다시 배우며 

두 손 모아 절하는 여기 나 숨은 곳에서 

절 드려야 하는 나는 새로이 새로이 

마니의 빛을 온누리에 비추는 

4・3은…빛의 나라 새날이오니 

아사달로 열리는 그날을 만난다 

마니 빛나라 수립하는 

빛으로 낳는, 나의, 나 태어난 

아픔일지라도… 

새날의 열림이오니… 

봄밭에 뿌려놓은 

씨인 듯이… 

16

2 ・ 아사달 온빛으로 

몸 숨긴 채로 나는 예서 

만고의 가치로 

다시 태어나는 아사달의 빛을 

온 목숨을 만난다 

새봄의 배추 꽃으로 피어나는 

우영 한 모퉁이에서 

아무도 알 수 없으리라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이 한 목숨 

칼로 베일 수 있으랴 

총으로 죽일 수는 없으리라 

4・3은 바로 그 우영 한 모퉁이에서 

빛나는 아사달 새날로 밝아오리니 

나 숨은 그곳이 바로… 

빛의 나라이려니… 

만고의 가치가 있는…

19

4 ・ 새날이 밝아오는 

새하얀 넘치는 바다 물결 바라보멍 

어디에 숨었는지도 모르는 나는 

모든 숨결이야 

가장 소중한 한울임을… 

4・3은 뼈아픈 오늘이지만 

너나없이 거룩한 목숨으로 

피어나야 할 

여기가 죽임없는 산이어야 

오이어야 숲이고 나무이어야 하는 

이렇게 모두가 온 목숨 지키는 

모두가 온 목숨 지키는 그 일이야 

바로 4・3은 

새로운 목숨의 시작임을 

비롯음을 알리는 

새날임을 아는, 알게 해 주시는…

18

4・3은… 

날마다 밝아오리니

21

6 ・ 빛으로 살아야만 하는 

해 질 무렵에 나는 

숲속의 벌레처럼 

만나의 노래를 부르며 

만나의 하늘을 빛의 나라를 그리며 

가장 작은 힘으로 

가장 크게 피어나는 한 가닥의 

빛을 바라봅니다 

나의 작디 작은 몸이 커다란 

가장 큰 산으로 솟아나는 

4・3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빛 

가장 커다랗게 지으라 하시오니 

4・3은 나에게 

아픔일지라도 

금척입니다…빛으로 살아야 하는…

20

5 ・ 어멍 어멍 우리 어멍 
     아방 아방 우리 아방 

우리 어멍 당, 의 어멍도 곡 

우리 아방 건지당, 의 아방도 건지곡 

우리 성님 당, 의 성님도 곡 

어멍 어멍 우리 어멍 

모든 어멍이 우리 어멍이니 

4・3은 

아방 아방 우리 아방 

모든 아방은 우리 아방이니 

모든 우리 아들 모든 우리 딸 

조케 삼촌 아내는 그 일입니다 

산에서도 오에서도 

자왈 속에서도…내창에서 

물 속에서 바당에서도 

4・3은 사람 는 그 일입니다 

사람 살리는…아! 4・3은…

23

사람의 짓거리 사람의 짓거리를… 

보여주는 참혹한 짓거리를…

22

7 ・ 보리밭에 일렁이는 숨결인 듯이 

4월 보리밭이 그토록도 춥게시리 

탕 탕 탕 

묶인 채로 쓰러지곡 

쓰러진 위에 쓰러지곡 

결코 누구를 무엇을 탓할 수 없는 

그 지경에서…보리밭에 일렁이는 숨결인 듯이 

4・3은 아픔일지라도 

종액이  죽창 들고 댕기멍 

쿡 쿡 찌르곡 쓰러져 피 흘린 그 

시체 앙 다니멍 

피 묻은 대창이 그토록 잔인한 무기인 것을 

사람의 짓거리가…그토록 

하늘 지우는 그 짓거리인 것을 

25

짐이 이김인 새로운 논리를 철학을 

사상을 미학의 불씨인 것을…다시 배우는 

4・3은…

24

8-1 ・ 아픔일지라도 

뜽돌집 래집 

덕수 태경이 덕진이 

태중이…영순을…그토록 짙게 

그리워짐은 

나만이 아는 이 땅 속에서 

흙무지 속에서 숨 죽인 채로 

어느 집 오래된 무덤 속에서 

하나도 무섭지 않은 이 지경에서 

사람을 이웃을 벗들을 곱게 

그려나 갈 수 있음은 

4・3은 아픔일지라도 

4・3은 결코 결코 싸움질이 아니라 

결코 전쟁이 아니라 

27

8-3 ・ 아픔일지라도  

    - 제주 바당 어느 굽이에서 (1) 

바닷물 속으로 내던져… 

빠뜨려 죽였다 

첨벙 첨벙 

저들이… 

우리네 춘을 

우리네 삼촌을 

저들의 말은 글은 

그때에도 거짓말글이었고 

오늘에도 거짓말글이거니 

저들은 서슴없이 갇힌 우리들에게 

이름을 부르거든 나오라고 하면서 

풀어주는 것이라고도 했고 

육지로 보내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짐짝처럼 묶인 채로 

작은 배에 싣어 담고는 

26

8-2 ・ 아픔일지라도 

용솟음 치는 분노쯤이야 

잠재울 수 있는 

가라 앉힐 수 있는 

4・3은 아픔일지라도 

이 몸 하나 숨기는 일이 무슨 일이고, 

목숨이 이토록 아깝게 

고귀함을 알 수 있도록 

여기까지 

이곳까지 

내가 나를 이끌어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그 사실을 알게 해주시는 

4・3은 종교의 마당입니다 

집입니다 

배움터입니다

29

8-4 ・ 아픔일지라도 

    - 제주 바당 어느 굽이에서 (2) 

살도 없이 피도 없이 

뼈도 없이 

한울이 되셨는 넋이여! 

4・3은 아픔일지라도 

물살 타고 물결 타고 일어나시는 

오늘도 일렁이시는 

보란 듯이 당신 웃음 피어나는 

그날까지는… 

눈이 눈으로 뜨고 다시 

귀가 귀로 열리어 다시 

사랑이 사랑으로 다시 살아나시게 되는… 

당신은 온 바당에 살아계시는 몸입니다 

당신은 온 물결로 우리를 살리시는 

온 바당의 혁명이오니 

온 백성 살리시는 해방이오니

28

알 수 없는 뱃길따라 

밤을 타고서 밤별 지듯이 밤별 지듯이 

어느 바당 한가운데서 내던져 

빠뜨려 죽였다 우리네 춘을 삼춘을

31

8-6 ・ 아픔일지라도 

    - 망을 보면서 

죽은 아방의 식게상을 차리면서도 

죽은 아들의 식게상을 차리면서도 

망을 보고 있음은 

죽은 아방의 말이 그때 

그 말이 나의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악물고서 눈물을 흘리지 못함은 

아직도 죽은 아들이 했던 그 말이 그때 

오늘도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돌고망에 눈을 맞대고 

망을 보고 있음은 

순경의 군인의 동태를 살피려는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아방의 발끝을 

아들의 곧은 길을 

바라보면서 나를 지키려는 다짐였습니다요

30

8-5 ・ 아픔일지라도 

    - 보리밭을 바라보면서 

파르르 파아랗게 솟아 오른 

보리밭을 바라보면서 

한울산 4月 바람이 

밭고랑을 가르며 

보릿대 온몸 일으켜 세움은 

온 강산이 바라고 바라던 

소망였으니까요 

하나된 조국 벌써  

한울산에서 백두까지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나라였으니까요 

목숨은 조국에 앞서는 것이 아니라 

조국과 함께 하는 

한 몸입니다 나의 목숨은… 

온 밭이 깃발였으니까요

33

빈집을 지켜도 외롭지 않았지… 

웃음 잃을 수는 없었거든…

32

8-7 ・ 아픔일지라도  

    - 웃음 잃지는 않았듯이 

제주 앞바다는 일렁이고 

사랑하는 님의 길을 따라 

식게밥 멩질떡 몰래 나르던 

바닷바람 일으켜서 

바닷물결 출렁이며 

4・3은 제주 녀씨네 큰 몫이었지 

그 몫을 다하노라 

아방 아들 님의 길을 따라 

꿈길을 지키며 

오름의 기별을 나르며 

굴 속의 따슨 체온 어쩔 수 없이 

밤을 타고 밤길을 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시리 

35

8-9 ・ 아픔일지라도 

    - 슬퍼하지 말라는 

이웃들이여! 슬픔은 

한울 되는 일이니 

참된 나를 피워내는 일이니 

한울로 사는 일이거니 

슬픔은 

참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슬픔은 아픔을 아는 

한울 말이거니… 

달램을 받게 되리니 

가슴 터지는 아픔은 

슬픔은 

저들의 검은 혀끝을 손끝을 

알게 되는… 

슬픔을 아픔을 모르고서야… 

4・3은 아픔일지라도…

34

8-8 ・ 아픔일지라도 

    - 피어나지 않아요 기어코 

보세요 한울산 아흔아홉 골 

골짜기마다 

어김없이 피어나지 않아요 

절룩거림으로 배고픔으로 

얼룩진 아! 저 산하에는 

아픔일지라도 

슬픔일지라도 

외로운 깃발로 오늘도 펄럭이지 않아요 

기어코 오고야 말 

아직은 그날이 아니라하지만 

그날은 오고야 말 것이고 

어김없이 피어날 것이고 

키 작은 진달래 붉은 꽃망울로

37

8-11 ・ 아픔일지라도 

오, 너랑 함께 할 수 없음이 

미어지는 아픔일지라도 

미움이 마구 밀려드는 

그때가 

그곳이 

오, 나에게는 나에게는 

쓰디 쓴 아픔일지라도 

거룩한 속삭임이고 

너와의 만남을 오래 

오래오래 숨겨 두어도 좋은 

달콤한 기다림이라는 것을 

4・3은 어쩜 기다림의 미학을 짓는…

36

8-10 ・ 아픔일지라도 

해 저물녘이면 

어스름별로 뜨는 

4・3은 아픔일지라도 

빛의 나라를 열어가는 

모진 발걸음입니다 

짙은 어둠의 무늬를 알려주시는 

밝은 별빛이 우리네 가는 길에 

길라잡이인 것을 

가르켜 주시는 

어둠 속에 몸 숨겨 있는 내가 

내가 바로 

어스름별로 뜨는  

작은 별빛임을…

39

8-13 ・ 아픔일지라도 

배고픔, 배고픔은 

4・3은 풀잎 앞에서 칡뿌리 

냇물을 마시며 

목마름, 목마름이 

아! 그리울 겨를도 없이 

겨를 남겨 두지 않은 

달리고 뛰어야 뛰고 달려야 

총알보다 빠르랴… 

달림이 살아있음인 뜀박질이 

또한 살아있음임을… 

4・3은 새로운 누리를 열어놓는 

잔인한 심술쟁이인지도 모를 

열린 창입니다요… 

열린 눈입니다요…

38

8-12 ・ 아픔일지라도 

박살난 채로 박살난 채로 

식은 몸으로 

식어버린 몸으로 

마치도 그림이었음을 새삼 

그려보면서 

박살난 채로 버둥그려진 나 

나, 나를 지켜보면서 

살아 부끄러운 것도 

죽어 아름답기를 빌어 빌면서 

어디론가… 

떠나 보내어져야 하는 나, 

나, 내가… 

너무도 슬픈… 

나를 다시 알게 해주시는 

4・3은 아픔일지라도…

41

거대한 빛이 아니랴 

그 힘…샘솟음 아니랴

40

8-14 ・ 아픔일지라도 

새하얗게 피어나는 

제주 앞바다의 물결을 

한울산 허리 

자그리 오롬 바로 거기에서 

숨긴 몸으로 두 눈으로 

새하얗게 피어나는 

그 얼굴들을 다시 그려낼 수 있음은 

쓰라린 그리움 

고마움… 

을…새롭게 일깨워 주시는 

아! 4・3은 아픔일지라도 

아픈 

잠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시는 

42

8-15 ・ 아픔일지라도 

    - 그날 그날이 우리에게는 

산도 무섭고  

무서운 산으로 달려들어가야 하는 

바당도 무섭고 

무서운 물살을 타야하는 

사람도 무섭고 이웃도…두려운 

무서운 사람을 곱게 다듬어야 하는 

무서운 이웃들 모두 살려 내어야 하는… 

산도 무섭고 절도 무서운 

그날 그날이 우리에게는… 

무서운 도살(屠殺)을 넘겨야 하는 

도살(盜殺)을 암살(暗殺)을 도륙(屠戮)을 재살(宰殺)을 

성사로 그리는 

한울산이야 도살산이 되어야 하는 

산도 무섭고 바당도 무서운 

사람도 무섭고 삼촌도 촌도 무서운 

총칼 앞에서 살아있는 역사를 배우는…

제1부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2) 

    - 이 작은 몫으로

45

1 ・ 평화의 나라  

    - 부도를 짓는다 

이 발걸음으로 고른 길 

걸어가게 하소서 

이 여린 숨결이 

전쟁없는 비무장 평화 세상 

살아가게 하소서 

가을꽃 앞에서 

산들바람 곱게 함께 

살아가게 하소서 

구름 한 점 없는 

저 높푸른 하늘이 

온몸 펼쳐 놓을 마지막  

숨 다하는 나라이게 하소서 

여기 홀로 들어서도 좋은 

산새들의 하늘 노래가 

평화의 노래로 온 가슴에 

아로 새겨지게 하소서…

47

3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묶인 손목 풀어놓는 데서 자라나는 

아사달은 고룬 밥사발 안에 있고, 

집의 높이와 

그 넓이에 있지 아니 하니 

마음 고른 

그때에 

고운 저녁 노을인 듯이 

따스하게 피어난다. 

