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기자간담회_영화정보(시놉시스).hwp
제3회 제주4·3영화제 상영작 소개
그라운드제로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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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의 영화감독들, 프랑스 외, 2024, 113분, 극, 애니, 다큐,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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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Ground Ze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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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 사는 22명의 영화인이 전쟁 한복판에서 찍은 22편의 단편(다큐·픽션·애니메이션·실험)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휴대폰과 현장 카메라가 포착한 조각들은 전쟁의 큰 흐름 대신 끊긴 전기, 무너진 방, 불시에 찾아오는 웃음을 응시한다. 설명보다 체감, 분노보다 생존의 리듬, 뉴스가 담지 못한 시간이 화면에 머물 때, 파편화된 일상의 기록은 공동의 증언이 된다. 그 증언은 4·3의 기억과 맞닿아, 국가폭력이 파괴한 삶을 기억하는 일이 곧 연대의 시작임을 환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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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작
■ 폐막작
지금, 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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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청, 대한민국, 2025, 109분, 다큐멘터리,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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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Now, Nye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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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비극적 현실은 한국에 사는 녜인 따진과 한국인 남편 최진배의 일상과 교차한다. 이유도 없이,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간 사람들이 다음날 시신으로 돌아오는 참혹한 현실은 미얀마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폭력의 실상을 고발하며, 70여 년 전 제주에서 수많은 양민이 겪었던 국가폭력의 무분별하고 비인간적인 야만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타국에서 고향의 참혹한 현실을 지켜보는 두 사람의 시선은 미얀마 쿠데타 이후의 절망과 고통,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연대를 담아낸다. “걱정된다고 멈추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네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녜인의 아버지가 남긴 이 말은 두려움을 넘어서는 마음의 저항이자, 멀리서도 이어지는 연대의 약속이다.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증언했던 제주 4·3의 기억처럼, <지금, 녜인>은 폭력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시간 속에서 두려움 대신 연대를 선택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묻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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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는 과거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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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츄, 대만, 2022, 112분, 드라마,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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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ld Her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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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사건 이후, 1950년대 타이완은 국가가 좌파 사상과 민주운동을 ‘적’으로 규정하며 자행한 백색테러(White Terror)의 암울한 시기를 맞는다. 그중 ‘사상범’으로 낙인찍힌 여성들이 외딴 섬 녹도(綠島)의 수용소에 수감된다. 금지된 책을 읽거나, 다른 생각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수감인이 되어 중노동과 재교육을 강요당했다. 제로 츄 감독은 논픽션 기록과 생존자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것이 죄가 되던 시대’의 여성들을 조명한다. 폭력의 이미지를 자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영화는 억압과 신념 사이에 남은 인간의 존엄을 묵묵히 응시한다.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는 침묵 속에서도 사유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시간을 되살리며, 국가폭력 아래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자유의 감각을 호출한다. 잊힌 역사를 불러내는 이 영화는,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가 곧 저항이던 시대의 초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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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의 정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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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에리세, 스페인, 1973, 98분, 극영화,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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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irit of the Beeh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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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직후, 고립된 시골 마을의 침묵과 불안을 어린 소녀 아나의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이동 영화관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본 아나는 괴물이 왜 죽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언니 이사벨의 장난스러운 말에 이끌려 정령을 찾아 황야와 폐허를 헤맨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쟁 이후의 허무 속에서 벌을 기르며 고독에 잠기고, 어머니는 부재한 연인에게 편지를 쓰며 잃어버린 시간을 견딘다. 말이 적은 가족의 일상 속에서 아나는 어른들의 침묵이 감춘 상처와 시대의 두려움을 직감한다. 빅토르 에리세는 벌집과 창살,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프랑코 체제 아래 스페인 사회의 억압과 내면의 고립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벌집의 정령〉은 한 소녀의 환상을 통해 전쟁의 잔향과 망각의 풍경을 비추는, 가장 고요하면서도 깊은 정치적 우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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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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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포리코브스키, 폴란드, 2014, 82분, 드라마,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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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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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폴란드. 