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작성자 : 4·3평화재단 작성일 : 2022-11-15 조회수 : 585
4‧3평화재단 11월 13일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특별상영회
“어머니는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으신 걸까. 어머니의 기억과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열여덟 나이에 4‧3을 겪은 소녀가 70년만에 제주땅을 다시 밟았다. 이미 알츠하이머 증세로 기억은 거의 사라진 상태, 당시 어떻게든 학살을 피해보려고 일본 밀항을 위해 동생들을 보살피며 무진장 걸었던 기억만 여전했다.
“왜 이제야 어머니의 4‧3을 알았을까” 한 맺힌 감독의 목소리를 들으며 4‧3유족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4‧3 74주년인 올해, 재일교포 가족사를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들춰내고,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감독 양영희, 배급 ㈜엣나인필름)가 4‧3유족들과 만났다.
제주4‧3평화재단은 11월 13일 CGV제주에서 ‘수프와 이데올로기’ 4‧3희생자 유가족 초청 특별 상영회를 열었다.
이번 특별 상영회는 4‧3희생자유족회(회장 오임종)의 협조를 통해 마련됐으며, 4‧3유족 100여명이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전작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을 잇는 다큐멘터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감독의 어머니 고(故) 강정희씨의 이야기다.
[영화 주요 장면]
영화는 한국과 일본에서 제작됐으며, 강 어르신은 실제 제주에서 오사카로 이주해 60년 가까이 살았던 4‧3생존희생자이자 재일교포 1세다.
강 어르신은 4‧3 당시 학살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일본 오사카로 밀항했고 재일교포가 많은 이쿠노쿠에서 남편을 만나 정착했다. 어르신은 당시 조총련 활동을 하고 있던 남편 사이에서 아들 셋, 막내딸(양정희 감독)을 낳았다.
하지만 감독은 성장하면서 아들 모두를 북송시키고 빚을 지면서까지 지원주는 등 조총련 활동에 열성적인 부모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겪은 4‧3을 알게 되고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영화로 이야기하기로 결심한다.
그중 어머니가 차린 수프(닭백숙)는 가족을 이해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흰기러기상) 수상 ▲제17회 야카카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 경쟁 초청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초청 & 집행위원회 특별상 수상 ▲제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평양 시네마 초청 ▲제24회 서울국제영화제 지금 여기 풍경: 수프에 바치는 오마주 초청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6월 일본 전역에서 상영된 이후 일본인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으며 4‧3당시 학살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야 했던 수많은 제주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다.
영화 상영회가 끝난 뒤 양영희 감독과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허영선 소장은 4‧3연구소 연구원들과 강 어르신의 증언을 듣기 위해 오사카에 있는 어르신 집을 방문한 바 있고 그 과정은 영화에 자세히 소개됐다.
양영희 감독은 영화 제목을 정한 이유를 설명할 때 어머니가 차려준 국물을 언급했다.
양 감독은 “어머니는 항상 국물 없이 밥 먹지 말라고 하셨고 한반도는 국물의 민족”이라며 “어머니의 인생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국물’은 꼭 들어가는 단어여야만 했고, 다른 나라에서 아무렇게 번역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통적인 제목인 ‘수프’로 정했다”고 말했다.
또 4‧3의 세대전승을 설명하며 “4‧3을 우리 다음 세대가 물려받고 있으니 모두 편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통해 기억을 이어나가는 것이고 역사는 계속 되새겨야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수프와 이데올로기> 주요 리뷰
"우리가 오래도록 곱씹어야 할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 박찬욱 감독
"보고 나면 ‘그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 그어진 선은 가늘고 얇아진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양영희의 보석 같은 전작들을 보며 가장 경이롭고 궁금했던 인물은 어머니였다.
바로 그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 김윤석 배우, 감독
“어머니의 레시피로 만든 수프 한 그릇에는
어떤 언어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 양익준 배우, 감독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시냇물이 아니라 거대한 강이다.
70년에 걸친 한반도의 역사의 그늘을 담은 침묵의 대하드라마다” / [화산도] 김석범 작가
"역사는 거대한 그릇에 가득 찬 수프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안에 녹아 있는가,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그 그릇이 있는가. 어느 쪽이든 이 수프를 소중히 마신 것을 기억하자" / 2020한국문학번역대상 사이토 마리코 번역가