아사달은 그 옛날 어느 땅에 

있지 않고 

묶인 손목 풀어 놓은데서 

비로 피나니 

가을 햇살로 펼쳐지는 

발길에서 사뭇 깊어지나니 

아사달은…

46

2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오늘은 나로 하여금 

오늘 아침 나는 

아침 햇살이고자 했다 

한낮에 햇빛으로  

빛나고자 했고 

저녁 햇볕을 받으며 

들감자꽃으로 

피어나고자 한다 

고요롭게 익어가는 

산울이  

나에게도 

아사달이고 소도 - 부도 - 경당이거니 

맑게 밤을 마중하려는 

저녁 하늘이고자 하니 

어스름으로 

산울이 한참이니 

묵안(默安)이다

49

5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해 아래서 해를 모시는… 

해 받은 그만큼씩이다 

푸르게 또 넓게 높게 

가을 배추도 무우도  

우리들의 넓이도  

마음의 깊이도 

해 받은 그만큼씩이리라 

산중에서나 

도시에서도 

해 아래서 해를 모시는 

사람은 

해로 빛나리니 볕으로 

따뜻해지리니 햇살로 

힘차게… 

힘차게…

48

4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평화를 모시고 오는… 

가을 햇볕 아래서 

들감자꽃 빛의  

평화를 그린다 

평화한 세상을 

피 비린 내음도 없는 

아픔도 아우성도 없는 

가난이야 없어야 하는 

따뜻한 햇볕으로 

평화의 거름이 되어도 좋으리 

평화의 양식을 삼아도 좋으리 

골짜기 아래서 산들바람도 

평화를 모시고 오는 

어느 가을 따슨 햇볕이 

툇마루 끝에서 끝까지는 

평화의 영토가 되어선…

51

7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4・3의 길은…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그 너머의 깊이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그래서 그 나라를 짓는 

그 나라를 세우는 일이야 

아직은 없었던 

우리네 모든 나만의 나라를 

다 가보는 그 일이야 

즐거운 웃음이 다 끝낼 수  

없듯이 

한없이 웃음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알몸으로 웃는 일을 마구 해낼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짓는 그 일이야 그 일이야…

50

6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어머니께서 나에게… 

너가,  너가 다른 사람 눈에서 

눈물나게 민 

너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게 될 것이고, 

너가, 너가 다른 사람 가슴을 

아프게 민 

너 가슴에서는 

피고름이 흐르게 될 거고, 

너가, 너가 다른 사람 먹을 것에 

손 대면 

너가 배고파 죽어갈 때 그때에는 

다들 모른 척 할 것이곡 

너가, 너가 골창에 빠진 사람 

건져 내지 않으면 말이여, 

실오라기도 내려주지 않는다 

너가 물에 빠정 죽일 때에는…

53

9 ・ 한울산을 이렇게 말했다 

    - 살아계시는 배움터이시니 

그렇지…그러하지 

나를, 나를 

발가벗겨 놓은 

알몸 드러내어 살아가게 하는 

한울 말이거니… 

역사란 문화란 철학이란 

가려 놓은 껍데기 벗기는 

그 일 아니랴 

그렇지…그러하지 

우리의 역사를 문화를 철학을 

가르쳐 온 산이거니 

비겁다 게으름을… 

낱낱이 고스란히 하나하나 

발가벗겨 놓으시는 산 배움터이니 

가르치시는 산 배움터이니

52

8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처형도에서 

그리운 목소리조차도 

숨 죽여야 했던 

칼바람이 온산을 애워싸서는 

산과 바다를 갈라놓고서 

무서움을 퍼트려 

돌담을 쌓게 했는 

발목에 먹돌을 매달던 그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서 

더운 밥을 떠올릴 수 있음도 

사람의 길임을 가르쳐 주신 

이웃의 삶임을 깨닫게 하신 

산… 

한울산 

배움터가 어디에 다른 곳에 있으랴

55

U.S.ARMY, 이씨의 권력은 순경은 군인은 

서청은 종교는…누구를 위한… 

무엇을 향한 겨냥이었던가… 

가슴 떨리는 일 아니었으랴…

54

10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어머니의 산 부도의 산 

바다가 무섭지 않았으랴 

산이, 한울산이 

아프지 않았으랴 

오름이, 아흔아홉 골이 

무서워 몸 떨리지 않았으랴 

동백꽃이 먹구슬 낭이… 

맹게낭이 윷노리낭이… 

가슴 타지 않았으랴 

살구꽃이 피어나 함께 살아온 

마을이 밭이 내창이… 

으상으상 걸어가는 

온 발걸음이 겁나지 않았으랴 

당당이 솟아오르던 참나무 

그 아침 잎새가 숨 죽이지 않았으랴 

57

12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또 하나의 나라였습니다 

산은 산은 살아있는 

나라입니다 

살아있는 그 사람들의 

가림다입니다 

소도이오니 

결코 한 목숨 쓰러뜨릴 수 없는 

산은 산은 살아있는 

어머니입니다 

빛의 나라이오니 

어버이 어버이 살아계시옵는 

우리네 모두가 돌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살아계시옵는 

산은 산은 한울산은 

한없이 펼쳐지게 될 또 하나의 

나라이오니…

56

11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하늘 묻어둔 산 

날마다 산을 오릅니다 

또 하나의 산을 

오늘도 

골짜기를 넘어 

키 큰 나무를 바라보면서 

키 작은 나무를 

풀꽃들 곱게 함께 피어난 

들녘을 걸으며 

날마다 새로운 하늘을 

푸르게 바라봅니다 

그 하늘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산인 듯이 

또 하나의 하늘을… 

오늘도 오늘도…

59

14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이어섬은 평화의 나라로 가는 길이니 

섬마 섬마 섬에 섬에 

던대 던데 선달 선달 

선대 선데 섬마 섬메 

섬은 섬은 선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그 사람들에게 

선이에게 

산이에게 

하늘과 땅 이어주는 

그리움입니다 

산과 바다 묶어내는 

태이오니 아기 보듬는 

볻이오니 아기 키우는 

한울 목숨 일으키는 

일어섬이니 

이어섬이니 

58

13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그곳이 나의 집이었습니다 

그곳 밖에 

갈 곳이 없는 

그곳이 집입니다 

그곳 밖에는 없는 

숨을 곳이 

가야할 곳이 

그곳이 하늘나라입니다 

4・3의 발길은 

한울산입니다 

그곳 밖에 없는 

갈 곳이 

그곳이 나의 집이었으니까요 

그곳이 나의 하늘이었으니까요 

4・3의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요…

61

15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빛이 있는 곳에 

빛이 있는 곳에 

힘이 있는 일이니 

목숨이 살아있어서 

바라봄이 

삶의 힘이니 

빛이 있는 곳에 

따뜻한 사람으로 

이웃이 있어서 

이웃이 한울이거니 

하늘나라는 

평화나라는 

빛이 있는 곳에…

60

생명의 나라이라커니 

평화의 나라이라커니

63

16-2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살아간다’는 것은 

윗뜰에 피어난 

쑥부쟁이 곱다 

바람에 온몸 젖는다 

앞마당에는 

들감자 짙게 

하늘을 모셨는 채 

하늘 하늘 산울에서 

온몸 춤 추는 

코스코스가 

높푸른 하늘을 끌어당긴다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은 

아련한 춤사위일지니 

이 몸의 깊이 살갗 속으로 

스며드는… 

그래서…

62

16-1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참으로 

뜻깊은 일이니 

슬픔의 뜻을 배울 수 있고 

아픔의 뜻을 배울 수 있고 

고픔의 뜻을 배울 수 있고 

또 하나의 새날을 

마중할 수 있음은 

더더욱 기쁜 일이니 

더더욱 숨 가쁘게 살아갈 

눈물 겨운 일이다 

가난은 아픔일지라도 

여기 우리로 함께 

웃음을 피워낼 수 있지 않으랴 

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65

16-4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살아간다’는 것은 

‘나’없는 지구가 

‘나’없는 꽃밭이 

한울이 우주가 나라가 민족이 

통일이… 

‘나’를 짓밟고 일어선 저들이 

나에게 무엇인가 말이다 

나와 모든 나와 온 나를 

이루려 한 나…하나로 피어나려고 

힘 다하는 일이 나 일 아니랴 

애씀이 나 일 아니랴 

모래 한 알의 나 

한 알의 씨인 나 

하나 하나의 나로 

64

16-3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살아간다’는 것은 

빛나는 해 

해로 살아서 좋은 

만 

해가 사람이라함은 

만이 해이고 

해가 빛이고 

모든 목숨은 별이 듯이 

꽃으로 

빛나는 

해이기 때문이나니 

만 

마니… 

‘살아간다’는 것은 

67

16-5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살아간다’는 것은 

원수 만들지 말라, 너희는, 

사탄, 마귀…만들지 말라 

그 일이  

사랑입니다 

죽이지 말라 너희는 

살려주어라 

그 일이  

사랑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원수가 지어낸 말 글입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도… 

하나님 사랑은 이웃사랑이고 

길 잃은 이웃 한 사람 없도록 하라입니다 

살아있음으로 해서

66

우주가 되니 한울이 되나니 

‘살아있음’으로 하나가 되는…

69

17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부도의 길은 바당 와당 물괴기 되는 

바당절 우는 소리 들으멍 

첨벙첨벙 

바당 넋으로 살아 살아 

바당물이 되시는 

맹씨 부인으로 물고기 되시어 

살 ・ 피 ・ 골물이 되시었는 

온누리 산 목숨 타는 목 

바당절 높아 높아 

센 바람에 하늬바람에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으로 

동해로 서해로 남해로 

부도길 길잡이 되시어늘 

살 ・ 피 ・ 골물이 되시어늘 

날 살리젠 다 살리젠 

68

16-6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살아간다’는 것은 

숨을 쉰다 그 너머의 

밥을 먹다 그 너머의 

그 빛깔로  

살아가느니 

그 내음으로 

그 몸짓으로 

누구도 그 무엇이 넘나들 수 없는 

누리에서 

한울이 되어서 우주로 피어나는 

별이듯이 아침 햇살이듯이 

그렇습니다 

꽃으로 피어나는 

개똥지빠귀의 날갯짓들이 

개미의 하루내 걸음걸이듯이 

나 아닌 어떤 것도 끼어들어 올 수 없는 

오로지 나의 길이듯이

71

그대 가신 그 길이야, 아! 

살림의 길이오니 

생명의 길이오니 

바닷물로 일렁이시는 

마니의 길이옵니다

70

첨벙첨벙 

밤바람에 새벽 바람에 

실려가신 바다의 넋이여! 

부도의 넋이여! 

생사람 죽이는 총칼을 넘어 

노랭이 코쟁이 그 음모를 넘어 

사대의 무자비 살해를 넘어 

소리없이 말도 없이 

바다가 되시어늘 

부도가 되시어늘 

살림의 길이듯이 부도의 길이 

생명의 길이듯이 바다의 길이 

밤배로 실려간 새벽배로 묶여 간 

바다의 넋이여! 

부도의 넋이여! 

