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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주기 1994 르완다 투치 학살 추모행사(KWIBUKA32)>

추 도 사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문철

존경하는 주한르완다 대사님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르완다 집단학살로 희생되신 분들께 머리 숙여 애도하며, 고인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는 약 100일 동안 80만 명이 넘는 생명이 희생된 르완다의 비극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폭력의 극단을 마주하고, 우리가 어떤 미래를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르완다는 비극 이후 놀라운 선택을 했습니다. 보복이 아닌 회복, 단절이 아닌 공존을 향한 길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차차 재판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마을에서 마주 앉아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인정하며, 용서를 모색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완전할 수는 없었지만, 이 사법제도의 과정은 공동체 회복을 향한 첫 걸음이었습니다.

또한 NURC(국가통합화해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화해 프로그램과 간도(Ingando)이토레로(Itorero)같은 시민교육은 과거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세대가 증오가 아닌 공존의 가치를 배우도록 돕고 있습니다. 인간이 증오에 사로잡힐 수는 있지만, 증오를 극복하고 화합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78년 전 제주 땅에서는 당시 1/10에 이르는 3만여 명이 국가 권력에 의해 학살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세기 동안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제주도민들은 진실과 정의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부터 도민과 시민사회는 평화로운 민주적 절차를 거치며 진상규명과 국가의 보상 등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여 해원과 화해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하여 제주4․3은 세계가 주목하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 되었고, 제주4․3의 기록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통해 다음 세대가 올바른 가치와 평화의 의미를 배울 수 있도록, 제주도민의 평화정신을 높이 선양하려 합니다.

진실을 밝히고, 희생을 기리며,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르완다와 제주가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화해와 공존의 노력이 세계의 평화를 위한 시작이자, 미래를 향한 인류의 약속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희생자 분들을 깊이 추모하며, 그 이름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고 더 평화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제주4‧3평화재단도 르완다 여러분과 굳건한 연대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