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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호평 받은 4‧3창작오페라 ‘순이삼촌’
  • 작성자 : 제주4·3평화재단 작성일 : 2020-11-13 조회수 : 91

: 김태관(공연기획자문화예술학 박사)    사진 : 김기삼 사진작가

1600년경 이탈리아 피렌체의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서는 그리스의 비극을 재현하기 위해 다프네라는 음악극이 공연되었고 음악사에서는 이것을 오페라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한편 1948년 서울 시공관(명동예술극장)에서는 음악애호가였던 이인선과 지휘자 임원식, 성악가 오현명, 김자경 등을 주축으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춘희>를 공연하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였다.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는 70년을 넘기고 있지만, 한국전쟁 중에서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부산에서 오페라 춘향전을 공연하였다하니 우리나라 오페라의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은 각별해 보인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창작오페라로 제작 공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을 상징하는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이 창작오페라로 제작되어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다. <순이삼촌>1978년 발표된 현기영의 사실주의 중편 소설이다. 제주4·3사건을 다룬 최초의 작품으로 4·3사건 자체를 언급할 수 없었던 시절에 발표되어 작가는 고문과 금서조치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4·3사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하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작품은 제주시(아트센터)제주43평화재단이 공동제작한 창작오페라이다. 김수열 대본, 최정훈 작곡과 정인혁의 지휘로, 그리고 각색과 연출 및 예술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강혜명으로 포지셔닝되었다. 또한 제주도립제주예술단, 제주4.3평화합창단, 극단 등 제주의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고, 현대무용단 및 도내외 정상의 성악가 총 190여명이 출연하여 대형 작품으로 손색없이 구성되었다.

지난 6월 갈라콘서트를 성료한 상황이라 11월 실제 본공연은 수월할 거라 예상하였으나, 원작에 충실하고자하는 연출자와 제작진의 의도는 매우 디테일하여 소설의 장면과 그 내면을 무대위에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다보니 공연시간은 두시간반을 넘어섰다. 오히려 두시간 이내의 오페라였다면 더욱 이상했으리라. 소설 순이삼촌이 갖는 무게와 그 의미를 담아내려면 그 이상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1948년 북촌 극도의 공포감과 순이삼촌의 아리아

오페라는 4막으로 구성되었고 제1막은 직장을 다니던 상수가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8년만에 고향 북촌의 제사집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친척들의 이야기속에 순이삼촌의 죽음을 듣게 되고 말다툼으로 번지면서 제사집은 반공과 이데올로기 이야기로 확대된다. 1막은 오페라보다는 연극형식의 대화와 레시타티보로 시작하면서 대중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관객들을 1948년 북촌으로 데리고 갔다.

2막 현기영의 실제 육성멘트는 극을 긴장감으로 치닫게 하였고, 이어 가장 치열하고 잔인하였던 북촌초등학교로 무대를 옮긴다. 학교로 모인 주민들을 다그치고 폭행하는 군인들의 무서운 기세는 관객을 공포감으로 몰아갔다. 물론 극중에 다이나믹한 무대 전환 및 출연진들의 동선이 복잡해지면서 음향과 대사 등이 일부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장교의 포악함을 잘 표현한 중견 성악가 박경준과 제주출신의 청년 성악가 윤한성의 노래와 연기는 이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3막에서는 이미 폐허가 된 북촌마을을 보며 느끼는 공허감, 어린시절 상수와 길수의 기억을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 웡이자랑의 아련한 느낌이 음악으로 잘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옴팡밭에서 죽음의 사자들을 연기한 무용단과 순이삼촌의 춤과 음악의 앙상블은 본 공연에서 가장 임팩트했던 장면으로 순이삼촌 내면의 갈등과 점점 미쳐가는 자신을 잘 표현하였다.

4막은 자식을 잃은 어미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순이삼촌의 아리아 어진아가 압권이었다. 그야말로 이 오페라의 모든 음악의 백미로 곡 중간 순이삼촌의 레시타티브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보였다. 에필로그에서는 엔딩 합창곡인 이름없는 이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북촌 옴팡밭의 비석을 무대위로 옮겨 놓으면서, 억울하게 죽어갔던 그 이름 하나하나가 무대위 세트에서 구현되었다.

제주브랜드 문화상품 확장

오페라는 문학, 음악, 연극, 미술, 무용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종합예술로서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성악가 등 대규모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최고도의 예술장르이다. 예산 또한 만만치 않아 행정이나 기업의 후원이 없다면 시도조차 쉽지 않은 작업이다. 최초 프로젝트 설계당시 양조훈 이사장과 당시 고희범 제주시장과 성악가 강혜명의 의기투합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 또한 아마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기에 그 어려움과 고통은 제작진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수백년 동안 이어온 명작오페라와는 기본부터가 다르기에 이 작업에 참여한 원작, 대본, 연출, 작곡, 지휘자, 출연진 등에 대한 격려와 칭찬은 부족함이 없어야한다. 이 작품이 한시적 공연이 아닌 제주를 찾는 천오백만 관광객이 언제나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공연되어 제주의 아픈 역사와 평화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