73

문도 없다 

길도 없다 

3・1절도 없다 4・19도 없다 

4・3절도 없다 4・16도 없다 

5・16군사 쿠데타만 남고… 

5・18도 없다 6・10도 없다 

지키지 않으면 

가림다 한글도 없다 

제 땅의 씨알도 없다 

새끼도 없다 

애비도 없다 어미도 

지키지 못하면 

제 나라 제 땅의 말글도 없다 

사투리도 없다 

72

18 ・ 한울산은 이렇게 말했다 

    - 없다 없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않으면 

지키지 못하면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지키지 않으면 

씨알도 없다 

나라도 없다 

말글도 없다 

빼앗김이기 때문이다 

숨막혀 죽임 당함이기 때문이다 

지키지 않으면 

지키지 못하면 

아무것도 없다 

집도 없다 땅도 

밥도 없다 옷도 

75

사랑도 

그리움도 

기다림조차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않으면… 

어머니의 나라도 

따스한 어머니의 품안도 없다 

짭짤하게 빛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맛도 없다 

기다려 온 웃음이 

함께하는 그리운 나라도 

피어나기까지는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않으면 

74

숟가락도 젓가락도 이불도 요도 없다 

각시도 아들 딸 지아비도 없다 

지키지 않으면 

손도 발도 다리도 팔도 

제 몸도 없다 

얼도 뜻도 넋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하늘도 따앙도 이웃 사람들도 

벗도 없다 

지키지 않으면 못하면… 

바다도 산도 산들바람도 

골짜기 바람도 

하늘 나는 구름도 없다 

가람에 이는 잔잔한 물결도 

77

지키지 않으면 

지키지 못하면 

빼앗긴다 

잃어버린다 

나는 나를 지킨다 

제 집은 

제 나라는 

제 말과 글은 사투리는 

가림다 한글은… 

아사달-조선의 얼과 뜻, 그리고 넋은… 

지키지 못하면 

지키지 않으면 

한울산은 없다 

지리산은 금강산은 

금강은 낙동강은 섬진강은 

대동강은 두만강은 

76

아무것도 없다. 없다. 

개미는 개미를 지켜왔지 

까마귀는 까마귀를 

피라미는 피라미를 

아, 소나무는 소나무를 

산은 산을 

강은 강을 

나비는 나비를 

쑥부쟁이는 쑥부쟁이를 지켜왔지 

꼴뚜기가 꼴뚜기를 

참깨가 참깨를 

들깨가 들깨를 

쑥과 마늘이 쑥과 마늘을 지켜왔다네 

79

지키지 않으면 지키지 못하면… 

꽃들도 없다 처녀도 

새들도 없다 총각도 

얼도 없다-얼빠진다 

넋도 없다-넋나간다 

뜻도 없다-밑쳐진다 

골로 간다 골로 간다 

지키지 않으면 지키지 못하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나를 지키면 산다 

지면서 이기는 슬기로 

지키면 살고 

지키지 않으면 죽는다…

78

없다 독도도 이어도 제주도도… 

아무것도 없다 

백두산은 

이브라는 마리는 

지중해 카스피해 아랄해는 없다 

흑해는 카프카스는…사르디스는 없다 

소그디아나 투르판 막고굴은 

타클라마칸 사막은 오아시스 길은 

천산의 노길도 천산의 마길도 

실타래길도 없다 

무제국도 마고제국도 없다 

파나르 파미르 또 빛의 나라 

한국도 배달의 나라도 없다 

아사달-조선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81

해 아래서 총질을 버리고 

칼질을 버리고 

함께 살아서 좋은 

산이 되게 하소서 

오 되게 하소서 

하루내 하루내 빛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무기란 무긴 

무장이란 모든 무장을 버리고 

새롭게 새롭게 

태어나게 하소서 

저 빛나는 따뜻한 힘차게 

비치는, 비추는 햇살인 채로 

살아가게 하소서…

80

19 ・ 고마움으로…고마움으로 

빛을 받기 위하여 

햇빛을 보기 위하여 

햇볕 속에서 함께 위하여 

햇살로 힘차게 

일하기 위하여 뛰어놀기 위하여 

빛 가운데로 발가벗은 채로 

바닷물 속으로 가람 속으로 

첨벙 

물오으로 빠져들어가기 위하여 

이 산이 재고 있노라면 

해는 고마움이고 

달빛은 그리움이오니… 

제발… 

83

산에서 제사를 올립니다 

탕구리산이, 한울산이, 오롬산이, 

천산이…인디안의 산들이… 

탄드라가 산을 우주를 해를 드러내듯이 

아! 산은 햇살 사무치는 해의 나라 

아침의 나라, 아사달입니다 

아사달은 빛의 산입니다 

2. 

우리가 산 산 산 한울산으로 

오산으로 가는 까닭은… 

아사달의 자손이기 때문입니다 

후손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빛, 온빛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무장 빛-평화나라 지키는 

82

20 ・ 우리가 산으로 산으로 가는 까닭은… 

1. 

아! 산은 집입니다 피난처입니다 

삶의 터전입니다 밥의 자리이고 

옷 집의 자리입니다 

아! 산은 내가 짓는 하늘입니다 

따앙이고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살림의 자리-아사달입니다 

사랑의 자리입니다 

아! 산은…사랑의 언어로 짜인 

사랑의 보금자리 둥지입니다 

모든 문명은…산에서 태어나 

산으로 돌아갑니다 

산은 아버지-자리이오니… 

물은 어머니-자리이오니… 

84

무두루-마니… 

빛-평화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산은 빛이고 비무장 평화입니다 

전쟁-죽임-살해의 총과 칼 

제국의 음모…침략…식민지화… 

그 사대-큰 것에 붙어 살아가는 

기생의 용병과는 무관합니다 

오늘도 우리가 산으로 산으로 가는 

그 까닭은… 

4・3의 빛을 이어나가려는 

빛의 아들로 딸들로 살아가고자 합입니다 

아! 산으로 산으로… 

아! 빛이야 살림의 힘입니다

제2부 

우리들의 이 작은 몫으로

87

1 ・ 우리들의 몫으로 

아무거엔도 지 마라 

예배당에 절간에 가면 

죄가 되지 아니 주마씸 

박선생님 레 가민 죄가 되는 

이선생님 만나레 가면 반동이 되는… 

그건 아니되주기… 

유옌 는 것 말이여… 

고 싶은 거 는 것이주… 

가고 싶은 곳 가는 것이주… 

고정 는 건 막 해야 하주기게… 

누가 뭐옌 라도게…

89

3 ・ 우리들의 몫으로 

그 길을 가는 것이지요 

우리들의 몫으로 

4・3은 우리들의 몫이랍니다 

밭을 갈고 논을 갈고 

씨를 뿌리고 검질 매곡 

가을걷이로 헤헤 입 벌어지는 게 

우리들의 몫이랍니다 

쪽발이가 쳐들어 왔고, 

코쟁이들 쳐들어 왔고, 

붙어먹었고, 총질 칼질로 

다 죽여 놓았고, 

우리는 그저 다 아는 일이랍니다 

해는 언제나 안개 속에서도 

빛을, 빛을…

88

2 ・ 우리들의 몫으로… 

당당한 우리들의 몫은 

사람을 

사람을 죽이는 일 그 일이 

침략임을 스스로 알게 하는 

아픔임을 알게 하는 

4・3은 

우리들 스스로의 침략임을 알게 하는 

그 일입니다 

우리들의 가는 길은 

살림의 빛이 되는 그 일입니다 

아무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까닭이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91

5 ・ 우리들의 몫으로 

조천 중학원 하귀 중학원에 

가고 싶은  

배움터에 갔던 것이지요 

박박 얼근 우리 선생님 

노래고 싶엉 

노래했던 것이지요 

4・3은 

코흘착이, 말더듬이 삼촌이 말씀 해주시는 

재미난 이야기 듣고 싶은게 

하귀 중학원에 간 거 주마씸 

산이고 폭도고, 당이고 빨치산 Partizan(IL)* 

무장 Guerrila(sp)**이고…반란이고 

90

4 ・ 우리들의 몫으로  

가고 싶은 곳 가게 하는 

그 일임에랴 

4・3은 

가지 못하게 하는 

지 못하게 하는 

고 싶은 말 말하지 못하게 하는 

그 사슬 넘어가는 그 일입니다 

제 길 가는 

가고자 하는 그곳으로 가게 하는 

나입니다 

그 힘입니다

*Partizan-Partisan=partg 부분. 당  

**guerrila(sp) 작은 전쟁/ guerrilla 비정규병

93

6 ・ 우리들의 몫으로 

빗겨갈 수도 도망칠 수도 

심지어는 죽을 수도 없는 

스스로의 길이 없는  

묶임, 갇힘, 감시… 

이런 조국은 싫다 

이런 국가는 아니 

이런 주의는 안돼 

이런 이웃은 없다 

이런 경찰은 군인은 아니다 

누가 적이며 그 누가 아군인가? 

강요된 믿음은 종교는 국가는 교육은… 

총칼의 정당함은 결코 아니다 

4・3은 정당함을 주장하는 그 일이 아니다 

정당하지 못함을 알게 하는, 

92

우리는 결코 모르는 일… 

저들의 눈 저들의 생각 저들이 꾸며놓은 환상이거니

95

7 ・ 살림의 길이었습니다  

    - 빛나는 길이라함은 

빛나는 길은 

살리는 길입니다 

이웃 살리는 

나라 살리는 

말글 살리는 

・ 

・ 

・ 

4・3이 빛나는 길이라함은 

살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웃 살리는 

하나되는 그 나라 살리는 

얼과 뜻을 살리는… 

쓰라림이었을지라도 

손발 고사들어가는 

가난이고 배고픔이었을지라도…

94

바로 그 일입니다 

우리들의 몫은…

97

9 ・ 흙살 밟고 가노라면 

두릅이 뭉클지게 피어나는 

머구낭 엄나무가 

한껏 속가슴 드러내는 

이 산울에는 

산벚나무 꽃으로 

꽃나라 지어가나니 

올 봄에는 거침없는 

이 꽃길로 걸어서 좋아라 

촉촉이 젖은 흙살을 밟아 가노라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더욱 

그립다 오늘은… 

봄나비가 곁들어 날개바람 일으켜 

꽃잎 일렁이게 하니…

96

8 ・ 사람의 길은… 

    - 4・3 평화 교과서에서 

잊을 수 없는 그 일이 

역사입니다 

그 길을 걸어 걸어 다시 

걸어가는 일입니다 

죽임을 살리고 

거짓을 옳게 세우는 그 일이 

바른 역사입니다 

4・3이 지울 수 없음은 결코 

살아있는 역사이었기 때문입니다 

옳게 서는 역사를 살아갔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길을 닦는 그 때문입니다 

사람 사는 나라를 세우려고 한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하며 

모레도 그러할 것입니다

99

11 ・ 이 한 몸 다하여 

지켜내어야 하지! 

막아내어야 하지! 

이 한 몸 다하여 

그 뿐 

물밀 듯이 쳐들어 오는 

제국 U.S.A의 THAAD MD를 

제국 일본의 자위대 무장을 

제국 중국의 인해전술을 

탱크 앞으로 나아가서 

미사일 앞으로 나아가서 

비무장 평화지대의 깃발로 

이 한 몸 다하여…그 뿐 

물밀 듯이 쳐들어 오는 

자본주의-살해의 총포 앞에서 

자본주의-무기의 포진 앞에서

98

10 ・ 길잡이 

이 나의 숨결이 

사람 사는 누리에 

거름이 될 수만 있다면 

어느 발걸음인들 

늘 가볍지 않으랴 

남들로부터 비웃음 사는 것 쯤이야 

멍청이 바보라는…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이 나의 가슴이 

사람 사는 누리에 

이웃들에게 

따슨 볕으로 피어날 수만 있다면 

나의 이 발길이… 

나의 이 손길이… 

이웃하는 나그네길에 길잡이 되려니…

101

13 ・ 썩은 넋을 위하여! 

썩은 물에 물고기가 헤엄치랴 

썩은 바다에 고래가…새우가 멸치가… 

썩은 밭에 콩이 팥이 자라랴 

썩은 논에 벼가 피가 

썩은 텃밭에 무우가 배추가 

썩은 살에 썩은 피가 썩은 뼈에서 

센 힘이 솟아나랴 

썩은 나라에 임금님 자리에서 

살아있는 말이 피어나랴 

썩은 배움터에서 썩은 절터에서 

어린 싹이 돋아나랴 

썩은 일터에서 어찌 더운 밥이 생겨나랴 

100

12 ・ 불을 놓아 물을 불려 

그대 가슴 하늘이 되지 않고서는 

그대 마음 바다가 되지 않고서는 

불이 되지 않고서는 

어찌 썩은 나라 불태우겠는가! 

물이 되지 않고서는 

어찌 썩은 마음 씻어낼 수 있겠는가! 

불을 놓아 불을 놓아 

썩은 나라 살와 내고 

물을 불려 물을 불려 

썩은 마음 쓸어내어 

산 나라에 산 마음으로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새들이 날고, 바다 물고기떼로 헤엄치는 

그 나라가 제 나라지… 

그 바다가 제 바다지…

103

14 ・ 알몸 아닌 모든 것 

산새들 노랫소리 곱다 

곱게 마음이 피어난다 

아침 햇살이 곱다 

곱게 가슴이 열린다 

비오다 개인 아침 나무들이 곱다 

곱게 살맛이 난다 

피 맑게 돌고 

뼈 곱게 일어서니 

산새들 노랫소리 들을 수 없음은 

살아있지 못함이니 

알몸 아닌 모든 것 곱지 않음이니…

102

썩은 몸에서 어찌 썩은 내음 나지 않으랴 

썩은 일 썩은 넋 썩은 뜻에서 

어떻게 삶의 길 열리겠는가…! 

썩어빠진 나랏사람들 사이에서…!