어느 겨울날 자신의 수녀 서원식을 앞둔 안나(이다)는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를 찾아 나선다. 안나는 이모 완다로부터 자신의 본명은 '이다 레벤슈타인'이고, 유대인이며, 부모님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사망했음을 알게 된다. 부모가 살던 집을 찾아갔으나 그곳에는 ‘펠릭스’ 가족이 살고 있다. ‘펠릭스’는 집 소유권을 포기하면 부모님이 묻힌 장소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결국, 시신이 묻힌 장소를 파헤쳐 시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안나의 부모님뿐만 아니라 이모의 아들도 있었다. 안나는 이모와 함께 루블린에 있는 유대인 가족 공동묘지에 유골들을 매장해주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하지만 이모 완다는 주피터 교향곡을 크게 틀어놓은 채 창문 밖으로 투신 자살한다. 학살의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 버려진 존재가 정체성을 확인하는 여정과 미해결 과제와 애도의 시간은 고스란히 당사자에게 남겨진 채로 영화로 끝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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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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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미, 대한민국, 2025, 118분, 극영화,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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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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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제주, 토벌대가 마을을 점령하고 무장대를 추격하는 삼엄한 상황에서 ‘아진’은 딸 ‘해생’과 시어머니를 집에 남겨둔 채 한라산으로 피신하게 된다. 시어머니는 토벌대에 의해 학살되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해생은 엄마 ‘아진’이 떠난 발자취를 따라나선다. ‘아진’은 산을 오르던 중 군인들이 마을을 전부 불태웠다는 소식을 듣고, 일행과 떨어져 딸을 찾아 하산하기로 결심한다. 도중에 무장대를 만나 마을과는 반대쪽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결국,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는데…. 딸을 구하러 가는 엄마 ‘아진’과 엄마를 찾아 산을 오르는 딸 ‘해생’의 여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학살의 피만 난무한 4·3의 비극적 상황을 목도하게 하는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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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양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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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무라 마사키, 일본, 90분,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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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nyeo Y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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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재일조선인 재야사학자 신기수가 흑백필름에 담은 미완의 다큐멘터리를 2000년대 일본인 감독 하라무라 마사키가 완성한 다큐멘터리다. 제주4.3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해녀 양씨(양의헌, 1916년생)는 재일조선인 남편이 조총련 활동에 전념하게 되면서 가족의 부양과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 해녀 양씨는 대마도를 비롯해 일본 각지에서 물질을 하였고, 아들 셋을 북한에 보내게 되었다. 나머지 아들과 딸들은 일본과 한국에서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53년 만에 고향 제주를 방문하는 양씨 모습과 아들을 찾아 떠난 북한 여행기도 담겼다. 분단의 아픔과 디아스포라, 여성의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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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이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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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대한민국, 2021, 97분, 다큐멘터리,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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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s of Revolu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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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을 다룬다. 한국 민주주의의 결정적인 분기점이었으나, 오랫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이 역사는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비로소 그 얼굴을 드러낸다. 그날의 거리에 섰던 대학생, 노동자, 재봉사, 사진기사, 버스기사 등 ‘10월의 이름들’은 잊혀진 기억과 항쟁의 진실을 되살린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그 길에 있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증언자들의 이 고백처럼 영화는 두려움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라는 보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들의 꺾이지 않는 용기를 생생히 그려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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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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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츠야, 일본, 2023, 138분, 드라마,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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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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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벌어진 학살 사건은 일본 현지에서도 아직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야당 국회의원들이 모인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검증하는 의원 모임’은 올해 8월 30일 일본 내각에 간토 대재진 조선인 학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한 바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정식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것 만으로 이 사건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모리 타츠야 감독의 2023년 작 <1923년 9월>은 대지진 발생 당시 가난한 행상인들이 마을에 나타나면서 조선인으로 오해를 받아 살해 당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은 무겁고 착잡하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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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사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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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남, 대한민국, 2024, 128분, 다큐멘터리,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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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Sabu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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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강원 정선 사북의 탄광촌에서 광부 3천여 명이 부당한 임금과 어용노조에 맞서 봉기했다.