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4.3은 굉장히 안타까운 역사이다. 통일 정부 수립을 원하고, 더 이상 자신들에게 차별대우 등을 하지 말라는 제주도민의 불만 가득 목소리를 총탄, 그것도 자신들의 친구, 애인, 가족을 향한 소리 높은 총탄으로 잠재웠기 때문에 4.3 평화공원 정문이 굉장히 고요해 보이지만, 내 마음속 오르는 너무나 많은 메아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박물관을 지나 이 평화공원에서 볼 수 있는 큰 기념물 중의 하나인 기념비이다. 저 부채꼴같이 생긴 모양은 제주도민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굉장히 의미 있는 건물이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슬프다. 평화와 화합을 하기까지 제주도민들이 얼마나 많은 침묵 속에 살았는가, 이 고요한 평화공원이 남들에게는 산책하기 좋은, 조용하고 한적한 공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제주도민들이 어떠한 침묵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그리고 이 공원을 맴도는 고요한 노랫소리가, 4.3을 정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외치는 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처럼 다가와 굉장히 나에게 강한 인상을 준 장소이다.

그리고 이 추모공원 기념비 안에는 위패봉안소가 놓아져 있는 실내가 있으며, 방명록을 작성할 수가 있다. 나는 4.3을 배우고 있는 제주대학생이며, 4.3 동아리인 동백길의 회장인 나로서는 위패봉안소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득 채운 위패, 가득 담겨있는 가족들의 원환, 아직도 가득 남아있는 피해자들의 울음소리, 그 모든 목소리를 담아내기엔 내 그릇이 아주 부족하다고 느꼈다. 내 그릇이 커지고 그들을 다시 한번 이해하고 가득 바라보는 그날을 위해 다짐하며 방명록을 남겨보았다.


위패봉안소를 지나면 또 다르게 이름 모르게 죽어버린 사람들의 비석이 내 눈을 가득 채웠다. 그중에서도 내 이목을 끈 것은, 제주도뿐만 학살의 장소가 된 것이 아닌, 제주도민들을 육지의 교도소로 올려버렸고, 그사이 한국전쟁이 일어나 그들이 반동분자가 될 것을 우려하여 모두 학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입증하는 장소였다. 너무 슬펐다.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 아플까, 자신들의 혈육들이 소리소문없이 육지로 끌려가 나도 너도 모르게 학살당한 것을 그리고 큰 창문과 기대고 있는 사람들, 이 석상이 내 마음 한편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었다. 내가 비록 4.3의 정답을 찾지 못하더라고 이 모든 사람 앞에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다짐하며 이 평화공원을 내려오게 된다.

내려오며 바라본 4.3 평화공원이다. 과거 4.3 때는 이 장소가 허허벌판이면서 학살의 장소가 되었던 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아픔의 과거를 지나, 침묵의 가슴 아픈 역사를 지나, 이제는 이 역사를 알아보기 위한 장소로 변한 지금,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모든 사람이 제주도민들의 평화 통일 정부 수립을 향한 열망, 학살당했던 제주도민의 슬픔,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함께 나아가길 원하는 지금의 제주도민들의 하모니를 모두가 이 4.3 평화공원을 통해 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이곳을 기억하며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