105

16 ・ 온몸으로 아는 

남도 다도해 땅도 죽고 바다도 죽고 있어요 

배고파서 죽는 게 아니어요 

배 분 채로 죽는게 자본주의여요 

우리는 대가리로 아는 게 아니랑께 

몸으로 아는께로… 

저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 가서는 안되지… 

안 되지라… 

국회의원 도지사 장관 정치꾼 대통령 국무총리… 

대학교수 신부 승려 목사 시인 소설가 놈들 

다 파렴치 염치없는… 

제 배만 따스면 되는 

거짓말하는 국무총리 

이○구조차도 몰아내지 못하는 

이완용이 같은 놈들이여…그랑께로… 

104

15 ・ 꽃 피는 그 나라에서는… 

쓰라릴 것도 없어라 

아파할 것도 괴로워할 것조차도 

없어라 

꽃이 피어 개나리 복숭아 꽃이 

살구 자두 매실, 아, 진달래 붉게 

가슴 열어 놓고 있는데 

슬퍼할 것조차도 없어라 

꽃피는 그 나라에서 꽃춤을 

꽃내음으로 웃음을 지어가면서 

새들의 노래가 좋은데 

저녁 노을이 산허리에서도 

나무허리에서도 

따습게 노니는 그곳에서는… 

꽃 피는 그 나라에서는

107

17 ・ 개나발 당나라 공화국 

개나발이여! 자본주의 공화국은… 

당나발이여! 공화국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공화국이여! 

공화국 자본주의여!  

파렴치 공화국이여! 대박 나그네는… 

파렴치 자본주의여! 대박 나그네는… 

온 나라 온 사람들이시여! 

피 말리는 온 사람들 죽어도 자본주의 만세여! 

목숨 바쳐 온 나라를 죽여도 자본주의 만세여! 

개나발 공화국 만세! 만만세! 

당나발 자본국 만세! 만만세! 

자본주의 돗가비 돗대기 시장경제여! 

자본주의 복지국가 만세여! 삼만불 지엠피 만세여! 

다 죽이는 다 죽이는…

106

그랑께로…대가리로는 아니된당께… 

몸으로 온몸으로 일어서야제… 

모가지에 칼 들어가도 아니될 놈들여! 

자본주의란게 가장 무서운 독충이랑께에…

109

19 ・ 피 말리는 자본주의 

부드러운 잠식 자본주의는 

빼앗기는 산하 자본주의는 

소리 문화관으로 솟아오른다 

국제 회의장으로 피어오른다 

피 말리는 아우성을 삼키고서 

잔잔한 침묵으로 목 조이는 

또 다른 방식의 침략은… 

즐겁게 웃음 웃게 하는 기쁘게 

죽이는 또 다른 죽임이다 

살해이다 

아름다운 무덤 자본주의는 

빛 좋은 무덤인… 

피 말리는 피 말리는… 

108

18 ・ 헛깨비 자본주의 

헛발 내딛지 말라 헛말 

듣지 말라 

헛걸음 하지 말라 헛소문 듣지 말라 

헛꿈일랑 꾸지도 말라 

헛소리 하지도 말라 

헛손질 헛맹세는 하지도 말라 

헛돈 쓰지도 헛돈 벌지도 말라 

헛자본주의야… 

헛불 피우는 일이야 겉꾸미기가 헛말이니  

헛꼬락서니 헛발길질 하지 말라 

헛일 헛자리에 앉지 말라 

헛소리에 속지 말로 헛밥 헛국도 먹지 말고 

헛깨비 자본주의에…

111

20 ・ 따뜻한 혁명을 위하여 

해장국 선지국 미나리 콩나물국을 

끓이시는 그 손은 

웃음의 손이 아니었다 

끌려가는 손이었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를 자르는 

그 손은 

기쁨의 손이 아니었다 

팔려가는 손이었다 

거리 거리 펼쳐 놓은 먹거리는  

기념품을 팔고 있는 

그 손은 떨림의 손이었다 

팔려도 팔려도 다 팔려도 

가난해지는 제 몸 다 팔려도 

끝이 나지 않는 가난을 팔아야 하는 

수탈과 빼앗김의 손이었다 

농민혁명기념은…이제 팔려가는 

110

학문도 서예도 예술도 역사도 종교도 과학도 

시와 소설 춤과 영화…우리들의 영혼을… 

정치도 경제도 애국도…씨 팔라는…

113

21 ・ 4・3의 길은 사람의 길입니다 

    - 한울산이 부도이듯이 제주 바당이 소도입니다 

산에서 낳았듯이 

다시 산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4・3의 길입니다 

바당에서 낳았듯이 

도로 바당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4・3의 길입니다 

한울산이 부도이듯이 경당이듯이 

바당 제주 바당이 열린 소도입니다 

4・3의 길이 사람의 길이듯이 

아픔일지라도 슬퍼하지랑 마셔요 

산에서 죽은 넋이 

바다에서 죽은 넋이 

온 산을 푸르게 하고 

온 바당을 일렁이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112

개뼈다귀만도 못한 고물, 아니, 

괴물이 되어버린…

115

하나되는 그 일이엔 허염수게게…

114

22 ・ 4・3의 길은 아이고 이제 

    - 죽어도 살곡 살아서 사는 그 길이우다게 

오늘도 4・3의 바다로  

힘차게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 

산으로는 전사의 길을 닦는 

4・3 평화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죽음을 넘어 죽임을 넘어 

바당절로 일렁이고 있수게게 

산길로 4・3의 꽃들이 마구 피어나고 있수게게 

살다보낭 베롱* 날도 있엄수게게 

죽어도 살곡 

살아서 사는 그 길이 

4・3의 길이우다게 

평화의 길은 

*베롱다, 배롱다-밝다, 열려있다.

117

눈치보멍 살아감수게… 

아이고, 저것들이 뭐 사름이엥 허여짐네까…

116

23 ・ 4・3의 길은 이제 아이고 

    - 평화의 일이엥 허염수게게… 

동이 사람 맹부인이 

황제영 사대 맹신들을 

넘어섰듯이 모두 모두… 

4・3은 벌써 산에서영 

바당에서영 온누리에서… 

넋으로 살아 살아서 

아이들 읽는 교과서 첫 장에서… 

평화의 길잉에 허염수게 

제주 4・3을… 

4・3 민족민중 해방항쟁을… 

U.S.A 제국도 사대 이승만 맹신들도 

이제는 더 를 말을 지 못허영 

저것 봅서- 

늘짝 늘짝 눈치보멍 

119

25 ・ 내가 가는 이 길이 

내가 가는 이 길이 

누가 뭐라고 해도 

올바른 길이오니 

올곧은 길이오니 

길가에 피어난 제비꽃 앞에서 

발걸음 멈춰설 수 있음은 

참으로 마음 놓이는 길이오니 

산벚이 다투어 피어나는 

그 빛나는 꽃나무 아래서 

꽃그늘이 하늘임을 다시 배우며 

오늘은 이것만으로 나는 

넉넉하오니 

내가 가는 이 길이 더도 

덜도 없는 

참길이오니

118

24 ・ 기다림 속에서 그리움 속에서 

    - 한울산 4월의 넋이여 

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로 

빛나시니 

바닷가 먹돌멩이로 

모래 알갱이로 피어나시는 

그대여! 그대들은 

제주 바당 봄바당 잔잔한 

물결로 일렁이시니… 

이제 더는 남겨두고 가신 

피붙이들이 기다림 속에서 

그리움 속에서 

환한 역사의 등불로 빛나시니 

어제 와 오늘 또 밝아오는 모든 날 속에서 

바당에 묻힌 넋이여! 

몰래 몰래 남 모르게 짹이 짜기 

피어나시는 한울산 4월의 넋이여!