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시작된 항의는 유혈 사태로 번졌고, 경찰과 노동자 모두가 다쳤다. 분노한 광부들이 지부장의 가족을 결박하며 상황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계엄군 투입 직전 협상이 이루어져 대규모 유혈은 피했지만, 이후 참가자들은 체포·구금되어 고문을 당했다. 사건은 지역 전체의 금기로 남았고, 기억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 갇혔다. 박봉남 감독은 “모두가 외면 했기에, 지금도 누군가는 그날에 머물러 있다”고 말하며 5년간 100여 명의 생존자를 찾아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1980 사북〉은 민주화가 진행되는 동안 가려졌던 경제 성장의 폭력, 노동자들의 희생과 침묵, 그리고 국가폭력을 정당화한 산업 자본의 얼굴을 마주한다. 산업화·민주화라는 거대 서사 속에서 잊힌 항쟁의 시간을 복원한 이 영화는 ‘억눌린 노동의 기억’을 되살리며, 침묵과 외면의 시간 속에서 상처의 무게를 가르지 않고 조심스레 질문을 남긴다. 피해와 가해의 경계 사이, 그 침묵의 자리에 서 있는 자는 어쩌면 우리일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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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하는 현재
노 어더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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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 아드라, 함단 발랄, 유발 아브라함, 레이첼 졸, 팔레스타인, 2024, 93분, 다큐멘터리,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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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Other 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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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남헤브론힐스의 마사페르 야타에서 진행된 강제퇴거·가옥철거를 2019–2023년 기록한 작품이다. 팔레스타인 거주민 바셀 아드라(Basel Adra), 함단 발랄(Hamdan Ballal)과 이스라엘인 유발 아브라함(Yuval Abraham), 레이첼 Szor(Rachel Szor)가 공동 연출했으며, 공동체 활동가와 이스라엘 언론인이라는 비대칭의 우정을 통해 현장의 폭력과 연대의 윤리를 함께 비춘다. 이 영화는 제97회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2025)과 베를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관객상 등을 받으며, “집을 지킬 권리”를 국제 연대의 언어로 확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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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목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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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 박마의, 대한민국, 일본, 2023, 149분, 다큐멘터리,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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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s of the Silenc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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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어 가는 재일조선인 2세 다큐멘터리 감독 박수남과 딸 박마의는 오래전 촬영한 16mm 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하기로 한다. 박수남은 피해자들의 언어가 단지 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과 눈빛, 한숨, 망설이는 몸짓 속에도 깃들어 있다고 믿었고, 그 진실을 온전히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박마의는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필름에 남지 않았다면 영원히 사라졌을 목소리를 다시 불러오려 했던 어머니의 여정이자, 그 길의 동반자가 되어 가는 나의 여정입니다”라고 말한다. 모녀의 여정 속에서 먼지 쌓인 10만 피트의 필름이 다시 빛을 얻을 때, 박수남의 카메라 앞에 섰던 강제징용 피해자, 원폭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시간이 되살아난다. “기록을 왜 하느냐”는 물음에 박수남은 답한다. “기억을 영원히 기록하는 거니까.”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기록이 곧 인생이 되고, 아카이브가 삶의 증언이 되는 두 여성의 여정을 따라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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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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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알바라도 호다르,콘차 바르케로 아르테스, 포르투갈, 스페인, 2024, 99분, 다큐멘터리,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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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stance Bo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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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주의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로시오(Rocío)〉(1980)로 검열을 겪은 감독 페르난도 루이스 베르가라의 미완 프로젝트와 사후 아카이브를 따라간다. 영화는 남겨진 노트·콘티·로케이션 기록·사진을 재편집해 “찍히지 못한 영화들”의 가능성을 현재로 호출한다. 여기서 아카이브는 단순 보존물이 아니라, 권력의 삭제가 만든 공백을 사유하고 메우는 편집의 장이 된다. 이는 침묵의 역사에 맞선 연대의 기록술—보이지 않던 장면을 다시 가능하게 하는 지적·윤리적 실천—로 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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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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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안코추르, 미국 외, 2024, 105분, 극영화,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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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Volca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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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온 소피아 가족은 스페인 테네리페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러시아의 침공 소식을 듣는다. 귀국 항공편이 끊기며 가족은 혼란과 공포에 휩싸이고, 호텔의 배려로 잠시 머물 곳을 얻지만 낯선 섬에서의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휴양지의 평온과 대비되는 고향의 참상은 휴대폰 너머로만 전달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의 균열은 깊어진다. 새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떠난 여행은 오히려 전쟁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시간이 된다. 〈화산 아래〉는 소피아의 시선을 따라 개인의 내면과 외부의 폭력이 맞부딪히는 궤적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감독 다미안 코쿠르는 “타인의 고통을 재현할 도덕적 권리가 없다”고 말하며, 폭력의 이미지를 철저히 배제한 채 불안과 무력감의 윤리를 기록한다. 폭죽 소리에 전쟁의 폭격을 떠올리는 소피아의 감각처럼, 영화는 평화의 풍경 속에 스며든 불안을 포착하며, 더 이상 이전과 같을 수 없는 한 소녀의 세계를 응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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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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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근, 대한민국, 2022, 47분,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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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 H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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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3대, 76년 만의 귀향길에서 마주하는 4·3의 진실과 치유.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88세의 4·3 유족 이한진. 그는 76년 전 행방불명됐던 작은형의 유해 발굴 소식을 듣는다. 이 기적 같은 소식에 이한진 씨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3대 가족을 이끌고 고향 제주로 향한다. 이들의 귀향은 단순한 가족사를 넘어, 이념의 광풍이 한반도를 휩쓴 세계 냉전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인다. 낯선 땅에서 온 후손들의 눈을 통해, 다큐멘터리는 침묵 속에 묻혀 있던 4·3의 참상을 숙연하게 조명한다. 마침내 3대 가족이 비극을 공유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화해를 모색하는 가슴 뜨거운 여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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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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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대한민국, 2022년 개봉, 53분,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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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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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영상 부문 본상을 수상한 ㈜KCTV제주방송 4․3 74주년, 75주년 연속기획 <뿌리>는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 문제를 지역 방송사 처음으로 조명한 기획 보도물이다. 가족관계 회복을 시도조차 못한 이유, 법과 제도권 내에서 가족관계 입증 수단(소송과 DNA 검사)의 한계와 실효성, 입증 수단 확대 필요성 등을 사례자, 법조계, 학계, 4․3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다각도로 전달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관계 문제를 4․3의 새로운 과제로 제시하며 2023년 75주년 <뿌리> 후속 기획 네 편을 연속 취재 보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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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는 미래
기억 샤워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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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대한민국, 2025, 82분,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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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Showers Se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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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감독의 최신작 <기억 샤워 바다>(2025)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두 지역이 얽힌 역사,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제주4.3과 지리산 빨치산 활동을 경험하고 일본에서 평생을 살아간 고 김동일 할머니는 상당한 수량의 옷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옷을 수선하고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김동일의 역사와 개개인의 삶이 교차한다. 또한 재일동포 1세대 시인부터 3세대 박물관 큐레이터, 그리고 한일 역사 정립을 위해 힘쓰는 일본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재일이란 역사와 한일 관계를 환기시킨다. 감독은 이런 흐름 속에서 관동대지진,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 쓰나미, 그리고 2024년 내란과 탄핵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을 짚으며 기억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제강점으로 인한 분단과 디아스포라, 이후 현대사의 사건들 모두 기억과 실천을 통해 역사 속에서 살아남는다. 크고 작은 물줄기가 흘러흘러 바다로 모이듯, 한국과 일본에서의 기억들은 언젠가 바다로 향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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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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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트루에바, 하비에르 마리스칼, 스페인, 2025, 104분, 애니메이션,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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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Shot the Piano Play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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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코와 리타〉(2010)의 페르난도 트루에바와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다시 손잡고 만든 음악 애니메이션. 뉴욕의 음악 저널리스트가 브라질의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니어’의 실종을 추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976년 아르헨티나 투어 중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가 남긴 멜로디는 라틴 아메리카의 상처와 함께 잊혀졌다. 영화는 재즈의 황금기를 복원하는 동시에, 1970~80년대 군사독재 정권이 예술가와 시민을 어떻게 침묵시켰는지를 되묻는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가상의 시선으로 실존의 비극을 복원한 다큐픽션이자, 한 음악가의 실종을 통해 남미 군사독재의 어두운 역사와 예술의 상실을 동시에 증언하는 작품이다. ‘콘도르 작전’으로 상징되는 군부의 폭력은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를 뒤덮었고, 수많은 예술가가 실종되었다. 테노리오 주니어 역시 재능을 꽃피우기도 전에 사라졌으며, 영화는 그의 부재를 따라 한 개인의 상실을 넘어 시대의 폭력을 응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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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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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빌뇌브, 캐나다, 2010, 130분, 드라마, 청소년 관람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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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end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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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등장 인물 '오이디푸스'는 고대 도시 테바이의 왕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왕위에 오른다. 