121

27 ・ 나는 이 길을 간다 

갈 길은 내가 닦아 가는 것 

아무에게 맡기지 말지어다 

길은 죽임의 길일 수도 있나니 

침략의 길이 되나니 

식민지화의 길이 되나니 

나의 길은 내가 닦아서… 

자유의 길이 되게 

평화의 길이 되게 

뱃길이듯이…숲길이듯이 

길을 남겨서도 아니되듯이 

길을 내주어서도 아니되나니 

저들의 길은 또렷이 말하건데 

음모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120

26 ・ 따슨 밥 나누어 먹는 

그 사람이 거기에서 

돌에 새겨 놓듯이 

낭에 새겨 놓듯이 

종이에도 살에 새겨 놓듯이 

따슨 밥 

나누어먹는 그 사랑을… 

새겨 놓듯이… 

오늘도 오늘도 

그 사람이 거기에서 

제 가슴에 새겨 놓듯이 

하늘을 하늘을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온몸으로 칼끝으로 

하늘을 지어내 놓듯이

123

28 ・ 나는 나에게 물을 주시는 

결코 다시 태어날 수 없는 

나는 

결코 아무도 바꾸어 

나를  

살아낼 수 없는 

누가 나를 다스리며 

누가 나에게 빛을 비춰주랴 

넋 빠지지 않기를 

얼 썩지 않기를 

뜻이야 깃발인 것을… 

나는 나라이고 나를 다 살리는 

나는 나에게 

끝없이 목마르지 않을 

물을 주시는…나는 나에게…

122

저들이 머리 숙여 절하는 

선거 때만 되면…

125

30 ・ 저마다의 몫으로 

저마다 나름대로 제 빛깔로 

제 몸 드리운다 

꽃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피어나라 함이니 

바닷물결이 

나름대로 일렁이듯이 

오이 산들이 솟아나 있듯이 

하늘 별들이 그러하듯이 

이웃으로 아픔끼치지는 않아야 

괴로움 만들지는 말아야 

두려움 끼치지는 말아야 

저마다의 빛깔로 크기로 피어나듯이 

물이 땅 속 깊이 스며들어서 

제 몫을 다하듯이…

124

29 ・ 꽃을 심는 일이오니 

참으로 참으로 

두려울 것 하나도 없는 겁날 것도 

무서울 것 하나도 없는 괴롬도 없는… 

그날이 올 때 까지는 

하늘 웃음 그 높이만큼 쌓아올리려 한다 

따앙 품을 그 넓이만큼 넓혀놓아야 한다 

사랑은 사람의 길이니 

꽃을 심는 일이오니 

참으로 참으로 

가녀린 꽃잎으로 온누리 드리울 

그날까지는 

꽃이 져서 거름이 되는… 

서글픔으로 먹이를 삼아도 

외로울 것 하나도 없는 

발걸음으로 꽃을 심어야 하지…

127

내가 나를 사는 

그 일이지요…

126

31-1 ・ 내가 나를 짓는다 

내가 나를 사는 

그 일이지요 

내가 내 나라 세우는 

내가 내 일을 하는 

웃음도 울음도  

그 일이지요 

내가 나에게 기쁨이 되는 

즐거움 되는… 

지켜야 할 그 일도 

가야할 그 길도 

나의 일 나의 길 

내가 이 따앙 위에 태어났듯이 

내가 내 무덤 짓는 

129

31-3 ・ 내가 나를 짓는다 

산벚나무 하아얀 꽃잎에 

산앵도 나무 붉은 꽃잎에 

살구 꽃잎에 

복숭아 꽃잎에 

며늘취 꽃잎에 

노오랗게 피어난 수선화 꽃잎에 

달래 꽃잎에 

냉이 속 깊이 젖은 흙 속에 

나를 새겨두면서 

도저히 그냥 떠날 수 없는 

그리움만 남겨두면서 

봄 햇살에 젖은 채로 

한껏 내가 나를 짓는다 

날개를 짓는다 날아서 날아갈…

128

31-2 ・ 내가 나를 짓는다 

봄 들녘에 피어난 들꽃을 

바라본다 파아랗게 얼굴 내민 

하늘을… 

들길을 걸으면서 

오늘은 내가 여기에 있고 

땔감을 모으면서 

이른 저녁 따슨 방구들을 

그린다 

그 사람인 듯이 

들꽃 그 잎사귀에 나를 

흐릿하게 새겨두고서 

짙은 슬픔으로 나를 

건져 올리는 내가 

나를 짓는다

131

31-5 ・ 내가 나를 짓는다 

더러운 먼지 하나 다 

씻어내리지 않고서는 

털 한가닥만큼이라도 다 

털어내지 않고서는 

헛소리 헛손질 헛걸음 

한 소리라도 지껄이는 한 치 혀를 

뽑아내 버리지 않고서는 

한 손찌검 한 발길질 잘라내 버리지  

아니하고서는… 

하늘 가리는 저 높은 집들을 

무너뜨리지 아니하고서는 

결코…원자력 발전소의 전등을 

깨부수어 내지 않고서는 무기와 무장의 

포대를 탱크의 바퀴와 조준의 가눔쇠를 

녹여내지 않고서는 

결코…나는 나를 지어낼 수 없나니

130

31-4 ・ 내가 나를 짓는다 

한울 막음이 햇빛 가림이 

부끄럼 없다면 

한울 숨 쉬지 않음이 

한울 숨 막음이 

부끄럽지 않다면 

나를 지을 수 없는데 더는 

한 사람의 이웃 있어서 

내 몸으로 열지도 않으면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 노릇 한다고 하는 

나는 

나를 

더는 지을 수 없는데 

결코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은 

내가 나의 하늘을 

볼 수 있으랴 눈을 뜨고서…

133

31-7 ・ 내가 나를 짓는다 

까닭없이 큰 까닭이 있다고 하면서 

나뭇가지를 꺾어대는 

그 일은 나를 꺾어대는 

그 일이기 때문입니다 

꽃을 꺾어 내 꽃병에서 죽게 하는 

그 일이 꽃 꺾어 팔고 사는 그 일이 

나를 죽이는 

그 일입니다 

싸움터에서만 나를 죽이는 일이 아닙니다 

말 한마디가 눈살 찌푸림이 

나를 

죽이는 

그 일입니다 

내가 나를 짓는 그 일은 

숨결 곱게 세우는 일이거니…

132

31-6 ・ 내가 나를 짓는다 

흙을 지키는 일입니다 물을 바다를 

나무를 들풀을 지키는 일입니다 

내가 

나를 

지키는 일은… 

더덜 없는 그리움으로 

물 한방울을 우주로 모시는 

그 일입니다 

땅 위에서 함게 살아가는 

작디 작은 목숨 하나 

흙길을 살포시 밝고 걸어가는 

그 일입니다 

살아 살아 함께 숨 쉬어서 좋은 

그 나라를 짓는 그 일입니다

135

31-9 ・ 내가 나를 짓는다 

고운 눈빛으로 따슨 사랑으로 

언 가슴 언 손등 녹이는 

그 일이 

그리운 사랑으로 

빈 자리 채워 주시는 그 일이 

내가 나를 짓는 

그 일이오니 

버림 받은 이웃 일으켜 세우는 

그 일이 

따슨 웃음으로 곱게 말 한마디 

고마움 우려내는 

살아가면서 

따슨 햇볕이 되시는 그 일이…

134

31-8 ・ 내가 나를 짓는다 

하늘을 세우는 

빛 한 줄기 이 땅 위에서 

밝게 빛내는 

나를 세우는 그 일은 

물 한방울 마른 땅 - 흙에서 

흘러내리게 하는 

타는 목마름 가시게 하는 

언 가슴 녹이는 

따슨 사랑 짓는 일입니다 

나를 짓는 그 일은 

한울 짓는 그 일입니다

137

32 ・ 4・3은 평화의 길이었음을… 

아픔은 기다림의 슬기-지혜를 

고픔은 이웃의 배고픔을 알게 하는 

슬기-지혜를 

가르쳐 줍니다 

겨울은-추위는 

4・3 한울산의 눈바람은 

견디는 사랑의 약속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남편이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아들이 반드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4・3은 남은 우리들에게 

그 슬기-지혜를 

4・3은 평화의 길이라는 

사람이 가야할 길이라는 

가르쳐 주었습니다 

죽인 자들 모두에게도…아!

136

31-10 ・ 내가 나를 짓는다 

ㄱ(기역)을 쓰면서 

ㄱ(기역)이 十(열)이 되시는 

새갈마노 열림이 되시는 

내가 나를 

짓는 그 일임을 다시 배우면서 

오감이 그러하고 

가옴이 그러하니 

더덜 없는 그리움으로 

나 그대를 사랑하옴이 

내가 나를 짓는 

그 일임을 알게 되면서 

나 예서 다시 새롭게 

ㄱ(기역)을 쓰곤 합니다 

새갈마노 열어 놓고서…

139

결코 치졸 하지 않은 

한울-우주로 커지는 

크게만 자라나는 

4・3은 살아있음의 미학으로 

살아남게 하시는 

그 어떤 힘인 것을… 

그 힘은 무색 무취 무형…의 

거룩한 숨결이오니… 

민족 따위를 훨씬 넘어서 

이념 따위를 훨씬 넘어서 

국가 따위 정부 따위 정당 정치 따위를 

4・3은 순결한 숨결이오니

138

33 ・ 살림의 길 아니어든… 

동더레 았땅 서터레 았땅 

산으로 았땅 냇창으로 았땅 

알로 았땅 위로 았땅… 

한가운데 - 중정-中正을 배우는 

바로 그 일입니다 

사람 살리는 그 일이 참사람의 길 

바로 그 길입니다 

4・3은…어디에 붙는 게 아니라 

4・3의 길을 가는 고고히 

4・3의 삶을 사는 당당히 

걸음걸이를 배우는 

살림살이를 몸소하는 

코에도 쪽발에도 이 길에도 저 길에도 

살림의 길이 아니어든… 

141

살아있음의 미학 

그 아름다움의 느낌이니

140

34 ・ 순결한 숨결이오니… 

나의 살을 다시 만진다 

뼈를 

피를 

나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살아있음의 기억 

참으로 고마움 넘치는 일이다 

살아있음의 미학 

그 아름다움을 그저 간직하고 싶으니 

사람들은 말하리라 

격렬하게 따위로 

치열하게 따위로 

아니다 

아니다 결코 아니어라 

4・3은  

제3부 

이 길을 걸으멍

145

1 ・ 소도가 되어 

저 산새들 울음소리가 나에게는 

커다란 이웃이듯이 

이 발걸음이 아픈 가슴에 

작디 작은 이웃이 되어 

한울산에서 흰머리산까지 

그곳이 아사달이거니 

그곳이 골고다이거니 

이 느린 발걸음이 

처들어오는 칼끝 앞에서 

소도가 되어 

죽이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도 

없는…

147

2-2 ・ 소도가 되어 

아픔을 지우는 

눈물 가시게 하는 

가난을 빛으로 

모두 다 넉넉함으로 

찢기운 가슴 녹이는 

따슨 사랑 짓는 

작은 몸짓으로 

그 작은 몸짓으로 

살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이웃으로 삼는 그 길만으로 

소도가 되어 소도가 되어 

한 바다 물결로 더불어 더불어 

일렁거리고자…

146

2-1 ・ 소도가 되어 

아픈 가슴에 달램이 된다면 

멍든 가슴을 

녹일 수만 있다면 

이념은 무엇이고, 

종교는 무엇이겠습니까? 

이 땅 위에서 함께 

짙게 웃을 수만 있다면 

따뜻한 사랑 

꽃으로 피어나도 좋으련 

찢기운 가슴 아물게만 할 수 있다면 

이 살을 녹여선 

이 살을 녹여선…

149

3-2 ・ 이 작은 씨이 

아이고 볼침 어서서 

말로 다 지 못 매게 

때리당 때리당 버치민 

배 태웡게 

어디로 감신디도 모르는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디 

발목에 먹돌 돌아매영 

물 속에 빠트령 다 딱 

죽여 버렸다고 허염수게 

아이고 볼침 어서서 

말로 다 지 못 매게…

148

3-1 ・ 이 작은 씨이 

너네 서방 어디갔어 

쇠좆매로 둘구 때리당 버치민 

알았어 이 년이…하고는 

그냥 밤중에 어디론가 

심어당 

죽여버리곡… 

쥐도 새로 모르게시리

151

3-4 ・ 이 작은 씨이 

지 맙서 지 맙서 

제발 제발 지 맙서 

사람이 무엇인지… 

어떵 랑 다 라지코마씸 

아이고 아이고 

거기다가 거기에 

막대기를 박아 쑤셔수게 마씸 

바들락 바들락 

 미처부난 예 

어디론가 끌어당 

물 속에 피잘잘  채로 

들어쓰안 

들어쓰아부러 쑤게게… 

150

3-3 ・ 이 작은 씨이 

딱 허리를 묶어서 

주루루륵 

바당물 속으로 들어가멍 

빠뜨령 죽인 거주게… 

우리야 어떵 아라게 

죽인 것들이 아주난 

아는 거주 

몇 명인지는 몰라도 

허리를 묶어서 

주루루륵… 

바당물 속으로 빠뜨령 

죽인 거주게… 

어느 바당인지도 모르는…

153

3-5 ・ 이 작은 씨이 

아이고 아이고… 

속솜 서 속솜 서게 

당보민 눈에 선해부낭 

피가 잘잘 

똥을 필필 

팔 뿌러지곡 

다리 끊어지곡 

꼭 새벽녘에 경헙디다게 

손 묶으고 발 묶어서 

굴비처럼 이리 저리 끌어가당 

땜마영 는 작은 배에 담앙 

한참 가당 

락락 휘까닥 

152

인간이엥 여짐네까… 

쩌쩌쩌…

155

3-6 ・ 이 작은 씨이 

물괴기 밥이 되어 부러수게 

어떵 네까게 

그 놈들이 웃을 때 

피눈물이 나도 마씸 

뭐랭 지도 못허여신디 

총이 법이라시난 

칼이 죽창이 슨 법이라시난 

서북 놈들이 그 놈들이 하수인이라게 

뭣도 모른 채로 펴들엉 

밥 내노라 

여자 내노라 

남편 내노라 아들 내노라 

다 심어가 부러수게 

몬딱 붙잡현 어디사 가부러신디… 

징허여부난 쩌쩌쩌……

154

아이고게 바당에 빠뜨령 

딱 죽여부려수게… 

그것들이 경 릅디다게 

자랑이나 듯이…아이고 아이고

157

3-8 ・ 이 작은 씨이 

아이고 아이고 

지 맙서 

물아기 업곡 

두린 아기 걸치고 

어린것들 올망 졸망 

총총 팡팡곡 

오죽 허영수꽈게! 

쇠좆매 맞아  미치불민 

질질 끄성 

땜마영 헌게 있었는디 

몬딱 게난게 

그 배에 태왕…태왕게…

156

3-7 ・ 이 작은 씨이 

모르커라, 어디 어느 바당에 

드러 쑤아 부러신디… 

졍당 숨 끊어지민 

죽으민게… 

뚤뚤뚤 가맹이에 앙게 

아무도 모르게 

그냥 배 태왕 데껴부러시난 

모르커라 

그 사람덜이 지 않으면 

경난게 

그추룩 했주기게 

 미친 사람들도 그냥 딱 

드러쑤아 부러신디… 

어떵 아라짐네까…어떵…

159

아방 아 

시머가 불카푸뎅게…

158

3-9 ・ 이 작은 씨이 

조롬도 쓸지 못허영 

아사주지 

살젠 허낭 경 헌거주 

살미 뭐신디… 

서방 내놔라… 

아 어딨나… 

징헌 말이라 아이고 징허여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철렁… 

어떵 허여게 

쇠좆매 번에 살점이 

아나는디… 

아프다 뭐다가 어서게 

시머가 불까푸뎅게… 

161

4-1 ・ 이 길을 걸으멍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 길을 

멍이 든 발바닥이 

이제는 더 아프지 않아서 좋은 

이 길을 걸으멍 

으신 아방곡 이야기 할 수 있는 

저들의 무차별 학살 앞에서 

똑똑하게 똑똑하게 

우리네 피흘림이 정당하다는 

그 역사, 그 사실을 

되새길 수 있음은 

나 여기에 살아있음에 대한 

특전임에랴 

4・3은 나에게 모든 나에게 

160

3-10 ・ 이 작은 씨이 

어느 바당에 

흩뿌려진 씨가 

한울산 허리 어느 

굽이에서 

피어날 수 있다 하오면 

물고기 지느러미 사이에서 

그 힘살로 

물살을 가르고 있다 하오면 

어느 바당의 바당물 한 모금으로 

다시 다시 또 다시 

바당으로 살아나고 

한울산으로 솟아날 것을… 

당당한 살아있는 

역사의 한가운데로…

163

4-2 ・ 이 길을 걸으멍 

산으로 으멍 오으로 으멍… 

느네 외하르방은 하르방은 

훈장을 허여신디… 

 에  번씩 여리 하르방님네가 

우리집에 와신디 

봉아름 하늘이 곱다고들 했져 

별도봉이 물 위로 뜨면 

큰 사람 난덴 허멍 

집 천장에 올랐당 쾅 떨어지곡 

올랐당 탕 떨어지곡… 

당게 온디 간디 없이… 

은 시상 온뎅 멍 

산으로 으멍 오으로 으멍 

경난…그 하르바님덜이 

162

특전을 부여 하느니… 

정당한 피흘림으로 새겨 놓은 

하나되는 조국 땅에 거름이 되는…

165

4-3 ・ 이 길을 걸으멍 

바람코지를 걸으멍 

콧속이 시큰하게 이 길을 걸으멍 

간밤에 불탄 집에서 

검은 개 냄새가 남젠 헴수게 

노랑 개 냄새도 남젠 헴수게 

내일 밤에는 바로 이 집이다를 

알게 되면서… 

묘청의 난이 들씌어진 사실이듯이 

일어나면 되받아치면서 

반역의 이름을 내붙이듯이… 

불길이 바람 반대쪽으로 번져야 하는데 

바람 부는 쪽으로 불이 타들어 감에는 

필시…사람 잡으려는 

164

교래리 쪽을 지켰는가 봐 이제사 보난 

4・3이 분명 역사가 있을 거 달마… 

아이고 아이고…

166

음모이리라… 

이 길을 걸으멍 이 길을 걸으멍 

바람코지 바람 부는 쪽을 다시 배우며…

제4부 

동 틀 녘 샛별로 빛나는

169

1 ・ 산마루조차 오를 수 없는… 

산으로 산으로 올라 올라 걸어감은… 

나 예서 숨 쉬는 그 일이 

나의 사상입니다 철학이며 종교, 

나의 울림글입니다 나의 예술이오니… 

오늘 나 예서 산마루조차도 오를 수 없는 

그런 나의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 나의 조국은 국가는 정부는 없습니다 

그런 이웃나라도 혈맹은 더욱 없습니다 

나 예서 숨 쉬는 그 일이 

4・3은 나에게 고른 숨 쉬게 하는 

그 일인 것입니다 한울산 그 마루입니다 

치료입니다 의술입니다 예배입니다 

애국입니다 통일입니다 해방입니다… 

한울산 마루는 나에게 있어서 

171

2 ・ 오늘은, 빌레왓길을 걷는다 

오늘, 여기까지, 

이 걸음으로 거룩하게 

걸어온 대로 걸어가는 그 길 아니고서는 

결코, 탓은 바로 남의 탓 아니오니 

나의 탓 그 믿음만으로 

나의 나라는 내가 하나되게 

내가 스스로 살림살이 하는 

내가 스스로 씨를 뿌리고 

밭이 되고, 거름이 되고, 다시 씨앗이 되는 

오늘, 여기까지, 

산바람 골바람이 거세일지라도… 

빌레왓 길을 걷는다 

이 걸음으로 나는 거룩한 땅을 짓는다

170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너…른 바다-부도가 열리는 

자유로운 숨 쉬어도 좋은 나라입니다

173

용눈이 오 속에서 다랑쉬 오으로 간다 

나는 그저 걸어갈 뿐…걸어가는 것 뿐… 

지워야 한다, 나를, 오을 

한울산이 이니…나는 그저 한울산으로… 

한울산으로 가는 길이니…

172

3 ・ 그러나 몰라야 한다… 

가시리…로 숨어 들어가서… 

교래리를 모른 척 뒤로 하고서 

따라비 오도 모른다…나는 

산굼부리도 모른다…나는 

거문오도 모른다…나는 

…골체 오도 모른다…나는 

나는 몰라야 한다… 

그저 한울산 하나만 알아야 하는 

이 발걸음은… 

아부오을 지나면서 비자나무 숲을 지나면서도 

발자국의 따스함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잊어야 한다 백악이 좌보미, 문석이 동거문 오, 

175

5 ・ 안온함 때문이니… 

저는 새미 오으로 오르면서 

안돌 오과 오을 눈여겨 본다 

체 오을 빠르게 빗겨서야 함을… 

막은 창이기 때문이 아니라 

안온함 때문이니 

아직은 안온하게시리 잠들 수 없는 

그때이기 때문이니… 

이 걸음이 거름이 되는 그때에 다시 

살포시 퍼져 오를 

그 땅을 가만히 지켜야 하기 때문이니…

174

4 ・ 한울산 느비로 가는… 

따라비 오에…숨었던 땅 

큰 사스미 오 작은 사스미 오을 돌아 

산굼부리로 숨어 들어 가면서… 

다시는 다시는 결코 

일어설 수 없음을 살 속 깊게 

알아가면서 

어김없이 떠오르는 저 아침 해 아래서 

길 아닌 이 길이야 

 한울산으로 가는 그 길임을 다시 배우나니 

느비로 가는 그 길임을 다시 알게 되나니 

이 길이  

빛길을 짓는…빛의 나라로 가는 

그 길로 가는 일어섬이니…

177

7 ・ 내 말로 내 발로… 

모두가 기뻐했듯이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웃들 모두가… 

개미가 개미소리를 하듯이 

벌이 매미가 귀뚜라미가 새들이 

나비가 메뚜기가 짐승들 벌레가 

개구리 도룡뇽 올챙이 두꺼비가 

제 소리를 하듯이 

그토록 모두가 아기의 웃음에 

손뼉을 치었듯이 

나는 나의 소리 나의 말 

나의 낱말로 

말하고 싶으니 웃고 싶으니 

세 살 박이 걸음마인 듯이 

이 두 발로 이 누리를 걸어가고 싶으니…

176

6 ・ 한울산 배움글이다 

가마 오에서, 도너리 오까지는, 

숨가뿐 숨박꼭질이다. 

곶이며 자왈, 덤불이며 나무숲…을 지나… 

빌레들 가만가만 소리를 내면 끝이다. 

소리는 한울산 소리이기도 하지만 

소리를 소리로 끝이다 나락인 것이다. 

숨을 죽여야 함이 죽인 것을 다시 배우며… 

무서움이고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낮은 마음가짐… 

그 마음만으로 살아가는 오늘은… 

숨박꼭질이 나에게는 한울산 배움길이었으니…

179

이웃이 그 누구이뇨 

묻는다 내가 나에게 이를 악물고…

178

8 ・ 이를 악물고… 

묶인 이웃들이 이웃들을 도로 

묶는다 

사슬이 사슬을 묶는다 

굴레가 굴레를 묶는다 

덫이 덫을 치고… 

이웃이 이웃을 친다 

결코 숨막힘 느낌없이 

사그라지는… 

길 없는 길 위에서 

목 터지게 아프다고 소리쳐도 

모두가 다 제사장들이다 

율법 학자들이다 바라사이 사두가이파들이다 

이웃이 이웃을 풀어낼 

이웃이 어디에 있나요 

181

잡아줄 수 없는…우리가 만든 이 짓거리들… 

깃털만큼일지라도

180

9 ・ 깃털만큼일지라도… 

굶주림을 채움은… 

굴다와 줄다는 돈만이 아니디 

비다와 모자라다는 만이 아니지… 

아픔을 어찌 다 지울 수 있으랴 

그리움의 찔림을 누가 

사랑의 없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으랴 

다 채울 수 있으랴 

그 사람이 미시입니다 

그 웃음이 채움이오니 

굶주림으로 허우적거리는 헛손질 

아무도  

그 무엇으로도 

183

11 ・ 누가 먼저…사람이 아닌 짓을- 

저들이 하는 못된 짓거리들, 알아야 합니다, 

우리들에게 들씌운 것 쯤은… 

속지 마세요, 제발, 이웃들이여!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입니까? 

누가 먼저 총을 쏘았습니까? 갑자기 

누가 먼저 사람을 죽였습니까? 돌연히 

누가 먼저 마을에 불을 질렀습니까? 까닭없이 

누가 폭도라고 이름 붙였습니까? 우리더러- 

누가 산사람이라고 이름 붙였습니까? 우리더러- 

누가 빨갱이라고 이름 붙였습니까? 우리더러- 

누가 협력자 내통자라고, 우리더러- 

끔찍한 음모입니다, 지령입니다, 살해입니다 

애비 애비 지 새끼 지 이웃 형제 자매 

삼촌 사촌이 배고파-굶어서 죽어가는데… 

182

10 ・ 따슨 손길 먼저… 

한결 같은 오늘은 

더욱 따뜻했으면 좋으련… 

날씨야 하늘 뜻이겠지만 

함께 하는 이웃이 

그 마음이… 

오늘이 힘겹다는 긴 숨결 앞에서 

아버지가…셋째 아이에게… 

‘견뎌야 한다’는 말은… 

이제 그 힘을 잃어버린 지 오래이다 

해를 짓는 일이 아니고서는 

불을 지피는 일이 아니랴 

따슨 손길 먼저…

185

12 ・ 몸 숨긴 채로… 

숨을 죽여야 합니다 숨소리 나지 않게 

코를 막고 입을 막아야 합니다 

나뭇잎 흔들리지 않게 

바람 잔 오늘은 더욱 

풀잎 흔들림은 움직임은 바로 

무차별 총살의 표적입니다 

과녁이 되어 버린 우리가… 

살해의 전투기-헬리콥터를 제주 먼 바다 포위한 

살해의 전투함 포신을 바라보면서 

이제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아니-내가 해야 하는 일은… 

숨 죽인 채 며칠 동안인지도 알 수 없는 

이 굶주림-배고픔-몸 떨리는 새벽 추위… 

무엇이어야 합니다 

이 돌바위 틈새에 몸 숨긴 채로…

184

사람이라면- 

사람이라면- 

밥을 주지 않음이 잘못이고 

밥을 먹지 못하게 함이 잘못이 아닙니까? 

누가 먼저 이 음모 이 전략 이 전술을… 

제주 섬, 차단한 채로…집행하기 좋은 본보기 섬에서…

187

14 ・ 나무 뿌리가 며칠째… 

새벽 별이 온 사람 위하듯이 

이 늙은 낭뿌리 속이 

이 흙더미 굴 속이 

우리들에게 오늘은 보금자리이거니 

지배자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온누리 온 사람 잡아먹는 

국가가 정부가 온누리 온 사람 

잡아먹지 않았던가 

종교가 지식분자들이 

여기 몸 숨길 수 있는 이 자리가 우리들에게는 

민중 해방의 자리임에랴 

민족 통일의 자리임에랴 

나무 뿌리가 며칠째 우리들에게는  

생명의 양식임에랴 하나님은 여기에 계시고…

186

13 ・ 생풀 언 주앙 먹으멍… 

아! 이 산은 나에게는 하늘입니다 

아! 이 골짜기는 

풀숲은, 동굴은… 

무덤조차도 나무숲은… 

낭강알은… 

나에게는 큰 배움터이고, 

나를 살려주시는 어머니입니다 

아버지 형제 자매 이웃 촌 삼춘입니다 

선생님이시고, 

신부도 목사도 스님도 나 숨은 이곳에는 

없었습니다 

아! 동 틀 녘 새벽기도는 너무도 간절한 

텅 빈 맨가죽인 채로…살아남은 그 일입니다 

생풀 언 주앙 먹으멍게…

189

16 ・ 아픔이 결코 없는… 

거룩함이란- 

참으로, 해로 곱게 뜨는 일만이 

무엇에 마음 두지 말지니 

무엇은, 그만큼의 값을 아는 

그 사람에게만 

거룩한 그 무엇이니… 

배고픈 이웃에게는 

밥이 되어라 한다 

그 일이 으뜸 사랑이거니 

하늘은 모든 아픈 사람들에게 

하늘이 되는 일이거니… 

아픔이 결코 없는…

188

15 ・ 새롭게 나를 지어내는… 

오늘 바람 세차게 불어 

추위가 더 매섭다 

봄이 온다는… 

손짓인가 보다 

봄이 오고 꽃이 피어난다는 일이야 

매서운 일이다 

새로움처럼 오고 

온몸을 새롭게 펴는 열어내는 

다른 내음으로 

하늘을 맞이하는 

그 일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나를 지어내는…

191

18 ・ 작은 힘이 되어서… 

이웃 결코 아프지 않게 마음 

말소리에서 발걸음에서 

마음가짐에서 

이웃 결코 마음문 닫지 않게 

따슨 손길이 되어서 

웃는 얼굴로 보이게 보이지 않게시리 

따슨 볕 아니고서 

그 누구인들 

살아갈 수 있으랴 

빛길 되어 이웃 모두 발 헛딛지 않게 

햇살로 힘살 북돋우어서… 

작은 힘이 되어서… 

쳐들어 가지도 쳐들어 오지도 않게시리…

190

17 ・ 타는 불길인 채로… 

거기에 쉽게 쉽게시리… 

불그릇이 있어 마른 낭토막 넣고서 

이 겨울 따습게 

고마운 일 아니랴 

불 타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노라면 

따슨 길 가는 

이웃이 보인다 가난하지만 늘 

깊은 웃음 키우는 

스물일곱 번째로 몸 숨길 자리 옮긴 

목숨 질긴 이웃이 있어서… 

살아있음만으로, 그대여! 