그것은 본인이 원한 선택이 아닌 신탁의 예언에 따른 결과다. 태어나자 마자 버려졌기에, 자신이 해친 인물이 아버지인 사실도, 결혼 대상이 어머니인 사실도 알지 못했다. 오이디푸스는 뒤늦게 진실을 알고 나서 스스로 눈을 찔러 시력을 상실한다. 어머니이자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이디푸스는 네 자녀를 뒀다. 두 형제는 서로 칼을 맞대고 싸우다 숨졌고, 두 자매 가운데 한 명은 왕의 명령을 거역해 숨지고 나머지 한 명만 살아남았다. 저주와 같은 오이디푸스 집안에 내려진 운명은 비극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그러나 드니 빌뢰브 감독의 2010년 작 <그을린 사랑>은 다른 결말을 선택한다. 그것은 피해 당사자인 여성의 인내와 포용, 그리고 사랑이었다. 종교과 이념 분쟁으로 인한 폭력의 굴레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마치 화염에 타버릴 만큼 고통 받았다 해도, 그녀의 사랑은 그을렸을 지언정 사라지지 않았다. 위대한 사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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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향한 노스텔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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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시오 구즈만, 프랑스, 독일, 칠레, 2010, 90분, 다큐멘터리,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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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talgia for the L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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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벌어지는 두 탐색을 병치한다. 천문학자들은 별의 기원을 관측하고, 유족들은 피노체트 독재 아래 사라진 이들의 유해를 모래와 암층에서 더듬는다. 하늘의 시간(광년)과 땅의 시간(지층·뼛조각)이 겹치며, 과학·기억·애도의 윤리가 ‘보이는 것/보이지 않는 것’을 가르는 방식을 되묻는다. 4·3의 상흔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망각을 미루는 관측과 발굴은 곧 오늘의 증언이자 연대의 언어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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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스틸 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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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살레스, 폴란드, 2024, 138분, 드라마,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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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till 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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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 많은 나라들은 군사독재라는 진통을 겪었다. 대한민국 역시 군사독재의 그늘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지만 직선제라는 정치 제도의 민주화를 이뤄냈고, 이후 사회 여러 측면에서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많은 희생들이 있었다. 월터 살레스 감독의 2024년 작 <아임 스틸 히어>는 21년 간 지속된 브라질의 군사 독재의 단면을 어느 정치인 가족의 시선으로 비춘다. 평화로운 가정 속 전직 국회의원 남편이 연행되고, 여인은 홀로 남게 된다. 긴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된 여인은 휠체어에 앉아 TV 속의 설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군사 독재 기간 동안 자행된 조직적인 고문과 살인은 2만 여명의 피해자와 수백 명의 실종자를 발생시켰고 군인들은 무려 230곳에서 폭력을 저질렀는데, 기자와 학생, 정치인들이 폭력에 희생됐다는 소식. 실종자 가운데는 애달프게 그리워 한 남편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영화는 실존 인물이 겪은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했다. 한 가정을 파괴한 공권력, 고난을 견디는 가족, 남은 가장인 부인의 고군분투는 실제 사건이 가지는 무게감까지 더해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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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란지
산의뱃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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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원, 대한민국, 2024, 39분, 극영화,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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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untain’s Insid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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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은 인간 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큰 피해를 입혔다. 극 영화 <산의 뱃속>은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철원 소이산을 배경으로, 두 해설사의 시선을 따라간다. 신입 해설사가 열심히 익히는 정보 속에서, 베테랑 해설사가 여유롭게 설명하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소이산에 새겨진 전쟁의 상처를 만나게 된다. 동시에 산에서 떠오르는 해설사의 기억과 만나면서, 작품은 전쟁에 대한 보다 다층적인 접근을 제공한다. 애초 연극으로 계획된 만큼 대사의 비중이 크다. 그 대사 속에 담겨 있는 철원과 소이산에 대한 정보는 그 자체만으로 작품을 보는 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한결 부담을 내려놓는 신입 해설사처럼 우리가 분단을, 이념을 경직된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다가올까. 그날은 소이산과 철원 지역에 매장된 수많은 지뢰가 제거되는 시간보다 긴 세월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날을 하루 속히 찾아오길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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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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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리, 대한민국, 2025, 21분, 극영화,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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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curr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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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에게도, 자연에게도. 극 영화 <산행>은 이러한 무서운 사실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에게 전달한다. 말없이 창문을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에서부터, 아이들이 참방거리는 개울가에서 전쟁의 흔적은 상존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전쟁과 분단이 남긴 상흔은 아직도 한반도에 선명히 남아있으며, 그것은 실제적인 위협으로도 다가온다는 사실을 작품은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때로는 평화롭기까지 한 작품 속 분위기는 오히려 긴장감을 증폭하면서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지역에 따라 위협은 다르게 체감될 수 있다. 접경지역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그런 경향이 높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여전히 휴전 상태이면서, 서로 총을 맞대고 있는 분단은 우리 옆에 존재하는 위험요소와 다름없다. 