넘치는 즐거움 아니랴 

타는 불길인 채로…오늘은 웃게나…

193

용눈이 오 손지 오 월랑 오- 

랑쉬 오들로 부는 바람길 짐짓 빗겨서면서

192

19 ・ 바람길 짐짓 빗겨서면서 

쌀 씹어 삼켜도 

결코 배부르지 않아서도 

봄바람에 파르르 파르르 

일렁이는 보리밭 푸른 잎새 

그 바람 탄 물결을 그리며 

구성진 사투리로 이야기 나누던 

어멍 아방의 꿈을 

어찌하랴마는- 

나의 공화국은, 마니의 노래는 

어멍 아방의 꿈이다 

온 짓으로 온 목소리로… 

그 나라 짓는 일이거니… 

195

유월물 그리듯이…

194

20 ・ 외로워지는 나를- 

유건이 오름*을 지나 

해 뜨는 따앙 

아사달을 바라본다 

시들어 버렸던 풀잎들이 

세찬 바닷 바람에도 새싹을 

짓는다 

모래밭을 빗겨선 나는 

저들의 만행 앞에서… 

아무렇게 널부러진 썩은 시체들이 

오로지 주인만을 찾는 듯이- 

슬프다기보다는 

외로워지는 나를 꼬집으면서… 

졸갱잇줄-유으름줄의 힘을 

*성산읍 남산리의 서북쪽에 있는 오름. 표고(해발)-높이 190.2M

197

나에게는 온 목숨 살리는 

그 길이 나의 길이오니 

어승셍 오 검은 오으로 무거운 발을 옮긴다

196

21 ・ 온 목숨 살리는 이 길을… 

온 목숨 살리는 이 길을… 

수술칼 하나만으로- 

고려 몽골군이 삼별초를 몰살시켰던 

파군봉을 새쪽으로 뜨는 해 바라보곡 

물미 오*을 갈쪽으로 지는 해 지켜보멍 

김진사 걸었던 그 길을 바라 바라 

토성으로 가는 꽝둥이를 지난다 

고사리 오이 작은 장대를 그리며 

수술칼이 녹슬지 않게함은 

*물이. 물미-수산봉. 물메 오-봉수대, 기우제, 작은 절이 있었음 

   우리나라군-삼별초가 몰살당한 곳-오 

   파군봉-우리 군이 파멸되었다는 봉 - 오름- 산 

   1273년에 고려와 몽골군이 삼별초(우리나라 군사)를 몰살시켰던 자리

199

오직 이제 죽어가는 온 목숨 살리는 

그 일 속에서…피투성이 몸인 채로… 

어제도, 오늘도, 새날에도…죽어 다시 태어나서도…

198

22 ・ 이 한 몸 피투성이인채로… 

조국은 나에게 이 목숨들이오니… 

나는 아무도 모르는 

알 수 없는 그곳에 이 몸을 

부려 놓는다 

나의 죽음은 

셀 수 없이 많은 이웃들의 죽음이오니 

죽어가는 이웃들조차도 나를 

기억해서는 결코 아니되는 

밤하늘의 별빛만으로 무늬져야 하는 

다섯 아이들, 아내조차도 

어승생 오도 거기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따슨 밥 함께 먹어야 하는 사랑도 

잊어야 하는… 

201

살림살이 하는 그 일입니다 

온누리에 온 나라에서… 

무장 없는 무기 없는 

함포사격이 없는 대공 미사일이 없는 

아! 우리들의 살림살이 터를 그 자리 

제자리 지키는 일입니다 

그 자리에서 

아들 딸 낳고 한없이 끝도 없이 

살아가는 그 일입니다 

영구한 혁명-따뜻하게 살림살이 하는 그 일입니다 

따뜻한 혁명 

녹이는 사랑으로… 

비무장의 풀이 되고 낭이 되는 

200

23 ・ 몸의 나라 한울 말 그대로 

    - 비무장 평화의 섬 짓는… 

       비무장 나라 짓는… 

우리네 살림살이는 

의 마의 빛입니다 

해의 미의 볕입니다 

무의 불의 햇살입니다 

비무장의 춤 신선의 놀이터를 짓는 

그 일입니다 

비무장의 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비무장의 바다 

하늘과 땅 논과 밭 

비무장의 배움터를 

비무장의 절터를 지키는 일입니다 

바로 그곳 그 자리에서 

203

장글레기를 고셍이를 들레기를 낚아올리곡 

졸락을 낚곡 황우럭(붉은빛우럭) 갈치 고등애 벤자리 각재

기*** 낚기 

각시 바우 오에 강 지들커 허영오는 일… 

바닷일 허멍, 밭일 허멍, 오지멍 나르멍… 

옷도 짓곡 집도 짓곡…마을 짓곡 나라 짓곡… 

비무장의 나라 짓는  짓는 하늘 짓는, 

따앙 짓는, 비무장 사람 짓는 그 일입니다 

우리네 일은…비무장 평화의 나라 짓는… 

4・3의 일은 비무장 화평의 나라 짓는… 

비무장 몸의 평화 짓는 

비무장 한울 말대로… 

202

꽃이 되고 그 열매가 되는 

꽃내음으로 춤이 되는 

꽃무늬로 온빛이 되는 

무 - 빛의 나라 짓는 일입니다 

비무장의 땅을 짓는 그곳에서 

너 나 없이 우리로 살아가는 

내 땅 지키기 내 집 지키기 내 옷 지키기 

비무장의 이 한 몸 지키는 그 일입니다 

내가 이 길을 걸음은 이 오 오름은 

이 밭에서 똥거름을 지고 가는 그 일은 

바닷가에서 

바닷 *을 걷어 올리곡 

태우 그믈로 그 자리를 떠올리곡 

보말을 잡고 구젱이 전복을 오분재기** 

*. 자반. 망. 망. 망. 발. 마비로. 말 

**오분재기. 오분자기-떡조개 

***각재기. 가라지-전갱이, 매가리

205

24-1 ・ 그리운 나라에서는 

    - 한울산은 한울산은… 

한울산은 찌 살게 했수다게 

먹을 거 입을 거 

돌궤 속에서 

다 살아만 줍서 다 살아만 줍서 

다같이 빌고 또 빌어야 하는 

종교보다 더한 

살려달라는 

두 손 비비는 

빎을 배워 주었수다 

배움터이고, 

병원보다 더한 위로의 말이 

힘이 되시는 교회 사찰보다 더한… 

이웃이 바로 한울님인 것을 

한울산은 한울산은 

가르쳐 주어십주 

204

아이들 가르치는 그 일입니다 

비무장 배움터 짓는 비무장 길을 닦는 

평화의 섬 짓는 

평화의 산 짓는 

한울산 짓는 지키는 

오 짓는 온 땅을 비무장 일터로 삼는… 

그 일입니다 

이 길은 이 일은 오늘은 

해 질 녘 어스름 별 뜨는 

이제 여기에서는 

돔박셍이가 울면서… 

동글락 게 하늘을 그린다 

그토록 비무장 하늘을 파아랗게 파아랗게…

207

24-2 ・ 그리운 나라에서는 

아침 산이 높다 하늘이 파아랗다 

산새들이 아침을 노래 부른다 

해가 빛난다 불로 탄다 

산벚나무가 곱게  

꽃을 피운다 

땅이 곱고 흙이 보드랍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피어난다 

두메 물망초 수선화 며늘취 매발톱 

쥐오룸풀 꽃이 제 빛깔 그대로 피어난다 

골짜기 물이 노래 부르며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나뭇가지에 걸린 햇빛이 눈부시다 

모두 다 하늘 모신 채로 

거침 없는 꽃춤을 춘다

206

한몸으로 곱아야 살아나는 

부활의 믿음을 배워십주…

209

24-4 ・ 그리운 나라에서는 

모두 다 해로 빛나는 큰 사람들*이니 

한 사람이니 

해로 빛나는 높은 사람들이니 

흙으로 빛나는 낮은 사람들이니 

물로 빛나는 스며드는 사람들이니 

그 나라에서는 하늘 

그리움으로 꽃이 되시어 

제 빛깔 제 멋에 겹게 피고 

지어서 좋은… 

길지도 않은 그때까지만으로 

다 살으시는 넉넉함으로 

하늘 그리운으로 꽃이 되시어…

208

24-3 ・ 그리운 나라에서는 

너는 왜…를 묻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이다 

제비꽃인 듯이 

생강나무가 산수유가 그렇다 

보리수가 산앵도가 제 빛깔인 채로 

너는 어찌하여…를 

그 까닭을 묻지 않는다 

제비꽃이 보오랗게 피어 

제자리를 지킨다 

민들레가 앵초가 함박꽃이 개나리가 

두메 양귀비며 산나리가 두메 해당화 

마타리 중대머리가 그러하니 

그리운 나라에서는 

함께 제 빛깔로 피어나서 좋은 

그냥 그대로 피어나서 좋은

*아나키스트 Anarchist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 해로 빛나는 나라를 지

으려는 사람들-빛사람들입니다

211

그저 꽃들이 그만큼 제 빛깔대로 피어나는 

그 나라 그 땅 그 골짜기만 있어요… 

대통령 장관 비서실장 국회의원 도지사 군수도…없는…

210

24-5 ・ 그리운 나라에서는 

해로 빛나는 그 나라에서는 

총칼이 없어요 대포도 미사일 탱크도 

없어요 그저 들풀과 나무들이 울창한… 

고사포도 전투기 군함도 없어요 천당도 극락도 없어요 

비무장 평화의 나라라 하니 

전략도 전술도 없어요 진보당도 녹색당도… 

선거도 보궐선거도 선거 유세도 없는… 

그저 꽃으로 피어나는 

하늘 그리움만 있어요 

군인도 경찰도 예비군도 국방군도 없어요 

무장 경비정도 없는 원자탄 수소탄 화학탄도 

없어요 그저 꽃들만 있는… 

그리운 그 나라에서는 야당도 여당도 탈당도… 

자본도 없고 저축도 은행도 정부도 국가도 없는 

213

나만 나만 나뿐만 있는 그런 나라 아니오라 

다만 다만 온만 한만 있는 그런 나라이오니…

212

24-6 ・ 그리운 나라에서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그 길대로 

낳고 죽고 낳고 죽고 그 뜻대로 

하늘이 하늘대로 푸르게 높게 

따앙이 따앙대로 기름져 넓게 

사랑하는 사람들로 곱게 

따슨 가슴 나누어서 좋은 

다 틀어 쥐려 하는 그런 

꼴도 없고 틀도 없는 

그리운 나라에서는 

개미는 개미의 길을 가고 

새들은 새들의 길을 날아 

꽃들은 꽃들대로 피어나는 

새갈마노 봄여름가을겨울이 

215

24-8 ・ 그리운 나라에서는 

껍데기와 알맹이가 같은 

속 다르고 

겉 다르지 않은 

너 나 없는 우리로 함께 빛나는 

함께 웃는 

함께 먹는 

너 따로 나 따로 살 수 없는 

한몸으로 웃는 기뻐하는 마냥 즐거운 

한몸으로 넉넉한 

그리운 나라에서는 

모가지 딱딱한 놈도 없고 

굽신굽신 모가지 흐늘한 놈도 없는 

들풀인 듯이 산나무인 듯이 살아서 좋은 

바닷물결인 듯이 일렁여서 좋은 

참으로 좋은…

214

24-7 ・ 그리운 나라에서는 

아침 햇살로 퍼지는 

그 나라이니 

아침 이슬로 빛나는 

한낮의 햇살로 뜨거운 

온갖 거짓 다 태워 버리는 

이○구의 거짓말을 

박○혜의 거짓 웃음 

다 태워 버리는 

저녁 햇살로 따스한 

노을로 빛나는 

그 나라이니 

함께 따슨 밥 나누어 먹는… 

같이 따슨 밥 나누어 먹는…

217

24-10 ・ 그리운 나라에서는 

멍든 가슴이 이제 더는 없는 

엄마 잃은 용수도 없고 

엄마 못 본 영근이도 없는 

아방 찾는 목소리도 다시는 없는 

빈 무덤 빈 식께 이제는 없는 

웃는 얼굴 마주하여 

따슨 밥 나누어 먹어서 좋은 

검은 개도 노랑 개도 

노갈바람도 다시는 없는 

도망도 없고 흩어져 살아야 하는 

갈라 놓은 틈새도 없는 

아! 봄바다로 일렁여서 좋은 

수선화 피는 그날에도 

216

24-9 ・ 그리운 나라에서는 

꽃잎 하나도 꺾이지 않은 

그 나라에서는 

바닷물결조차도 

높낮이 없는 

벌레들조차도 가볍게 

발 아래 두지 않은 

물 속으로 첨벙첨벙 

사람 목숨 빠뜨려 죽이지 않은 

죽임의 검은 짓거리 다시는 없는 

온몸 꽃으로 피어나서 좋은 

씨알만큼씩 제 몸 일으켜 세워서 좋은 

그 나라에서는…

219

24-11 ・ 그리운 나라에서는 

햇살로 먹이를 삼아서 좋은 

햇빛만으로 온누리 밝혀서 좋은 

아! 햇볕으로 

사랑을 담아서 좋은 

따뜻한 밥 나누어 먹으면 

살맛이 나서 좋은 

멋진 발걸음으로 

사랑하는 그 사람이 더욱 

아름답게 피어난 

그리운 나라에서는 

결코 너를 

깔보지 않아서 좋은… 

얕잡아 보지 않아서 좋은…

218

마냥 따스한 그리움으로 

기다릴 수 있는…

221

 다할 곳 그 일이 아니어든… 

그대의 나라로 가는… 

(4345.2015.04.19)