그것을 해결하는 길은 충돌과 대립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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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중력을지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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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이재환, 공하임, 박제호, 서영진, 정의석), 대한민국, 2025, 15분13초 , 다큐, 실험,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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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ness has Grav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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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1000명 이상이던 대한민국 입국 탈북민은 코로나19 유형으로 두 자리 규모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는 200명 수준이다. 공동체의 일부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이지만, 숫자가 많지 않기에 그들에 대한 인식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어둠은 중력을 지닌다>는 실제 탈북자 3명의 증언을 듣는 다큐멘터리 방식을 띄고 있다. 동시에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소설 ‘가장의 걱정’ 일부분을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며 영상 기법을 가미했다. 아버지의 탈북으로 자신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청년, 종교를 가진 가족 때문에 추방당해 탈북까지 이어진 젊은 여성, 국가에 대한 작은 불만과 좌절이 겹치며 가족을 등진 중년의 여성. 북한이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탈북자들의 저마다 다른 사연은 반도라는 같은 공간에 공존하는 북한과 탈북이라는 낯선 개념을 환기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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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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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린, 대한민국, 2025, 16분, 다큐멘터리,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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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untain’s Insid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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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숲, 틈>은 2024년 일본의 어느 공원 시설을 철거하는 사건을 기록하는 영상이다. 그 시설물은 2004년 일본 군마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설치한 조선인 노동자 추모비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일본 우익과 행정이 철거의 발단을 만들고, 반발하는 일본인들이 행동으로 나서는 과정 속에서, <숲, 틈>은 단순한 철거 사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에 남아있는 양심과 그에 반대되는 세력 간의 대립, 나아가 역사 지우기의 문제로 확장된다. 지금은 사라진 군마현 추모비의 정식 명칭은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이다. 과연 일본 주류 정치세력은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를 기억하고 반성하고 있을까. 일본 총리 선거나 다름없는 자유민주당 신임 총재 소식이 들려온다. A급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빠짐없이 참배하고 독도 문제에 강경하게 목소리를 낸 극우인사, '여자 아베신조'라고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재로 당선도 총리 자리에 올랐다. 기억, 반성, 우호로 나아가는 한일 관계가 좀처럼 첫 단계에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안겨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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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MA-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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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정, 라마잔 키르기즈바예, 대한민국, 카자흐스탄, 2024, 29분55초,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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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MA-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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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인간이란 동물의 고유하고 중요한 특징이지 않을까?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더 나은 것을 찾으며 '왜?'라는 생각을 던진다. 질문을 통해 인간은 더 넓은 사고가 가능해졌고 나아가 문화와 문명은 고도화됐다. 그것은 발전과 갈등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로 합쳐지며 오늘 날의 인류 사회가 됐다. 질문은 한 개인의 운명, 나아가 한 국가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전국민이 보는 방송에 출연하고,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니"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말하는 인물에 대한 많은 의구심과 질문을 외면한 결과는 여기서 다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큐멘터리 영화 <K-ALMA-Q>는 중앙아시아의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질문을 던진다. 사과가 사라진 사과의 도시에서 이제 사과는 어떤 의미인지, 구성원들이 질문하지 않은 국가 공동체는 어떤 결말을 맞이 하는지, 카자흐스탄과 대한민국 모두에게 질문은 왜 필요한지, 질문한다. 낯선 소재에서 출발해 주제에 서서히 접근해가는 구성은 인상 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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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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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대한민국, 2025, 19분2초,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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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Cameras for Palest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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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기준, 지구 상 가장 첨예하고 문제적인 분쟁지라면 가자 지구가 꼽힐 것이다. 1948년 벌어진 1차 중동전쟁 이후 갈등은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가까스로 휴전과 인질 석방이 합의됐지만, 언제라도 다시 총성과 폭음이 들릴 수 있는 흡사 화약고와 같은 곳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는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한다.