220

24-12 ・ 그리운 나라에서는 

머리 둘 곳 아니어든 

가지를 말라 

하늘이 없으니 

발걸음 내디딜 곳 아니어든 

가지를 말라 

땅이 없으니 

몸 뉘일 곳 아니어든 

가슴으로 맞이하는 그 땅이 

아니어든 

사랑의 가슴으로 온몸 태우는 

빛의 나라 아니어든 

머리 둘 곳 없는 바로 그 나라가 

바로 그대의 나라이거니 

223

24-14 ・ 그리운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없게 하자 

속살은 속살대로 피어나고 

산 물은 골짜기 물길 따라서 

흘러내리게 하자 

구름이 머물러 비를 뿌리거든 

가람이 되고 

바닷물결로 일렁이게 하자 

오름으로 산으로 제 맘껏 

솟아오르게 하자 

하늘이 내리시거든 땅 흙은, 

온몸 열어 놓은 채로 하늘로 춤추게 하자 

사랑은 사람 살리는 

꽃춤이거늘 

피어나시게 하자 온몸으로 온몸으로

222

24-13 ・ 그리운 나라에서는 

산새 우는 그 자리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살아서 피어나는 

그 자리가 사람들 사는 

사랑이 피어나는 

아침 이슬로 영글어 빛나고 

오름이 오롯하게 솟아나는 

그 자리가 이웃으로 같이 사는… 

참나무가 소나무가 느티나무가 

살아있는 숨결로 머무는 

그 자리가 그대의 나라이니 

숨 죽여 몸 숨김 없는… 

피 묻은 손가락이 결코 없는… 

살아남아야 하는 도망침이 다시 없는…

225

눈이 내리면 하이얀 옷 입은 채로 

지어서 좋은…

224

24-15 ・ 그리운 나라에서는 

나 예서 고요롭게 

고요롭게 

지어도 좋은 

들꽃이고자 하니 

바람이 불면 나 온몸으로 

꽃춤을 추리니 

비가 내리면 나 가슴 펴고 

빗물을 품으리니 

살 속 피 속 뼈 속까지 내 영혼 

깊은 그 속까지 스며들게시리 

나 예서 고요롭게 

고요롭게 아침 햇살 머금은 채로 

가슴 펼 수 잇는 

들꽃이고자 하니 

227

25-2 ・ 해로 빛나는 사람들 

무장은 빈 껍데기-헛깨비이니 

얼빠진-나간-얼 간이이니 

넋빠진-나간-넋 나간이니 

무기, 무장은, 속 빈…도깨비이니 

비무장(DMZ)의 몸으로 

알몸으로 맨몸으로 빈 몸으로 

해로 뜨는 

해로 서는 

해로 지는 

뜨고서도 지고서도 빛나는 

온빛 다 빛 아니랴 

무기, 무장-총칼은 MD-THAAD는 

껍데기-헛깨비이니 

비 오다 개인 날인 듯이 

226

25-1 ・ 해로 빛나는 사람들 

홀로 빛나는 그 사람은 

밝은 나라 지으시는 

제 빛으로 따스한  

둥지 보금자리 지으시는 

그 사람은 

제 발 제 손 제 몸으로 

제 밥을 지으시는 

제 밥 함께 나누어 먹는 

따슨 볕으로 녹아지는 

그 사람은 

햇살로 사람 노릇 다하시는 

이웃이 되시는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먹이도 없으신 

해로 지는 그 사람들이여!

229

25-3 ・ 해로 빛나는 사람들 

엿볼 겨를도 없이 엿들을 겨를도  

머무르거나 고여 있을 

마음도 없이 

온누리 밝게 빛내시는 

그 사람, 그 사람들 

밥이야 빛인 듯이 

온 사람 알맞게 나누어 

빛나는 것 

하늘인 듯이 너 나 우리로 함께 

더 푸르르게 

더욱 높게 

높아만 지는 것 

해로 빛나는 

그 사람, 그 사람들

228

티 없는 나라 일으키시는 

그 사람은  

해로 뜨는 그 사람들은

231

25-5 ・ 밥 

    - 그 뿐인 내가 되어서… 

이제 나에게는 

풀이 밥이고 나무가 밥이며 

오이 밥이고 

한울산이 드디어 밥이 되었습니다 

벌레가 나뭇잎이 잡을 수도 없는 

짐승이 밥이 되었습니다 

하늘이 따앙이 냇물이 밥입니다 

이제 나에게는 

밥이 나이기 때문입니다 

잡힌다 아니 잡힌다 너다 나다 우리다 

여기까지 겨우 겨우 걸어온 나에게는 

밥만 보이고, 찬밥 더운 밥이 아니라 

물밥 밥이 아니라 보리밥 조밥이 아니라 

230

25-4 ・ 샛별로 빛나는 사람들 

아픈 가슴 어루만져 주시는 

응어리진 깊숙이 묻어 둔 

아무도 알 수 없는 

깊이에서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더욱 

자라나는 

쓰라림 녹이시는 

가시로 돋아나는 그곳을 

맨살로 채워주시는 

깊숙한 사랑으로 

평평한 땅으로 고르시는 

어느 결에 벌써 

샛별로 빛나시는 사람, 그 사람들 

창끝 같은 서글픔을 

녹여주시는…

233

25-6 ・ 숨은 채로 뛰는 이 발길이… 

무릉 곶자왈이 나에게는 하늘이었고, 

가마 오으로 숨결은 더욱 자지라 들곡 

몸을 감추는 일이 더욱… 

무둥이 왓을 가로질러 큰 널궤로 

숨 죽인 채로 몸을 숨기는 일이 더욱… 

깊은 아픔이 서려 있는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하니 

숨어서 뛰는 이 발길이 역사입니다 

이 발길이…살아있는… 

살림의 길이오니 나를 

너를 

우리를…

232

감저밥 콩밥이 아니라 죽밥 된밥이 아니라… 

만질 수 있는, 잡을 수 있는, 내 앞에 내 뒤에… 

여기에 있는 돌도 흙도… 

밥, 밥, 밥…그 뿐인 나…

235

25-8 ・ 살아있는 말으로 살리시는… 

한울산에는 한울 말이 계시나니 

그 말은… 

사람을, 이웃을, 물과 바다, 산과 오 

풀과 낭, 짐승과 벌레…나물과 씨앗 

모든 목숨 온몸으로 살리라는…그 말이시니… 

그 말 따르려고, 

오늘도 나는 이 산을 오른다 

한울산, 한울산, 빛의 산을… 

그대 온 목숨 스며있는, 아! 그 산으로 그 산으로…

234

25-7 ・ 마니 꽃무늬의 산… 

늪이 어디에뇨, 불늪인들 어쩌랴 

한자로 된 한울산도 아니지 

한자로 된 백록도 아닌 것을 

붉은 산이다 빨갱이 산이라고- 

휘발유 쏟아부어 불태워 버릴 산이라니… 

아니다 아니다 결코 아니다 

우리네 한울산은…한울산은… 

빛나는, 저녁 노을빛으로 솟아나는… 

곱게 곱게, 아름다운 꽃무늬로 피어나는…

237

우리가 이 길을 오름은, 오을 오름은 

한울산 한울산으로 이 길을 오름은…

236

25-9 ・ 빼앗기지 않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사슴이, 살아온 저 산, 한울산은 

하늘이려니, 섬 사람들의 꿈이려니… 

저들은 사슴 고기를 빼앗아갔다 

사슴 가죽을, 사슴 말린 고기를… 

혓바닥, 꼬리까지를… 

돼지, 노루, 꿩…들나물, 버섯을… 

전복, 오분자기, 구젱이…미역, 미역새 

몸을, 바닷고기를 빼앗아갔다 

이 땅에 사는, 한울산에 사는 

그 사람의 몫을, 목숨을…빼앗아갔다 

그들은, 이제, 빼앗아 가려고 한다… 

윗세오름, 오백장군, 돌들이 넋이 어린 산을 

빼앗으려고, 바다를, 내창을…우리들의 얼과 뜻을… 

239

26-2 ・ 산으로 산으로 

    - 이 산을 오름은 

이 산을 오름은 

우리네 이름 되찾는 일입니다 

우리의 산을 오은 

어머니의 산… 

아버지의 산… 

한울산을 되찾는 일입니다 

아흔아홉 골을 

마니를 

우리네 우주를 열어놓은 일입니다 

아방과 어멍을 

사랑하는 아내와 서방을 

아들과 딸들을 

누님과 누이를 형님과 아우를 

이웃과 삼춘을 되찾는 일입니다 

238

26-1 ・ 산으로 산으로 

    - 이 산을 오름은 

한울산을 되찾음이오니 

샛별오에서 어름비를 본다 

이달오에서…우리는 다시 

산을 오른다 

붉은 오에서 검은데기 오-검은 오으로…아! 

오은 오름이니 

한울산을 한울산을 

우리가 이 산을 오름은 

우리들의 하늘을 되찾음이오니 

밭과 논, 우영과 우리 마을을 

우리의 바당을 내창을 

골짜기를 되찾는 일입니다 

우리네 목숨인 산… 

한울산을 되찾음이오니-

241

26-3 ・ 산으로 산으로 

    - 이 산을 오름은 

무덤 앞에서 가끔은 

절을 올렸을 

죽음 앞에서 누구나 

깨끗해지는 조금은 

그 까닭을 배우며 

이 산을 오름이 어쩜 무덤이 되는 

죽음이 되는 길임을 새삼 배우며 

거룩한 죽음으로 빛나는 죽음으로 

쓸쓸한 외로움일지라도… 

목에 걸린 밧줄 앞에서나 

총구 앞에서 당당해지는 

나를 굳세어지게 하시는 

이 산을 오름이 

산으로 산으로 한울산으로…

240

한울산을 되찾는 그 일입니다 

이 산을 오름은…

243

26-5 ・ 산으로 산으로 

    - 이 산을 오름은 

그것도 나만이 아닙니다 

죽었다가 죽었다가 

몇 번 씩이나 살아나 있음은… 

그래요, 이웃의 손길 

나를 알지 못했는 어느 이웃의 손길로 

그도 나처럼 밥을 찾아 뒹굴면서도 

여기까지 끌고 와 

나를 다시 깨어나게 하고서 

남겨둔 제 몸의 따스함 나에게 

덮어주고서는… 

이 산을 오름은 결코 지울 수 없는 

그 일을 

내 몸에 새겨두는 그 일임에랴… 

아! 이 산을 오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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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 산으로 산으로 

    - 이 산을 오름은 

한없는 기쁨입니다 

이 길은…새로 나에게로 

돌아 걸어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나로 돌아가는 

새롭게 태어나는 

한울산이 되는 일입니다 

세빛 무늬 새를 여덟빛 무늬 새를 

처음처럼 바라보면서… 

이 산을 오름이- 

나를 오르는 그 길임을 알게 되면서 

오늘 나는 이 산울에서 

가장 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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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이 마지막 숨결… 

이른 새벽, 이제는 더는 일어날 수도 없는  

나를, 싸늘하게 식어져 가는, 

바라보면서… 

햇살로 뜨는 아침해를 바라보면서… 

이 마지막 숨결 

해로 빛날 수만 있다면… 

햇살 속으로 햇살 속으로 

아련히 스며들어가는 

나를 

나를 

가만히 가만히 

바 라 보 면 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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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 한울산에서 

    - 얼음덩이 이 한 몸 제물이 되어 

온 산이 얼음산이다 

굴 속의 어둠은 이 새해 새 아침 

 빛을 삼켜 버리고, 

흙밥을 제상에 올리며 

계곡 찬물이 갱국이었으니… 

어둠이 촛불 되어 타오르고, 

절 올리는 온몸이 얼음 덩어리다 

음력 1월 1日 멩질이다 

모두가 한상 앞으로 

굴 속 흙판인 제상도 벌써 얼음판이니 

우리들에게 제사는, 제물은 

얼음 덩어리인 채로 얼어붙은 아직은 

살아 숨쉬는 

몸뚱아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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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산이시고, 바다가 바다이심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 길이 사람되게 하시는, 나 되게 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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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 이 길이 아픔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명예로운 아픔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 길이… 

이 길을 걸으면서 날마다… 

이 길이야 부활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 길이야 아침해로 뜨시는 

멀리 멀리 저- 멀리에서 

해임을 달임을 별들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가파른 이 길이 

넘어야 하는 그 길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우주가 나에게 나를 살리는 

목숨이시고 따슨 밥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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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평화의 정신은 온누리의 평화 정신이며 

평화 정신은 세계인이 하나같이 바라는 진실의 정신입니다. 

4・3 정신은, 평화의 가르침이고 평화의 실천으로써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참 삶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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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몸 숨겨 살아있음으로 

햇볕 쏟아져 내리는 

이 산을 

마음껏 

걸을 수만 있다면 

벗어날 수 없는 그물망 앞에서 

지느러미를 흔들거려도 

벗어날 수 없는 

물고기들… 

당당한 발걸음이 죽음이 되는 

이 산울에서 

그물망 앞에서 내가 

이 발걸음이…오히려 

이 산울에서 더욱 부끄러워지는 

얼굴 붉힘을 알고 나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