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의 독백을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연극으로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인터뷰다. "자신의 운명과 일상을 잘 꾸려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한국에서, 그들은 조국의 소식에 분노하고 눈물 흘리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서 가진 시위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 퍼붓는 무력을 멀리서 지켜보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모습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1948년 4월 3일 이후 초토화되는 섬을 떠나 밀항자들을 통해 고향 제주의 소식을 듣는 재일제주인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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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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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은, 대한민국, 2025, 25분31초, 다큐멘터리,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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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JIL: Div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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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의 고령화, 감소 추세는 무척 가파르다. 2024년 말 기준, 현직 해녀 규모는 2623명인데 절반에 가까운 1165명이 70대 해녀다. 더욱이 60대와 80대를 합하면 그보다 많은 1187명이니, 제주해녀는 제주어 만큼이나 소멸 위기에 놓인 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물질> 속의 주인공, 77세 한림읍 해녀 양영삼 씨.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라는 불치병은 그의 은퇴를 앞당겼다. 비록 기억은 점차 사라져도 몸은 기억하고 있다. 바다 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몸짓, 해산물을 찾는 동물적 감각은 여전히 현역이다. 용왕님에게 소소한 제물을 바치며 바다를 떠나는 뒷모습을 배경으로,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싱어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노래가 흐른다. 토니 베넷 역시 알츠하이머를 앓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물질이나 하러 가야지"라는 양영삼 해녀의 마지막 소감에도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인생이 녹아 있기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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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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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대한민국, 2024, 14분38초, 애니메이션,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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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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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더 이상 어색한 개념이 아니다. 학생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곳곳에 폐교가 생기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사람이 사라지는 저출산의 여파는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극 애니메이션 <후잉>은 소멸 직전의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98세 노인이 버려진 신생아를 품에 안게 됐다는 설정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버려진 건물에서 아이를 낳는 10대 청소년, 마을에도 건물에도 홀로 남아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 <후잉>의 배경과 설정은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그렇기에 안타깝고 불편한 감정과 조우하게 된다. 하지만 남아있는 힘을 짜내는 노인의 마지막 투혼에서, 삶의 의지를 품게 됐던 노인의 오래 전 기억에서, 작품은 인간다움,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전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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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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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인, 대한민국, 2025, 23분, 극영화,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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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ced Sile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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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조치는 지극히 이기적이면서 인간 중심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자연스러움과 정 반대인 사육 환경 속에서 질병이 발생했고, 그 질병을 박멸하기 위해 감염되지 않은 개체들까지 함께 깡그리 처분한다. 이런 처분을 당하는 동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참담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극영화 <살처분>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정착한 청년이 돈이 필요해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언급한 살처분의 특징과 함께 낯선 대도시로 이주, 오직 돈을 위한 노동, 기계적으로 이뤄진 작업 등이 맞물리며 삭막한 느낌이 더해진다. 작품은 주인공 청년의 변화된 생각에 주목한다. 그리고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파묻는 살처분 현장과 1980년 어느 도시의 봄날을 연결한다. 살처분과 다를 바 없는 비인간적인 행동, 그로 인해 누군가는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작품은 짧지만 인상 깊게 짚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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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둘레땅: 두루미마을의 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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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유담운, 대한민국, 2024, 21분32초, 애니메이션, 전체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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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edulle Land : Birth of Crane Vill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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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으로 황무지가 된 민통선지역을 피와 땀으로 개척한 향군마을’ 철원군이 소개하는 두루미평화마을에는 ‘인간’의 상반된 역사가 깃들어 있다. 공존보다는 제거·점령을 택한 침략과 그에 맞선 저항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까지 깡그리 사라지게 만들었다. 포성과 피 비린내가 진동한 민통선 지역에 70여년이 흘렀다. 그곳에 터전을 삼아 살아가는 주민들 가운데는 과거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도 존재한다. 그 길은 바로 공존이다. 다큐멘터리 <쇠둘레땅: 두루미마을의 탄생>은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통선에 두루미와 철새들을 안착시킨 주민들의 노력과 마음이 담겨 있다. 전쟁의 한 복판이었던 땅 위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택한 결심에는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스케치풍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노력이 더해지면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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